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원하지 않는 게 아니라, 삶을 지키고 싶어서
혼자가 익숙해진 사람이 다시 사랑을 생각하게 된 순간
by
글빛 지니
Dec 18. 2025
"혼자가 익숙해진 자리에서, 다시 사랑을 생각해 본다."
요즘 부쩍 이런 질문을 받는다.
재혼할 생각은 없느냐고.
이혼한 지 어느덧
10년이 되어 가는 시간 앞에서
그 질문은
남의 말처럼 흘려보내기엔
가끔 내 마음에도 닿는다.
괜찮다고 생각하다가도,
어느 날은 문득
조급해지기도 한다.
사실 나는
혼자 지내는 삶이 불행하지 않다.
오히려 꽤 오랜 시간
혼자의 리듬에 익숙해졌고,
내 주변에는
나와 결이 맞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누군가를
꼭 의지해야 할 만큼
외롭다고 느끼는 순간도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의 시간을 생각하면
사람에 대한 질문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다만 그 질문 앞에서
나는 늘 조심스러워진다.
좋은 짝을 만난다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쉽지 않다는 걸
이미 한 번은 배웠기 때문이다.
처음 결혼으로 이어졌던
사람과의 시간은
결혼에 들어가기 전까지
정말 행복했다.
내가 하는 일,
내가 선택하는 것들,
그 모든 것을 이해해 주고 맞춰주는
사랑이라고 믿었다.
그때의 나는
그것이 결이 맞는 관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혼은 현실이었다.
함께 살아보니
우리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간극이 있었다.
그 간극은
대화로 메워지지 않았고
조금씩 서로에게 상처가 되었다.
결국 신뢰는 무너졌고
우리는 더 이상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없었다.
그 이후로 나는
결이 맞고
대화가 잘 되는 사람을 찾는 일에
자꾸만 망설이게 되었다.
결혼하기 전까지는
누구든 자신의 결을 숨기고
상대에게 맞춰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누군가의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두 번 다시
같은 실수를 하고 싶지 않다면
잘 맞는 사람을 찾기보다
내가 절대 맞출 수 없는
한 가지를 먼저 생각해 보라고.
그 질문 앞에서
나는 꽤 오랫동안
나 자신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아주 분명해진 것이 하나 있었다.
나를 통제하려는 관계,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막는 환경,
내 삶을 축소시키는 사랑이라면
나는 결국 또다시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혼자의 삶을 오래 살아왔고
그 시간 동안
내 가족과 내 주변은
나의 선택과 방향을
믿고 응원해 주었다.
그래서 앞으로 만날 사람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제한하거나
내 삶의 방향을 바꾸려 한다면
그 관계는
아무리 사랑이라는 이름을 가져도
결국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여전히 고민은 남아 있다.
혹시 내가
너무 높은 기준을
세워두고 있는 건 아닐까.
과거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나를 필요 이상으로
닫아버리고 있는 건 아닐까.
그 질문 앞에서
나는 아직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사랑을 원하지 않는 게 아니라
이제는 삶을 지키며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서로의 삶을 막지 않는 사람을 만나게 되기를."
사랑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내년은
조급해지지 않되
닫히지도 않는 해로 살아보고 싶다.
열린 마음으로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고
그 과정 속에서
나에게 가장 맞는 사람을
천천히 알아가고 싶다.
내가 조금 부족한 부분은
살펴주고
내가 가려는 길은
묵묵히 응원해 줄 사람을
언젠가는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아주 조용한 희망을 품은 채로.
기다림 속에 마음을 기록하는 글빛지니
혹시 여러분에게도
사랑 앞에서
절대 포기할 수 없는
한 가지 기준이 있나요?
그 이야기를
조용히 나눠주셔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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