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살아야 하는 자신만의 확고한 이유가 있나요? 만약 그렇다면 참으로 부럽습니다. 전 도무지 모르겠어요.
삶은 하루하루가 지루함의 연속이고, 이 지루함이 깨질 수 있다면 무시무시한 사건이 일어나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삶이 행복할 수가 있습니까. 행복이란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겠는데요. 과연 존재하긴 하는 걸까요. 전 자기 입으로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을 신뢰할 수 없습니다.
전 우울만이 가장 정직한 인간의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도 만나고 싶지 않습니다. 친절하고 다정한 사람을 만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모두가 차가운 눈으로 노려보기만 합니다.
사람들은 모두 건강해지려고만 합니다. 늙지 않으려고만 합니다. 어디서 그런 삶의 열정이 나오는 걸까요. 활력과 생기가 넘쳐흐르는 사람들을 볼 때면, 너무나 뻔뻔해 보입니다.
꼬였다 비난하셔도 좋습니다. 이제 남을 이해하고 너그럽게 생각하고 모든 것에 감사하며 살아가자는 것도 지겹습니다.
그냥 맘껏 비아냥거리고 비웃으며 욕하고 싶습니다. 아주 편협하고 못된 시각으로 살아가렵니다. 그나마 그런 것이 지루함을 조금이나마 잊게 하니까요.
이젠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은 그냥 싫어하렵니다. 다름을 인정? 일 없습니다.
맘에도 없는 다정한 말 같은 것도 안 합니다. 나눔 따윈 없습니다.
삶에 대한 감사? 태어나길 바란 적도 없습니다. 애초에 나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태어난 것인데, 왜 감사해야 하는 걸까요. 삶이란 것이 그렇게나 대단하고 가치 있는 것인가요.
아픔, 피로, 분노, 실망, 짜증, 슬픔 중에 하나라도 느끼지 않는 날이 없는 삶에 대단한 가치가 있나요.
고통 없이 살 수 없는데, 고통 없이 죽을 수도 없습니다.
안락사 병원은 꼭 필요합니다. 삶을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가 없다면, 죽음만은 고통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지요.
이 삶이 언제든지 편하게 버릴 수 있는 것이라면, 우리의 삶은 견딜 만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제든 끌 수 있는 지루한 영화라면 전 조금은 느긋하게 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휴, 이렇게 이야기를 쏟아내니, 답답한 마음이 조금 해소되는 것 같네요. 아니 그런데 엄마한테 라면 끓여달라고 한지가 언젠데, 아직도 가져오질 않네요. 오랜만에 지랄을 좀 해야겠어요. 지금 배가 고파서 게임에 집중도 안 되고, 짜증이 나네요. 엄마는 대체 왜 사는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