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대신, 나에게로 가는 길
가족의 온기에서 나의 고요로
명절 연휴가 시작됐다.
이번 연휴는 유독 길게 느껴진다.
그동안 나에게 명절은
언제나 힐링의 시간이었다.
이혼 후 처음 맞이한 명절부터
나는 엄마와 함께 여행을 다녔다.
담양의 대숲길, 여수의 바다, 서울의 거리,
부산의 해안, 전주와 경주까지.
회색 구름 아래에서도 반짝이던 도시의 불빛. 바람이 차가워질수록, 마음은 더 따뜻해지는 부산의 저녁그 여행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엄마와 나를 함께 치유하는 시간이었다.
나에게는
상처를 덜어내는 회복의 여정이었고,
엄마에게는
평생 가족을 돌보느라 미뤄왔던
자기 자신에게 주는 작은 선물이었다.
고요한 물 위에 비친 빛의 향연. 천년의 시간을 품은 경주의 밤은 늘 고요하고 찬란하다그런데 이번 명절은 달랐다.
긴 연휴 덕분에
숙소도 구하기 어려웠지만,
무엇보다 이번엔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명절의 전반 3일은 가족과 함께,
나머지 3일은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으로 나누기로 했다.
기아 타이거즈의 올 시즌 마지막 경기를 가족과 함께 관람한 날 ⚾첫째 날,
우리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야구장으로 향했다.
기아 타이거즈의 올 시즌 마지막 경기.
역시 마지막 직관은 승리로 마무리됐다.
늘 패요였던 엄마가 이날은 불참해서였을까,
우리는 오랜만에 ‘승요 가족’이 되었다.
둘째 날은 고창 청농원.
핑크뮬리 밭을 거닐며 웃고 사진을 찍었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분홍빛 속에서
“이런 시간이 오래도록 계속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홍빛 바람이 물결치던 고창 청농원. 가족의 웃음과 햇살이 함께 머물던 그날의 오후저녁에는 고창읍성을 걸었다.
노을이 깔리고, 성벽 위로 바람이 불어왔다.
가족이 함께 도란도란 걸으며
나눈 이야기가 오랜만에 따뜻했다.
꼭 여행을 떠나야만 좋은 시간이 되는 건 아니구나—
좋은 날씨, 함께 걷기, 그리고 웃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가족과 함께 카페투어. 맛있는 디저트를 먹는 것보다 서로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귀한 시간셋째 날은 늘 일하느라 명절에도 쉬지 못했던 막내 동생과
디저트 카페 투어를 했다.
잠봉뵈르와 수프, 카이막…
맛있는 디저트보다도 서로의 이야기를
천천히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더 달콤했다.
그리고 이제, 나만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가족과 함께한 시간도 좋지만 이제는 다시 나의 루틴으로 돌아가야 한다.
나는 부모님께 “이제 갈게요”라 말하고
조금은 쿨하게 집을 나섰다.
부모님은 아쉬워하셨겠지만,
이 시간은 나의 하반기를 새롭게 열어갈 소중한 디딤돌이었다.
쌓인 먼지를 털어내며 마음까지 정리되는 시간집에 돌아와 가장 먼저 한 일은 청소였다.
버리지 못한 것들을 정리하고,
이불을 빨고,
구석구석 먼지를 닦았다.
몸을 움직이니 머릿속도 정리되는 기분이었다.
그다음은 그동안 미뤄두었던 바인더를 정리했다.
내가 지금까지 걸어온 발자취,
앞으로의 계획을 다시 들여다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밤에는 조용히 걷고, 잠들기 전 명상을 한다.
이건 최근 타로를 본 뒤로 생긴 나만의 루틴이다.
생각을 정리하고 감정을 비우는 시간.
짧지만 내일을 더 맑게 만드는 시간이다.
바다를 배경으로, 마음에도 휴식을. 늘 바쁘던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춤’을 선물처럼 받아들인 시간이틀이 남은 명절의 마지막은
조금 더 나를 채우는 일들로 보내려 한다.
책 한 권을 구입해 오랜만에 ‘본깨적’을 쓰며
독서 루틴을 다시 시작하고,
명절을 혼자 보내는 지인을 만나 함께 시간을 나누고,
단골 카페에서 올해 남은 목표를 구체적으로 정리해보려 한다.
그중 가장 중요한 계획은 오랫동안 품어온 꿈,
‘주니어 청소년 비전센터’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세우는 것이다.
요즘 나는 누군가가 내 글을 읽어준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행복을 느낀다.
그리고 그 글을 썼다는 사실만으로도 엄청난 도파민이 솟는다.
이제 나의 진짜 명절 연휴는 시작이다.
가족의 온기에서 나의 고요로, 그리고 다시 새로운 활력으로 나를 켜는 시간.
명절이 끝난 뒤, 여러분은 어떤 방식으로 마음을 리셋하시나요?
당신만의 회복 루틴을 함께 나눠주세요.
삶을 성찰하며 나를 기록하는 글빛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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