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나로 사랑한다
아직 사랑을 믿는 이유
사랑은 잡는 손의 온도가 아니라, 마음의 방향을 함께 맞추는 일임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나는 어릴 때부터
남자 보는 눈이 없었다.
그리고 40대 후반을 바라보는 지금 혼자라면,
그건 뻔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나에게 남자가 없었던 건 아니다.
내가 좋아했던 사람도 있었고,
나를 좋아해 준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돌아보면
서로가 마음이 맞아
열렬히 사랑했던 기억은 없다.
누가 봐도 어울린다고,
좋은 인연이라 말해준 적도 없었다.
나는 기준 없이 사람을 만나왔다.
나 자신을 너무 몰랐고,
그저 나를 좋아해 주고 나에게 맞춰주면
그만이라 생각했다.
한번 인연을 맺으면
끝까지 가야 한다는
보수적인 마음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어떤 사람에게 끌리는지,
어떤 사람과 맞을지를 생각해보지 못했다.
한때 함께 웃던 시간도 있었지만, 결국 서로를 놓을 수밖에 없었던 순간. 이혼이라는 단어 속에는 끝이 아니라, 다시 나를 찾아가는 시작이 있었다.이혼을 하고서야
비로소 내 성향과 내가 바라는 사람을
조금은 알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100%는 아니다.
다시 상처를 받는 게 두려워서,
누군가를 선택하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
그래서 나는 지나치게 신중해졌고,
단순히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은
언제든
그 마음이 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쉽게 다가오는 사람은
마음속에서 먼저 지웠다.
나는 사람을 쉽게 좋아하지 않지만,
한 번 좋아하면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내 안에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그래서 결혼 전에는
그 선을 명확히 지켜왔다.
하지만 내가 만난 많은 남자들은
그 선을 넘으려 했고,
그 때문에 우리의 관계는
늘 진전되지 못했다.
그러다 20대 후반에 전남편을 만났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유형과는 정반대였다.
나는 진중한 사람을 좋아하는데,
그는 가볍고,
흔히 말해 ‘잘 노는’ 사람이었다.
그저 편한 동생으로 지내고 싶었지만,
그는 저돌적으로 다가왔다.
그 무렵 나는 가족과의 불화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그는 그 틈을 파고들었다.
따뜻하게 챙겨주고, 위로해 주고,
마치 내 보디가드처럼 나를 감싸주었다.
그렇게 나는 그가 내 인연이라 믿고
연애를 시작했다.
결혼까지는 6년이 걸렸다.
부모님은 물론, 지인들도 반대했다.
그땐 몰랐다.
내가 그를 받아들인 순간부터
“헤어질 수 없다”는
이상한 기준이 내 안에 생겼다는 걸.
하지만 나는
그 사람을 열렬히 사랑하지 않았다.
다만, 그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만큼 나는 약했고,
언제 부러질지 모르는 갈대 같은 사람이었다.
결혼 후 1~2년은 행복했다.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안정되고,
사랑받는 마음에 조금씩 자신감이 생겼다.
그때부터 나는 결혼 전보다
더 활발하게 사회생활을 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주로 혼자 일에 집중했다면,
결혼 후에는 여러 사람들과 협력하고,
관계를 맺으며
일의 폭이 넓어지고
세상과 연결되는 경험을 했다.
그러나 그 시간 속에서
나는 점점 남편과의 거리를 느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는 동안,
남편은 자신만의 자유를 찾아
떠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남편은 자유를 원했고,
그 안에 나는 없었다.
남편으로서의 인정과 자존심이
무너져 있었다는 걸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돈을 벌기 시작하고,
자신을 인정받는 순간부터
태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그는 더 이상 나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나는 붙잡았다.
“한 번만 기회를 달라.”
3개월 동안 최선을 다했지만
그는 이미 멀리 있었다.
그의 마음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결국 나는
신뢰를 믿고 모든 걸 내어줬던 그 사랑에서
가장 큰 배신을 경험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그때 나는 ‘사랑’이 아니라
‘의지’를 하고 있었다는 걸.
운명보다 인연으로, 소유보다 이해로 이어지는 사랑을 하고 싶다.이혼 후 나는
완전히 0에서 다시 시작했다.
미움도, 원망도,
슬픔도 다 지나가고
이제는 그와의 기억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9년이라는 시간이 그렇게 만들었다.
이제 나는 다시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는다.
사람을 쉽게 믿지도,
쉽게 마음을 열지도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사랑을 믿는다.
단지, 예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제는 사랑을 서두르지 않는다.
사랑이란,
나를 잃지 않고도
누군가를 온전히 품을 수 있을 때
가능한 일이라 믿는다.
나는 여전히 누군가와
서로의 신뢰 속에서
따뜻하고 단단한 사랑을 해보고 싶다.
그럴 자격이 나에게는 충분히 있다.
아니,
이제야 비로소 생겼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나를 가꾸고,
하루를 성실히 살아내며,
그날을 조용히 기다린다.
언젠가 다시 사랑이 내 앞에 온다면,
나는 내가 좋아하는 나로
그 사랑을 맞이할 것이다.
기다림 속에 마음을 기록하는 글빛지니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사랑’은 어떤 모습인가요?
서로를 잃지 않으면서도 함께할 수 있는 사랑,
그 답을 함께 찾아보고 싶습니다.
#글빛지니 #브런치작가 #사랑에대하여 #기다림의미학 #감성에세이 #마음기록 #단단한감성 #브런치북 #사랑에대해생각하다 #오늘의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