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간 자기계발을 지속할 힘을 만들어 준 최초의 순간

한 순간이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

by 김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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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는 정확하지 않다. 2008년 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나는 피로했다. 아니 매우 지쳐가고 있었다. 2004년부터 시작되었던 3교대 근무가 나를 그렇게 만들어놓았다. 5년째 매주 잠자는 시간이 바뀌었다. 한주는 밤에, 한주는 새벽에, 또 한주는 낮에 잤다. 바이오 리듬을 믿지 않았었는데 그때의 축적된 피로도가 그걸 믿게 만들었다.


같이 근무하는 다른 동료들은 교대근무를 좋아했다. 물론 나도 처음에는 그랬다. 하지만 예민한 탓에 낮에 잠을 못 자게 되면서 점점 불행으로 치닫았다. 추가 근무가 없고 정시 출근 정시 퇴근하는 삶이었지만 수십 년간 몸에 밴 아니 어쩌면 인간이 존재하면서부터 본능적으로 각인된 "해 뜨면 일어나서 움직이고 해지면 자야 한다"라는 원칙 같은 삶을 방법을 거스르는 것은 힘들었다. 특히 나는 더 그랬다.


빛과 소음. 이 두 개는 나의 단잠을 방해했다. 야간 근무를 위해 내 방에 암막 커튼을 쳤다. 아내와 세 살 된 아들은 남편의 잠을 방해할까 봐 구석방에서 조심조심 시간을 인내했다. 그렇게 배려를 받아도 3시간을 자기가 어려웠다. 낮이라는 공기의 흐름과 기운은 나를 잠 속에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나는 힘들어 지쳐 날카로워져 갔고, 가족은 내 눈치를 살피며 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즐겁고 행복하자고 가정을 꾸렸고 자녀를 가졌는데, 가족의 밥을 벌기 위해 나와 가족이 서로 눈치 보며 인내하는 시간이라니. 이 고민 속에서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텨내던 때였다.



아내가 아들 녀석을 데리고 부산에 내려간 어느 날.


나는 주간 근무를 마치고 퇴근길에 극장에 들어 영화를 한 편 보았다. 보고 싶었던 영화가 한 편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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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킷리스트 (Bucket List)


너무 좋아했던 두 편의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As Good As it Gets)>의 잭 니콜슨과 <쇼생크 탈출>의 모건 프리먼이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 <버킷리스트>가 보고 싶었던 거다. 당시 나는 버킷리스트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영화가 시작되면서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나는 가슴이 뛰어 미칠 것 같았다. 살아있음에 감동했고 지금 이 순간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이 찰나가 얼마나 소중한 지점인지 느꼈다.


차를 몰고 집으로 오는 동안 나는 조급했다. 이 기분을 날려버리기 싫었다. 어서 집으로 돌아가 노트를 열어 머릿속에 폭풍처럼 일어나는 나의 버킷리스트를 기록하고 싶었다. 시간이 지나면 감동이 퇴색될 것 같았고 기억이 휘발될 것 같아서 마음이 급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가방을 내팽개치고 책상에 앉아 생각했던 버킷리스트를 직접 손으로 쓰기 시작했다.


아내와 런던아이에서 템즈강을 바라보며 키스하기

아내와 루브르 박물관에서 그림 관람하기

라이카 카메라를 구매해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같은 사진 찍기

오픈카 구매하기

해운대 바다가 보이는 전망 좋은 내 사무실 얻기

전망 좋은 서재가 딸린 집 사기

스카이 다이빙 하기

...


100개가 넘게 적을 수 있을 거라 자신하며 내달려 왔는데 막상 쓰고 보니 여남은 개였다. 더 놀란 사실은 무언가 거창하고 위대한 것들을 잔뜩 쓸 것이라고 자신했는데 막상 노트에 쓴 것들은 죄다 약간의 돈과 시간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생각했다.


'이게 정말 내가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게 맞는 건가?', '내 꿈이 이렇게 소박했나?'


버킷리스트를 훑어보면서 나는 내에게 문제가 있음을 직감했다. 그리고 문제가 무엇인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는 꿈이 많던 놈이었다. 어릴 때부터 꿈이 거창했고 상상력이 풍부한 녀석이었다. 어린 시절 대통령을 꿈꾸며 리더십에 목말라했고, 타이레놀 광고에 나오는 미국 대통령의 얼굴이 새겨진 바위산을 보며 나도 저기에 얼굴을 새길 수 있는 사람처럼 위대해지리라 꿈꿨다. 고등학생 때 만든 내 닉네임이 "꿈꾸는 소년"이었고, 사진을 좋아하게 되면서 내가 만든 나의 새 닉네임은 "꿈을 찍는 사진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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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나는 직접 그곳에 갔다. (붉은색 옷이 나다.)

난 항상 무언가를 꿈꾸어 왔고 그 꿈에 한 발씩 다가가는 삶을 살아오고 있었다. 사람들이 뭐래도 상관없었다. 난 내가 하고 싶고 가고 싶고 갖고 싶은 것들을 항상 바라고 이루고자 노력하는 삶을 살아왔었다. 미국 연수 중 어릴 때 꿈이었던 대통령 얼굴 조각상을 찾아간 것도 내 두 눈으로 직접 어릴 때 꿈꿨던 그곳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08년의 나는 꿈을 잊고 있었다. 현실의 고단함과 육체적 피로에 앞을 쳐다보지 않고 내 발아래를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어떡하면 내 삶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지워버리고 싶은 이 현실을 빠져나갈 수 있을까 생각만 하고 있었다.


다행인 것은 그때 나는 영화 <버킷리스트>를 보았고 이 영화를 통해 문제점을 명확히 할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지금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운명 같지만 그때는 그 지점이 내 변화의 시작인지 인지하지 못했다.)


나는 생각했다.


'내가 무엇을 하면 될까? 어떡하면 다시 내가 꿈을 꾸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그때 내 눈에 들어온 책이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였다. 읽어야겠다며 사두고서는 책장에 꽂아둔 지 오래된 책이었는데 그날 갑자기 내 눈에 그 책이 들어왔다. 무엇에 홀린 듯 단숨에 읽었고, 주인공 산티아고의 여정을 통해 지금 내 상황을 짐작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 *마크툽 "이라는 말을 머리에 새겼다.

(* 마크툽 : 아랍어로 "어차피 그렇게 될 일이다."라는 의미)


나는 산티아고의 여행을 읽으며 "생각해라! 움직여라! 지금이다!"라는 내 마음의 소리를 들었다.


그날 나는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것은 바로 어린 시절부터 해오던 것이었고, 당장 시작할 수 있었고, 힘들이지 않고도 할 수 있는 "독서"였다. 그렇다. 나는 독서를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물론 직장생활 동안 책 읽기를 멈춘 것은 아니었지만 예전 같지 않았었다. 다시 학창 시절처럼 치열하게 책을 읽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서재의 책장에 아무렇게나 꽂아둔 책들을 정리했다. 묵었던 먼지를 털어냈다. 읽지 않았던 책들을 한 곳에 모으고, 당장 읽고 싶다는 마음이 일어나는 10권을 별도로 뽑아 책상 한편에 쌓아두었다. 그리고 그동안 관심을 두지 않았던 자기 계발서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서점에 들러 제목이 낯익은 자기 계발 스테디셀러를 구매했고 목표를 세우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




그리고 13년이 흘렀다.


하루하루는 버거웠고 피곤해 그만두고 싶었던 순간의 연속이었다. 보이지 않는 성과에 조급했고, 금세 결과물을 내놓고 인정받는 사람들을 보면서 좌절했다. 하지만 지나고 난 뒤 돌아보니 모두 즐겁고 충만했던 순간들 뿐이다.


지금 나는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생각을 공유하고, 사람들을 부추기는 동기부여가라는 위치에 나 스스로를 포지셔닝했다. 2008년의 나와 똑같은 나지만 또한 완벽히 변한 나이기도 하다.


나는 꿈이 있다. 이제는 "꿈을 쓰는 작가"다.

매일매일 조금씩 내 펜촉을 벼린다.


그리고 조금씩 물이 차오르고 있음을 느낀다.

참 좋다.





이 글을 읽은 당신!

자기 계발을 미루거나 주저하고 있다면 어설프더라도 지금 바로 시작하는 것이 가장 빠른 순간임을 직감하기를 바란다. 일단 시작해보고 방법을 찾길 바란다.


그 시작이 독서이기를 바란다.


- 작가 김경태 -





(어설프지만 자기계발러를 위한 유튜브를 오픈했습니다. 함께 시작합시다!)

https://www.youtube.com/watch?v=-lqYAj-jA6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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