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록 #2024년: 한해 마무리

기록을 남기다

by 마니

1. 이렇게 아빠가 된다

아이의 50일, 100일, 200일, 돌까지 순간이었다. 처음 목을 들던 때, 입모양을 오~ 하던 때가 있었다. 밤 낮 없이 자다 울다하던 시간이, 100일의 기적인가 싶던 첫 통잠을 자던 날이 있었다. 어느 날은 눈을 마주치며 방긋 웃기도 했다. 얼굴을 보고 있으면 아빠빠 하며 옹알거렸다. 내가 먼저 뒤집는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스스로 앉고, 이유식을 먹고, 기어 다녔다. 쌀알처럼 붙어 앞니가 나고 혼자 서기 시작했다. 또렷하게 '아빠'하고 부르던 순간이 소중하다.

이렇게 순간들을 함께하며 아빠가 되어간다.

(돌잡이는 붓을 들었다^^)


2. 기록을 남기다.

어느덧 30대가 되었다. 비슷한 하루가 반복되다. 뭐 했을까 하는 날들이 많았다. 분주하게 뭔가 한 거 같지만 지나고 나면 기억나지 않았다. 아무것도 한 게 없나?! 싶었.


출근길 지하철에서 롱블랙 글을 읽었다. '기록학자 김익한: 열심히 살았는데 남는 게 없어 억울한가요?'라는 글이었다. 기록하지 않기 때문에 기억하지 못하고, 기억하지 못하니까 의미 없는 하루들이 쌓인다는 내용이었다. 망치로 머리를 맞은 느낌이 들었다. 그날부터 기록하는 사람이 되겠다 다짐했다.


하루를 기록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 운동한 것, 아기를 관찰한 것, 오늘 먹은 음식, 떠오르는 생각들을 기록했다. 일주일이 쌓이고 한 달이 쌓이니 보였다. 시간을 보낸 흔적들이 남았다.


3. 힘들 땐 쉬어간다

직장 생활 10년이 되었다. 직장생활을 시작할 때는 10년 차가 되면 무언가 대단한 성취를 이룰 거라고 생각했다. 단단하게 쌓인 커리어가 생기고 큰 업적을 남길 거라고 말이다.


내가 맞이한 10년은 그렇지 않았다. 커리어에 대한 고민계속한다. 내세울 만한 업적도 없었다. 주변사람이 큰 프로젝트를 맞고 리더 역할로 바뀌어가는 것을 보며 조바심이 났다. 나는 계속 제자리에 있는 것 같고 남들은 나아가는 것 같았다. 왜 나에게는 좋은 기회가 오지 않는 걸까 한탄했다. 일을 잘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그냥 쉬자"하며 도망치듯 안식휴가 한 달을 사용하기로 했다. 조바심이 나고 불안하니 집에서 아내랑 아이와 보내는 시간에 충분한 마음을 기울이지 못했다. 지치지 않은 상태로 아내랑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한 달의 안식휴가를 보냈다. 아내랑 아이와 함께 일상을 보냈다. 눈뜨고 일어나 웃고 같이 밥 먹었다. 낮에는 산책을 나가 커피 한잔을 즐겼다. 때로는 인천으로, 가평으로, 강원도로 여행을 떠났다. 충만하게 하루를 느끼고 주변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안식 휴가 한 달이 끝났을 때 내 마음은 평온했다. 아무것도 달라진 건 없었지만 조바심도 불안감도 없었다. 온 마음을 다해 다시 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주변을 천천히 살피며 인상적인 순간을 포착하며 살자 다짐했다.


4. 이제는 소화가 더디다.

배가 터질 만큼 먹어도 몇 시간 지나면 탈없이 소화되곤 했다. 밤늦게 먹어도 다음날 속이 불편하거나 아픈 경우는 없었다. 매운 음식도 좋아했다. 불닭볶음면, 틈새라면, 청양고추 등등 매운 음식을 찾아서 먹었다.


올해는 다르다. 과식을 하면 속이 더부룩한 느낌을 넘어 온몸에 힘이 빠지고 무기력했다. 마치 몸살인 것 같은 느낌이었다. 밤늦게 먹으면 다음날 속이 불편하고 쓰렸다. 한 번은 신나게 청양고추를 넣어 고기쌈을 먹었다. 그리고 다음날 하루 종일 쓰라린 속을 부여잡았다. 이런 말이 절로 나왔다. '와아.. 나.. 나이 먹었나 보다...'라고 말이다.


5. 위내시경 받지 못한 웃픈 사연

위염이 있어서 매년마다 위내시경 검사를 받는다. 올해도 검사를 받았다. '자 10에서 1까지 숫자를 세보세요~'라는 의료진에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10,9,8을 세다 보면 어느새 스르륵 잠이 들고 번쩍 눈을 뜨며 깨어난다. 간호사는 나를 보며 '검사 다 끝났어요~ 어지러우니 조금만 더 누워있다가 조심해서 일어나세요~'라고 했다.


정신을 차려 보니 옆에 종이 하나가 있었다. '음식물 잔류로 인한 검사불가'라고 쓰여있었다. 음식물이 다 소화가 안 되어서 그렇단다. 여태껏 저녁을 먹고 다음날 검사를 받아도 별 문제가 없었는데.. 이제는 정말 소화력이 약해졌구나 싶다. 운동도 필요하지만 나이 변화에 맞게 과식하지 않는 습관이 필요하다...


2024년을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