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들의 성장을 되짚어보자. 아이는 부모가 자신을 불러주는 말을 듣고 자신의 이름을 깨우친다. 또한, 듣게 된 말을 통해 사물의 명칭을 기억해간다. 부모는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보면서 “사자”, “호랑이”라고 그림을 가리키며 소리를 들려준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그것을 무엇이라고 부르는지 기억해간다. 아이가 알게 된 단어 수가 늘어가면서 조금씩 문장을 익히게 된다. 그리고 이 문장을 통해 아이는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법을 터득한다. 이것이 아이의 지적발달과정이다.
다음은 지적 성장 차례다. 지적 성장은 독서와 함께 시작된다. 부모가 읽어주는 책에서 시작되는 지적 성장은 아이가 글을 깨우침으로 인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한다. 읽기를 통해 자신이 관심을 가진 모든 단어에 대한 의미를 섭렵해간다. 읽기 능력이 발달하면서 받아들이는 단어의 수가 많아지고, 그럴수록 궁금증이 점점 늘어간다. 그리고 이렇게 알게 된 단어나 문장을 입으로 말하기 시작한다. “아니 얘가 어떻게 이 말을 알지?”라며 놀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이렇듯 결국은 읽기가 아이의 지적 성장을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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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글을 정확히 읽으려고 하지 않고 정확히 쓰려고도 하지 않는다. 대강의 의미만 통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읽고 쓴다. 인터넷에 있는 수많은 콘텐츠가 이렇듯 정제되지 못하고, 맞춤법도 지키지 않은 채 생산되어 소비되고 있다. 따라서 이런 글을 주로 읽어온 사람들은 자신의 읽기 능력을 반드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요즘 들어 읽기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느낀다. 대부분의 업무가 이메일로 이루어지다 보니 상대방의 메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그런 것 같다. 나의 읽기 능력이 문제인 경우도 있고, 상대방의 쓰기 능력이 문제인 경우도 있다. 물론 둘 다인 경우는 더 많다.
보통 상급자의 업무지시 메일은 짧다. 5줄을 넘기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렇게 하세요.”, “이렇게 해서 보고 해주시기 바랍니다.”처럼 간결하다. 그러나 상대방을 이해시키거나 설득하는 메일은 길어진다. 왜냐하면, 이해나 설득의 기저에는 ‘상대는 잘 모른다.’를 전제하기 때문이다. 짧은 문장에서 상대방의 의중을 파악하기는 쉽지만, 문장이 길어지면 어렵다. 이것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고 저것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손자병법에서도 “장수의 말은 짧고 명쾌해야한다.”라고 했듯이 업무 메일은 짧은 문장으로 될 수 있으면 짧게 쓰라고 가르치고 배운다. 또한, 초등학생이 읽어서 이해가 될 수 있도록 쓰라고 배운다. 하지만 쉽게 쓰는 것은 어렵다. 특히 조직 내 공공연히 사용되는 은어나 전문 용어들을 읽으면서 바로 이해 가능한 쉬운 단어로 풀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글쓰기』를 쓴 강원국 작가는 “한 문장의 빈 곳에 들어갈 단어는 딱 1개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적재적소에 필요한 단어를 찾는 것은 정말 읽고 쓰는 능력을 갈고닦아야지만 가능하다. 따라서 회사에서 상급자가 되어갈수록 읽기 능력과 쓰기 능력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상급자가 개떡같이 이야기해도 찰떡같이 알아듣고 정리해야 하고, 후배들이 외계어로 쓴 보고서를 제출해도 명확하게 이해하고 정리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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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았다. 언제부터 나의 읽기/ 쓰기 능력이 좀 더 나아졌는지 말이다. 언제라고 명확히 지정하지는 못하겠지만 아마도 읽은 책들이 쌓여가면서부터 나아지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책을 읽고, 읽은 책을 별도로 정리하면서 갖게 된 습관이 몇 개 있다. 첫째는 책에 밑줄을 긋는 것이다. 예전에는 책을 아주 소중히 아꼈는데 이제 더는 책을 깨끗이 읽지 않는다. 책에 줄을 긋고 읽는 순간에 떠오르는 생각을 여백에 바로 메모하는 것이 책을 더 소중히 다루는 태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책을 읽으면서 바로 줄긋고 메모하는 것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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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의맛>에서 발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