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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신만나드립니다 Oct 26. 2023

사회를 진료하는 한의사, 이명규 인천시의원님(1)

지난 7월, 윤영희 서울시의원님을 인터뷰하던 자리에서 한의사 출신 광역의원들께 인터뷰를 청해 보라는 조언을 들은 유니콘. 뉴스 기사를 살펴보던 중, 20여 년 가까이 임상에 계시다 정치에 뛰어든 한의사 선배님이 계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연락드린 이명규 인천시의원님은 인터뷰를 위해 찾아온 후배 한의대생들을 따뜻하게 맞아 주셨습니다. 정계 생활에 대한 솔직한 말씀들과 유익한 조언들이 가득한 인터뷰, 모두 함께하시죠!

[학력]
경희대학교 한의학과 졸업
경희대학교 대학원 한의학과 졸업(한의학박사)

[약력]
(전)인천광역시 한의사회 회장직무대행
(전)인천광역시 핸드볼협회 부회장
(전)푸른경희한의원장
제9대 인천광역시의회 전반기 산업경제위원회 제1부위원장
제9대 인천광역시의회 전반기 제1기 윤리특별위원회 위원
인천광역시의회 도시계획 및 도시개발사업관련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 위원

Intro: 대만드 공통질문


Q: 안녕하세요, 먼저 의원님의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저는 민선 8기 인천광역시의회에서 시의원으로 의정 활동하는 이명규라고 합니다. 저는 인천에서 태어났고, 인천에서 초, 중, 고등학교를 마쳤고, 또 대학을 졸업한 다음 개원도 인천에서 했습니다. 제 아내도 마찬가지로 인천 사람이고, 아이들도 초, 중, 고등학교를 다 인천에서 다녔으니 ‘뼛속까지 인천사람’인 셈이죠. 그만큼 인천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고 생각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지금은 부평구에서 117표 차이로 어렵게 당선되어서 인천시의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Q: 부평구도 유권자 수가 많은 자치구로 알고 있는데, 117표 차이라면 굉장한 접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A: 제 지역구에 유권자들은 6만 명 정도 계시는데, 투표율도 고려해야 하긴 합니다. 117표 차이라는 굉장한 초접전 끝에 당선된 것은 제가 민의의 무서움을 크게 느끼게 하는 경험이 되었습니다. 유권자 중 60명만 상대 후보에게 투표하셨다면 당락이 뒤바뀔 수 있었던 셈이니, 유권자 한 분 한 분이 소중하다는 것을 더 뼈저리게 느끼고 있죠.


Q: 천 표 차이만 나도 접전이라고 하는데, 117표라면 엄청난 초접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다음으로 요즘 의원님의 일과, 혹은 일주일 일정이 어떻게 되시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A: 보통 다른 의원님들이 하시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회기에는 주로 상임위 활동이나 본회의 활동을 하게 되는데, 제가 지역구가 있는 의원이다 보니 지역구 행사에도 많이 참여하게 됩니다. 의회에서의 활동과 지역구에서의 활동을 병행해야 되는 거죠. 지역구 의원들이 의회 활동을 열심히 하게 되면 지역구 활동에 소홀하게 되고, 거꾸로 지역구 활동을 열심히 하려면 의회 활동에 집중을 못하게 되는 딜레마가 있습니다. 저는 이 두 활동을 병행하는 것이 주 일과라고 할 수 있죠. 요즘은 지역구의 유권자 분들이 주말에 산악회 같은 활동들을 많이 하시는데, 그때 주민들을 찾아뵙기도 합니다. 학교에서 운동회를 하거나 결혼식을 할 때 축하하러 가기도 하고, 상을 당하신 분들께 조의를 표하러 가기도 합니다. 그런 식으로 지역구 활동을 하게 되면 생각보다 바쁜 편입니다.


Q: 지금은 비회기라고 말씀을 하셨는데, 그러면 지금은 상임위나 본회의 활동보다는 지역구 활동에 조금 더 초점을 두고 계신다고 생각을 해도 되는 걸까요?


A: 그렇죠. 하지만 저희가 회기에 진행하는 행정감사나 예산안 편성, 혹은 기타 집행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하려면 많은 자료가 필요합니다. 비회기에는 그때를 대비해서 자료를 축적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의견을 수렴하게 됩니다. 힘을 축적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본회의가 실제로 열리느냐의 차이가 있지만 회기, 비회기에 상관없이 의정 활동은 끊기지 않고 이어진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시의원이 되기까지

Q: 다음은 의원님께서 시의원이 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서 여쭤보려고 합니다. 기사들을 살펴보니 의원님이 20여 년 가까이 진료를 오랫동안 하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랜 시간 몸 담으셨던 임상을 떠나 정계 진출을 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A: 어떻게 보면 제가 왜 정치인이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이네요. 제가 86학번인데, 1984년부터 충청북도 청주와 청원에서 한방의료보험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바로 전국적으로 한방의료보험을 도입하기는 어려우니까 시범사업의 성과가 괜찮으면 전국적으로 확대하려는 목적으로 진행한 것이죠. 제가 예과 1학년 때는 시범 사업이 끝나가는 시점이었습니다. 그 당시에 전한련 (전국한의대학생회연합)이 한방의료보험 확대 실시를 촉구하는 운동을 했었어요. 저도 그때 홍보용 유인물을 가지고 1호선 전철을 타서 승객 분들께 나눠주는 활동을 했습니다. 원래는 열차 안에서 유인물을 나눠주면 안 되기 때문에 적발이 되어서 경찰서에서 조사받은 경험도 있습니다. 그때 조사를 맡았던 정보과 형사가 그러더라고요. 우리가 열심히 유인물 뿌리는 것보다 자신들이 정보지를 만들어서 올리는 것이 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이에요. 


1988년에는 보건부에서 안마사들이 3호침 이하의 침을 사용한 시술을 허가하는 유권 해석을 내렸던 적이 있어요. 보건부 측의 논리는 침 시술이 깊지 않으니 위험성이 적고, 안마사들의 생계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었죠. 그때도 반대 투쟁으로 정부과천청사에 모여서 시위한 적도 있습니다. 1993년에는 제가 본과 4학년이던 시절이었는데, 그때는 한약분쟁이 있었습니다. 저는 본과 4학년이었지만 다른 동기들과 함께 다 같이 유급을 하며 투쟁했죠.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정책이 한의사들의 의권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일찍이 터득하게 되었어요. 


1995년은 제가 개원을 한 시점이었는데, 그때는 한약조제약사를 배출하기 위한 한약조제시험이 처음으로 실시된 해였습니다. 그 당시에 한약 조제 약사 시험 예상 문제가 뭐였냐면, ‘사슴의 뿔로 된 약재의 이름은?’ 같은 수준이었어요. 누구나 그 문제의 답이 녹용이라는 것을 맞힐 수 있죠. 응시자들을 다 붙여주려는 수준의 문제들을 출제하는 것을 보면서 한의사들이 반대 투쟁에 나섰습니다. 젊은 혈기에 삭발을 하신 분들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런 작은 경험들을 통해서 한의사가 가지고 있는 의권은 단순히 한의사들이 주장한다고 해서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어요. 사회 속에 한의학과 한의사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한의사들이 임상에 있는 것만으로는 어렵다는 생각을 그때부터 가지고 있었어요. 그 생각이 차차 발전되고 발현되면서 정치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죠.


Q: 저희가 학교에서 의사학을 배울 때 현대 의학사도 나옵니다. 한방의료보험 시범 사업이나 한약분쟁은 교재에 역사 속의 사건으로 나오고 있는데, 그때 최전선에 계셨다는 말씀을 들으니 또 새롭게 느껴집니다.


A: 그런 경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정치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제 고등학교 선배님이 지역 당협위원장으로 계셨기 때문에 운이 좋았던 면도 있습니다. 사실 당내 경선에서 후보가 되는 것까지는 개인의 정치력을 발휘해서 어떻게든 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본 선거의 경우는 제 영역이 아니라 바람의 영역입니다. 특히 수도권 지역이 그렇죠. 저는 재수 끝에 시의원이 되었습니다. 7회 지방선거에서는 제가 속한 당이 인기가 없었기 때문에 제 역량이 아무리 강해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국회의원이나 시장, 군수 선거들은 개인의 역량으로 정당에 상관없이 표를 더 끌어모을 수 있지만, 저 같은 광역의원 선거에서는 그러기 힘들죠. 그래서 제 역량이 좋아도 선거 구도에 따라 결정되는 면이 있습니다. 관운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죠. 



Q: 다음으로는 의원님이 시의원으로 당선되기까지의 과정을 여쭤보려고 합니다. 의원님께서는 부평구에서 지역구 의원으로 당선되셨는데, 지역구 의원으로 당선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A: 의회에는 지역구 의원이 있고 비례대표 의원이 있습니다. 비례대표로 출마를 노린다면 시도당 차원에서 활동을 하시면 됩니다. 지역구 같은 경우는 각 당협에서 활동을 하셔야 합니다. 밑에서부터 3~4년 정도 당협 활동을 하시고, 여러 사회 활동도 겸해서 해야죠. 저 같은 경우는 핸드볼 협회의 부회장도 맡았고, 학교 운영위원회 같이 지역에서 여러 활동들을 함께 했습니다. 그렇게 커리어를 쌓아나가며 공천장을 획득하는 거죠. 저 같은 경우는 한 번 낙선했기 때문에 그때 굉장히 좌절하기도 했어요. 7회 지방선거 때는 분위기가 굉장히 안 좋아서 빨간 옷을 입고 선거운동을 하면 반응이 안 좋을 때가 많았습니다. 지하철 역에서 명함을 나눠드리고 장소를 옮길 때 보면 바닥에 버려진 명함이 떨어져 있기도 했고요. 그만큼 민심을 얻기가 굉장히 힘들다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그다음에 이번 8회 지방선거에서는 간신히 당선되었고요. 에서 보는 것과 직접 선거운동을 해보면 차이를 많이 느끼게 됩니다.



의정 활동 - 의료 분야


Q: 다음 질문들은 의원님께서 하시는 의정 활동에 대한 질문입니다. 먼저 의원님께서 생각하시는 인천광역시의 가장 중요한 의료 현안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에 대해서 한의계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인천시에 지금 인천의료원이 있는데, 제2 의료원을 개설하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500 병상 정도의 규모로 설립을 추진 중에 있는데, 이 사업이 가장 핵심적인 의료 현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목표는 제2 인천의료원이 개원할 때 한의과를 넘어서 한의 병동까지 개설하는 것입니다. 한의 병동을 가진 지방공공의료기관은 대한민국에 없으니까요. 후보지로는 부평구 캠프마켓 부지가 선정되었습니다. 주한미군 부대가 주둔하고 있었는데, 부지를 반환받으면서 제2 의료원으로 활용하는 거죠. 제2 의료원은 많은 예산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합니다. 흔히 예타라고 하는 이 심사에서 결과가 좋지 않으면 추진할 수 없기 때문에 많은 준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예타 통과를 위해서는 사업성이 좋아야 하는데, 인천시에서는 제2 의료원에 한의과를 빼고 예타를 신청했어요. 한의과가 들어가면 경제성이 떨어져서 통과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처음에 예타를 신청할 때 한의과가 빠지게 되면 끝까지 한의과를 뺀 채로 추진될 수도 있기 때문에 군가가 문제 제기를 계속해줘야 합니다. 저는 한의사 출신인 현역 시의원으로서 그 역할을 하고 있고요. 


Q: 한의대생으로서는 당연히 공공병원이면 한의 진료를 원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한의과가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A: 한의계로서는 당연한 사실인데, 행정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죠.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경제성을 따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용역 보고서를 잘 보시면 설립 기본 계획에 한의과 전문의는 빠져 있어요. 한의계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한의계에서만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다른 쪽에서 봤을 때는 다르죠. 거기다 공무원들은 순환 보직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지 않으면 인수인계 과정에서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문제가 커질 수도 있어요.


Q: 확실히 한의신문 같은 곳에서 여러 한의사분들이 선거에서 당선되셨다는 소식을 크게 보도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A: 객관적으로 어떤 직역이 정치적인 힘이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척도는 현역 정치인의 숫자니까요. 국회의원이 몇 명인지, 시장, 군수가 몇 명인지 숫자로 판별할 수밖에 없어요. 의료계의 특정 직역들은 매 총선마다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습니다. 이것은 모두 비례대표 공천을 통해 그 직역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힘을 끌어올 수 있다는 정략적 판단의 결과죠. 그래서 한의사 혼자서는 한의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보건의료 정책이 추진되기 쉽지 않습니다.



Q: 그렇다면 시의원의 관점으로서, 한의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보건의료 정책이 추진되기 위해서는 한의계가 어떤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A: 필수 의료가 되어야 합니다. 아주 극단적으로 얘기했을 때 한약분쟁 당시 일반 한의원이 문을 닫고 학생 수천 명이 동맹 휴업을 했지만 정부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어요. 그다음에 수련의들이 움직이니까 그제야 눈을 좀 깜빡깜빡했죠. 수련의들이 휴업하면 그 피해가 한방병원에 있는 환자들에게 직접적으로 미치니까요. 한의학이 필수 의료가 되어야만 협상력이 생깁니다. 한의사가 2만 6천 명 정도 되는데, 이들이 다 같이 휴업을 한다고 해서 사회에 필수적인 의료 서비스가 마비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런 만큼 한의학이 필수 의료가 될 수 있는 방향으로 한의계가 움직여야 합니다.


또 반대로 한의사들이 사회에 무언가 공헌을,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들을 국민들이 체감하실 수 있도록 해야 해요. 그런 의미에서 홍보도 중요합니다. 국민들이 실질적으로 한의사가 이런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그런 민심이 쌓여야 한의계에 도움이 되는 보건의료 정책도 추진될 수 있는 거죠.


Q: 협상력을 말씀하셨는데, 이전 정부에서 공공의대를 추진했을 때 양방 의료계에서 전공의 파업도 하고, 국시 거부 운동도 하니까 정부가 협상에 나섰던 기억이 있습니다. 정부를 상대로 협상을 성사시킬 수 있었던 것도 양방 의료계가 현재 필수 의료로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겠죠.


A: 그렇죠.


Q: 다음으로 의원님께서 <인천광역시 의료 해외 진출 및 외국인 환자 유치 지원 조례 개정안>을 공동 발의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해당 조례안의 내용과 목적에 대해서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A: 외국인 환자들이 국내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것을 증진하기 위해 관련된 편의를 제공하는 활동이 외국인 환자 유치입니다. 관련 법률도 존재하죠. 인천광역시는 대한민국의 관문인 인천국제공항이 위치한 도시로서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기에 적합한 여건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인천시가 의료의 해외 진출이나 외국인 환자 유치를 지원하고 의료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한 사업들을 할 수 있도록 조례도 제정되어 있습니다. 보건의료 공유 협약이나 학술 행사 개최, 전문 인력 양성, 홍보관 설치 및 운영 같은 사업들이죠. 조례는 이러한 활동들을 위한 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대한 내용들을 담고 있습니다.


이명규 의원님이 정치에 몸 담기까지의 과정, 잘 읽으셨나요? 인터뷰에 참여한 동물들은 의학사 강의에서 듣던 사건을 몸소 겪으신 분의 회고를 들으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답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명규 의원님께서 해오신 전반적인 의정활동과 학생들에게 건네는 조언이 이어집니다. 모두 함께 하시죠!

Interviewer: 유니콘, 꽁치

Writer & Editor: 유니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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