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표보다 중요한 ‘성장표’를 써주는 교실

점수는 숫자로 남고, 관계는 사람으로 남는다

by 글빛 지니
ChatGPT Image 2026년 2월 24일 오후 06_09_50.png "성적표가 아닌 ‘성장표’로 아이들의 하루를 기록하는, 따뜻한 교실이고 싶다."

일주일에 5일,
반드시 마주하는 얼굴들이 있다.


올 때마다 1시간 이상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


교습소 한편에는
내가 좋아하는 책들과
캐릭터, 여행지 마그넷, 인생 네 컷 사진들이 놓여 있다.


아이들은 묻는다.
“선생님, 왜 이런 걸 여기다 놔요?”


나는 웃으며 말한다.
“이 공간이 나한테 소중해서.”


이곳은 단순히 문제를 푸는 공간이 아니다.
아이들과 내가 시간을 쌓아가는 공간이다.


퇴근 무렵 배가 고프면
나는 먼저 말한다.


“같이 먹을래?”


혼자 먹는 게 싫어서
내가 먼저 제안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한 번도 거절한 적이 없다.


정말 친하지 않으면
같이 밥 먹는 거 쉽지 않지 않은가.


어느 날은
고등학생 한 아이가 말했다.

“선생님, 맨날 얻어먹었으니까 오늘은 제가 살게요.”


자연스럽게 주문을 하고
자기가 계산을 했다.


나는 그 순간
‘아, 얘가 컸구나’ 싶었다.


내가 먹는 걸 좋아하고
아이들과 나누다 보니
우리 아이들은 무언가 생기면 나를 먼저 챙긴다.

ChatGPT Image 2026년 2월 24일 오후 06_09_57.png "아이들의 마음이 담긴 간식들은 누구보다 내 마음을 따뜻함으로 채워준다."

밸런타인데이, 빼빼로데이 같은 날이면

친구들끼리 편의점에서 종류별로 사서
“선생님 것도요” 하며 내민다.


미리 못 챙겨줬다며
퇴근 시간에 기다렸다가 주고 가는 아이도 있다.


이건 성적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하지만 성장과는 깊이 연결되어 있다.


며칠 전에는 최근 졸업한 고3,
이제는 예비 대학생이 된 제자가 찾아왔다.


“이제는 저도 커피 사서 올게요.”


큰소리치더니
정말로 커피에 케이크, 빵까지 사서 왔다.


예전에는
시험 앞두고 불안해하던 아이였고
숙제 때문에 혼나던 아이였다.


그 아이가
이제는 누군가에게 마음을 내는 사람이 되었다.


그 순간 느꼈다.


나는 성적표를 써주는 사람이 아니라
성장표를 함께 써 내려가는 사람이구나.


물론
학습적인 성장을 가져오는 아이들도 있다.


늦게 시작했지만
내가 제시한 방향을 믿고 묵묵히 따라와
매번 100점으로 결과를 보여준 아이도 있다.

photo_2026-02-24_18-45-34.jpg "성적의 결과물이 기쁘다기보다 누구보다 성실하게 잘 따라와 준 제자들이 사랑스러울 뿐이다."

그 아이는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태도가 문제라는 걸 몸으로 증명해 주었다.


하지만
내가 진짜 보고 싶은 건
점수가 아니라 태도다.


사랑받고 있다는 안정감,
스스로 해보겠다는 책임감,
누군가에게 먼저 마음을 건네는 여유.


그게 내가 아이들에게 쓰고 싶은 성장표다.


유명하고 아이들이 바글바글한 학원은 아니어도
나는 이 자리에서 충분하다.


우리는 서로를 알고,
서로를 믿고,
서로의 시간을 함께 써 내려가고 있으니까.


성적은 숫자로 남지만
성장은 사람으로 남는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아이들의 성장표에
조용히 한 줄을 더해본다.


아이들의 성적표가 아니라
아이들의 성장표를 함께 써 내려가며
오늘도 나는 이 교실을 지킨다.


아이들과 함께 인생을 배우고 있는 글빛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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