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이중주-
응급차에 실려 종합병원에 입원하신 엄마는 일주일을 병원에 더 머물르셨다. 욕창과 장염과 팔목 치료를 받으셨다. 그런데 병원에 들를 때마다 엄마가 예전하고 많이 달라지셨다 는 것이 느껴져 가슴이 무너졌다. 과일, 먹을 것 사들고 가면 예전 같으시면 병실 환자들 간병하시는 분 골고루 나눠어 먹고 금방 병실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드셨는데... 가실 때마다 간병인이 자기 먹을 것 다 드신다고 하면서 주지 말라고 하고 무슨 말만 해도 고 깝게 듣고 화를 버럭 내시고 잘 웃지도 않으셨다.내가 팔이 다쳤을 때도 기부스하고 며느리 밥해줬는데 며느리라는 년이 자주 안 찾아온다는 등.. 심지어 가장 사랑하는 손녀딸이 증손녀 데리고 병문안 왔는데도 그저 담담했다. 먼가 엄마스럽지 않고 자꾸 짜증을 내고 냉정하고 무표정하고 멍하셨다. 아.. 드디어 엄마도 치매가 왔구나! 하는데. 딸이 담담하게 나를 꾸짖듯이 말한다.
" 엄마, 할머니 치매 아니야. 할 머니 우울증이야"
" 머라고..?"
우울증... 전문가 말이니 맞겠지.
치료가 끝난 병원에서는 더 이상 해줄 것이 없다 했다.
이제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하나? 나는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 아닌가..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했다. 엄마는 절대 요양병원은 안 가신다고 한다. 죽어도 집에서 죽겠다고. .
엄마 머릿속의 요양병원은 병 고치는 병원이 아니라 요양원에 보내기 위해 진단 내리는 곳이며, 그 요양원은 식구들이 귀찮아서 버린 가장 불쌍한 노인들이 어쩔 수 없이 가는 수용소이며 감옥이다. 아무리 설명을 하고 이해를 시켜도 몇십년 동안 엄마의 뇌에 인식된 이 생각은 너무나 완강해서 바꿀 수 없었다. 그래서 실은 사람들이 알아보고 신청하라는 노인요양등급도 없다. 노인 유치원에 시어머님을 보내는 여동생이 너무 좋다고 엄마도 한 번 알아보자고 국민건강보험공단까지 가셨다가 내가 왜? 아직 정신 멀쩡한데 치매걸린 노인들 하고 놀아야 해? 엄마의 강한 거부로 다시 돌아온 적도 있다.
그 후로 우리는 엄마가 국가에게서 받아야 할 혜택을 더 알아보지 않았다 그게 엄마 나름의 자존심이라 생각하시고 자식들이 자신의 생활비 보조할 만큼 사니 이만하면 성공한 노년이라 생각하는 엄마의 로망을 지켜주는 것이라고. 그게 더 중요하다고 마음을 비웠다. 요즈음은 요양보호등급 받으려고 멀쩡 하신 할머님들도 치매환자 노릇하는 것도 주변에 많이 보았는데.. 이제 백세가 다 되신 엄마는 일주일에 2번 생활지원사 돌봄 하루에 2시간씩 네시간이 국가에게 받는 혜택의 전부였다
나는 무조건 엄마 편이었다. 그러나 나도 환자여서 요양보호사 도움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다른 가족들의 결론에 따를 수 밖에.. 이때처럼 혼자 속으로 많이 울은 적이 없다.하필 이 시기에 아파서 엄마에게 도움이 못됨이 무척 속상했다
아무튼 현실은 집으로 돌아가셔도 일상을 돌봐줄 여건의 자식들이 없다. 손자를 봐주거나 , 본인들도 돌봄이 필요한 노 인들이 100세 엄마의 자식들의 처지이니.
겨우겨우 엄마를 설득시켜서 잠시 임시로 요양병원에 가 있기로 했다.
임.. 시..로..
지금 엄마는 한 달째 수녀님들이 운영하는 성모요양병원에 입원 중이시다.
엄마는 내 손녀가 할머니 포스만 보고도 왕할머니라고 별칭을 부칠 정도로 여장부 같으신 분이시다
집안에 애경사가 나서 큰일이 벌어지면 모두 엄마를 기다렸다. 엄마가 도착해 형님을 기다린 모든 동서들에게 음식이면 음식 손님접대면 접대 하다못해 거지들에게 한 상 차려주는 일까지 일일이 지시하고 일을 하게 해 깔끔하게 행사를 끝내시는 분. 그런 행사에 빛이 나는 분이셨다.
아파트 경로당 여자회장을 10여 년이나 몇 년 전까지 하신 분이다.
그런 분이 갑자기 간병인에게 옹졸해지시고 흉을 보고 우리에게 냉담해지고 이상해진 것은 가만 생각해 보니 지금 벌어지는 모든 상황이 엄마에게는 생에 처음 맞이하는 낯선 상황 엄청난 공포였으라는 생각에
울컥해지고 갑자기 쫄아진 엄마가...백퍼 이해되고 너무너무 슬프고 짠하다.
바꾼지 얼마 안 된 갤럭시폰 화면에 폰 청소하라는 문자와 이미지가 떴다.
생각없이 하라는 대로 앱을 깔았다. 그냥 터치 터치.. 그 후로 핸드폰이 미쳤다.
느닷없이 광고 화면이 나오고 , 게임 화면이 나오고 뒤져도 앱을 삭제할 버튼이 오리무중이다.
핸드폰 사용법 동영상을 본다. 네이버에게 물어본다 .마지막으로 ai 로봇에게 묻는다. 모두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만 한다.
당연하다. 무얼 물어야 할지 감조차 못 잡는다 . 내 무지가 공포다.
급히 콜하여 아들 ,딸 , 사위,제자에게 물어본다. 당황한 내 횡설수설한 설명에 , 더구나 눈으로 확인 불가능한 비대면이니 누구하나 속시원히 해결을 못 한다.
헬프미 !!!
겨우겨우 서울에 있는 프로그래머인 큰 조카가 해결해 준다.
"이모 ,핸드폰 산 지 얼마 안되었다니 새 것 사라 할 수 없고 삼성 AS센터 가셔서 피싱 앱을 좀 지워달라 하세요"
아 !!! 피싱앱 ...겨우 질문 제목 하나 알았다
오늘 낮에 AS센터에 들렀다. 젊고 스마트한 여직원에게 안내 되었다.핸드폰을
시한폭탄물 처럼 조심조심 전달했다. 언제 시한폭탄처럼 돌발영상이 터질지몰라.
잠시만 앉아서 기다리라 말한다. 기다리는 동안 새로 확장한 쇼룸을 구경한다.
코로나 시국에 시골 방구석에서 생존하는 사이 AS센터는 대학 캠퍼스 옆으로 이주하여 5층짜리 건물로
늘렸다. 1층 쇼룸은 화려하고 실리콘벨리 스타트업 회사 아니 미래 우주 영화 한 장면 같다.이 분위기가 좋았는데.. 나도 한때는 얼리어답터로 새 것이 나오면 기어이 바꾸어서
제일 먼저 써 보던 사람이었는데.. .그러나 그건 어디짜지나 왕년 .그렇게 앞서서 써 봐야할 제품이
없다 .지금은 내 일상에 당장 꼭 필요한 것만..그것도 따라가기 바쁘다. 이제 저런 판타스틱한 세상은
내 것이 아니다. 젊고 스마트한 그대들 몫이다.
머 더 지우실 것 없냐고 다 지워졌는지 확인해 보시라고 핸드폰을 돌려준다. 날 공포스럽게
했던 깡패들이 다 물러간 핸드폰은 조용하고 빨라지고 단순해졌다.
저.. 어떻게 지우셨냐고 다음에 또 그러면 제가 셀프로 해볼란다고 차마 말을 못했다
검색해 본 결과 피싱앱 방지용 시티즈코난 앱을 깔면 된다. 그러다
또 잘못 누르면... 그냥 조카들 만날 때 마다 부탁하기로 한다.
거품빼고 내가 조금 귀찮더라도 스스로 무엇인가 독립적인 행동을 하는
셀프라는 말은
일상에서 거품 뺀 말로 참 좋아했던 말이다. 그러나 이젠 조금 두렵다 .셀프할 몸이 부실해져서
. 완전히 온라인 제일 오지에서 생존하는 자연인으로 고립된것 같은 지금의 내 처지에서는
겨울비는 내리고 ...기분이 축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