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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로망의 공간을 만나다

- 찻잔이 있는 풍경-

by tea웨이

살다보면 밥그릇과 찻잔의 포트 폴리오를 조정할 터닝 포인트가 온다. 그러나 쉽지는 않다. 본디 더..더 채우고 싶은 것이 밥그릇이다. 그러나 내박쳐 두었던 찻잔을 돌보는 이막을 시작하고 싶은 사람은 적정선에서 멈출 줄 알아야 한다. 최저 연금이라도 받을 수 있는 근무년차가 20년 이었고

남편에게 기대지 않고 최소한의 미니멀 기초생계비.그게 나의 적정선이었다




드디어 사표를 냈다 그렇게 마음 속으로 준비하고 각오했음에도 . 앞머리는 계속 듬성듬성 빠지고 갑자기

내게 자유롭게 떨어진 시간을 룰루랄라 여유있게 쓰지도 못하였다. 역시 나는

쫄보다. 오히려 더 치열하게 나를 찾아야 한다고 긴장하고 노력 했으니...


평생교육원의 사진반 쪼끔, 민화반 쪼금, ..작가교육원 조금 길게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 헤메었다. 나는 정말 치열하고 절벽에서 위태위태 했었다. 그럴 필요도 없었는데 그 때는 그랬다.

처음 안 가본 길이었기에 그랬을까 . 근데 가장 힘들었던 것은 나를 가장 잘 이해할 것 같은 지인들이 여유있는 중년아줌마의 취미생활 쯤으로 알고 한번씩 내 맘을 쑤시고 가는 것이었다



누구나 자기 로망의 공간과 시간이 있다

레드카펫 공간, 싱어게인 무대, 전원주택 공간, 좋아하는 카페 공간..

내 로망의 공간은 교실도 교육청도 교장실도 . 그것들은 내게는 가장 답답한 공간이었다

내 로망은 비울 수 있는 것을 모두 다 비워낸 스님들의 선방이었다.



--내 인생 이막의 시작은

--내 인

-내 여행ㅇ어어길에 어쩌다 들른 담양의 소박한 찻집에서 차 한잔을 대접받았다.

정성스레 키운 야생화, 제대로 갖춘 다기로 우려 마시는 녹차, 품위 있는 유기에 담긴 차백설기,

일일이 수놓은 하얀 다건 , 빨랫줄에 널린 풀 먹인 모시가리개, 사장님의 비단치마와 버선에 모던한 검정스웨터.... 반한 것이 많지만 내 느낌은

모든 절차 다 떼어내고 그냥 공간 안에 들어온 마음들만 집중하는

마음만 그대로 전하는 찻잔의 발견이었다


세속에서 내 로망인 스님들의 선방을 닮은 공간의 발견.

담양 명가은 찻집의 찻잔에 대한 내 첫 느낌이었다



.. 생 이막의 시작은..--내 인생 이막의 시작은..


그러나 인생 이막도 마음 만으로는 살 수 없다. 최소한의 밥그릇은 필요하다. 일막이 먹고 살기 위해 쫒기듯 의미도 즐거움도 없이 살았다면 이막은 좀 여유있게 즐기면서 자기 답게 살자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 어찌되었든 이건 영업이고 장사인데 .. 내가 할 수 있을까 .나처럼 말도 잘 못하는 비사교적인 내가..안 돼 .


그러나 명가은 찻집 운영 방식에서 길을 찾았다. 용기를 얻었다


찻값을 사람이 아니라 돈통이 받는 곳

"명가은 안으로 들어서면 집안 곳곳에 밴 주인의 정성을 읽을 수 있다. 다상에는 다기가 가지런히 놓여 있고 손님이 없는 다상에는 상보를 덮어 먼지가 앉지 않도록 배려했다. 또 짧은 치마를 입고 찾아온 여성 손님을 위해 방에 편안히 앉을 수 있도록 쪽빛과 남빛으로 물들인 치마도 만들어 두었다. 보온병에 늘 따뜻한 찻물이 준비돼 있으므로 원하는 대로 녹차를 즐길 수 있다. 주인은 외출할 일이 있으면 문을 열어 두고 언제든 자리를 비우는데 주인이 없더라도 녹차를 마신 후 돈통에 돈을 넣고 나오면 된다. 녹차값은 5천원으로 정해져 있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는 성의껏 내도 상관없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녹차 잎을 이용해 다식을 만드므로 이때 명가은을 찾으면 다식을 맛볼 수도 있다.

건물 뒤켠으로는 대나무밭이 펼쳐져 있고 잔디가 깔린 마당에는 감나무와 키위나무가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서있어 주변을 산책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오전 11시부터 저녁 7시까지만 영업한다."

-초창기 여행정보 속의 명가은-


찻값을 사람이 받는 게 아니라 돈통이 받게 하는 것.

찻집을 첨 열었을 때 , 찻값을 받을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저 손님은 제자라서 , 저 손님은 우리 아래층 ㅇㅇ엄마라서 , 아들 담임이라서, 친정조카....


찻집 시작이 전원의 차실 공간에 놀러 오신 분들에게 차 한잔 대접해서 보내시고

다시 놀러오신 분들이 미안해서 차 한통씩 사오시다가 , 차 사오시는 것을 깜빡 하시다가

그냥 돈 오천원씩 돈통에다 넣다가 돈통에 넣고 가는 것으로 시작되었다는 찻집,


돈 버는 찻집과 꿈꾸는 찻집 사이에서 고민했던 나에게 대답을 주신 공간.

내 찻집의 롤모델이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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