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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태 Mar 29. 2020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야 나!

당신이 인생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던 순간은?


우리는 모두 인생의 주인공이다. 내 힘으로 숨을 쉬고, 내 두 발로 걷고, 내 손으로 물건을 쥐고, 내 머리로 판단하며 매 시간 자신에게 다가온 현실을 헤쳐나간다. 언제나 자신의 삶의 주체는 바로 나 자신이다.


하지만 정말 우리는 자신이 주인공인 삶을 살고 있을까? 




내가 주인공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채 살던 어느 날, 나는 내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는 순간을 만났다.


그날은 바로 나의 결혼식 날이었다.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예식홀 입구에서 턱시도를 차려입고 부모님 친구분들과 악수를 하던 그 찰나, 난 세상이 멈춘듯 느꼈고 그 순간 문득 '아! 오늘 내가 주인공이네.'라는 생각을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축하한다고 말하고 있었고, 행복하라고 다독여주었던 그 때.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이 멀리서 찾아와 축하한다며 포옹해주던 그 때. 이래서 인생은 살아볼 만한 것이구나 느꼈다. 이런 순간을 자주 맞이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 삶은 분명 내 결정의 합이다. 내가 생각하고 내가 판단해서 내가 내린 결론대로 걸어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자꾸만 무언가 꼬리표가 붙었다. 


"학생이니까", "자식이니까", "남편이니까", "가장이니까", "아빠니까"



이러다보니 내 삶을 오롯이 내가 살고 있다는 생각을 잊어버린다. 나라는 존재가 가지는 사회적 위치와 책임감이 본래의 나를 압도해서 본성을 감추게 만들고, 자발적 인내를 강요한다. 사실 무엇이 옳은지, 어떻게 사는게 맞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 날 결혼식에서 내가 맛 본 카타르시스는 매혹적이었다.



 내가 주인공이 아닌 내 아이가 주인공인 자리에서 내 가슴이 뛰었던 적이 몇 번 있다. 



몇 개월 전 아들 녀석의 바이올린 연주회가 있었다. 몇 년간 바이올린 학원을 다녔음에도 내 귀로 녀석의 바이올린 연주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진짜 연주 할 줄 아는 거 맞냐?"며 핀잔을 주기도 했다. 


공연 두시간 전 연주회장에 아들을 데려다 주고 먼 발치에서 녀석이 대기하고 있는 뒷 모습을 보았다. 차를 타고 오면서 "긴장되냐? 잘 할 수 있을거니까 걱정말고, 실수해도 괜찮으니 자신감있게 연주해"라고 말했지만 사실 녀석보다 내가 더 긴장이 됐다. 녀석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의자에 앉아서 연주를 기다리던 그 때, 나는 아들이 주인공인 무대에서 내가 주인공인양 마음을 조리며 집중하고 있었다. 그 순간에도 '내가 살아 있는게 맞구나.'라는 생각을 잠시 떠올렸다.




이렇게 사례를 열거하다보니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내가 주인공이라고 느끼던 그 때 나는 "긴장"하고 있었다. 보통의 일상이 아닌 특별한 무언가를 시도하거나 경험하던 순간 내 심장은 더 열심히 뛰었고, 그 때마다 나는 내 핏줄에 흐르는 피의 흐름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집중하고 있었다.



이런 순간이 좀 더 자주 맞이할 수 있다면 분명 나는 더욱 내 존재감을 각성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그 맛 때문에 자꾸 새로운 무언가에 도전을 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곳을 가보고는 것일지도 모른다. 


오늘도 그 맛을 느낄 수 있는 작은 도전을 계획한다. 그래서 이렇듯 하루를 시작하는 새벽에 가슴이 뛰나보다.


살 맛 난다.




마지막으로 예전에 읽었던 인도 우화 이야기를 한 편 들려주고 싶다. 작년 강연에서 마지막에 청중에게 들려줬던 이야기인데 자신의 인생을 찾는 주제와 잘 어울려 소개를 해본다.


이 이야기는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의 인생의 구루였던 하인리히 짐머가 들려준 이야기이다. 



염소가 된 호랑이


암컷호랑이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뱃속에 새끼를 배고 있었는데 산달이 다되었지만, 오랫동안 굶주려서 미칠 지경이었죠. 어느날 염소떼를 발견하고 저것 못잡으면 내랑 내 뱃속의 새끼 모두 죽는다는 필살의 각오로 염소떼에게 달려듭니다. 어찌나 용을 쓰며 달려들었는지 사냥을 마치고 새끼를 낳고는 죽어버렸습니다. 호랑이 때문에 뿔뿔이 흩어졌던 염소들이 돌아와보니, 엄마는 죽어있고 갓 태어난 새끼호랑이가 울고 있었습니다. 염소들이 이 호랑이가 불쌍하여 대신 키우게 됩니다. 이 새끼 호랑이는 “매에”하고 우는 법을 배우고, 풀을 뜯는 법을 배웁니다. 하지만 호랑이의 몸에 맞지 않는 음식을 먹고 자라게 되어 비실비실 볼품없는 모습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새끼 호랑이가 사춘기 시절을 지내던 어느날, 커다란 호랑이가 염소떼를 덮쳤습니다. 염소들은 모두 도망을 쳤지만 이 비실비실한 새끼 호랑이는 도망도 못가고 멍하니 서 있었죠. 큰 호랑이가 이 새끼 호랑이를 보자 놀라서 물어봅니다. 


“너 뭐냐? 너 왜 염소랑 살아?”


새끼호랑이는 말합니다. “메헤~~” 


큰 호랑이는 이 기막힘에 화가납니다. 호랑이의 수치인거죠. 몇 대 쥐어박았는데 이 새끼호랑이는 계속 “메헤”하고 울기만 하는겁니다. 큰 호랑이는 새끼 호랑이를 호수로 데리고 갑니다. 그리고 호수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게 합니다. 새끼 호랑이는 처음으로 자신의 얼굴을 보게 됩니다. 그 옆에 서있는 큰 호랑이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된거죠. 



그리고 큰 호랑이는 말합니다. “너는 나와 같은 호랑이다. 지금의 네 모습을 마음에 새겨라” 


그리고 큰 호랑이는 자신의 동굴로 새끼호랑이를 데리고 가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양고기를 줍니다. 그리고 먹으라고 합니다. 그러자 새끼 호랑이가 말합니다. 


“저는 채식주의자인데요.” 


“헛소리 집어치우고 먹어라” 


그리고 고기 한토막을 입에 넣어줍니다. 생전 처음 먹어보는 것에 숨이 막혀 켁켁댑니다. 


그러자 큰 호랑이가 말합니다. 


“씹어라. 호랑이는 풀을 뜯지 않는다. 달려들어 생명을 잡아먹고 생명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새끼 호랑이는 고기라는 새로운 깨달음 앞에서 숨이 막혔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고 고기를 씹어 삼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새끼 호랑이는 포효합니다.


최초의 호랑이 소리, 그 포효로 인해 호랑이의 몸에서 염소라는 과거가 뚝 하고 떨어져 나갔습니다.




- 작가 김경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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