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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태 Jan 12. 2022

직장 생활은 오래 했지만 이력서에 쓸게 없는 사람에게

| Connect the Dots


안녕하세요. 임진년 새해가 밝은지도 벌써 열흘이 지났습니다. 여러분 새해 좋은 꿈꾸셨나요?

2022년 여러분들이 해보고 싶은 것들을 목표로 세우고 그 첫 단추를 끼워가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저는 지난 12월 말부터 약 열흘간 휴가기간을 가지면서 그동안 미뤄뒀던 것들을 마무리했고 지금은 다시 회사로 복귀해서 업무와 함께 2022년을 계획하는 중입니다.


오늘은 제목에 기록해뒀던 “Connect the Dots”라는 문구에 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이 글은 직장 생활은 오래 했지만 이력서에 쓸만한 기술 한 가지 없는 사람들, 또 직장은 오래 다녔지만 자신이 잘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제목에서 언급했던 Connect the Dots는 지금은 고인이 되신 애플의 창업주 스티브 잡스가 2005년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 축사에서 언급했던 구절입니다. 너무나도 유명한 축사로 회자되고 있는 이 연설은 Stay Hungry, Stay Foolish라는 마지막 구절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분명 이 연설을 알고 계실거고 한두 번쯤은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이 연설에서 잡스는 총 3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합니다. 어느 한편 놓칠 수 없는 멋진 스토리텔링인데, 저는 개인적으로 세 주제 모두 다 좋았습니다만 특히 첫 번째 주제였던 “닷컴 비즈니스” 이야기에서 언급하는 오늘의 주제인 Connect the Dots 이 부분이 특히 감동적으로 와닿았습니다.



우리는 현재를 삽니다. 현재 자신의 행동이 과거 어떤 지점에 영향을 받아왔고, 또 미래의 어느 순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을 흐릿하게 인식하고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깨닫는 순간이 제대로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스티브 잡스는 그의 대학시절 고독과 방황의 과정에서 몰두했던 것들이 훗날 자신의 닷컴 사업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매우 현실적이고 직관적인 자신의 사례로 이야기합니다. 흘려들을 수도 있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분명 그의 이야기는 깊은 영감을 줍니다.



얼마 전 후배와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하던 중 이런 푸념을 들었습니다.


선배! 저도 회사생활이 10년이 넘었어요.
그런데 이 회사 나가서 다른 회사 취직하려고 하면 이력서에 쓸게 없어요.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부서에서 시키는 일 열심히 하면서 살다보니 엑셀이나 자료 만드는 것, 협업해서 의견 조율하는 것… 이런 것만 해오다 보니 나가면 직장을 못 구할 것 같아요.
세상은 경력직을 원하는데, 내가 가진 기술이 특화된 것도 아니니… 그러다 보니 이 회사를 떠날 수 없는 이런 상황이 되어버린 것 같네요.
서글프네요.


녀석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몇 년 전 제가 했었던 고민을 녀석도 똑같이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제가 고민했던 것들과 저의 해결법을 이야기해주었습니다. 그게 바로 스티브 잡스가 말한 Connect the Dots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자 그럼 저의 회사생활을 통해 깨닫게 된 Connect the Dots 이야기를 해볼게요.


저는 올해로 19년 차 삼성의 부장입니다. 회사에서는 제조업의 한 공정을 관리하는 엔지니어로 일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갓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했는데 전공은 있었지만 내세울만한 실력이 못되었습니다. 사실 그때 저는 제가 잘하는 게 뭔지 몰랐습니다. 그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시키는 일 마다하지 않고, 게으름 피우지 않는 것이 전부인 평범한 사원이었습니다. 그렇게 공장에서 3교대 근무를 5년간 했습니다. 5년 동안 제 업무의 7~8할은 엑셀이라는 프로그램으로 데이터를 정리하는 것과 그 데이터를 토대로 보고서를 쓰는 것이었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양의 데이터를 핸들링해야 해서 힘들었는데 부서의 한 선배 엔지니어가 VBA(Visual Basic Application)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엑셀을 정말 기가 막히게 활용해서 지속되는 반복 작업을 버튼 몇 번 누르면 되도록 구현하더군요. 그걸 지켜보면서 감탄했고 저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책을 사서 Visual Basic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코딩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또 대용량 데이터를 다루다 보니 Database까지 손을 뻗게 되었습니다.


6년 차에 전배를 가기 되어 사업장을 이동했는데, 그곳에서 저는 기존에 해오던 공정 엔지니어가 아닌 Database와 Web Page를 개발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지난 기간 동안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익혔던 것들인데 새로운 곳에서는 그것이 제 무기가 되었던 것이죠. 하나의 점이 새로운 선으로 연결되는 지점이었습니다. 그동안 부업 비슷하게 프로그래밍을 했다면 그때부터는 주업으로 하게 되었죠. 덕분에 실력이 모자라 힘겨웠습니다만 여러 다양한 교육 기회와 실무에 적용해보면서 한층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또 5년을 프로그래밍을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중 부서의 상사께서 갑자기 저보고 자료(PPT)를 만들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데이터를 가공하고 관리하는 일을 하다 보니 팀에서 사용하는 KPI 지표에 익숙하게 되었는데 그 점이 상사가 보기에는 자료를 만들 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프로그래밍은 부사수를 키우면서 업무를 이관하고 부서의 자료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자료를 만들면서 프로그래밍의 논리적 / 절차적 사고 능력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 데이터를 직접 가공해왔던 경험 덕분에 다른 사람들이 만든 데이터로 자료를 만들 때 누구보다 빠르게 데이터를 검증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자료 업무를 7년 정도 했습니다. 이 기간 동안 기획하는 법, 논리적 설득법, 스토리 텔링, 1페이지 제안서 같은 것을 수없이 연습해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저 역시 앞서 제게 푸념했던 후배처럼 제 이력서에 적을 수 있는 특기는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회사생활에서 진행한 업무들이 처음에는 모두 개별적인 점들로 인식이 되었는데 시간이 지나 보니 하나의 긴 선으로 연결이 되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2022년 저는 업무가 변경되어 다시 프로그래밍 관련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언어와 A.I & 알고리즘에 관한 내용이 많아서 새로 배워야 하지만 정말 새로운 부분이 아닌 과거에서 영속되는 하나의 점을 연결하는 부분이라고 인식됩니다. 또 지금처럼 제가 글을 쓰고, 유튜브를 촬영하고 편집하고, 강연을 하고, 책을 출판하는 이 모든 것들도 회사에서 해왔던 것들이 바탕이 되어 이루어지게 된 중간 결과물입니다. Web Page를 만들면서 해봤던 포토샵 기술로 썸네일을 만들고, 자료를 만들던 방법으로 책이나 유튜브 콘텐츠를 기획합니다. 물론 처음 해보는 영상 편집기술도 있는데 이것도 경험해보니 다른 개발 툴을 다루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적응이 빨랐습니다. 이렇듯 지금 제가 하고 있는 거의 모든 활동들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제가 배우고 익힌 모든 것들을 총체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

여러분도 자신이 지금까지 경험해 온 것들을 한번 되돌아보십시오. 자신이 경험이 없다, 무기가 없다고 하는 것은 아마도 여러분 스스로가 아직 자신의 장점을 발견하지 못해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누구나 살아온 시간만큼 특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단지 스스로 그것을 무기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제가 “발견”이라고 말했죠!

발견은 있는 것을 찾는 것입니다. 여러분에게 이미 탑재되어있는 그 능력을 명사로 끌어낼 수 있으면 됩니다. 어떡하면 그 명사를 찾을 수 있을까요? 그건 자신의 삶을 천천히 정리해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빈 여백에 자신이 태어난 해부터 지금까지 쭉 선을 그어놓고 그 선 위에 자신이 해온 활동을 간단히 기록해보세요. 이 기록은 단 몇 시간 만에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이 찾기 활동을 시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 무조건 지금 바로 시작하시고 틈틈이 이 페이퍼를 업데이트해나가십시오. 스스로 나 자신을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여러분의 페이지는 빼곡히 채워지고 여러분은 자신의 무기를 뚜렷한 명사로 발견해 내실 겁니다. 확실합니다.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라고 말했죠. 여러분 스스로 자신을 알아가면서 자기 속에서 숨어있는 무기를 꼭 발견하시기를 기대합니다.


조금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작가 김경태 -


#이력서 #connectthedot #스티브잡스


https://youtu.be/wSjTd3an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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