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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태 Dec 21. 2021

봤던 영화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한국영화들



몇 년 전, <왕좌의 게임> 드라마를 열심히 봤었다. 아마 시즌3가 나왔을 즈음에 이 드라마가 재미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시즌1부터 정주행을 했었다. 명불허전이었다. 몇 년 뒤, 이 드라마가 완결된 후 다시 정주행을 해보겠다며 시즌1을 다시 시작했는데 깜짝 놀랐다. 처음 봤을 때 전혀 보이지 않았던 장면들이 죄다 복선으로 주인공들의 미래를 암시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재미가 아닌 새로운 의미를 찾아보기 위해 다시 보기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최근 지나간 한국영화를 다시 보고 있다. OTT 서비스 덕분에 영화의 접근성과 편의성이 엄청나게 좋아지면서 생긴 취미다. 넷플릭스, 왓차, 디즈니 플러스, 애플티비 플러스를 번갈아 선택해가며 보고 싶은 영화를 찾아 재생 버튼을 누른다. 새롭게 디지털 리마스터링 된 예전 필름을 큰 화면으로 감상하고 있으면 평생 이렇게 영화만 보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만큼 매력적이고 즐거운 시간 놀이다.

 

얼마 전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을 시작으로 송강호 씨의 작품을 섭렵하는 중이다.  최동훈 감독의 작품을 연도순으로 다 봤다. 물론 다시 보기가 아닌 알지 못했던 작품들도 가끔 한편씩 보게 되는데 놀랄 만큼 웰메이드 작품이 많아서 눈과 귀가 너무 즐겁다.




영화를 다시 보는 활동은 이미 줄거리는 알지만 재미있었다는 기억이 더 지배적이기 때문에 이루어지는 활동이다. 나는 개봉 중인 영화도 극장에서 여러 번 다시 본다. 학창 시절에는 관람비 때문에 새 영화만 봤었다. 그러다 <터미네이터 2 – 저지먼트 데이>를 보고 나서 ‘이 영화는 꼭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극장을 찾았었다. 또 <쥐라기 공원> 1편도 그랬다. 비디오테이프가 출시되기 전 꼭 극장에서 다시 보고 싶은 영화는 재관람을 선택했었다. 이렇게 가끔씩 극장에서 두 번 보기를 했었는데 요즘은 OTT 서비스 덕분에 그 빈도가 훨씬 잦다.

 

그러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처음 볼 때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수많은 복선들이 다시 보면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는 것을. 첫 관람 때는 스토리를 열심히 따라가지만 재관람부터는 인물을  집중적으로 살핀다. 주연을 넘어 조연들의 연기와 상황을 이해하게 되고 그들이 던지는 무심한 대사가 후반부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런 재미는 처음 볼 때의 흥미진진함을 넘어서는 경우가 많다. 특히 <올드보이> <복수는 나의 것> <친절한 금자씨>를 볼 때 이런 숨겨진 깨달음을 많이 얻었다. 감독이 초록색, 보라색, 분홍색으로 복수의 색과 복수의 방식, 대상을 설정해서 표현해놓았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는 확 소름이 돋았다. 또, 급박한 진행으로 미처 이해하지 못했던 사건들을 다시 보면서 확실히 이해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영화 다시 보기가 이토록 즐거운 것 아닐까 한다.

 

새로운 영화를 보는 것도 좋지만, 예전에 봤던 영화를 다시 찾아보는 재미는 정말 추천하고 싶을 만큼 크다. 원래 진짜 맛집은 처음 먹어봐서 정해지는 것이 아니듯, 영화도 자꾸보고 이해도를 높여 해석의 공간이 늘다보면 점점 감독의 의도와 자신의 이해의 접점에서 참재미가 발견되는 것 아닐까!

 

여러분도 이 재미를 발견했으면 좋겠다.

 

#영화다시보기 #재상영 #취미 #영화보기 #한국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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