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 걷는 곡성 동화정원, 가을이 머문 자리

가을이 지기 전, 꽃 사이에 남겨둔 우리의 시간

by 글빛 지니

가을이 끝나기 전에

반드시 남겨두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과 꽃길을 함께 걸어야 한다는 걸

오늘에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지난 토요일,

나는 엄마와 곡성 동화정원을 찾았다.

며칠 전

‘곡성심청어린이대축제’를 취재하러 왔을 때,

홍보팀에서

“요즘 동화정원에 젊은 사람들이 몰려서 북적여요”

라는 말을 들었지만

그날은 다음 일정이 있어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래서 이번엔,

그때 못 간 마음까지 챙겨

엄마와 함께 다시 곡성을 향했다.

취재도 하고, 데이트도 할 겸.

바람이 건드릴 때마다 노란 물결이 파도처럼 스며들었다.

비도 오고 기온도 떨어져

‘꽃이 다 졌을까?’ 걱정했지만,

동화정원은

여전히 가을을 품고 있었다.


3만 평의 대지 위로 펼쳐진 황화 코스모스는

여전히 흔들리며,

환하게 피어 있었다.


토요일 점심 무렵,

꽃보다 사람이 더 많을 만큼 활기가 있었다.


가족, 연인, 친구들,

그리고 나처럼

엄마와 시간을 보내는 이들까지.


여기선 누구든 잠시 ‘어린아이’로 돌아가

꽃 사이에 서서 사진을 남겼다.

어쩌면, 문을 지나야 만 보이는 계절이 있는지도 모른다. 가을은 늘, 열린 문 너머에 있었다.

문을 지나면, 마음도 조금은 환해졌다.

엄마는 오랜만의 나들이가 즐거우셨는지

“여기서도 한 장, 저기서도 한 장 찍어줘”

사진을 연달아 부탁하셨다.


나는 그 모습을 보다가

괜히 울컥했다.

바쁘다는 이유로,

피곤하다는 이유로

요즘 엄마에게

시간을 많이 드리지 못했다는 걸

스스로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엄마는

“이렇게 나온 게 얼마 만이냐” 하시며

연신 웃으셨다.


그 웃음 하나에

온 가을이 다 들어 있었다.

꽃이 흐드러진 들판 한가운데서 엄마의 미소가 가장 먼저 피어났다.

나는 그 순간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가을이 완전히 지기 전에,

꽃이 바람에 스러지기 전에,

그리고 엄마의 시간이 너무 멀어지기 전에

조금 더 자주 함께 걸어야겠다고.


사람에게는 ‘같이 걷는 계절’이 필요하다.

오늘 그 사실을 잊지 않게 해 준 건

꽃이 아니라, 엄마였다.

가을이 내려앉은 들판 위로, 꽃보다 사람들의 마음이 먼저 피어나는 순간.


사람과 계절 사이를 기록하는 글빛지니

당신은 최근에 누구와 함께 걸었나요?

기억에 남는 ‘가을의 동행’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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