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제가 딱 정해드립니다
#독서할 때 어떤 색 펜으로 밑줄을 그어야 하나요?
최근 내 책 <독서의 맛>을 읽었던 독자분께서 질문을 한 가지 해주셨는데 답을 하려고 키보드를 두드리다가 글을 쓰게 되었다. 그분의 질문은 이랬다.
“독서 습관을 만들려고 독서와 관련된 책을 읽던 중 제 책을 알게 되었고, 공감하면서 읽게 되어 비슷한 방법으로 독서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그런데 유튜브나 다른 책들을 보면 삼색 볼펜이나 색연필 등으로 책을 읽으며 필요한 곳에 밑줄을 긋는데 작가님은 어떤 색으로 밑줄을 긋나요? 어떤 방법이 효과적이던가요?”
현재 내 독서습관에 맞춰 답을 쓰려고 하다가 멈칫했다. 본질은 이것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어떤 색으로 밑줄을 그어야 하는가?”라는 질문 이전에 “왜 줄을 긋는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책 속의 문장을 통해 모르던 정보를 얻거나 알고 있던 정보를 명확히 복기하는 활동 이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책에 밑줄을 긋는 이유는 이 두 가지 중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다시 생각해보고 싶은 것을 표시하는 행동이다. 다시 말해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흐려지기 마련이고, 혹시 다시 책을 읽게 되었을 때나 책의 내용을 요약정리할 때 읽으면서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을 체크해 둔 것이 없다면 전부를 다시 읽어봐야 하는 비효율이 있다. 그래서 밑줄을 쳐놓는다면 쉽게 중요한 부분을 찾을 수 있고 요약할 수 있다. 그래서 색상보다는 밑줄을 긋는 행위 자체에 의미를 두어야 한다.
독서하며 밑줄을 그을 때 어떤 색을 써야 하는가는 부수적인 것이다. 조금 비약해서 표현하자면 정말 쓸데없는 선택이라고 말하고 싶다.
학창 시절 교과서를 공부할 때 선생님께서 중요한 것은 빨간색으로 밑줄 그어놓으라고 하셨다. 그때 나는 선생님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신 것들은 빨간색,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파란색으로 그었다. 그 외 필기는 검은색 이렇게 세 가지 색상을 사용했다. 색상을 구분해서 필기하는 것은 교과서를 다시 폈을 때 빛을 발했다. 교과서야 시험기간에 반드시 다시 펼쳐봐야 하는 책이어서 이런 방법이 크게 도움되었다.
하지만 지금 여러분이 읽고 있는 책은 다시 펼칠 일이 있을까? 물론 모를 일 이긴 하다. 나 같은 경우는 같은 책을 3~4번 정도 다시 읽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색상으로 밑줄의 의미를 구분해놓으면 분명 의미가 있다. 하지만 100권의 책을 읽었을 때 다시 읽을 책은 2~3권 수준이다. 그렇다면 사실상 밑줄을 긋는 행동은 다시 읽기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예전 글에서 한번 소개한 적 있는데 나는 독서할 때 한 번에 “3번 읽기”를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면서 1번, 밑줄 그어놓은 것들 것 노트에 정리하면서 2번, 마지막으로 블로그같이 웹페이지에 정리하면서 3번 이렇게 책 한 권을 읽으면서 같은 내용을 두 번 더 복습하는 방식으로 독서한다. 이런 방식의 독서에는 밑줄을 긋는 습관이 도움된다. 물론 중요한 것과 생각해볼 것과 같은 것들을 색상을 구분해서 줄 쳐놓는 것도 도움된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읽는다”와 “줄을 긋는다”, “배껴쓴다” 그리고 “생각한다” 이 네 가지다. 막상 삼색 볼펜을 빠뜨려서 책 읽을 때 필요한 밑줄을 못 그을까 봐 독서를 미루는 결정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런 행동은 어처구니없다고 생각되겠지만 색상과 밑줄에 집착하다 보면 이런 순간을 꼭 만나게 된다. 정말이다.
모든 계획을 상세하게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디테일에 빠져서 본질을 외면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한다. 물론 내가 세운 계획 중에도 그런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주간 계획표를 시간대별로 작성하겠다고 결심한 경우다. 매 시간마다 무엇을 했는지, 어떤 것을 할 것인지 모두 기록하겠다는 생각으로 시작을 하다 보니 잠시 딴생각이나 다른 일을 하게 되면 잊어버리게 되어 지속할 수 없었다. 그래서 우선 계획을 표시하고 다음날 업무를 시작하면서 전날 일정을 복기하면서 채웠다. 무언가 빠뜨리는 것 같았지만 잠시 시간만 내면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몇 개의 카테고리를 정해서 자기계발, 회사 업무, 운동,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등을 나눠 색상을 달리해서 주간으로 내가 활용하는 시간을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카테고리가 세분화되면서 색연필이 점점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이게 또 일이 되면서 다시 주간 계획표를 미루다 작성하지 않게 되었다. 시간관리에는 주간 계획표가 가장 좋다고 생각했기에 카테고리를 버리고 기입하고 복기하는 것만으로 다시 시작했다. 5~6주 연속으로 작성하다 보니 조금씩 틀이 잡히고 어떻게 작성하는 것이 효율적인지를 알 수 있었다. 시행착오의 결과였다.
위 사례에서와 같이 본래 목적이 있는데, 좀 더 상세한 무언가에 신경을 쓰다 보면 목적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생긴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책을 읽고 읽은 내용을 기억에 남기고 생각하며 지식과 지혜로 만드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좀 더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가다 보면 줄도 긋고 페이지도 접고, 포스트잇을 붙이기도 하고, 책에 바로 필기하기도 한다. 당장 내 눈에 보이는 펜으로 긋고 쓰면 된다. 핵심이기 때문에 빨간색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다시 펼쳐봤을 때는 처음에 핵심이라고 선택했던 것들이 핵심이 아닐 수도 있다. 약간의 힌트나 정보만 제공해 줄 수 있으면 된다.
체인지 그라운드(Change Ground) 의장인 신영준 박사는 독서할 때 밑줄을 긋지 않고 페이지를 접는다고 했다. 다시 봐야 할 곳이 페이지를 절반으로 나눠 위쪽에 있는 문장이면 위를 접고 아래쪽이면 아래쪽을 접는다고 했다. 그리고 다시 읽을 때 접은 페이지를 보면서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문장을 찾아보는데 없으면 그냥 넘어간다고 했다. 책을 처음 읽을 때와 읽고 나서 생각이 바뀐 것이다. 그걸 확인하기 위해 최소한의 힌트만 책에 남겨두는 것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독서방법이 있다. 여러분들이 그 방법 중 몇 가지를 시도해보면서 자신에게 잘 맞는 방법을 취사선택하면 된다. 본질은 책을 읽는다는 것이다. 그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결국 독자의 질문에 대한 내 답은 “그냥 눈앞에 보이는 펜으로 그으세요. 색은 상관없습니다.”이다.
- 브런치 작가 김경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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