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겨울, 담양에서 산타를 만났다
취재와 여행 사이에서 마주한 담양산타축제의 밤
by
글빛 지니
Dec 26. 2025
"나는 이 겨울, 담양에서 산타를 만났다."
크리스마스가
이렇게 조용히 마음을 만져준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눈이 내리고,
사람들이 웃고,
그 사이에서
나는 잠시
아무 역할도 내려놓은 채
그저 그 시간 속에 머물렀다.
나는 그동안
축제 기간 내내
현장을 지킨 적은 거의 없었다.
보통은 하루,
어쩌면 몇 시간,
기사에 필요한 만큼만
보고 돌아왔다.
그런데
이번 담양 산타축제는 달랐다.
24일과 25일,
나는 이틀 연속
같은 장소를 찾았고
그 두 날은
전혀 다른 기억으로 남았다.
24일은
온전한 취재의 목적으로
향한 날이었다.
"그날의 산타는 무대 위보다 사람들 사이에 더 많이 있었다."
개막식이 오후 6시라
조금 이른 시간에
메타프로방스에 도착했다.
아직 해가 완전히 지기 전,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고,
축제장은
천천히 숨을 고르고 있는 듯 보였다.
개막식과 개막공연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다.
아이들의 캐럴이 울려 퍼지고,
무대 위 불빛이 하나둘 켜질수록
사람들의 표정도 조금씩 밝아졌다.
처음에는
“오늘 사람 많을까?”
싶은 정도였는데,
개막식이 끝날 무렵에는
메타랜드가 가득 찼다.
그날은 정말 추웠다.
손이 쉽게 얼어붙을 만큼
찬 공기였지만
곳곳에는
난로가 준비돼 있었고,
사람들은 하나같이
단단하게
준비를 하고 나온 모습이었다.
두툼한 외투, 장갑, 모자.
추위보다
이 시간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더 크게 느껴졌다.
개막공연 무대에서
나는 가수 임창정을
1열에서 바라보았다.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순간, 그는 가수였고 나는 관객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밤만큼은 서로가 같은 시간을 건너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카메라 셔터를
쉬지 않고 누르면서도
나는 모든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었고,
어느 순간엔
‘지금 우리는 소통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무대 위와 아래의 경계가 사라진 순간.
그것만으로도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조용히 풀어지는 기분이었다.
"1열에서 따라 부르던 노래 한 소절 한 소절이 그동안 쌓였던 마음의 피로를 조용히 내려놓게 했다."
공연이 끝난 뒤,
나는 취재라는 명목으로
체험 부스에 들렀다.
조명등을 하나하나 만들며
아이들 사이에 앉아 있었는데,
왜 그렇게 웃음이 나고 재밌던지.
주변은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
대부분이었고
나는 잠시
어른도, 기자도 아닌
그냥
체험을 즐기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펜을 쥐고 집중하던 그 순간이 생각보다 큰 힐링이 되었다."
안내해 주시던 분이
“어디서 오셨어요?”
하고 물었고,
기자라고 답하자
“어른들이 직접 체험하시는 모습이
너무 즐거워 보여서 보기 좋아요”
라고 말해주셨다.
그 말이
그날 내 마음에 오래 남았다.
"작은 빛 하나가 겨울 밤을 충분히 따뜻하게 만들었다."
오후 5시에 도착해
집으로 향한 시간은 밤 9시.
그 사이 나는
여기저기 구경하고,
모자도 사고,
인생 네 컷도 찍고,
사진 속에 나를 남겼다.
‘일하러 왔다’는 생각은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다음 날, 25일.
눈이 내렸다.
완전한
화이트 크리스마스였다.
이번엔
친한 동생들과 함께였다.
"웃고 있는 얼굴만으로도 이번 크리스마스는 충분했다."
전날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사람은 정말 많았고,
식당마다 ‘재료 소진’ 안내가 붙어
먹고 싶던 건 결국 먹지 못했지만,
그마저도 웃으며 넘길 수 있었다.
곳곳에 설치된 조형물 앞에는
사진을 찍기 위해 줄지어 선 가족들,
반려견과 함께 나와
추억을 남기는 사람들,
산타 복장을 한 청년들과
아이들이 함께 웃고 있는
장면들이 이어졌다.
눈이 내려서였을까.
사람들의 표정이
유난히 부드러워 보였다.
사진을 찍고,
소품을 구경하고,
오랜만에
깔깔거리며 웃었다.
이렇게 크리스마스를
온전히 즐겨본 게
정말 오랜만이었다.
아마도 이번 크리스마스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눈이 내려서가 아니라,
축제가 좋아서가 아니라,
그 시간 속에서
내가 나를 제대로 쉬게 했기 때문에.
이번 축제의 주제,
‘우린 누군가의 산타’라는 말이
자꾸 마음에 머물렀다.
이 담양 산타축제는
그 자체로
나에게 산타가 되어주었다.
그래서 나는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속에서
온전히 쉬고,
조용히 회복할 수 있었다.
살다 보면
삶이 유난히 팍팍해질 때가 있고,
모든 걸 잠시 내려놓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아주 사소한 장면 하나,
나에게 산타가 되어주는
작은 온기 하나에도
마음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걸
이번 겨울에 알게 되었다.
올해가 가기 전,
누군가에게
아주 작은 산타가 되어줄 수 있다면,
그리고 또
그 마음을
고요히 받아 안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연말은
충분히 따뜻하지 않을까.
사람과 계절 사이에서,
나를 기록하는 글빛지니
여러분은
눈 오는 날,
마음에 오래 남은
겨울의 장면이 있다면 나눠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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