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은 사라지지 않고, 사람은 작품으로 남는다
담양에서 만난 마티스, 그리고 오래 머문 오후
by
글빛 지니
Dec 19. 2025
"지금은 없지만, 작품은 여전히 사람을 전한다."
마티스 전시가
담양에 온다고 해서
나는 전시 시작날을 기다렸다.
사실 이 전시는
그저 취재 일정 하나로
시작된 건 아니었다.
마티스의
<용기 있는 머릿결의 나디아>는
재작년 남해 여행에서
지인들과 함께
에코백으로 나눠 가졌던 작품이다.
그때는
그림이 좋아서,
마음이 끌려서
고른 그림이었는데
그 작가의 작품이
담양에 온다고 하니
기억이 먼저 반응했다.
그래서 나는
전시가 시작되는 날,
담빛예술창고로 향했다.
첫날이라 전시장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조용했고,
그래서 오히려 더 좋았다.
이런 전시를
멀지 않은 곳에서
마주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기쁘게 느껴졌다.
일부러 시간을 내어
어딘가로 떠나지 않아도,
익숙한 거리에서
이름 있는 작가의 세계를
천천히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이 전시는
주말에 가족 단위로 오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와 함께 색을 보고,
함께 손을 움직이며
예술을 어렵지 않게
"색을 고르고, 선을 그리는 시간. 전시는 보는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춰 손을 움직여보는 경험이 된다."
경험할 수 있는 공간들이
전시장에 마련돼 있었기 때문이다.
‘전시를 본다’기보다
‘함께 머문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렸다.
나는 그림에 소질이 없다.
정말로 없다.
그런데도
마티스의 작품을 따라
직접 색을 채워보는
체험 공간 앞에서는
망설임보다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먼저였다.
내가 그린 그림은
작품과 비교할 수는 없었지만,
그 시간만큼은
꽤 진지했다.
완성도와는 상관없이
색에 집중하고,
손을 움직이고,
잠시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
그 시간이
의외의 힐링이 되었다.
"한 사람의 선을 따라 또 다른 사람이 선을 잇는다. 완성보다 중요한 건 그 사이에 머문 시간일지도 모른다."
사람이 없다 보니
나는 전시장에 오래 머물렀다.
작품 하나하나를 천천히 보고,
마티스의 사진 맞은편에 앉아
마음속으로 조용히
말을 걸어보기도 했다.
“당신은 이런 색을
어떤 마음으로 골랐나요.”
대답은 들리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이 남았다.
작품을 사이에 두고
잠시 사람을 느끼고 돌아온 듯한
따뜻함이었다.
"사진 속 인물 앞에 앉아 나는 한동안 말을 멈췄다. 예술은 이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충분한 순간을 만든다."
전시장을 나서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전시를 본다는 건
꼭 무언가를
배워야 하는 일이 아니라,
그저
마음을 쉬게 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겠구나.
오늘의 나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위로받았다.
그래서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나도 저기에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면 좋겠다.
"작품 사이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호흡이 느려진다. 멀리 가지 않아도, 이렇게 마음이 쉬어갈 수 있다는 게 참 좋았다."
오늘의 전시는
취재라기보다
나에게는 분명한 힐링이었다.
색을 보러 갔다가,
사람을 느끼고 돌아온 하루로.
지금은 없지만,
작품으로 사람을 느끼는 글빛지니
오늘의 전시처럼,
조용히 오래 머물고 싶었던 순간이
여러분에게도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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