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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후루 Apr 17. 2023

해외여행에 미친 인간들

 요즘 사람들은 해외여행에 미쳐있습니다. 해외여행을 많이 다닐수록 행복한 삶이라고 여기는 듯합니다. 일 년에 한두 번 있을 휴가 때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 열심히 돈을 모읍니다. 아니면 신용카드로 여행비를 쓰고 그 빚을 갚기 위해 열심히 일합니다. 오로지 여행을 위한 삶입니다. 여행하는 그때만이 행복한 시간이고, 여행이 끝나는 시점부터 불행한 일상이 이어집니다. 


 사람들로 북적대는 공항에서 무거운 짐을 바리바리 끌고서, 지루하고 갑갑한 탑승 절차를 거치며, 닭장 같은 비행기에 차곡차곡 실려서 몇 시간의 고행을 견디며 다른 공항에 내립니다. 일상이 얼마나 거지 같으면 그런 스트레스를 참으며 떠나는 걸까요. 어차피 글로벌화된 세상은 어딜 가든 표준화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세계 어딜 가든 사람들은 비슷한 음식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쇼핑을 합니다. 그런데도 다른 문화를 경험했다는 착각을 합니다.


 평점이나 리뷰를 꼼꼼히 살펴보며, 숙소와 식당을 찾고, 투어를 예약합니다. 마치 인터넷 쇼핑을 하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돈을 아주 합리적으로 잘 쓰기 위해 총력을 다합니다. 사실 사람들이 하는 것은 여행이라기보다는 소비 행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소비하는 것이 즐거울 뿐입니다. 여행지에서 쓰는 돈은 인생에서 아주 가치 있는 일에 투자하는 것이라 여기며, 맘껏 써보는 것이죠. 그저 사람들은 여행이라는 소비를 부추기는 미디어의 노예일 뿐입니다. 비판적인 사고 없이 그냥 세뇌될 뿐이죠.


 전 해외에 나가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죽을 때까지 해외에 가지 않기로 결심했기 때문입니다. 동네 산책만으로도 즐거운데, 뭐 하러 에너지와 돈을 낭비해 가며 먼 이국땅까지 가겠습니까. 매일의 풍경이 다르고, 제 안에 펼쳐지는 심상도 다릅니다.   


 물론, 제가 원할 때마다 자유롭게 산책할 수 없는 건 아쉽긴 합니다. 주인이 저의 목줄을 잡고 함께 나가줘야 하니까요. 잠깐만요. 그렇게 가여운 표정으로 보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 같은 개의 팔자라고 생각합니다. 


 전 행복합니다. 저에겐 평범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는 특별한 감수성이 있거든요. 인간들에겐 없는 능력이죠. 인간처럼 행복하지 못한 채로 오래 살면 뭐 하겠습니까. 전 인간보다 오래 살지 못하지만, 행복으로 꽉 찬 매일을 삽니다. 하루하루가 여행입니다. 


 저와 같이 사는 인간들도 조만간 해외여행을 간다고 한껏 들떠있네요. 저도 데려갈지 말지 열심히 토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 절대 가지 않을 거랍니다. 그냥 산책이나 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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