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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승진 대표 Mar 09. 2020

코로나19가 쏘아올린 작은 공, ‘재택경제’가 온다

모든 것을 집에서 해야 하는 상황이 불러온 변화, 기회가 될 수 있을까

눈을 뜨면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세수를 하고, 유튜브 홈트 영상을 따라 하면서 아침을 시작합니다. '출근을 안 하니까 아침 시간도 벌고 좋네' 하는 생각을 하며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켭니다. 회사 메신저를 켜서 출근 체크를 하고, 쌓여있는 메일에 회신하고 급한 업무를 처리하면 벌써 11시. 회사에 있을 때처럼 ‘점심 뭐 먹지’ 고민은 똑같지만, 외식도 못하고 귀찮으니까 배달 어플을 켜서 음식을 주문합니다. 알람이 오면 배달원이 문 앞에 놓고 간 음식을 픽업해서 상을 차리고, 그냥 먹기는 적적하니까 넷플릭스로 드라마를 보면서 점심 식사 완료. 식사 후에는 반려견과 장난감으로 놀아주며 남은 시간을 즐겨봅니다. 다시 오후 업무 시작…3시에는 회의가 있어서 미리 공유 받았던 아젠다를 살펴보고, 화상회의 프로그램에 접속합니다. 팀원들이 한 명씩 로그인하면 서로 안부 인사를 하고, 오늘 입 밖으로 소리 처음 내본다는 우스갯소리도 하면서 회의를 이어갑니다. 각자 업무 롤과 데드라인을 정한 후 회의록과 일정은 캘린더에 공유합니다. 쏟아지는 잠에 노래 크게 틀어놓고 다시 업무…… 그리고 드디어 6시! 노트북을 끄는 것으로 퇴근 완료!


혹시 요즘 여러분의 모습과 비슷한가요? 직장인의 일과를 예시로 들긴 했지만, 헬스장이나 운동센터 대신 홈트를 하고, 외식 대신 배달 음식을 먹고, 집에서 여가시간을 보내는 상황들은 모두 공감하실 겁니다. 


만나통신사 : 코로나 19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재택경제’가 온다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외출 자제, 비자발적 방콕 신세가 된 사람들


최근 코로나 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전국의 어린이집은 휴원에 들어가고, 학교는 개학을 연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부 회사는 재택 근무를 시행하고 있는 추세죠. 국내 대기업들 중 몇 곳은 3월 초 까지만 재택근무를 시행하기로 했으나, 언제 사그라들지 모르는 상황이 계속되자 3월 말까지 연장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이미 중국은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는 재택근무를 실시하라’는 당국의 권고에 따라 1월 말부터 재택근무가 활성화 되고 있었는데요. 확산세가 둔화되고는 있다고 하지만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대도시 소재의 주요 대기업 중 60%는 아직까지도 사무실 문을 열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 또한 아마존과 페이스북을 비롯한 다수 기업들이 사무실을 폐쇄하고 재택근무를 도입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처럼 외출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특히 중국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집에서 모든 생활을 가능하도록 발달된 경제 형태를 일컫는 ‘재택경제’입니다. 생산 및 소비 활동 뿐 아니라 새롭게 창출되는 모든 부가가치 영역을 아우르는 만큼 인터넷 쇼핑이나 모바일 생방송, 배달 서비스, 원격 교육, 재택근무 지원 서비스 등 다양한 업종이 포함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 중에서도 기업이라면 재택근무를 유심히 볼 필요가 있겠죠. 재택근무가 단기적으로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수단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 운영 방식이 변화될 미래를 대비하는 방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이미 미국의 컨설팅 회사 '그랜드뷰 리서치(Grand View Reaserch)’는 지난 8월 발표한 보고서 내에 화상 회의 관련 시장만 2025년까지 65억 달러(약 7조 7천억 원)까지 성장한다고 예상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19 사태가 이 시기를 더 앞당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원격근무 시스템 통해 3무(無) 근무 실시하는 중국 기업들


중국의 최근 기업들은 ‘3무(無) 방식’을 시행 중입니다. 3무 방식은 무접촉 출퇴근, 무접촉 회의, 무접촉 일처리를 일컫는 것으로, 결국 사무실 출근을 하지 않고 각자의 집에서 따로 재택근무를 하는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알리바바 ‘딩톡’ / 출처: 딩톡 홈페이지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재택근무가 가능한 인프라가 구축돼야 합니다. 때문에 원격 회의 서비스나 협업 플랫폼이 주목 받고 있는데요, 중국에서는 현재 1000만 곳이 넘는 조직과 회사에서 2억 명 이상이 ‘딩딩(釘釘·Dingtalk)’을 이용해 업무를 진행 중입니다. 알리바바 그룹이 출시한 업무용 모바일 어플인 딩딩은 단순한 사내 메신저 및 화상 회의 서비스를 넘어서 재택근무에 최적화된 다양한 기능들이 있습니다. 


우선 휴가나 출장 등의 상태를 나타낼 수도 있고, 캘린더를 연동한 일정 확인이 가능한 것은 물론 비용 청구나 결재 승인 등 다양한 사내 서비스와 연동도 가능합니다. 이는 회사의 업무를 장소의 제약 없이 모두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기본적인 기능들입니다. 이에 더해 직원 위치 파악 시스템도 구축되어 있고, 그룹 채팅창에서 내 메시지를 누가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까지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읽지 않은 사람에게 다시 알림을 가게 하는 리마인드 기능도 있습니다. 실시간 번역 서비스도 완벽하게 구현되어 있어 중국어로 온 메시지를 우클릭해서 번역하면 영어로 바로 변환되기도 합니다. 물론 반대로도 가능하기 때문에 서로가 다른 언어로 대화를 해도 알아서 편한 언어로 번역을 해서 이해를 할 수 있어 바로 바로 대화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때문에 중국 내에서 딩딩은 이번 사태가 확산되기 전부터 이미 많은 기업들이 업무용 플랫폼으로 활용해오고 있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추가된 '직원 건강보고 기능' / 출처: 核心网, 人民邮电报 관련 기사 중


하지만 딩딩은 최근 사태를 겪으며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사항들에 대해 개선하고 그때그때 필요한 기능들을 추가했습니다. 특히 지난 1월 29일에는 '직원 건강 보고 기능'을 추가했다고 발표했는데요, 이는 직원들이 온라인으로 자신의 건상 상태를 회사에 보고하고, 회사는 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기능입니다. 또한 집에서도 화장을 하지 않고 화상 회의에 참여하고 싶다는 소비자의 니즈에 따라 화상 회의용 뷰티 필터를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업무용 모바일 어플로 비즈니스 확장까지?!


딩딩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이처럼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철저하게 조사하고, 바로 반영한다는 점입니다. 사실 다른 기능을 추가하지 않았어도 다른 선택지가 없던 소비자들은 딩딩을 이용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에 그치지 않은 것이죠. 이처럼 실시간으로 반영한 서비스 개선은 더 많은 소비자들을 끌어왔고, 이를 통해 딩딩은 실사용자들의 유의미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기회를 획득하게 되었습니다. 

 

딩딩 교육용 원격지원 플랫폼 '딩딩미래교원(钉钉未来校园)'

또한 비즈니스 확장의 기회를 호시탐탐 노려 빈틈을 파고든다는 것 또한 주목할 만 합니다. 즉 체계를 잡아놓은 시스템을 활용해 비교적 수월하게 다른 비즈니스로 확장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2월 초 서버 다운으로 긴급 복구를 한 이후 알리바바의 장융 CEO는 원격 근무 뿐 아니라 교육도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서버를 대폭 늘렸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기업용과 유사한 교육용 플랫폼에서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자리를 잡겠다는 포부인데요, 딩딩이 교육용 원격지원 플랫폼으로 출시한 ‘딩딩미래교원(釘釘未來校院)’은 기업용과 유사하게 원격 화상 강의와 학급별 메신저, 온라인 시험 및 평가 등을 지원합니다. 해당 플랫폼 또한 기업용과 마찬가지로 코로나 사태로 더욱 대중화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딩딩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약 5천만명의 학생들이 수업을 듣거나 소통하고 있다고 합니다. 온라인 강의가 더욱 대중화됨에 따라 이는 더욱 성장할 것이라 보입니다. 


앞으로 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그 속에서 포착할 수 있는 뉴비즈니스의 기회는? 


이번 사태 이후로도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 기업은 어떤 변화가 동반될까요? 또 이에 따라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는 분야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기업의 입장에서는 지금처럼 재택근무를 하는 등의 업무 방식에서의 변화는 물론이고, 채용 및 기업 문화에도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실제로 현재 상반기 채용 일정이 무기한 연기되고 있는 상황인데요. 몇몇 곳에서는 화상 면접을 시범 운영하는 케이스도 진행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온라인으로 직원을 채용하고 교육까지 하는 프로세스가 구축될 것으로 보입니다. 


더불어 재택근무의 한계로 여겨지고 있는 업무 환경에서 개선을 위한 변화와 함께 연관된 분야의 성장도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우선 현재 재택근무 방식으로는 비대면 의사소통의 한계가 있을 수 있고, 회사 만큼의 업무 환경이 구축돼 있지 않아서 업무의 속도나 작업 퀄리티의 한계도 존재합니다. 때문에 면대면 커뮤니케이션 만큼의 효과를 볼 수 있는 툴이 생길 수 있을지 주목해봐야 할 것 같네요. 또한 집을 사무실처럼 꾸미는 인테리어나 이를 위한 사무용품들이 주목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케치북을 찢어 "집무실"이라 방에 붙여 놓은 사진 / 출처: https://news.joins.com/article/23719342



일각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을 재택 근무 실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분석도 오가고 있습니다. 재택 근무가 장기적으로 시행되면서 업무나 사업 성과에 지장을 주지 않을 만큼 균형이 유지된다면, 기존의 근무 방식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인데요. 


분명한 것은 코로나 사태가 종료된 후에도 집을 중심으로 하는 비즈니스 영역은 계속 확장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모바일 기반의 비즈니스가 될 수도 있고, 그동안 오프라인과 대면 방식으로 하던 것들이 대체되는 경우도 생겨날 것입니다.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찾는 분들이라면 이번 기회에 재택경제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방안들을 꾸준히 살펴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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