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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태 Mar 27. 2020

글감 수집 참 쉽죠

글쓰기 10년차의 글감수집 꿀팁 대방출




뚜렷한 기억보다 흐릿한 메모가 낫다



처음 책을 쓰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은 2017년 11월이었다.


10년이 넘게 간헐적으로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었고, 최근 2년(2016~2017) 정도는 비교적 꾸준히 쓰고 있었다. 머릿속 생각으로만 갖고 있던 내 이름이 찍혀있는 책.


회사에서 주관하던 명상 교육을 받게 되면서 머리를 비우는 방법을 서서히 체감하던 그때, 불현듯 내 독서노트에 내년에는 내 이름으로 된 책을 한 권 쓰겠다는 글을 적었다.


"뚜렷한 기억보다 흐릿한 메모가 낫다."라는 말처럼,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었던 목표는 그다음 차례인 방법과 행동을 부추겼다. 한 줄의 메모가 결국 한 권의 책으로 결과물을 만들었다. 2018년 6월 25일에 그 결과물을 손에 쥘 수 있었다.





뭘 쓸까?



어린 시절 매일 일기를 쓸 때 가장 곤혹스러웠던 건 매일 똑같은 일상이라 쓸 거리가 없다는 것 아니었나? 우리 집의 사랑스러운 따님도 일기 쓸 거리가 없다면서 가끔씩 서재로 찾아와 아빠 다이어리를 뒤진다. 뭐 특별한 게 없는가 하고 말이다.


언젠가부터 난 더 이상 쓸 거리를 걱정하지 않게 되었다. 사실 쓸게 너무 많다. 그게... 생각만 조금 바꾸면 된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금 내가 앉아있는 서재 책상 컴퓨터 앞에는 이번 부장 진급으로 선물 받은 워터맨(Waterman) 만년필 케이스가 놓여있다. 만년필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에 이것을 소재로 글을 쓰면 된다. 내가 언제부터 만년필을 좋아했는지, 특별히 내가 좋아하는 만년필 팁과 브랜드는 뭔지, 워터맨 만년필은 왜 워터맨이라고 명명하게 되었는지, 왜 진급자 선물로 주로 만년필을 주는지... 이렇게 눈앞에 보이는 하나의 사례를 두고 생각을 펼치면 금세 하나의 글을 쓸 수 있는 뼈대가 완성된다.


길을 가다 떨어지는 낙엽을 보고 생각을 엮을 수도 있다. 낙엽 -> 가을 -> 단풍 그리고 지난여름과 같이 엮다 보면, 계절이 변하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다 불현듯 낙엽일 굴러가는 걸 보고 알아챘다는 어쩌면 시인 같은 감성적인 글을 쓸 수도 있다.


또, 그제는 인터넷 기사를 하나 보다가 영화 <양들의 침묵 (Silence of the lambs)> 포스터를 보게 되었다. 1992년 아카데미상을 받았던 영화와 조디 포스터, 앤서니 홉킨스가 떠올랐고 학창시절 관람불가 등급이라서 영화 대신 책을 사서 읽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퇴근해서는 서재를 뒤져 그 책을 찾았고, 그때의 추억에 잠시 젖었다. 이 내용에 관한 것도 충분히 좋은 글감이 된다.


1992년 그 때 구입했던 책 <양들의 침묵>






그렇다.


내가 결국 사례를 들어가며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관심이다. 사소한 것에 대한 관심, 또 생각을 점점 확장하는 것. 그것이 바로 글쓰기의 소재를 찾는 방법이다. 특별한 것, 신기한 것, 남들이 모르는 것, 궁금해하는 것을 쓸 필요는 없다. 지극히 개인적인 내 생각을 연상되는 대로 끄적여보는 것이다. 잘 쓰고 못쓰고는 그다음의 문제다. 일단 쓸 거리를 찾지 못해 빈 여백을 두고 한참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고민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눈앞에 보이는 것, 책상에 앉기까지의 내 행동과 말... 이런 것들도 충분히 차고 넘치는 글감이다.


어느 책에서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첫 줄을 쓰기가 너무 힘들면, 두 번째 줄부터 쓰면 된다.”


여러분들도 쓰기를 주저하지 않기를 바란다. 관심만 탑재하면 된다.


참, 그리고 내가 활용하는 소소한 팁 중 하나는 생활하면서 무언가 관심이 생기는 것이 있으면 잊기 전에 메모를 해두는 것이다. 내 근처에 항상 스마트폰이 있기에 어플 중 분더리스트(Wunder List)를 활용해서 글감을 수집한다. 이렇게 하나의 폴더를 만들어 그 속에 생각난 소재들을 하나씩 담아두고, 포스팅할 때마다 꺼내보면서 조금씩 그 소재를 발전시켜보는 것이다.


최근 아이패드 노트를 활용하면서 소재 하나를 놓고 주르륵 마인드 맵 형식으로 생각을 확장해보면 금세 한 편의 글 뼈대가 만들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여러분들도 꼭 활용해보면 좋겠다.


그럼 소재가 고갈되지 않는 글쓰기 세상에 오신 걸 환영한다.


Welcome to OUR Writing World~~!!


- 작가 김경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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