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남 사는 얘기에 관심을 가질까?
"함께 사는 세상", "모두가 한마음으로", "팀워크", "리더십"
이렇게 자주 들리고 어쩐지 좋아 보이는 말들을 조금 들여다보면 그 속에는 "혼자가 아닌"이라는 뜻이 숨어있다. 인간이 어떻게 창조되었는지? 진화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인간은 절대 혼자가 아니다.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연결되어있고, 사회적 관계에 의해 존재를 각성한다. 다시 말해 타인이 존재하기에 나(I)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냥 내 생각이다.)
나 혼자 존재하는 세상은 소멸이 결정되어있는 세상이다. 하지만 세상은 유지되고 있기에 우리는 혼자 존재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혼자가 아니기에 혼자이고 싶어 하고, 혼자가 아니기에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갈등이 생긴다.
3일간의 자기 발견 기간 동안 열심히 나 자신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어제의 글 말미에 나를 들여다본 소감을 간단히 적었었다.
아주 오랫동안 미뤄두었던 숙제를 시작한 느낌이다. 군데군데 빈 곳도 많고, 쓰다 보니 순간의 감정이 일어나는데 글솜씨가 모자라 정확한 단어를 생각해내지 못하는 순간이 많았다.
감히 "연대기"라는 제목으로 내 삶을 표현했는데 그건 내 에고가 시킨 것이다.
내가 나를 존중하지 못하고 내가 내 삶을 살아보고 싶은 삶이라고 규정하는 그 순간에 내 삶을 빛난다. 비교우위 / 비교열위 따위는 잊고 오로지 "나(myself)"에게 집중하는 그 순간에 진짜 내가 드러난다는 것을 이제 서서히 느낀다.
그래서 사람들이 나이가 들수록 삶에 집착하는가 보다.
어제까지가 내 이야기였다면 오늘은 그들의 이야기다.
이 새벽 나는 타인의 삶을 엿보기 시작했다. 함께 자기 발견을 하는 19명의 압축된 삶의 기억을 따뜻한 차 한잔과 함께 읽고 있었다. 네 명째 읽다가 갑자기 글이 쓰고 싶어졌다. 그래서 몇 줄 써보고 계속 읽기로 했다.
소설을 읽다 보면 주인공의 생각과 행동에 몰입하게 된다. 주인공과 그 주변에 일어나는 사건을 관찰자의 시점으로 바라보면서 그가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짐작해본다. 그리고 "나라면?"이라는 질문을 내게 던진다. 그게 소설을 읽는 매력이다.
자기 발견의 글은 소설이 아니다. 물론 자신의 기억은 매우 주관적이기에 사실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지만 상상과 오판이 가미되어있을 것이다. 여하튼 그들의 글을 읽으면서 흥미진진했고, 단어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어떤 감정이 들었다는 것은 내가 공감을 하고 있다는 의미일것이다.
한 명 한 명이 다 달랐다. 아니 특별했다.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내 삶이 너무 평범하다고? 드라마나 영화 속 주인공들은 정말 특별해 보이는 삶을 사는데 내 삶은 뭐 하나 특별한 재미없이 평범한 그래서 때론 지루한 삶 같다는 것 말이다. 그런데 내가 읽어본 그들의 삶은 모두 특별했다. 힘든 경험이든, 즐거웠던 경험이든 같은 순간을 살았는데 우리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었다. 신기하면서도 재미있고, 이상하면서도 섬뜩했다.
생각해보라. 길을 가다 마주치는 타인인데 그/그녀의 주변에 엄청 두꺼운 책 몇 권 분량의 이야기가 숨어있다는 걸. 통근 버스 안에 함께 타고 있는 사람들, 목적지는 같은데 저마다 다른 생각과 다른 경험의 삶, 그리고 다른 미래를 가지고 있다는 것.
놀랍지 않은가? 그리고 재미있지 않은가?
내가 느끼는 삶의 공간은 한정적인데, 그들의 삶은 내 삶의 영역 바깥에 존재해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란다.
사람은 모두 자신의 경험 안에서 해석하고 판단하고 결정한다. 그래서 오늘 내가 읽으며 느낀 그들의 삶 역시 내 생각의 틀 안에서 미추 희비를 가늠했다. 그런데 그건 영원히 밝히지 않을 내 판단일 뿐이다. 그들은 그들의 방식으로 여전히 살 것이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나는 오늘 커다란 인사이트를 다시 깨달았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말이다. 물론 법이나 도덕, 윤리의 잣대에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야 함은 당연하지만, 그 경계를 넘기지 않은 내 삶은 오롯이 내 생각과 내 두 발로 걸어 나가는 삶이기에 타인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물론 그것만큼 어려운 것도 없다.)
나 너무 신경 쓰고 산 것 아닌가 싶다. 그들의 삶을 보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한껏 비켜나간 삶이라고 생각했는데 고작 주어진 길에서 몇 센티미터도 벗어나지 못한 삶을 살고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글이었다.
겸허해져야 함을 느낀다.
- 작가 김경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