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보지 않아도, 아이들의 졸업해서 나가는 시간은 사라지지 않는다."얼마 전, 고3 수능을 마치고 졸업한 해법이가 있다.
(나는 우리 학원 아이들을 모두 ‘해법이’라고 부른다.)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만난 해법이는
본인이 말한 대로 수능을 보고 나서 까지 나와 함께했고, 11월에 졸업했다.
중학교 시절의 해법이는 굉장히 성실한 아이였다.
선생님이 이끄는 대로 한마디 불평도 없이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켰다.
영어를 조금 늦게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빠른 시간 안에 결과를 만들었고,
스스로도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이 아이는 유난히 섬세하고 의리가 있었다.
수학여행을 가든, 가족 여행을 가든 나를 잊지 않고 챙겨주었다.
학교생활에서 고민이 생기면 가장 먼저 나에게 묻곤 했다.
우리는 그렇게 선생님이자 제자였고, 때로는 친구처럼 지냈다.
어머님도 늘 고맙다고 말씀하셨다.
집에서 항상 선생님 이야기를 한다고 했다.
그 신뢰는 지금까지 이어져 부모님은 세 형제 모두를 나에게 맡기고 계신다.
해법이는 중학생 때 진로도 비교적 분명했고 꼼꼼한 성향의 아이였다.
그래서 내가 아이들을 위해 취득했던 청소년 리더십 코치 자격을 활용해
시간관리와 독서지도를 함께 진행했다.
그때 만들어준 시간관리 리스트를 해법이는 꽤 오랜 시간 활용했다.
그런데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확실했던 꿈을 바꾸었고, 공부에도 마음을 두지 않았다.
그 열정을 다른 곳에 쏟기 시작했다.
중학교 때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시기였다.
솔직히 당황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래도 나는 화를 내기보다
이 아이 마음속에 어떤 생각들이 가득한지 묻고 싶었다.
워낙 착하고 솔직한 아이라 믿고 기다리기로 했다.
달라진 모습이 낯설었지만, 나와 함께하는 시간만큼은 끝까지 지키려 애썼다.
그 덕분에 해법이는 끝까지 공부를 마치고 학교도 교습소도 졸업할 수 있었다.
"아이들이 떠난 뒤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이 해법이를 보며 내 인생도 함께 떠올리게 된다.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사람은 얼마든지 흔들릴 수 있고,
그 흔들림 속에서 삶의 굴곡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우리 해법이들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고등학교 때까지 나와 함께한다.
이사, 진로 변경, 공부를 완전히 포기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다.
신규 고등학생은 받지 않는다.
하지만 오래 함께해 온 아이들에게는 고등까지 함께할 기회를 열어둔다.
이제 와서 다른 학원으로 옮겨
새로운 선생님과 다시 적응하는 것이 아이들은 더 힘들다고 말한다.
그래서 고등학교도 계속 함께 해달라고 한다.
이번 해법이는 수능이 끝난 이후까지 처음으로 함께한 경우다.
대체로는 고1이나 고2까지 함께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수능이 끝나면 아이들은 어김없이 학원을 찾아온다.
그동안 고마웠다고 말하기 위해서다.
결과와는 상관없이. 그럴 때마다 나는 느낀다.
아이들과 보낸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그 이후에도 아이들은 찾아온다.
휴학했다고, 군대 간다고, 취직했다고.
항상 그 자리에 있어줘서 고맙다며 언제든 또 오겠다고 말하고
정말로 그 약속을 지키며 다시 찾아온다.
좋은 학습 결과도 중요하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 자체가 우리의 인생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그 시간을 가볍게 여기지 않으려 한다.
어떤 아이는 좋은 결과를 얻고, 어떤 아이는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그 아이의 인생이 잘못된 것도 아니고, 나 역시 잘못된 선생님은 아니다.
다른 해법이 들은 고등학교까지 다닌 선배들을 보며 말한다.
몇 년 뒤의 자기 모습 같다고.
자기도 그렇게 졸업하고 다시 찾아오겠다고.
어쩌면 이것이 내가 수익에 연연하지 않고 아이들과 끝까지 가려고 하는 이유다.
아이들과 함께 인생을 배우고 있는 글빛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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