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경태 Apr 03. 2023

40대 후반, 영어공부하기 가장 좋은 나이…

| 서바이벌 잉글리시 시작


2023.04.02. Sun


I don’t have to be perfect.     

All I want to do is show up and enjoy the messy, imperfect, and beautiful journey of my life.     

It’s a trip more wonderful than I could have imagined.   



영어 실력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내 나이정도(아닐지도. 이런 표현 자체가 꼰대임을 드러내는 걸지도... 흠 ) 되어보면 이제 영어라는 족쇄는 자신의 발목에서 꽤나 헐거워져 있다. 영어 시험을 볼 일도 거의 없고 영어로 대화를 할 일은 더욱 없다. 한국에서 살면서 국내 회사를 다니고 있다면 말이다.


대학을 다니며 토플과 토익을 공부했다. 사실 토플은 겉멋이라고 해야 옳다.

“토플 정도는 공부해 줘야 영어 공부 하는 것 같잖아!!!” 이런 허세 말이다.


아무튼 나는 학생 때 허세를 가득 담아 영어 공부했다. 물론 성적은 엉망진창!

그리고 영어 성적 필요성이 목에 찼을 때 내가 선택한 길은 “어. 학. 연. 수.”였다.


UW Madison이 있는 위스콘신주의 매디슨에서 10개월간 지냈다.

물론 한국 사람들과 어울려 놀았고 함께 여행했다. 하지만 내 영어는 일취월장했다.

그때 내 생각은 이랬다.


‘네 명의 한국인이 식당을 가도 1명이 주문한다. 주문은 영어다. 내가 주문하면 된다.’

‘쇼핑을 가도 내 걸 내가 직접 산다. 영화표도 내가 직접 끊는다. 전화통화 할 일이 있으면 못 알아듣고 실패해도 그냥 내가 한다. 그냥 일단 해본다.’


이 마음으로 10개월을 살았다. 그랬더니 어느 날 들리지 않던 영어가 들리기 시작했고, 꿈에서 영어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고, 영어로 생각하는 나를 자각했다. “내일 아침에 집 앞에서 만나자”를 “See you tomorrow morning in front of my house”라고 아주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나를 발견하는 것 말이다.


(주제를 벗어나고 있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가 아주 자연스럽게 영어 면접을 치렀고, 취업에 필요한 영어 성적도 과에서 순위권에 들었다. 우수한 영어 성적 덕분에 회사에 입사한 이후 진급이나 그 외 다른 영어 성적이 필요한 일에는 프리패스였다. 그래서 나는 무척 자만한 채 살았다.



그런데...


작년 12월 아이들을 만나러 밴쿠버행 비행기를 타고서부터 내 영어에 문제가 있음을 깨달았다. 당연하다 20년 가까이 영어와 동떨어진 생활을 했으니 그럴 수밖에. 영어는 수영이나 운전처럼 몸으로 체득한 게 아녔던 거다. (물론 어떤 부분은 약간 몸으로 나오더라!)


문제는 듣기였다. 물론 말하기는 시도조차 힘들었다. ㅋㅋㅋ

텍스트로 쓰여있는 것은 읽어보면 대~충 느낌이 왔다. 내가 제대로 이해한 것인지는 사진을 찍어 번역기를 돌려보면 점검됐다.


그런데 듣기는, 상대의 말이 휘발되어 버리는 듣기는, 분명 내가 그리 들었고 그래서 정확하게 대답했는데 돌아서서 아내가 내게 물어보면 나는 나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나? 아 그때 그 말을 못 알아듣고 뉘앙스로 파악했는데 그게 아녔나?’

이런 느낌적인 느낌이 점점 자신감을 상실하게 만들었다.


급기야 스타벅스에서 아메리카노랑 라떼를 주문했는데 아메리카노 2잔이 나오는 일이 생겼다. 내가 분명 라떼라고 말했는데, 저 새퀴가 잘못 알아들었는데. 내가 잘못한 것 같았다.


그리고 결정적인 사건은 주유소에서 셀프주유를 하면서 생겼다.  

셀프 주유를 어떻게 하는지 유튜브를 통해 학습하고선 주유를 하러 갔다. 기름통을 가득 채우고 싶었지만 얼마나 들어갈지 몰라서(렌트한 차량이라서) 우선 $100를 결재했고 기름을 넣기 시작했다. 분명 처음 결재하는 $100는 디파짓 개념이라서 주유가 끝난 후 최종 금액이 정산되는 것이라고 배웠다. 그리고 주유기를 놓았는데 $100이 결재되었다. (진짜 기름이 100달러 들어감) 아내 카드를 사용했는데 아내가 두 번 결재된 것 아니냐고 내게 물었다. 나는 아니라고 했는데 아내는 카드사에서 승인이 났다는 문자가 두 번 왔다고 했다. 그때부터 내 머리는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문제 있어도 10만 원 그냥 손해 볼까? 아니야. 피 같은 돈인데 따져야지!’


나는 주유소 카운터를 찾아갔다. 아랍계 여성 점원이 일하고 있었다. 나는 질문에 앞서 미리 내가 할 말을 구글 번역기를 통해 다 익히고 얘기를 시작했다. 그녀는 잘 알아들었고 몇 번 주유기에서 주유를 했느냐? 몇 시에 했느냐? 영수증은 있느냐? 등등 여러 가지를 물어서 제대로 대답했다. 나는 카드 승인이 2번 났는데 그중 한 번은 취소가 되어야 하는데 취소된 게 맞는지를 물었고 그녀는 취소되는데 통상 10~20분이 걸린다고 했다. 그 대답을 듣고 그녀가 보여주는 단말기에서 내 주유 결재는 1번만 된 것을 확인하고 돌아왔다. 그런데 아내가 또 질문을 했다.


“제대로 들은 게 맞아? 카드 취소가 20분 걸리는 게 어딨어? 같은 곳에서 연속 2번 결제되면 의심스럽다며 확인 연락이 오는 세상인데...”


그때부터 나는 또 나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내가 말을 잘못했나? 잘못 들었나?”

점점 더 자신 없어지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결론은 다음날 한국 카드회사와 통화해서 첫 번째 결재는 승인되지 않았다는 확답을 듣고서야 안심이 되었다.


이 사건이 있은 후 나는 내 영어의 미진함과 다가올 내 삶에 있어 영어의 절실함을 느꼈다. 이제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현실에 영어가 있다.


그리고 귀국 후 다시 밴쿠버에 온 지난주부터 나는 내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 모든 기기의 언어를 영어로 바꿨다. 20년 전 그때처럼 몸으로 부딪쳐 영어를 말하고 듣기로 결심했다. 골프장에 가서 무작정 물어보고 플레이를 시작했고 도서관에서 무작정 카드를 만들고 책과 CD를 대출했다. 읽고 듣는 문제가 아니라 이런 일상적인 시도가 모두 영어 공부라는 걸 알기에 오늘도 무언가를 시도하는 중이다.


오늘은 도서관에서 “Harry Porter” 책을 찾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서 무작정 사서를 찾아가서 알려달라고 했다. 정말 친절하게 나를 책이 꽂혀있는 곳으로 데려다줬다. 난 거기서 멈추지 않고 다른 책도 찾아야 하는데 내가 어떻게 검색해서 찾아야 하는지를 물었고 그녀는 5분 넘게 내게 설명해 주었다. 그녀의 설명 10%도 못 알아 들었지만 그래도 나는 책을 어떻게 찾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어플을 통해 책을 찾는 방법과 예약법도 배웠다.


조금씩 조금씩 영어가 익숙해지는 순간이 오길 기대해 본다.


참, 어제 잠깐 딸아이랑 얘기하던 중에 “우리가 다닐 곳이라곤 돈 쓰는 곳뿐이다.”라고 말했는데, 그 이유는 내가 고객이 되었을 때 갑의 입장에서 영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돈을 써가면서 이것저것 자꾸 갑질 영어를 해본다.


“내 영어가 부족한 건 당연한 거고, 내 영어를 못 알아듣는 너네가 잘못된 거야!” 라면서 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