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퇴사 중독자다. 회사에 다니는 것은 퇴사하기 위해서다. 보통 한 회사에서 1년 정도 일하고, 퇴사한다. 그리고 조금 쉬다가 다시 다른 회사에 들어간다.
1년 이상은 버텨야 내 몸에 스트레스가 가득 쌓여서 퇴사할 때, 충분한 쾌감을 느낄 수 있다. 물론, 퇴직금도 나오고.
내가 일하는 광고 업계는 워낙 이직이 잦은 곳이다 보니, 새로운 회사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특히, 나는 면접 때 말을 잘하기 때문에 취업을 잘하는 편이다.
퇴사할 때면 회사에 남겨지는 우울한 동료들을 보며 우월감을 느낄 수 있어 좋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내가 훨씬 자유로운 사람으로 느껴진다.
‘이 바보들아 나는 이곳에서 탈출한다. 고생들 해라. 한 달 정도 해외여행이나 갔다 올 거란다.’
퇴사 전까지는 뒷담화를 하며 회사 생활을 버틴다. 뒷담화 대상은 내 앞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지 않은 사람이면 누구나 될 수 있다. 나의 뒷담화를 듣는 사람의 호응을 토대로 그들이 내 편인지 아닌지를 측정하기도 한다. 회사 생활에서 뒷담화만큼 재밌고 짜릿한 것이 어디 있을까. 내 편을 찾고 결속을 다지는데도 이만한 것이 없다.
점심시간이나 커피 타임 때 뒷담화를 맛있게 나누고, 그것으로 부족하면 퇴근 후에 맥주 한잔하며, 못다 한 이야기를 쏟아낸다. 서로 웃음이 터지고 정말 즐겁다.
하지만 1년 정도 지나면, 이 짓도 지겨워진다. 퇴사할 때가 왔다는 신호이다.
아무튼 지난번 퇴사도 짜릿했다. 회사 전체 메일로 퇴사 인사를 전하는 건 그동안 해왔던 업무 중 가장 보람차고 뿌듯한 일이었다. 동료들에게 다정한 인사를 건네고 회사 밖을 나설 때, 들이마시는 공기는 무척이나 상쾌했다. 행복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퇴사를 한 지 삼 개월이 넘어가는데, 아직 취직이 되지 않고 있다. 혹시, 이제 내가 들어갈 수 있는 회사가 남아있지 않은 건 아니겠지. 어서 회사에 들어가야, 퇴사를 할 텐데. 퇴사 금단 증세가 오기 전에 어서 취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