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를 내도 신뢰가 무너지지 않는 교실
아이들이 떠나지 않는 교실의 원칙
"공부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여서 오래 간다."우리 교습소의 특징이라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나를 만나며
학원이라는 공간을 처음 경험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낯설고 두려운 마음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일주일 정도가 지나면 선생님에 대한 경계가 조금씩 풀리고,
아이들은 한결 편안한 태도로 학습에 임하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의 성향과 생활 태도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그래서 나는 이 아이를 어떻게 붙잡아 주는 게 좋을지,
어떻게 칭찬하고 어떻게 혼을 내야 할지를
대략 2주 정도면 알 수 있다.
나는 아이들과의 신뢰 관계가 학습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믿는다.
그래서 아이들의 작은 변화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걸
꾸준히 표현하는 편이다.
어느 정도 신뢰가 쌓이면 학습에 방해가 되는 요소들에 대해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낸다.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아이들과 친해질수록 학습에 흥미가 없는 아이들은
조금 더 느슨해지고 싶어 하고 봐주기를 기대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나름의 원칙을 세운다.
결석은 사유에 따라 가능하지만,
빠진 날의 학습은 반드시 보강한다는 원칙.
하기 싫은 날, 놀고 싶은 날이 있는 건 아이들이기에 당연하다.
그럴 땐 솔직하게 말하고 쉴 수 있다.
대신 결손된 학습은 반드시 채운다는 계획을 세우게 한다.
숙제 역시 아이들이 감당할 수 있는 양만 내주고
그 약속은 꼭 지키게 한다.
만약 지키지 못했다면 그에 따른 수업 시간이 늘어난다는 것도
미리 충분히 안내한다.
그리고 한 달 동안 결석이 없으면 작은 보상을 준비한다.
매월 첫 수업 날, 뽑기 이벤트를 통해 숙제 면제권이나 단축 수업권,
작은 간식을 고를 수 있게 한다.
나 역시 어릴 때부터 공부를 즐기는 아이는 아니었다.
분명한 동기가 있을 때에만 힘을 내는 편이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당근과 채찍을 함께 사용한다.
그리고 스스로 한 약속에 대해 책임지는 연습을 시킨다.
"공부를 마친 아이들의 얼굴에, 노력에 대한 작은 보상이 웃음으로 남는다."그 덕분인지 아이들은 내가 강요한다고 느끼지 않는다.
내가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도 큰 반발 없이 받아들인다.
항상 규칙을 만들기 전에 왜 이 규칙이 필요한지
충분히 설명하고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우리 교습소의 아이들은
나와 인연을 맺으면 다른 학원으로 쉽게 옮기지 않는다.
오랜 시간 함께하다 보니 나는 아이들을 점점 더 잘 알게 된다.
뒤통수만 봐도 지금 이 아이의 마음 상태와
공부하고 싶은 의지가 보인다.
그래서 아이들은 종종 묻는다.
“선생님은 어떻게 제 마음을 그렇게 잘 알아요?”
오래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인데,
아이들에게는 그게 신기한 일처럼 느껴지는 모양이다.
아이들의 좋은 습관과 안 좋은 습관을 모두 알게 되면
잔소리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럴 때마다 부모님이 왜 그렇게 잔소리를 하셨는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비록 내가 아이를 낳지는 않았지만,
20년 넘게 아이들을 만나오다 보니
이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자꾸 늘어난다.
그래서 때로는 화를 내기도 한다.
화를 낸 뒤에는 늘 마음이 쓰인다.
그런데 아이들은 그걸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화낼 만해서 화를 냈다고 이해하는 눈치다.
오랫동안 지켜보며 내가 책임질 수 있는 만큼만 요구한다는 걸
아이들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과의 소통이 가장 쉽고 단순하다고 느낀다.
계산할 필요 없는 이 관계가 좋아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언제나 편안하고 감사하다.
성인들과의 관계는 복잡한 감정이 얽혀 힘들 때가 많지만,
아이들과의 시간은 오늘 화가 났다가도 다음 날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웃으며 시작할 수 있다.
이 단순함과 신뢰가 내가 오랫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고집하는 이유다.
아이들과 함께 인생을 배우고 있는 글빛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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