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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웨이 Oct 30. 2023

할머니는 바보다! VS 엄마는 바보다!

-초딩일기  -


본래 계획대로라면 딸 새 아파트 옆, 아파트로 이사하여 오후의 시간은 손녀의 어린이집 하교 도우미와

돌보미 역할로 바쁘게 열심히 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인생이 어디 맘대로  계획대로 된 것이 하나라도 있었던가. 노력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아직은 때가 아닌가 보다. 아직도 이사를 못 갔다.

 내 이사문제는 머. 사실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손녀 하교도우미 역할이 걱정이었다. 도와준다고 했는데...

그러다 손녀의 어린이집 등원은 시작되었고 직장에서  딸은 중책을 맡아 한창 더 바빠진 참이었다.

내가  교외에서 날마다 출퇴근을 해야 할 형편이었다. 나는 자신 있다고 했지만 내 건강이 염려된 딸과 사위는

고민 끝에 잠시 쉬고 있는 손녀 고모를 서울에서 내려오게 해서 같이 거주하면서 도움을 받고 있는 중이다

단, 고모가 무슨 일 있을 때에  한해서 내가  잠시 돕기로 했다


오늘이 그 무슨 날로 고모 대신 어린이집 하교 도우미로 나선 날이다. 도우미 두 번째 날이다.

첫 번째 날은 어린이집 샘 품에 서 나온 손녀가 오랜만에 본 할머니인 나를 낯선 듯이

보다가  겨우 내게로 와서 남들이 '진짜 할머니 맞아?'라고  할까 바 민망했다

이번에도 또 그러면 어떡하지?라는 걱정 아닌 걱정을 품고 딸 집에 갔다. 아직 하원 시간

까지는 시간이 남았다. 딸 집에 가서 친정어머니가 해야 할 루틴은 누가 가르쳐 준바 없다. 내가 눈으로 본

 것은 대청소, 밑반찬 만들어 주기, 빨래., 육아, 전천후 가사노동이었다.

행여 자신처럼 대가 없는  가사노동자 주부로 전락될까 봐 노심초사.. 절대 사표 내지 말라 과도하게 살림을 해주신 친정엄마 덕분에 난  그냥 직장일만 잘하면 되었다. 일찍 세상 뜬 친정아버지 때문에 어려운 형편의 친정에  경제적 도움이 내 역할이었다. 그래서 나는 김장 한번 내 손으로 해 본 적 없는 이상한 할머니가 되었다. 딸의 빈 집에 막상 들어서니 갑자기 머부터 해야 하나 머리가 텅 빈다. 마침  전화 온 여동생에게 묻는다.

뭐해야 할까?  아무것도 하지 말으란다. 언니가 하면 다시 손봐야 하니...      

맞다. 손녀 밥그릇 설거지했더니 손녀 밥그릇 수세미는 따로 있다고 딸이 다시 한 적도 있다.

나는 살림 바보다.



1. 할머니는 바보다


막상 초롱교실에서 나오는 손녀는 걱정과 달리  날  보고 씩 웃는다. 웃는 모습이  마치 꽃 한 송이가 활짝 피는 것 같다.

안 본 사이 더 컸다. 선생님에게 손녀를 넘겨 안으면서 손녀 칭찬을 받는다.

손녀가 인기가 많다고 , 칭찬하신다. 이제 이십 개월도 못 된 아이는 무엇으로 인기가 많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일단 자기만이 아니라 다른 아가들에게도 관심을 많이 가진다는 이야기이겠지.

유모차를 끌고 갔었다. 급히 나가다 보니 신발장에 보관하려고 걸리작거리는 유모차 손잡이를 떼어놓은 걸 미처 다 달지도 못하고 그냥 간 거였다. 내 품에 앉긴 손녀를 유모차에 태우려 보니 손잡이가 안 끼어져 있다는 걸 발견했다. 손녀를 다시 내려놓고  끼우려 하는데  위, 아래 방향이 자꾸 뒤집어진다. 그리고 옆에 엄마들의 시선이 다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아  무엇보다 보채지 않고 할머니가 하는 것을 뚫어지게 보는 손녀가 부끄러워 얼른 손녀를 앉고 한쪽 손으로 그냥 유모차를 밀고 가다가 사람들 시선이 없는 곳에서 겨우 달아서 태워 왔다.

그 손잡이를 다는 동안 손녀가 지루할까 봐

"할머니는 바보래요. 바보.. 바보 할머니..."

일부러 과장되게 동작하면서 힙합톤으로 자작 노래를 불러주었더니 손녀는 까르르까르르... 웃고 너무너무 좋아한다. 그리고 바보.. 바보 자기도 자꾸 입모양을 보고 따라 한다.

겨우 집에 도착했다

냉장고를 여니 간식거리가 떡볶이가 있었다. 이 떡볶이를 아이입에 맞추는데 세 차례의 개조를 거쳐 마지막은

단호박죽도 섞어 이상한 사차원의 떡볶이를 만들었다. 그 과정을 내 품에서 팔이 아프면 혹은 지 식탁을 이동시켜 가면서 보여주고 재료를 만지기도 하면서 같이 종알종알 재밌게 이야기를 해주면 싫증 내지 않고 나를 지켜보고 안 먹겠다고 손으로 거절하고 뱉어서 주방 바닥을 난장판을 만들기도 하고 진땀이 낫지만

어떻게 저녁까지 먹였다. 냉장고에 남은 북엇국을 덥히고  밥을 말아서 한 공기 잘 먹었다.  밥 먹이는 것도

스스로 밥 먹는다고 고집하는 손녀. 뿐인가  흘리고 숟가락을 일부러 방바닥에 떨어트려 그걸 주워 다시 주는 할머니 모습이 재미있어 자꾸 숟가락을 떨어트리는 손녀와 가벼운 실랑이까지 하다 보니 어느새 딸 퇴근시간.  난장판이 된 주방바닥을 잽싸게  감촉같이 깨끗이 치웠다.

 초보 할미돌보미아웃하고  집으로 귀가했다

가는 도중 내내 웃음도 나오고 다음엔 더 잘해야지 결심까지 하고..


'포크 포크 '한창  사람들 입 모양을 따라서 말 배우기 시작하는 손녀는

오늘 내가 발설하는 바보라는 언어를 수없이 따라 했었다. 바보라는 단어 속에 할머니라는 단어와 같이 배우는 건가.. 잘 하는 짓인지 잘못하는 짓인지 상관없이

손녀에게   할머니가 바보라고  고백하는 나는 재미있고 즐거웠다



2. 그래 , 네 엄마는  바보다. 그래서???


모처럼 많이 긴장하고 많이 움직였는지 피곤해서 일찍 누웠는데 딸에게 전화다

'엄마, 과일칼 어디다 두었어?

아까 진이 후식으로 깎아 준 것. 엄마가 나 진이랑 샤워 헐 때 설거지하시더구먼...'

'그래? 나 모르겠네 , 칼집에 없어?'

'없어요. '

'그래? 나도 기억에 없는데...'

'알았어요 엄마 주무세요 내가 찾아볼게요..'


한참 후에 딸 전화. 약간 까칠한 목소리


'엄마 싱크대 아래 칼집에 넣었네. 근데 엄마 그곳은 진이 손 닿는 곳이라

진이 위험해요. '


습관대로 무의식으로 내 집 주방의  칼집자리에 넣어 둔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딸 생각해서 해 준 몇 개의 설거지가 오히려 딸 칼 찾는 시간을 버리게 한 것인가?

 아니 근데... 왜 딸 목소리는 까칠하게 느껴지지...

그래 , 네 엄마는 바보다

혼자 중얼거려 본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할머니 바보는 나도 기분 좋고 재미있는데..

딸이 나를 바보라고 느끼는 건 기분이 안 좋다


왜 그럴까???


오랜만에 초등학생처럼 그림일기를 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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