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를 못 푸는 게 아니라, 읽지를 못한다

이번 겨울, 내가 문해력을 붙잡은 이유

by 글빛 지니
ChatGPT Image 2026년 2월 19일 오후 05_06_23.png "오랜 시간 아이들을 보면서 문제를 못 푸는 게 아니라, 읽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수업을 하다 보면 아이들에게서 이런 말이 나온다.


“선생님, 문제를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처음에는 단순한 투정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교과서 문제를 다시 읽어보면

영어가 아니라 우리말이다.
지시문도 어렵지 않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우리말인 그 문장을 이해하지 못한다.


문법 수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원리를 설명하면 단어는 쉬운데

“너무 어려운 말”이라며 힘들어한다.


20년 넘게 아이들을 지도하며

느낀 변화가 있다.


해가 갈수록

우리말의 개념을 이해하는 힘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


이것은 단순히 영어 실력의 문제가 아니다.


문해력의 문제다.


미디어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아이들은 긴 글을 끝까지 읽는 훈련이 부족해진다.


짧고 빠른 정보에는 익숙하지만
한 문장을 천천히 이해하는 일은 버거워한다.

그래서 이번 겨울, 나는 선택했다.

문제 풀이 속도를 줄이기로.
대신 읽는 시간을 늘리기로.


같은 지역 원장님들과 뜻을 모아
영어 원서 프로그램으로 특강 교재를 만들었다.


매일 한 권씩 읽고,
한 문장씩 해석하고,
그 문장이 무엇을 말하는지 설명하게 했다.


단순히 해석을 적는 것이 아니라


“이 장면에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주인공의 마음은 어땠을까?”

질문하고 생각하게 했다.


막상 시작해 보니

책 읽기를 좋아하던 아이들은 어렵지 않게 해냈다.

하지만 독서를 싫어하던 아이들은

힘들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한 문장을 완전한 한글 문장으로 바꾸는 것조차 어려워했다.


그 과정에서 작은 신경전도 벌어졌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photo_2026-02-19_17-02-10.jpg "방학 동안 아이들을 문장을 일고 이해하는 힘을 길러내기 위해 스스로와의 싸움에서 이겼다."

한 달이 지나자 조금씩 익숙해졌다.
두 달이 가까워 온 지금,
아이들은 100권의 책을 읽고

스토리를 이해하는 훈련을 마쳤다.


“생각보다 시간이 금방 갔어요.”


투덜거렸던 아이들이 그렇게 말할 때

나는 안도했다.


처음엔 힘들다 말하던 아이들이
끝나고 나서는 “제가 해냈어요.”라고 말한다.


그 성취감이
점수보다 먼저 아이들의 눈빛을 바꾼다.


특히 중등으로 올라가면
아이들은 문법 용어 때문에 힘들어한다.

낯선 개념어가 벽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무리하게 암기시키지 않는다.

반복해서 설명하고,

아이들이 직접 설명하게 한다.


몇 번의 과정을 거쳐
학교에서 서술형 문제를 맞았을 때,


“선생님, 이제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라고 말할 때,


어려워하는 친구에게

ChatGPT Image 2026년 2월 20일 오후 01_56_57.png "친구에게 자신이 이해한 문법을 또박또박 설명해 주는 순간, 배움은 점수가 아니라 태도가 되어 아이 안에 남는다."

자신이 이해한 것을 설명해 주는 모습을 볼 때,


문해력은 조용히 자라고 있다는 걸 느낀다.


물론 이 훈련이

당장 성적으로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읽는 힘이 자란 아이는

결국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서두르지 않는다.

부모님이 점수를 맡긴 것이 아니라
아이의 방향을 맡겼다고 믿기 때문이다.


읽을 수 있는 아이는 결국 이해할 수 있고,
이해하는 아이는 스스로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스스로 생각하는 아이는
어떤 시험 앞에서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이번 겨울,
나는 문제 풀이보다 문해력을 선택했다.


점수로 당장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읽는 힘은 남는다.


그리고 나는
그 힘을 길러주는 어른으로
이 자리에 서 있다.


아이들과 함께 인생을 배우고 있는 글빛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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