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에서 웃다

참여형 연극

by manit

좋아하는 것 앞에서는

조금 민망해져도 괜찮다.

부끄러움도 추억이 되는 순간,

나는 무대 위에 있었다.






결혼 전, 연극 보는 걸 즐겼다.

스릴러, 로맨스, 코미디… 뭐든 다 좋았지만

그중에서도 참여형 연극을 가장 좋아했다.


배우와 관객이 눈빛을 나누고,

호흡을 주고받는 그 분위기.

연극의 일부가 된 듯한 기분이

참 좋았다.


그래서 티켓을 고를 땐 늘 1열.

숨소리, 표정, 작은 제스처까지 느낄 수 있는 자리.

가끔은 배우와 눈이 마주치는 그 짧은 순간이

하이라이트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 덕에 관객 참여 기회도 종종 있었다.

보통은 가벼운 대사 응답이나 리액션 정도였는데,

그날은 좀 달랐다.


“이쪽 분, 무대로 나와주세요!”


갑작스러운 호출에 순간 당황했고,

무대 위로 올라가는 발걸음이 살짝 어색해졌다.

조명이 나를 비추는 동안,

어디를 봐야 할지 몰라 멀뚱멀뚱.


그때 객석에서 누군가가 조용히 속삭였다.

"어떡해… 진짜 나가기 싫었나 봐."


헉. 아니요… 진짜 좋아해서 온 거예요.

다만, 조금 부끄러웠을 뿐이에요.


순간 부끄러움을 무대 위에 두고

연기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소파에 쓰러지는 장면에선

죽은 척도 제법 진심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자리로 돌아가려는데

배우 한 분이 웃으며 말했다.

“억지로 나오게 해서 죄송해요.”


그 말에 나는 피식 웃음이 났다.

아뇨, 억지 아니에요.

정말 좋아서 나온 거였어요.

다만… 조금 굳었을 뿐이에요.


연극이 좋아 1열을 고집했고,

그날의 민망함도

결국은 웃음으로 남았다.


좋아하는 걸 할 때면,

약간의 부끄러움쯤은

괜찮은 부록이니까.


참여형 연극.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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