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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승진 대표 Mar 02. 2020

코로나 이후 모든 것이 라이브로 통하고 있다

중국의 라이브 커머스 전성시대 가속화에 불 지핀 코로나 19

최근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코로나 19의 여파로 인해 방탄소년단 콘서트를 포함한 각종 행사나 공연, 시험 등이 무기한 연기되거나 취소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또한 3월 진행 예정이던 신제품 발표 행사를 취소하거나 연기를 검토 중이라고 하는데요. 하지만 수백 여 매체의 기자들이 참석하는 대규모 행사인 만큼 일정대로 진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의 샤오미가 신제품 발표회를 지난달 13일 동영상 플랫폼 ‘비리비리(bilibili)’를 통해 라이브로 방송한 것처럼 온라인으로 대체될 수도 있을 가능성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외에도 현재 국내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등의 제작발표회 등 사람들의 밀집이 불가피한 오프라인 행사들이 온라인 생중계로 대체되고 있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 킹덤 시즌 2 제작발표회 온라인 생중계로 변경: 코로나 여파로 '킹덤' 시즌2 제작발표회 온라인

* 엠넷 예능 프로그램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온라인 생중계로: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제작발표회 온라인


2월 13일 방송된 샤오미 신제품 발표회 / 출처: 비리비리 http://bit.ly/2wp8udN


우리보다 앞서 코로나 여파를 심각하게 겪은 중국을 살펴보면, 온라인 라이브 방송이 단순한 오프라인을 대체 기능을 넘어선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실제 2월 17일에 발표된 ‘타오바오 경제난보(淘宝经济)’에 따르면 2월 이후 매일 3만 개가 넘는 새로운 상점이 오픈했습니다. 이에 더해 2월 12일부터 17일 한 주간 타오바오 라이브를 통해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매물을 올렸으며, BMW와 아우디를 비롯한 23개 글로벌 자동차 업체가 자동차 판매를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단순히 오프라인에서 하지 못하게 된 것을 대신 보여주거나 전달하는 것을 넘어서 ‘판매’로 이어지는 라이브 커머스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입니다. 


출처: 타오바오경제난보 http://www.sjfzxm.com/fushi/202002-19-562472.html


사실 중국은 2019년 라이브방송 이커머스 총 규모가 4400억 위안(한화 약 74조)에 달할 만큼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라이브 커머스 전성기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타오바오즈보(淘宝 直播·Taobao Live)나 더우인(抖音·Tiktok), 콰이쇼우(快手·Kwai) 등의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고 있죠. 


** 즈보(直播·라이브 방송) : 중국어로 ‘즈보(直播)’는 ‘생방송’을 일컫는 단어로, 업계에서는 통상적으로 모바일 플랫폼에서 라이브 방송을 통해 소비자와 소통하며 물건을 판매하는 ‘모바일 생방송 홈쇼핑’을 뜻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코로나 사태는 원래도 일상적으로 이뤄지던 중국의 라이브 커머스 시장의 범위를 조금 더 넓힌 요소로서 작용했다 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 판매되던 의류나 뷰티, 식품을 넘어서 ‘이런 것 까지 판다고?’ 싶은 물건들이 거래되거나 참신한 콘텐츠들이 수익성을 얻기 시작한 것이죠. 


이에 관련해 중국의 IT 전문 매체인 36kr에서 <疫情“禁足”期,万物皆可“播”>라는 제목으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한 다양한 산업들을 소개했습니다. 제목은 한글로 의역한다면 ‘코로나로 외출이 금지된 기간, 모든 것이 방송될 수 있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중 꽤나 신박하다고 생각되는 분야 3가지를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자 합니다. <36kr 기사 원문: https://36kr.com/p/5291974 >


집에서 집 사기? 부동산 라이브” 

타오바오 라이브 방송 ‘云卖房’ 현장 / 출처: https://new.qq.com/omn/20200218/20200218A0DTRO00.html


타오바오 라이브는 2월 12일부터 18일 부동산 거래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이 이벤트에주요 100개 도시에서 5천 개가 넘는 부동산 중개회사가 참여했고, 라이브 접속자 수는 약 2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실제로 코로나 사태가 확산되면서, 부동산 개발이 중지된 것은 물론 부동산 구매 또한 전월 대비상하이가 28.4%, 선전시는 28%까지 하락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부동산 개발사와 온라인 중개 플랫폼들이 온라인을 통한 집 구경과 분양을 시도하게 된 것이죠. 방송은 실제 판매되는 집이나 신규 분양 예정인 모델하우스에서 생중계되는 형식으로, 입주 컨설턴트들이 앵커처럼 주변 공간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부동산 자체가 고관여 제품이기 때문일까요? 실제 판매로 이뤄진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하네요. 때문에 방송 시청에서 구매까지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은 추가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부분으로 보입니다. 


클럽이 되어버린 내 집, 클라우드 클럽” 

코로나 사태 이후 중국에서 클럽은 문을 닫거나 예정돼 있던 DJ공연을 취소했습니다. 이에 중국에서 활동하는 DJ들은 온라인 라이브 방송을 통해 공연을 하는 ‘클라우드 클럽’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더우인(抖音)을 통해 라이브로 DJ 공연을 하고, 이를 보는 시청자들은 공연을 보는 것과 동시에 메시지를 보내거나 풍선(우리나라로 따지면 아프리카의 별풍선)을 보내 DJ를 서포트 할 수도 있습니다.


출처: https://www.businessinsider.com/coronavirus-quarantine-cloud-raves-china-photos-2020-2


실제로 2월 8일 상하이 TAXX클럽의 한 DJ가 진행한 라이브 방송에는 7만 명이 넘는 사람이 동시 접속했으며, 방송을 통해 무려 70만 위안(한화 약 1억 2천 만원)을 벌었다고 합니다. 


이들이 주로 활동하는 ‘더우인(抖音)’은 우리나라에서는 글로벌 버전의 이름인 ‘틱톡’으로 알려진 숏 비디오 플랫폼입니다. 글로벌 SNS의 이용을 제한하는 중국 정책상 중국에서 사용되는 더우인과 글로벌 버전으로 출시된 틱톡은 서로 분리되어 있고, 이 때문에 각 플랫폼에 올라온 콘텐츠는 서로 확인할 수 없어요. 그리고 중국의 더우인에는 이커머스 기능이 연계되어 기업이나 인플루언서들이 라이브 방송을 하면서 자신들의 상품을 판매할 수 있습니다. DJ들이 공연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는 이유가 이에 있죠. 아직 틱톡에는 커머스 기능이 연계되지 않았지만, 곧 추가될 것이라는 업계의 추측은 계속되고 있다는 점! 참고해두면 좋겠죠. 


서점의 라이브 방송, 새로운 돌파구 될 수 있을까?” 

코로나 사태로 집 밖에 나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책에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제 주변을 봐도 강제 칩거 생활을 하게 되다 보니 집에서 할 일들을 찾게 되는데, 핸드폰으로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는 것도 지치고 눈도 피곤해져서 책을 읽고 있다는 사람이 늘었는데요. 


오프라인 서점이 온라인에 밀려 시장이 축소되고 있던 상황에 코로나 사태까지 겹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라이브 방송’이 새로운 해결 방안으로 떠오른 것입니다. 


상하이의 서점 ‘钟书阁(zhōngshūgé · 종서각)’은 지난달 3일 타오바오 라이브 베타 서비스를 진행하고, 매일 다른 지점에서 다른 테마로 라이브 방송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4일 4시간 동안 진행된 방송에는 약 9천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접속했으며, 만 개가 넘는 메시지와 2만 7천 여 건의 ‘좋아요’를 받았다고 합니다. 


상하이의 钟书阁 서점 라이브 방송 안내 포스터와 실제 방송 캡쳐 / 출처: https://n.eastday.com/pnews/1580900108011841

방송 캡쳐 이미지에서 볼 수 있듯이 서점을 둘러보는 컨셉에 더불어 시청자 접속 수에 따라 서점의 굿즈를 증정하는 이벤트(800명 도달하면 복권 추첨)를 진행하는 등 참여를 유도해 더욱 활발한 방송이 이뤄지게 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중국 샤먼에 위치한 북카페 ‘西西弗书店(시시푸서점)’ 또한 이와 유사한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두 명의 점원이 생방송을 담당해 서점과 책을 소개하고, 구매 혜택 정보나 서점 이용 노하우 등을 방송했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우리나라에서는 어떨까요? 사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각종 SNS 라이브를 활용한 사례는 많지만, 그저 오프라인으로 진행하려던 행사를 온라인으로 대체한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발견한 것이 <대구맛집일보>라는 페이스북 페이지였는데요. 한 커뮤니티에서는 ‘sns 기능을 제대로 살리고 있는 대구 페이스북 페이지’로 소개되어 조회수가 180만이 넘을 만큼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국내 다른 지역들도 심각하긴 하지만 모두 아시다시피 현재 대구가 가장 심각한 상황일텐데요,

출처: <대구맛집일보> 페이지 게시물 캡쳐

지난달 21일 해당 페이지에 ‘도움이 필요한 업주님들 직원분들 메시지 주시면 최선을 다해 알리고 돕도록 하겠습니다’ 내용이 담긴 게시글이 올라오는 것을 시작으로


출처: <대구맛집일보> 페이지 게시물 캡쳐

꾸준히 매장들의 음식 및 식자재 판매 소식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게시글을 보면 음식 및 가격과 함께 매장 정보를 같이 기재해서 이를 본 대구 시민들이 직접 가게에 전화해 배달을 받거나 방문 포장으로 음식을 받는 형식입니다. 배달의 민족에 등록이 되어있지 않은 자영업자들에게 특히나 좋은 창구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대신 전해드립니다’와 같은 일방적인 정보성을 넘어 실제 오프라인 매장의 수익을 도울 수 있는 구조로 진행되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현재 페이지 운영자에 따르면 대구 외의 다른 지역 페이지에서도 이와 같은 활동이 진행 중이라고 하네요. 추후에는 페이스북 플랫폼 외에도 다른 SNS를 통해 라이브가 접목된 형태로도 진화되지 않을까 감히 유추해봅니다. 


그리고 고객과의 접점을 위한 온라인 채널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할 필요성을 다시금 느낍니다. 이는 지금의 코로나 사태 뿐만 아니라 이후 더 빠르게 진행될 온라인 시대를 대비하는 데에도 꼭 필요한 부분이 될 테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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