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마스크를 쓰고 다니시나요. 몇 개월 전만 해도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쓰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지금도 마스크를 계속 쓰고 다닙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젠 마스크 없이는 밖에 다닐 수가 없습니다.
저도 원래는 마스크를 쓰는 걸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갑갑하니까요.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쓰면서 제가 조금 변했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쇼윈도나 거울에 비친 제 얼굴을 보니 더 괜찮아 보이는 게 아니겠어요. 제 눈이 원래 이렇게 예뻤나 싶더라니까요. 게다가 제가 입 주변에 뾰루지가 잘 생겨 신경이 많이 쓰였는데, 마스크가 그런 것도 가려주니 맘이 너무 편한 거예요.
사람들로 가득한 출근길 지하철에 들어서도, 거리에 멋진 남자들이 지나가도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모든 시선에서 벗어나지는 걸 느꼈습니다.
이 복잡한 세상 속에서 저의 자아는 조용히 지워진 듯한, 마치 익명의 존재가 된 듯한 기분이랄까요.
그때부터 전 마스크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마스크 중에서도 코가 더 오뚝하게 보이게 하는 제품을 애용합니다. 그 마스크를 박스째 사 놓고 쓰고 있습니다.
친구들을 만날 때도 마스크를 쓰고 가는데 예전에는 어디 아픈 거냐며 걱정했지만, 이제는 그 마스크 좀 벗을 수 없냐며 핀잔을 줍니다. 제 말이 잘 안 들려 친구들이 답답하다고 짜증을 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전 마스크를 포기할 수 없습니다. 이제는 마스크를 벗으면 저의 얼굴이 강렬한 수술실 조명 아래 놓여, 현미경 같은 눈동자들에 완전히 발가벗겨질 것만 같습니다.
차라리 사람에게 얼굴이란 것이 없었으면 좋았을 텐데요. 우린 이 쓸모없는 얼굴이 달려서 결코 자유로워질 수가 없는 게 아닐까요.
사실 집에 혼자 있을 때도 마스크를 쓰고 있습니다. 거울에 비친 저의 맨얼굴을 보면 낯선 사람을 보는 것 같거든요. 제가 아닌 것 같아요.
전 이제 죽을 때까지 마스크를 벗지 않을 거예요. 마스크를 쓴 제가 진짜 저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