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거장들, 광주에서 만난 특별한 순간
잭슨 폴록과 마크 로스코의 친구들을 만나다
“단 한 장의 색과 여백 속에서도 전시는 우리에게 말을 건다.”9년 전, 기자 활동을 시작했을 때 내 사수는 이렇게 말했다.
“너는 문화 파트가 잘 맞을 것 같다.”
그때만 해도 문화는 나에게 어려운 분야였다. 하지만 전시장을 다니고, 작가를 만나 작품과 대화하는 순간들을 글로 옮기다 보니 알게 되었다. 문화야말로 내 글의 언어와 가장 잘 맞는 세계라는 것을.
잠시 멈췄던 기자 활동을 다시 이어가며 나는 광주·전남의 문화와 축제를 기록하겠다고 다짐했다.
내가 가장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 글을 쓸 때 희열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시회를 취재할 때면 언제나 설레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전시의 첫 순간, 도슨트의 목소리와 함께 ‘뉴욕의 거장들’의 세계로 발걸음을 내딛다.”설레는 발걸음, 마침내 찾은 전시
오랫동안 기다려온 전시, 《뉴욕의 거장들: 잭슨 폴록과 마크 로스코의 친구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 10주년을 기념한 이번 특별전은 국내 최초로 추상표현주의를 집중 조명한다. 개막 두 달 만에 누적 관람객 3만 6천 명을 기록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와 배우 김수로 등 유명인의 방문으로도 화제가 되었다.
주변 사람들은 모두 말했다.
“꼭 가봐야 할 전시야. 특히 도슨트 해설은 놓치면 안 돼.”
그 말처럼, 전시장 앞은 해설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볐다. 단체 관람객, 가족 단위 방문객, 어린이들까지 다양한 얼굴들이 모였다.
그 분위기 속에서 나는 해설을 맡은 조윤영 도슨트에게 사진 촬영 협조를 부탁드렸다.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예쁘게 찍어주세요.”
짧은 한마디였지만, 그 순간 긴장이 풀리고 전시가 더 따뜻하게 다가왔다.
“작품 안에 담긴 이야기를 도슨트의 언어로 다시 만나다.”도슨트와의 특별한 대화
해설이 시작되자, 조윤영 도슨트는 추상표현주의의 배경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우리는 화가라고 하면 보통 유럽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전쟁으로 많은 예술가들이 미국으로 건너오면서 새로운 시대가 열렸습니다. 오늘 만나게 될 추상표현주의가 바로 그 시작이죠.”
30분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작품과 관람객 사이에 다리가 놓였다. 질문에 답하며 서로의 감정을 나누는 순간, 예술은 설명이 아니라 소통이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나는 특히 잭슨 폴록의 〈수평적 구조〉 앞에서 오래 머물렀다. 그때 도슨트가 다가와 관람객들의 반응을 전해주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질문도 잘하시고, 준비해 온 것처럼 자신 있게 답하실 때는 저도 놀라곤 해요.”
그리고 앞으로 전시를 찾을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부탁하자 그녀는 이렇게 덧붙였다.
“추상이라고 해서 어렵게만 느낄 필요는 없어요. 있는 그대로 보고, 그때의 감정을 솔직하게 받아들이면 됩니다. 작품과 눈을 맞추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그 순간, 전시는 단순한 작품 감상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만남, 마음의 연결이 되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그녀는 얼마 전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다녀간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서도 도슨트를 맡았다고 한다. 알고 보니 이미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던 해설자였다. 오늘의 만남이 더욱 특별한 인연으로 다가온 이유다.
“추상은 어렵다던 마음도, 작품과 해설을 마주하니 조금씩 풀려간다.”전시가 남긴 선물들
전시를 마치고 나오는 길, 아트샵에 들렀다. 작품을 응용한 엽서, 노트, 마그넷, 에코백, 액자들이 발길을 붙잡았다. 함께한 동생은 생일 선물이라며 에코백과 키링을 사주었고, 그 순간 나는 작은 것에서 오는 큰 행복을 느꼈다.
마지막으로 남긴 ‘인생 네 컷’. 뉴욕의 스카이라인이 담긴 프레임 속에서 웃으며 남긴 사진은 단순한 기념을 넘어 오늘을 기억하게 해 줄 특별한 기록이 되었다.
“전시의 여운을 오래 간직하게 하는 작은 기념품들, 예술이 일상으로 스며드는 순간.”나를 성장시킨 전시
《뉴욕의 거장들》은 단순한 작품 감상이 아니었다.
그들의 격정과 감정을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고, 마치 광주가 아닌 뉴욕의 전시장에 있는 듯한 몰입을 경험했다.
아이들과 함께 온 한 관람객의 말이 오래 남는다.
“추상이 어려운 게 아니라, 그냥 느끼면 된다는 말이 참 와닿았어요.”
예술은 결국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감정을 발견하는 대화였다.
나는 이번 전시를 통해 또 하나의 대화를 나눴고, 내 안의 작은 세계가 한 뼘 더 자라났다.
<<뉴욕의 거장들: 잭슨 폴록과 마크 로스코의 친구들>>은 10월 9일까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복합전시 6관에서 열린다.
추상표현주의 거장 21인의 작품을 국내 최초로 만날 수 있는 귀한 기회.
망설이고 있다면, 이번만큼은 꼭 발걸음을 옮겨보길 권한다.
전시장을 나오며 나는 생각했다.
언젠가 지쳐서 길을 잃은 날이 오더라도, 오늘처럼 예술이 내게 다시 길을 보여줄 거라는 것을.
그리고 그 길에서 만난 감정을, 나는 글로써 누군가와 나누고 싶다.
“함께한 시간도, 남겨진 한 장의 사진도 결국 전시의 일부가 된다.”
✍️ 예술 속에서 삶을 배우는 글빛 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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