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 어떻게 읽을 것인가

제 1장 독(讀)한맛

by 김경태




독서를 숙제라고 생각해보자.


비록 선생님은 없지만 나 자신과의 약속이라고 다짐한다면 강제력이 생길까? 다짐만으로는 쉽지 않다. 수많은 독서모임이 생기는 이유도 바로 이것 때문이다. 혼자서는 금방 나약해지므로 주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 다른 이에게 나는 꼭 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이런 다짐으로부터 시작되는 행동이 바로 독서의 출발점이다. 그래서 나는 여러분에게 독서모임을 참석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혼자 다짐하고 10번 실패하는 것보다 독서모임에서 3번정도 실패하면 4번째는 해낸다. 여러분은 분명히 타인의 눈을 의식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또한, 분명히 성공을 원하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이 없다면 이 책을 선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추천하는 독서모임은 내 존재를 아는 사람이 없는 모임이다. 이유는 여러분이 짐작하는 바로 그것 때문이다. 나를 아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은 그를 의식하게 된다. 독서모임이라는 것은 책을 읽고 자신의 느낌을 말로 공유하는 자리다. 알고 지내던 사람에게는 자신의 새로운 모습이나 부족함을 드러내는 것은 창피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참석이 꺼려진다.

또한, 모임의 참가비가 비쌀수록 참석률, 집중력 그리고 참여도가 높아서 성공확률이 높다. 보통 주 1회 모임에 월 5만 원이면 불참이 잦다. 하지만 월 30만 원에 모두 참석 시 25만 원을 돌려주고 결석을 하면 환급이 안 된다면 어떻게 될까? 가성비를 따져 모임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이 훨씬 많을지도 모르겠지만, 참여하는 사람의 출석률은 거의 100%일 것이다. 돈이 아까워서라도 갑작스러운 약속보다 독서모임을 우선순위에 두게 될 것이다. 인간의 심리가 이렇듯, 독서습관은 결국 나 자신이 어떻게 마음먹고 시작하는가에 달려있다.


...



중학교 1학년 담임선생님께 배운 습관 중 지금까지도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것이 시간을 계획하는 것이다. 담임선생님은 항상 시험 2주 전 모두에게 숙제를 내줬다. 바로 2주간의 공부계획을 연습장에 직접 써서 제출하는 것이었다. 2주 전에는 준비할 시간이 넉넉했기 때문에 하루 한 과목씩 완료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고, 국어, 수학, 영어처럼 배점이 높은 과목은 이틀 정도 할애했다. 그리고 마지막 이틀은 복습할 수 있도록 계획을 작성해서 제출했다.

일주일 후 선생님은 다시 시험계획을 수정해서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작성한 계획 중 지킨 것도 있고 지키지 못한 것도 있어서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방식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그리고 시험 3일 전 다시 계획을 작성해오라고 요구했다. 그때부터는 긴장감이 높아져 일별 계획이 아닌 시간 단위로 계획을 세워 제출했다. 1년간 시간계획을 세워본 것이 중학교, 고등학교를 넘어 지금까지 내 삶의 시간계획 수립에 큰 도움이 되고있다.


독서전략도 앞서 언급했던 시험공부 전략과 똑같다. 3개월의 독서 목록이 있다고 가정하자. 당장 금주에 읽어야 하는 책을 최우선에 두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전체 리스트를 살펴보고 읽기 난이도와 두꺼운 책을 미리 점검해야 한다. 너무 일찍 읽으면 생각이 나지 않아 다시 읽어야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 모임 날짜에 맞춰 적당히 날짜를 조정하고, 어려운 책들은 조금씩 미리 읽어 나중에 분량을 못 맞추는 일이 없도록 짜임새 있게 계획해야한다.


...



3개월 동안의 독서 리스트라고 말했지만, 계획은 적당히 짧게 나누는 것이 부담이 적다. 만약 3개월에 10권이라고 계획했다면 첫 달 4권, 두 번째 세 번째 달에는 3권을 계획하자. 또한, 첫 달에 4권을 계획했으면 1주에 1권을 목표로 정하고 탁상 달력에 기록해두는 습관을 들이도록 하자. 읽었다면 볼펜으로 지우고, 달성하지 못했다면 차주에 읽어야 할 책을 반드시 먼저 읽고 읽지 못했던 책을 읽어야 한다. 물론 주 1회 모임에 참석해야 한다면 무조건 읽어야 한다. 책을 다 읽지 못했거나 시작조차 못 했다 하더라도 반드시 모임에는 참석해야 하고, 참석해서 읽은 부분에서 느낀 생각이나 제목에서 연상되는 것이라도 이야기하면 된다.


완독이 꼭 필요한 책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부담감보다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듣고 나와 다른 점을 느끼고 그것을 통해 교학상장 하는 것을 목적으로 꼭 참석하도록 하자. 이것이 바로 독서모임의 목적이다.


... ( <독서의 맛>에서 발췌 )

매거진의 이전글1-05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