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가게가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은 삶의 의미를 구하기 위해 그곳을 방문해 왔다.
사람들이 사가는 의미는 다양했다. 어떤 이는 종교를, 어떤 이는 자식이나 연인에 대한 사랑을, 어떤 이는 애국심을, 어떤 이는 재산을, 어떤 이는 지위를...
가게를 나서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언제나 만족스러운 미소가 지어졌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 가게는 문을 닫았다. 사람들이 찾아와 문을 두드리고, 고함을 지르며, 소란을 피우기도 했지만, 굳게 닫힌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의미를 살 수 있는 곳이 없어지자, 사람들은 의미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조악하게 만들어진 가짜 의미들도 시장에 나돌기 시작했고, 그것들이 가진 독을 사람들은 빨아 대었다.
그마저도 구하지 못한 이들은 다른 사람의 의미를 빼앗거나, 파괴해야만 직성이 풀렸다.
시간이 갈수록, 의미를 갖지 못한 사람들은 늘어만 갔고, 사회 곳곳에 공허한 눈빛이 유령처럼 퍼져나갔다.
사람들은 그때그때 유행하는 것을 쫓아 귀신에 홀린 듯 돌아다녔다. 그러다 사소한 일로 폭발한 분노를 약자에게 쏟아내기도 했다.
세상이 거의 미쳐갈 때쯤 그 가게는 다시 문을 열었다. 다만, 의미가 아닌 무의미를 파는 가게로 바뀐 채로.
가게를 찾은 손님들은 무언가를 살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며, 각자의 무의미를 소중하게 껴안고 그곳을 나섰다. 손님들의 발길은 계속해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