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디자인비엔날레 2025, ‘포용 디자인’ 속에서 발견한 따뜻한 시선
설렘과 두려움
디자인은 늘 나와 거리가 먼 세계였다. 학교 다닐 때도 미술은 가장 자신 없는 과목이었고, 스스로 예술적 감각이 없다고 믿으며 살아왔다.
그러나 기자가 된 뒤 문화는 단순히 기록해야 하는 취재의 대상이 아니었다. 오히려 때로는 나를 흔들고 위로하며, 새로운 시선을 열어주는 힘이 되었다.
광주 하면 떠오르는 이름은 ‘비엔날레’다. 하지만 솔직히 디자인 비엔날레는 미술 비엔날레만큼의 명성을 누리지 못한다.
그래서 이번에 ‘포용 디자인’을 주제로 막을 올린 전시장을 찾은 마음은, 전문가가 아닌 시민의 시선으로 과연 이 전시가 나 같은 사람에게도 다가올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에서 비롯됐다.
낯선 세계와 마주하는 설렘, 그리고 작은 두려움이 섞인 걸음이었다.
전시장은 평일이라 다소 한산했지만, 관계자에 따르면 평소 동호회와 학교에서 단체로 온 관람객들이 곳곳을 채운다고 한다. 매일 정시에 전시장을 찾으면 도슨트 해설을 들을 수 있는데, 이날 김민영 도슨트는 이렇게 말했다.
처음에는 저 말이 뭘까 싶었지만, 전시를 모두 돌아본 뒤에는 도슨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주제 ‘포용 디자인’이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삶과 맞닿아 있다는 사실이 비로소 체감되었기 때문이다.
전시장은 네 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었다. 세계와 사례를 보여주는 1관, 삶과 일상을 다룬 2관, 이동과 모빌리티를 조명한 3관, 미래와 기술을 향한 시선을 담은 4관.
각각의 공간은 접근성, 연대, 환대, 공존이라는 키워드로 연결되며 우리 곁에 이미 존재하거나 앞으로 다가올 포용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마음에 깊이 남은 건 3관의 체험이었다. 하이코어의 로봇체어 everyGO HC1에 직접 올라 미로를 따라 움직이는 순간, 걸어 다닐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절로 깨달을 수 있었다.
또 금융회사 토스가 시각장애인을 위해 만든 접근성 도구들을 직접 체험하며, ‘포용’이란 단어가 결코 추상적이지 않고 누군가의 삶을 지탱하는 실질적인 힘이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이 공간을 더 많은 사람들이 직접 경험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물론 아쉬움도 있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 비엔날레와 달리, 디자인 비엔날레는 여전히 대중적 인지도가 부족하다. 평일 전시장은 한산했고, 주로 단체 관람객이 자리를 채운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이 좋은 전시가 더 많은 시민들에게 닿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게 다가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시장을 나오는 길, 도슨트의 마지막 말이 다시 떠올랐다.
이번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화려한 이미지나 유행을 좇는 디자인이 아니라, 우리 삶의 결을 바꾸고 서로를 이어주는 따뜻한 시선을 전해주었다.
낯설게만 느껴지던 디자인이 어느새 내 삶을 향해 다가와 있었다.
이 전시를 찾을 관람객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것이 있다.
반드시 도슨트의 설명을 들어볼 것!!
짧은 시간이지만 작품과 공간을 전혀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그리고 설명이 끝난 뒤에는 잠시 쉬었다가 다시 전시장으로 들어가 보기를 권한다.
재입장할 때 찍어주는 ‘공주님’ 도장은 묘하게 존중받는 기분을 주었고, 두 번째로 마주한 작품은 처음과는 전혀 다른 울림을 남겼다.
또한 전시관 1층에는 카페와 굿즈 판매점도 마련돼 있다.
커피 한 잔으로 여운을 이어가고, 작은 기념품으로 기억을 간직하는 것도 이 전시를 더 오래 품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디자인이란 결국 우리 삶을 더 따뜻하게 만들기 위한 도구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나는, 그리고 우리는 서로를 향해 얼마나 포용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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