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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태 Nov 21. 2021

여행이 마려운 분들에게 추천하는 책 7권

| 여행 가고 싶은 사람 드루와!!!



* 이 글은 맨 아래 링크한 유튜브 영상으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 방역 지침이 단계적 일상 회복으로 전환되면서 주변의 지인들도 하나 둘 본격적으로 여행을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2019년 12월 열흘간의 바르셀로나 여행 이후로 지금까지 고향 부산을 제외한 그 어느 곳도 여행을 떠나본 적이 없습니다. 가족의 건강에 대한 염려가 최우선이었지만 굳이 이런 시기에 국내로라도 여행을 간다는 것이 “주변에 조금 불편하게 비치지 않을까?”라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명절에도 부모님을 뵈러 가지 않았으니 말이죠.


아무튼 11월부터 조금씩 일상이 회복되기 시작하면서 지인들의 SNS에 #여행 이라는 해시태그 포스팅이 잦은 걸 보니 확실히 예전과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꿈쩍하지 않던 아내조차도 내년 1월에는 국내여행을 같으면 좋겠다고 언질을 주고 있으니 말이죠.


이런 이유로 이리저리 국내 여행을 상상해보면서 자연스럽게 그동안 읽었던 책 중에서 여행으로 나를 들뜨게 했던 책을 떠올려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저를 설레게 만든 책이었지만, 독자 여러분들도 지금 이 순간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싹트고 있다면 지금부터 제가 추천드리는 책으로 그 상상을 한껏 부풀려 보시기 바랍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1. 캘리포니아 – 김영주


여러분은 “캘리포니아(california)”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세요?


LA, 샌프란시스코, 산호세 같은 도시들 또 그 금문교 같은 주요 도시의 상징 같은 건축물들 아닐까요? 저는 캘리포니아라고 하면 앞서 언급한 것들보다 먼저 미국 서부의 1번 국도가 떠오릅니다.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로 불리는 도로로 서쪽 해안선을 따라 서부 최상단 시애틀에서 최하단 샌디에이고까지 쭉 이어져있는 해변도로입니다. 저는 2002년 어학연수를 할 때 크리스마스 기간에 샌프란시스코에서 LA까지 이 도로를 운전해서 달렸던 경험이 있습니다. 추운 겨울이었지만 캘리포니아는 영하로 떨어지지 않고 무척 따뜻했습니다. 친구들과 산타바바라 해안에서 웃통 벗고 발리볼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정말 갓 블래스 아메리카라며 서부의 날씨와 자연경관을 부러워했었습니다.


얘기가 길었는데, 이 책 <캘리포니아>는 기자이자 여행작가로 데뷔한 김영주 씨가 쓴 책으로 2006년에 출간되었는데 저는 아마도 2008년쯤 읽었을 겁니다. 보통의 여행책들은 장소를 소개하고 그 지역의 역사와 볼거리 등을 나열하면서 작가의 생각을 곁들이는 경우가 많은데 김영주 작가의 이 책은 사뭇 달랐습니다. 이 책을 읽어보면 그녀의 여행은 여행지를 둘러보는 것이 아닌 “머무는”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요즘은 이런 종류의 여행책들이 제법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최근 슛뚜님의 책 <낯선 일상을 찾아, 틈만 나면 걸었다>도 비슷했음) 당시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캘리포니아에 가보고 싶고 그녀처럼 여행해볼 거라는 결심을 했었습니다. 그만큼 이 책은 캘리포니아 여행을 감각 있는 사진과 글로 차분하게 담아놓았습니다. 그곳을 방문하는 것이 아닌 머물러 있다는 느낌, 체험이 아닌 삶의 시간을 담은 글입니다. 비단 캘리포니아가 아니더라고 멋진 여행을 꿈꾼다면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이런 종류의 여행책이 마음에 드신다면 그녀의 두 번째 여행책 <토스카나>도 정말 좋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2. 자전거 여행 – 김훈


예전 제 유튜브 채널과 글을 통해서 제가 김훈 작가를 너무 좋아한다는 말씀을 드린 적 있습니다. 그의 촌철살인 같은 문장이 좋아서 그의 칼럼을 열심히 필사하며 그의 문체를 닮고 싶어했었습니다. 무엇보다 그가 사물을 바라보는 그 깊고 농밀한 눈을 닮고 싶었습니다. 오죽했으면 김훈의 눈을 뽑아서 내게 끼워 넣고 싶다고 술자리에서 말하기도 했답니다. 이렇게 그가 관찰하며 이해한 것을 소담스레 글로 표현해놓은 정수가 바로 이 책 <자전거 여행>이 아닐까 합니다.


이 책은 사진가 이강빈 씨에게 자전거를 배운 김훈 작가가 그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며 사진과 함께 엮은 책입니다. 많은 리뷰어들이 칭찬하듯 이 책을 읽어보면 문장들이 사진 속에서 춤춘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깨닫게 됩니다. 특히 들풀 하나, 나무 한그루, 종지 하나, 새 한 마리도 놓치지 않고 섬세하고 자세하고 농밀하게 담아내는 그의 시선을 읽다 보면 ‘어찌 저런 눈을 가질 수 있을까? 어떻게 저런 생각에 닿을 수 있을까?’라며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될 것입니다. 그가 지났던 자전거 길을 따라 나도 한번 여행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간절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3. 먼 북소리 – 무라카미 하루키


하루키라는 작가의 명성을 만들어준 책이 <상실의 시대(원제 : 노르웨이 숲)>라면 하루키를 세계적 작가로 만들어준 그 시기의 그의 삶이 담겨있는 책이 바로 <먼 북소리>입니다. 이 책은 하루키가 <상실의 시대>를 집필하던 1980년대 후반에 이탈리아와 그리스에 아내와 머물면서 쓴 여행 에세이로 아무런 특별한 것이 없는 생활의 끄적임입니다. 그냥 그곳에 머물면서 느끼고 겪었던 매일의 일상이 담겨있습니다. 전혀 특별하지 않은, 그냥 외지인이 느끼는 그 지역 사람들의 삶과 내 삶에 관한 문장들. 날씨를 관찰하고 상점을 관찰하고 주변 사람들을 알아가면서 느끼는 생각과 감정들을 편하게 기술해놓았는데 읽다 보면 나도 그냥 그렇게 살고 있는 것 같아서 진하게 몰입이 됩니다. 지금은 문학사의 반열에 오른 유명한 작가지만 그때 하루키는 자신이 그렇게 될 줄도 몰랐고 그럴 거라는 생각조차 없었죠. 그냥 새로운 곳에 가면 달리고 식사를 준비하고 밥을 먹고 치우고 글 쓰는 그런 사람입니다. 이런 인간적인 냄새가 참 좋았던 책입니다. 다들 여행을 떠올리면 잠시 다녀오는 느낌이죠. 하지만 긴 기간 한 곳에 머물며 제2의 고향 같은 느낌을 가져볼 계획을 하시는 분이라면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사실 별 것 없는 게 인생이지만 특별할 것 없기에 매 순간이 즐겁고 유쾌한 게 인생 아니겠습니까? ^^






4. 걷는 사람, 하정우 – 하정우


최근 프로포폴 투약 건으로 벌금형을 받은 일로 하정우 그의 이미지가 나빠졌습니다. 그 일을 논외로 한다면 이 책 <걷는 사람, 하정우>의 관점에서 이 책 속에서는 하정우의 걷기에 대한 진심을 볼 수 있습니다. 일 평균 3만보를 찍는 그의 걷기는 신촌에서 술 약속이 있으면 두 시간 전 집을 나서서 걸어간다는 그의 일상 속에 그의 걷기에 대한 생각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사실 여행에서 걷기는 빠질 수 없는 부분입니다. 저는 여행할 때 보통 새벽에 일찍 일어나 그 동네를 한 바퀴 걷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한 시간 정도 걸으면서 인파가 사라진 관광지를 둘러보며 촬영하고 동네 오솔길을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곳의 분위기에 동화됩니다. 문을 여는 상점 주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도로를 청소하는 사람들과 눈빛을 교환하며 미소를 건네죠. 걸어야만 만날 수 있고 깨달을 수 있는 것들이 바로 이런 것입니다. 이 책 속에서 하정우가 하와이를 걷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마치 신성한 의식 같은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이 책 덕분에 걷기에 더 애정이 생기고 특히 여행지에서 혼자 걷는 것에 많은 애정을 갖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걷기를 통해 여행의 만족감을 높여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면 좋을 것입니다.     



 


5.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 유홍준


너무나 유명한 책이죠. 아마 여러분 집에도 이 책 시리즈 한 두 권은 있을 겁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읽었고 지금도 읽히는 책입니다. 전 시리즈를 다 읽지는 못했지만 이 책 시리즈를 읽어가면서 우리나라 문화재의 아름다움과 의미를 제대로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1997년 제 어머니와 누나와 아버지가 이 책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그해 3월 입대하는 저를 위해 2월 강진과 해남으로 가족여행을 떠났습니다. 이 책 1권에 소개된 영랑 생가와 땅끝마을을 둘러보고 다산의 흔적을 찾아보면서 상다리가 휠 정도로 다양한 찬의 맛있는 남도 음식을 처음 접했던 기억이 납니다.


해외여행은 아직 조금 꺼려지지만 국내여행은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니 이 책을 읽으면서 집 근처의 문화탐방을 시작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6. 여행의 이유 – 김영하


재작년 대한민국 최고의 베스트셀러죠. 저는 개인적으로 이 책은 여행을 떠난 분이 여행지에서 쉬면서 읽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영하 작가의 여행에 대한 생각을 여행지에서 느껴보면서 지금 내 여행과 그의 여행을 견주어보면 재미있지 않을까요?


김영하 작가처럼 유명세는 없지만 저도 글을 쓰는 사람이라서 여행지에서 늦은 밤이나 이른 새벽 혼자 노트북을 켜고 소파에 앉아서 그 순간 스며드는 생각을 끄적여보는데 경험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때 그 순간이 무척 즐겁습니다. 집이 아닌 새로운 공간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공기질과 약간의 두려움과 기대감, 이런 여러 상황들이 절묘하게 버무려져서 나오는 몇 줄의 글은 참 맛깔납니다.


김영하 작가는 여행 가서는 소설을 읽고 여행을 마치고 소설을 쓴다고 했는데, 저는 여행을 갈 때 방문하는 지역의 작가가 쓴 소설이나 그 지역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챙깁니다. 이 책 <여행의 이유>를 읽어보시면 여행이 무척 마려우실 거고 또 여행할 때 책 한두 권을 챙기시게 될 겁니다.



 


7. 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 – 카트린 지타


여러분은 혼자 여행해보신 경험이 있나요? 전 국내 여행은 혼자 한 경험이 많았는데 해외여행은 혼자 한 적이 없네요. 결혼 전에는 항상 친구들과 함께했고, 결혼 후에는 아내와 또 아이들과 함께했습니다. 솔직히 혼자 떠나는 해외여행이 조금 두렵긴 하지만 꼭 해보고 싶습니다. 특히 남미를 혼자 여행해보고 싶네요.


이 책 <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는 여행책이라기보다는 심리책이라는 말이 더 어울립니다. 저자인 카트린 지타는 기자 출신으로 30대 후반에 인생의 위기를 겪게 되고 그 지점에서 혼자만의 여행을 떠나면서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마치 <연금술사>의 산티아고 같다고 할까요? 아무튼 이 책을 읽어보면 혼자 여행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또 혼자 여행을 해야만 알게 되는 것들을 자세히 알려줍니다. 알베르 카뮈는 “여행은 우리의 본모습을 찾아준다”라고 했습니다. 주위에 기댈 사람이 없게 되는 혼자인 순간 자신의 본모습이 나오는 것이죠.


여러분도 이 책을 통해서 혼자 하는 여행을 꿈꿔보시면 어떨까요? 분명 혼자 하는 여행을 통해 여러분도 진짜 나를 발견하게 되실 겁니다. 제가 2002년 혼자 어학연수를 떠나서 미국 한복판에 덩그러니 놓였을 때 느꼈던 불안함과 무서움, 향수 등을 통해 저 자신을 서서히 조각해 나간 것처럼 말이죠.  




 

지금까지 7권의 책을 소개해드렸는데 이 외에도 여행을 마렵게 하는 책은 매우 많습니다. 여러분도 분명 자신을 여행하게 이끌었던 책들이 있을 것 같은데 댓글로 남겨주시면 제가 읽어보고 소감을 말씀드릴게요. 꼭 좋은 책 많이 추천해주세요.


- 작가 김경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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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H0Ib1ZS3G7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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