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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후루 Apr 14. 2023

워라밸 혐오자

 여러분 모두 워라밸이란 말을 들어보셨죠? Work-life balance를 줄여서 부르는 말로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합니다. 아, 다들 아실 텐데 제가 쓸데없이 설명했네요. 아무튼 요즘 사람들은 워라밸을 중요시한다고 하더군요. 직장에서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퇴근 후에 개인의 삶을 더 누릴 수 있기를 원하는 것이지요. 오늘 뉴스 기사를 보니 MZ세대들은 직장을 선택할 때, 워라밸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뽑는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말이지요. 저는 이 워라밸이란 말이 싫습니다. 전 Work-life balance에서 life가 과연 좋은 것인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life 안에 즐거운 것들이 잔뜩 있는 듯이 말하더군요. 저의 life 안에는 고독과 권태뿐입니다. 


 저는 가족도 친구도 없습니다. 퇴근 후에 저를 기다리는 것은 싸늘하고 텅 빈 집뿐입니다. 그래서 퇴근 시간이 오는 것이 싫고, 금요일은 증오합니다. 저에겐 월요병이 아니라 금요병이 있습니다. 특히, 휴일은 지옥과 다름없습니다. 빨리 시간이 흘러 월요일이 되기만을 기다립니다.  


 전 일터에 있을 때, 외롭지 않고 마음이 더 편안합니다.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고, 나를 필요로 하는 일이 있습니다. 직장에 있으면 내 삶도 의미 있다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가능하면 직장에 오래 있고 싶습니다. 야근을 원합니다. 늦은 시간까지 일하다 지친 채로 집에 돌아가 그대로 잠드는 것이 좋습니다. 공허함을 느낄 틈도 없이요. 그런데 자꾸만 세상은 워라밸이며, 근무시간단축이다 하며 회사 밖으로 저를 빨리 내쫓으려고 합니다. 저보고 어쩌라는 걸까요. 집이 아니라 직장이 영혼의 안식처인 사람도 있을 수 있잖아요. 


 남들처럼 취미를 가지거나, 모임에 나가보라고요? 글쎄요. 일하는 것보다 딱히 더 즐겁지도 않은데 굳이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취미 같은 것에 열중하는 사람들은 일의 고달픔을 잊기 위해서 그러는 것 아닐까요? 전 그럴 필요가 없지요. 


 워라밸 혐오자. 네. 저를 그렇게 부르시면 딱 맞겠어요. 저 같은 사람이야말로 회사에서 가장 원하는 인재가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말입니다. 회사에서 저를 자르더군요. 불과 일주일 전입니다. 채용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는 이유로 말이지요. 그런 형식적인 절차가 대체 뭐가 중요하단 말입니까? 회사에 성실하게 나와서 열심히 일하는 것이 중요하죠. 겨우 그런 이유로 직원을 해고하는 것이 말이 됩니까? 정말 억울합니다.


 하지만 전 괜찮습니다.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어요. 세상에 널린 것이 회사 아닙니까? 다른 회사에 다니면 그만입니다. 이력서 내고 면접 보는 그런 번잡한 과정은 저에게는 필요 없습니다. 회사의 직원인 척하면서 출입하는 건 무척 쉽거든요. 다른 회사들도 이런 식으로 잘 다녔습니다. 물론, 월급은 받지 못하죠. 당연한 소리를 왜 하십니까. 전 돈 때문에, 직장에 다니는 것이 아닙니다. 즐겁기 때문이죠. 내일부터 새로 출근할 회사는 골라두었습니다. 벌써 설레고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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