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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냉장고 속이 궁금한 자식

-. 엄마의 통장 속이 궁금한 자식, 엄마의 마음속이 궁금한 자식-

by tea웨이

아무것도 안 드셨다. 못 드시는지 안 드시는지... 유일하게 마시는 게 식혜였다. 밤새 수척해진 엄마 모습이 안타까워 나와 여동생은 식혜를 달라고 하면 넉넉하게 가급적 거절 안 하고 드렸다. 그 당시에는 금방 돌아가실 듯이 보였다. 그러니 조금 더 마시는 것이 얼마나 나쁠까 하는 심정이었다. 그러나 정량 이상, 더 이상 아무것도 안 드리는 것이 맞다는 남동생의 고집 때문에 줄여서 드렸다. 그랬더니 요즘들어 나에게 화내신 적이 거의 없으셨던 엄마가 화를 내셨다. 자기를 음식조절도 못하는 치매노인으로 안다고... 그것뿐이 아니었다. 기저귀 사이즈 가지고도 잘 사 왔네 못 사 왔네 다투고 늘 하던대로 하는 n분의 1로 나누는 병원비에 가지고 있던 속마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어머니에게 육아와 살림 도움을 가장 많이 받았던 남동생과 내가 더 냈어야 하는데 똑같이 나눈 것이 눈치 보였고 그러다 동생이 우리 결혼 전에 우리 식구 언니 신세 많이 졌어. 형부 출장 가면 화장지까지 언니네 것 가져다 썼어하는 말에 잠시 마음이 좀 누그려 트려지기도 하고...

한 패밀리의 일상 희로애락 히스토리가 모든 것이 총집합되어 시끄럽게 다투었다. 약간의 실랑이를 하느라 정작 엄마의 몸상태를 관찰하는 데는 소홀하며 말이다.

그러자 막 도착하자마자 엄마 몸부터 확인한 막내의 비명소리가 우리를 정신차리게 만들었다


"아" " 아이고 욕창 "

막내여동생이 엄마 등을 열어보더니 비명을 지르며 한심스럽다는 듯이 우릴 쳐 다 보더니 119에 전화했다..

검정 구멍.. 끔찍했다.

그리고 동생이 다른 쪽 팔을 돌리자 비명을 질르셨다

팔이.. 접질려져서 삔 것 같았다. 인생을 더 산 오빠 언니라는 사람들이 미리 와서 무얼하고 있는 것인가

한심해 하는 막내 표정에 염치가 없어 구구절절 변명하려 데 119가 왔다.

구급대원이 엄마를 부축이며 이동할 준비를 하려는데 다급하게

"어디 병원이여? 요양 병원 아니지? 나 요양병원은 안가!" 하셨다

그럼 저 팔도 행여 병원 가자할까바 우리에겐 아프다고 말도 안 한 것 아닌가? 이 방안에서 안 나갈려고 미리 맘 먹은 거. 근데 막내는 그걸 어찌 알았지?


헉... 표현할 수 없는 깊디깊은 감정이 올라왔다. 죄책감 . .



급성 장염이셨다. 쏟아지는 설사. 느려진 몸은 화장실 갈 때까지 참지 못하고 방바닥에 쏟으셨을 것이다. 진즉에 팬티 기저귀 라도 준비해 놓았으면 좋았을 걸 후회도 하셨으리라. 요즘 들어 자주 설사뿐 아니라 소변도 그냥 새기도 했는데 아들에게 사다 달라고 하는 것도 좀 미안하고 딸들에게 부탁한다는 것이 깜빡했다 처음엔 어떻게든 치워보시려고 화장지며 물휴지며 빨아서 말린 수건 걸레며 방바닥을 닦으려 하셨을 것이다.


그러다 미끄러지고 팔까지 다쳤으리라 . 기진 맥진해서 침대로 가서 누웠으리라. 침대에 누웠어도 눈을 감고 있으면 냄새가 진동하고 눈을 뜨면 화장지, 벗은 속옷으로 흐트러진 방은 아무리 자식이라도 보여주기 싫은 풍경이었으리라.. 아들 오기 전에 빨리 치워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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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줘.

그러나 꿈쩍도 않는 몸, 속수무책이 되어 그래도 아들보다는 만만하고 편한 딸에게 전화 걸으려 했을 것이다. 1번 2번 3번 4번... 엄마의 핸드폰은 저렇게 단축번호로 저 장 되었다..

단축번호 서열이 엄마의 애정 순서인 건 당연한 일. 제일 중요한 아들이 1번이다. 나? 3번쯤 될까?

큰 언니 작은 언니는 행여 치매 걸릴까 봐 치매 예방제를 열심히 챙겨 먹고 있는 본인 자신이 돌봄을 받아야 할 곧 80대 노인이시다. 나 또한 같은 지역이지만 시골호숫가라 교통이 불편한 데다 도움이 필요한 환자다. 아마 같은 도시에 거주하는 넷째 나 다섯째에게 전화 걸으셨으리라.

그러나 모두 전화를 안 받았고 그날 어쩔 수 없이 눈만 멀뚱멀뚱 떠서 속절없이 아들만 기다려야 했던

엄마 마음은 참담하였으리라

그날 아들은 다른 날보다 더 일찍 문안 인사를 왔고 단정했던 방이 아수라장이 된 방안 풍경에 공포심과 두려움과 슬픔에 비명을 지르며 누나들에게 상황 보고를 했으리라.


인생은 끝까지 날 희롱하고 놀린다. 머? 품격? 100세 인생?

자식들에게 둘러싸인 100세 엄마는 만사가 귀찮다는 듯 아무 말도 안 하고 누워만 계셨다.

병원에 가자는 자식들 말을 단칼에 잘라서. 그냥 이제 죽어도 된다고.

요양원, 요양병원 가는 거라면 난 안 간다.

막연히 요양병원에서 진찰과 치료한 후에 이제 요양원을 가셔야 하는 때가 온 거라고 생각한 참이었다

남들 하는 것처럼. 그런데 절대 안 가신다고 하시니. 슬쩍 한 발 물러나 그럼 그렇게 하시라고 의견을 모아

정리 한 참이었다.


그런데 제일 늦게 도착한 막내는 소리소리 지르며 이렇게 다 죽어가는 노인을 그냥 둘 거냐고.

우리 가면 또 혼자인데.. 당장 119 구급차를 부르라고 했다

막내는 이렇게 혼자 내 박쳐 놓으려면 요양원이 훨씬 낫다고 언니들을 나무랐다.


째-- 만 내는 인생.

절인 배추에 김치 다진 양념을 척척 바르는 손 대신

우아하게 차 우리며 노트북 두드리는 일을 더 좋아하는 손을 가진

나는 저 막내 여동생의 험담에서 항상 저렇게 까였다. 재만 내는....

물론 발끈했다. 그렇지 않아도 김장철이 되면 이상한 열등감에 우울한데... 원플러스 원 우울을

선물 받았다고 생각했으니까


다음에.. 다음에.. 언젠가 할머니가 되면 친정 엄마처럼 김장도 쓱싹, 손주들이 좋아하는

팥죽도 후다닥, 고사리, 숙주나물.. 그 재료 손질도 복잡한 육개장도 한 솥 펄펄..

그럴 줄 알았다. 그러나

할머니가 된다 해도 절대로 나아지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뿐인가 이제 몸이 망가져

결혼한 딸 냉장고에 들어갈 김치통도 딸 이모들인 동생들 김치로 구걸하듯 채우는 나 자신이 한심해서

우울한 참인데......


"엄마 냉장고에 머가 들어있는지 아느냐?"라며 먹을 거도 제대로 안 챙기는 걸 비난하는 듯한

동생의 질문은 나를 더 열받게 했다

"그럼 너는 오늘 양로당에서 엄마가 신참 할머니와 자리싸움으로 기분 상한 일을 아느냐?"

라고 속을 쑤시는 대답 하려다 너무 졸렬한 것 같아


"너는 지금처럼 니식으로 잘하면 돼."

"강요하지 마 다 각자 지금이 최선이야"

라고 마무리했다.




결국 119차를 타고. 일반 병원 입원을 거쳐 요양병원에 계시다


엄마의 냉장고 속이 궁금한 자식,

엄마의 통장 속이 궁금한 자식

엄마의 마음속이 궁금한 자식


나는 어떤 자식이었나???


그리고 내 자식들은 내 냉장고 속,통장 속 ,마음 속 무엇이 궁금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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