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 걷는 곡성 동화정원, 가을이 머문 자리
가을이 지기 전, 꽃 사이에 남겨둔 우리의 시간
by
글빛 지니
Nov 2. 2025
가을이 끝나기 전에
반드시 남겨두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과 꽃길을 함께 걸어야 한다는 걸
오늘에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지난 토요일,
나는 엄마와 곡성 동화정원을 찾았다.
며칠 전
‘곡성심청어린이대축제’를 취재하러 왔을 때,
홍보팀에서
“요즘 동화정원에 젊은 사람들이 몰려서 북적여요”
라는 말을 들었지만
그날은 다음 일정이 있어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래서 이번엔,
그때 못 간 마음까지 챙겨
엄마와 함께 다시 곡성을 향했다.
취재도 하고, 데이트도 할 겸.
바람이 건드릴 때마다 노란 물결이 파도처럼 스며들었다.
비도 오고 기온도 떨어져
‘꽃이 다 졌을까?’ 걱정했지만,
동화정원은
여전히 가을을 품고 있었다.
3만 평의 대지 위로 펼쳐진 황화 코스모스는
여전히 흔들리며,
환하게 피어 있었다.
토요일 점심 무렵,
꽃보다 사람이 더 많을 만큼 활기가 있었다.
가족, 연인, 친구들,
그리고 나처럼
엄마와 시간을 보내는 이들까지.
여기선 누구든 잠시 ‘어린아이’로 돌아가
꽃 사이에 서서 사진을 남겼다.
어쩌면, 문을 지나야 만 보이는 계절이 있는지도 모른다. 가을은 늘, 열린 문 너머에 있었다.
문을 지나면, 마음도 조금은 환해졌다.
엄마는 오랜만의 나들이가 즐거우셨는지
“여기서도 한 장, 저기서도 한 장 찍어줘”
사진을 연달아 부탁하셨다.
나는 그 모습을 보다가
괜히 울컥했다.
바쁘다는 이유로,
피곤하다는 이유로
요즘 엄마에게
시간을 많이 드리지 못했다는 걸
스스로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엄마는
“이렇게 나온 게 얼마 만이냐” 하시며
연신 웃으셨다.
그 웃음 하나에
온 가을이 다 들어 있었다.
꽃이 흐드러진 들판 한가운데서 엄마의 미소가 가장 먼저 피어났다.
나는 그 순간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가을이 완전히 지기 전에,
꽃이 바람에 스러지기 전에,
그리고 엄마의 시간이 너무 멀어지기 전에
조금 더 자주 함께 걸어야겠다고.
사람에게는 ‘같이 걷는 계절’이 필요하다.
오늘 그 사실을 잊지 않게 해 준 건
꽃이 아니라, 엄마였다.
가을이 내려앉은 들판 위로, 꽃보다 사람들의 마음이 먼저 피어나는 순간.
사람과 계절 사이를 기록하는 글빛지니
당신은 최근에 누구와 함께 걸었나요?
기억에 남는 ‘가을의 동행’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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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nch Book
마음이 머무른 도시들
02
나는 왜 사진을 찍는가
03
가을꽃 속에 마음을 두고 오다
04
엄마와 함께 걷는 곡성 동화정원, 가을이 머문 자리
05
밤이 되면 골목이 달라지는 도시, 담양을 걷다
06
고흥에서 만난 유자 향기, 풍경보다 오래 마음에 남았다
마음이 머무른 도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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