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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신만나드립니다 Feb 25. 2024

교류의 속도가 성장의 속도다, 정희범 대표 (1편)

#메디스트림 #다른 사람의 성장이 나의 성장이다

지난 12월 진행되었던 '직접 만나게 해 드립니다' 독자 이벤트가 기억나시나요? 사막여우, 앵무새, 낙타, 꽁치, 그리고 일일 동물 너구리, 백호, 판다가 인티그레이션 회사에서 정희범 대표님을 만나뵈었는데요. 한의계의 성장, 그리고 이를 통한 더 건강한 사회 만들기를 목표로 누구보다도 열심히 달리고 계신 정희범 대표님의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現) 주식회사 인티그레이션 대표
6년의 임상 한의사 경험
메디테크 플랫폼 메디스트림 창업
시리즈 C, 누적 365억 투자 유치



Intro


Q.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메디스트림의 대표를 맡고 있는 정희범입니다. 원광대 07학번이고, 학교 졸업하고 나서는 도립병원에서 3년, 동네 한의원에서 1년, 프랜차이즈 한의원에서 2년 근무했습니다. 그렇게 일하면서, 저 혼자 한의원에서 열심히 진료한다 한들 한의사의 진료 환경이 좋아지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환경을 바꾸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본격적으로 창업의 길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Q. 요즘 대표님의 하루 일과, 일주일 일정이 어떻게 되나요?


 7시 반에 일어나서 1시간 반 동안 육아를 하고, 아이를 등원시킨 후 9시부터 업무를 시작해요. 출근하는 시간 동안은, 주로 경제시황을 보여주는 유튜브 등을 봐요. 거시경제가 회사에 많은 영향을 주거든요.

 회사에 도착한 후에는 업무를 시작하죠. 월요일은 오전에는 전체 회의, 오후에는 경영진 회의로, 하루 종일 회의 일정이 잡혀 있어요. 이후의 저녁 시간에는 제 개인 업무를 해요. 수요일에는 건강을 지키기 위해 9시에 아이를 등원시킨 후, 1시간은 꼭 운동을 해요. 운동이 끝난 후 회사에 출근하면, 점심을 안 먹고 저녁까지 스트레이트로 일을 해요.

 매일 일하는 시간은 아침 9시부터 밤 12시 혹은 새벽 2시까지로, 주 평균 75시간에서 80시간 일해요. 주말에도 일을 해요. 토요일은 오전에는 잠을 자고, 그 이후 2~3시부터는 제 개인 업무 시간을 주로 가져요. 일요일도 오전부터 2시까지만 가족과 보내고, 그 이후에는 일을 할 때가 많아요. 일요일 저녁 8시부터는 다음 날(월요일)의 전체 회의를 준비하기 위해 팀 전체에 대한 일주일간의 회고를 해요.


학부시절


Q. 한의대에 진학하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나요?


 사실 저는 한의대에 대해 전혀 몰랐어요. 중학교 때 미술이나 감각적인 것, 그리고 직접 개입해서 바꾸는 것을 좋아해서 미용 성형외과 의사가 꿈이었고, 대학 입시에서 의대에 갈 수 있는 점수를 받긴 했지만, 아버지와 상의하며 ‘서울대 공대에 가는 것이 낫겠다’라고 생각하여 서울대 공대에 지원했어요. 그러면서 ‘다군에는 어디를 쓸까’ 고민하다가, 맨 위에 원광대 한의대가 있는 것을 보고 잘 모르는 상태로 원서를 썼는데 합격 통보를 받았어요.

 그즈음에 지인들과 모임이 있었는데, 모두 서울대 공대에 다니다가 의, 치, 한으로 학교를 옮기는 형들이었어요. 그 모임의 형들이 공대에 가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웃음) 또, 저희 고등학교에서 전교 1등 하던 친구가 원광대 한의대에 갔어요. ‘그 친구가 갔으니까 괜찮은 곳이겠지’하고 저도 한의대로 갔어요. 별 생각이 없었죠.


Q. 학부시절에는 어떤 학생이셨는지 궁금합니다!


 처음 입학했을 때 ‘成(성)’자 하나만 알고 있던 상태였고, (수업이) 저에게 안 맞았어요. 예과 2학년 때까지는 정말 미친 듯이 안 맞는다고 느꼈고, 그래서 관심 있는 것만 열심히 하는 학생으로 살았죠. 저는 책을 잘 안 믿었고, 그래서 민족의학신문에서 유명하신 분들께 연락드리고 직접 찾아가서 배우는 것을 좋아했어요. 소문학회에서 부산 요산 한의원의 김태국 원장님을 만나 뵈었는데, 학회 공부가 너무 재밌었어요. 그래서 금요일 오전 수업이 끝나면, 오후에는 부산으로 넘어가서 금, 토, 일 3일 동안 원장님 한의원을 참관하곤 했어요. 방학에도 부산 광안리에 두 달 동안 집을 얻어 한의원으로 참관을 다녔고요. 황제내경, 소문대요 같은 책 읽는 것도 좋아했죠.

 본과 3학년 때는, ‘절반을 목표로’라는 시험공부 자료를 만들어 학번에 배포했어요. 어느 날 동기가 지나가며 ‘써머리가 하위층은 고려해주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나름 의미 있는 문제 제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침 본과 3학년 때 인생이 재미없어서 학교 생활에 싫증이 나기도 했고, 17과목의 시험을 통과하기 위한 살인적인 시험 기간을 필수 과정처럼 생각하는 것이 싫어서 이를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에 자료 제작을 시작했어요. 17개의 과목 중에서 5과목을 제외한 12과목에 대해서 전부 자료를 만들었어요. 이는 제가 문제를 해결하려는 욕구에 따라 다수의 만족을 위해 처음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낸 경험이었기 때문에, 메디스트림의 시작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Q. 학부생 시절에는 어떤 한의사가 되고 싶으셨나요?


 거창한 생각은 없었어요. 기본적으로 진료를 잘 보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 같아요. 학부 때 제가 앓던 아토피를 한약을 통해 스스로 고친 경험이 있으니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졸업하고 아토피 치료로 유명한 한의원에 들어갔어요.



메디스트림의 탄생 이전


Q. 2023년 8월의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한의사들의 환경이 나아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우울했어요. 그래서 이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로 했죠."라는 구절을 보았습니다. 대표님께서 문제의식을 느끼신 임상의 환경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개인 한의원에 있을 당시, 한의원 원장 1명이 해야 하는 일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어요. 인사 관리에서부터 노무, 환자분들의 CS 대응, 소모품 구매, 온라인&오프라인 마케팅, 인테리어 디렉팅까지 모두 해야 하잖아요. 그러니 원장이 진료에만 집중할 수 없는 거예요. 하지만 프랜차이즈 한의원에 가서는, 인프라가 비교적 완벽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웬만한 것들을 다 지원해 주기 때문에, 진료 외의 것들에 신경 쓸 일이 없어요. 그런데 매출 수수료가 높기 때문에, 한의사들은 프랜차이즈보다는 개인 한의원을 선택하죠. 일정 이상의 퀄리티를 갖춘 경영 인프라를 갖추기는 쉽지 않은 환경이에요.


 두 번째로, 당시는 의료기기를 잘 사용할 수 없는 환경이었고, 한의원에 의료기기 영업을 오시는 분들이 한의사분들의 눈높이를 맞추기가 어려운 상황이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어떤 분이 제가 있는 한의원에 의료기기 영업을 오셨는데, 허름하게 생긴 제품을 저에게 주시면서 대기실에 앉아 고스톱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는데, 화가 났어요. ‘20년이 지나도 이렇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의외로, 산업이 해당 시장을 확장시켜 주는 부분들이 많거든요. 예를 들어, 제약회사가 신약이나 백신을 개발하면, 최종적으로 처방을 하는 곳은 병의원이잖아요. 제약회사가 잘 성장하면, 병의원의 의사들은 저절로 돈을 잘 벌게 되는 구조에 있어요. 그런데, 한의계는 이 인프라가 멈춰 있는 거죠. 제품도 안 변하고 신제품도 안 나오니까요.

 당시에 아버지께서는 삼성전자에 계셨고, 누나는 삼성의료원에 있었어요. 두 사람이 어떤 인프라에서 일하거나 살아가는지 알고 나니, 제가 돈은 두 사람보다 많이 벌 가능성이 분명히 있을 것 같은데, 이 인프라에서 계속해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들었어요. 학교로 비유하자면, 학점은 잘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학교가 나아질 것 같지는 않았던 것이죠. 갑갑해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불만이 많은 스타일이어서, 이러한 엄청난 불만이 추동력이 되었어요. 저는 항상 분노에서 동기를 부여받아요.


Q. 스타트업 시작을 결심하며 가장 큰 목표로 삼으셨던 것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목표는 명확했어요. '다른 사람의 성장이 나의 성장이 된다(낙수효과)'가 모토였고, 이를 핵심 원칙으로 삼았어요. 저희 회사는 한의계 플랫폼이니까, 한의계의 성장이 저희 회사의 성장이라는 거죠. 한의계의 성장 지표를 만드는 것이 저희가 궁극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한의계가 의료기관의 20%를 차지해요. 한국에 의료기관이 7만 3천 개 정도가 있는데, 그중 1만 5천 개가 한의원이거든요. 한의원을 상향 평준화시키면 한국 의료의 20%를 상향 평준화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서, 제가 하는 일이 국민 보건의료에도 기여할 수 있는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2018년 10월에 이러한 기획을 짰고, 2019년 2월에 창업을 했습니다.


Q. 2017년 민족의학신문의 인터뷰에서 Pre-Intern에 관한 내용을 보았는데, 이 활동이 메디스트림 창업에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지 궁금합니다.


 본과 3학년 때, ‘내가 다른 사람이 잘 되는 것에만 집중했을 때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가 궁금했어요. 먼저 100명의 동기들이 시험을 통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가 되었죠. 그렇게 남을 위해 노력하면서 제 학점은 0.6점 떨어졌지만, 100명 중에 10명 정도가 감사 표시를 하더라고요. 이때, ‘100명에게 잘하면 10개의 반응이 돌아오는구나. 그럼 내가 만 명에게 잘하면 몇 개의 반응이 돌아올까?’하는 궁금증이 생겼어요. 다른 사람의 성장에 집중하는 것으로부터 나오는 산출물이 무엇인지 궁금했는데, 본 3 때의 경험이 저에게는 일종의 작은 테스트였던 거죠.

 Pre-Intern은 학교 교수님들, 똑똑한 선배 형들, 의사, 치과의사 지인들에게 도움을 받으며 한의사 전체가 알면 좋겠다고 생각한 내용을 정리한 자료였는데, 반응이 정말 뜨거웠어요. 운영 인력이 없어서 자료 공유 카페 가입 승인도 2주일에 1번만 받고, 자료도 일주일에 1개씩 밖에 올리지 못했는데, 그럼에도 1달에 200명의 사람이 카페에 가입했어요. 사람들이 이 자료를 제대로 보면 진료환경에서 재현되는 무언가가 있다고 느끼고, 자연적으로 이 자료를 보고 싶어 했던 것 같아요. 제가 만든 자료로 4~5천 명을 모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니, 앞으로도 문제 해결 방법을 가지고 많은 일들을 추진하면 정말로 세상을 바꿀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의계가 정제되지 않아서 그렇지, 정제되고 나면 꽤 뾰족한 가치들이 이 업계 내에 많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그 가치들이 사회에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쉬웠고, 그래서 창업을 했죠. 결론적으로, Pre-Intern은 저의 사업가로서의 가능성에 대한 고민에 종지부를 찍었던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겠네요.


Q. 한의대에서 하는 공부와 스타트업을 위해 필요한 공부가 매우 다를 것 같은데, 스타트업 이론 공부, 업계의 현황 파악 등 회사 설립의 기초 작업을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공부보다, 일에 대해 안내해 줄 수 있는 셰르파*가 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의 셰르파는 지금은 가족이 된 손위동서인데, 그때 당시는 여자친구 언니의 남자친구였어요. 창업을 통해 30대에 전국 이륜차 유통망을 구축하는 경험을 해보신 분인데, 초반에 이 분께 주식을 어느 정도 드리고, 전문적인 가이드를 받았죠.

 스타트업 중 시리즈 C**까지 가는 팀은 10%가 안 돼요. 저도 지금까지의 과정을 다시 생각해 보면, ‘잘해야 하는 싸움’이 아니라, ‘지뢰 안 밟기 싸움’이었던 것 같아요. 그 지뢰를 안 밟으려면 미리 가본 사람이 끌어줘야 하는 면이 있다 보니, 좋은 투자사를 만나고, 좋은 창업 멤버를 만나는 것이 중요해요.

 그리고 제 독특한 경험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저는 공보의 1년 차 첫 월급을 '데일 카네기 리더십 세션'에 다 썼고,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라는 가장 유명한 경영 잡지를 스터디하는 모임을 찾아가 공부하기도 했어요. 예를 들어, 이번주에 스터디에서 기업 케이스를 다룬다고 하면, 아버지께 과외를 받으며 관련된 논문을 엄청나게 공부했어요. 그렇게 전부 분석하고 토론해서 어느 정도 의견을 정해놓고, 케이스 스터디에 참여하고 발언했어요. 이런 것들에 굉장히 적극적이었어요. 또, 아버지 회사를 시작할 때 옆에서 도와드렸던 경험도 알게 모르게 체력이 된 것 같아요.


*셰르파: 네팔에서 히말라야 산맥을 등산하는 사람들을 가이드하는 현지인을 부르는 이름 (출처: 나무위키)
**시리즈 C: 시리즈 B로 빌드업한 사업의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스케일업을 가속화하는 단계 (출처: EO planet)


Q. 메디스트림의 모델이 되는 회사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없었어요. 국내에서는 저희 회사가 특이한 모델이에요. 시리즈 A* 때는 할 말이 없으니까 ‘구글이다’, ‘아마존이다’ 얘기했는데, 사실 그곳들은 모델이 되기는 어려워요. 롤 모델까지는 아니어도, 미국의 FBN(Farmers Business Network)라는 회사가 떠오르기는 합니다. 농부들을 위한 커뮤니티, 커머스, 경작지 데이터 분석을 제공하고, 농작물 생산량 향상을 위한 비료 등을 연구하기도 하며, 농작물을 도소매상들에게 팔아주기까지 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예요.

 중국에는 ‘징동건강’이라는, 유통으로 시작한 회사가 있어요. 유통을 기반으로 약국과 병의원을 연결하고, 관련된 인프라 시스템을 만들고, 원격으로 연결까지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것이 미래 메디스트림의 방향성입니다. 의료계의 네이버가 갈 길이라 생각해요.


* 시리즈 A: 시드 투자를 받아 프로토타입의 제품 및 서비스를 만들어 시장 검증을 마친 후 시장에 출시할 제품을 제작하거나 베타 버전 혹은 정식 서비스를 오픈하기 위해 준비하는 단계에서 받는 투자 (출처: EO planet)


Q. 지치지 않고 계속 일을 하게 만든 원동력이 무엇이었나요?


 간단해요. ‘한의계의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라는 것이 유일한 원동력인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문제들의 대부분을 해결하고 나면 저도 저만의 한의원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겠죠? 아직은 한의계에 해결할 일들이 너무 많아요.



스타트업 운영



 Q. 스타트업 기업의 생존 비율이 굉장히 낮다고 알고 있는데, 이에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일을 할 수 있도록 굳건한 마음을 유지하신 대표님의 방법이 있으신가요?


 그저 견디는 거죠. 스타트업 대표는, 매슬로우 욕구 5단계 이론에 등장하는 피라미드의 모든 층이 흔들려요. 그저 견뎌내야 하는 자리라고 생각해요. 욕구 5단계 피라미드를 보면, 가장 밑에 생존의 욕구, 그 위에 안전, 소속, 인정의 욕구, 그리고 제일 위에 자아실현의 욕구가 있잖아요. 스타트업 대표들은 안정, 생존이 모두 보장되지 않고, 소속의 욕구도 잘 충족되지 않아요. 일례로, 스타트업에 있으면 한의사 면허가 있어도 결혼정보업체에서 한의사로 받아주지 않아요. 면허를 가지고 있어도 임상에 종사하지 않으면 한의사로 인정을 해주지 않는 거죠. 그래서 저희 회사에서 일하는 한의사들에게 농담으로 이런 얘기를 해요. “됐어 연애하지 마~ 우리는 일만 해야 돼~” (웃음)

 저는 ‘내가 문제를 해결하며 계속해서 가치를 만들어내는 한, 절대로 이 회사는 망하지 않는다’라는 믿음은 있어요. 이것이 두려워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일하게 하는 동기로 강력하게 작용하는 것 같아요.
 
 Q. 인티그레이션의 지속적인 성장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이것도 방금 말씀하신 믿음과 관련이 있나요?


 그렇죠. 비슷해요.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지속적인 성장 비결은 “실패 없이 거의 계획대로 되었다.”예요. 사람들이 피봇*을 쉽게 얘기하는데, 언론에 나오는 전설 같은 스타트업의 피봇은 미국 자본시장에서나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한국 자본시장의 스타트업은 피봇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요. 적어도 100타수 78안타 정도는 되어야 해요.
  한 번 주저앉았을 때 회복하는 것은 어렵고, 그 뒤에 성장을 만들어낸다는 건 더 어려워요. 투자사가 두 번째, 세 번째 기회를 주는 것은, 언론에서 미담으로 삼을 정도의 케이스라고 생각해요. 미담일 뿐이지, 제가 생각하기에 스타트업은 오히려 거의 실패를 하면 안 돼요. 실패를 감당할 돈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대기업 정도의 규모가 되어야 실패를 겪어도 될만한 돈이 있는 것이죠.

* 피봇(pivot): 기존 사업 아이템을 포기하고 방향 전환에 나서는 것

 

Q. 타 한의계 마켓, 클래스 등과 비교했을 때 메디스트림의 차별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또, 이 차별점을 어떻게 처음 생각해 내고, 이루어 가시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한의원을 운영하며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혹은 정말 원했던 모습을 만들어주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정말 필요한, 정말 좋은 물건을 만드는 것’에 굉장히 집중하고, 이 부분에서 차별점을 두려고 노력해요. 좋은 것은 자연스레 잘 알려지기 마련이고, 별로인 것을 잘 알리는 것은 불가능하거든요.


 마켓은 편의성 측면에서 차별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메디마켓 프로덕트의 결제 퀄리티는 쿠팡이나 네이버에 준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다른 마켓에 비해 한의사들이 이용하기 정말 편해요.

 또, 마켓에 선불 충전금 시스템이 있는 것도 차별점이에요. 원장님들이 카드로 결제하시면 저희가 카드사에 수수료 3%를 내야 하는데, 선불 충전금을 충전하시면 그 3%를 원장님들 포인트로 돌려드리는 거예요. 이런 선불 충전금을 통해 침, 부항 등을 조금 더 낮은 단가로 선매입하기도 합니다. 현금 유동성을 좋게 만들고, 데이터 기반으로 최적의 재고 수준과 사입 금액을 책정합니다.


  의료기기에 대해서도, 저희 마켓이 최전방에서 대응을 하고 있어요. 초음파, 혈액검사기 업체의 파트너가 되기도 했고요. 처음 창업할 때, 동료들에게 “의료기기 벽이 무너질 때, 우리가 바로 그 벽 앞에 있는 팀이 돼야 된다.”라고 말했거든요. 창업 초창기 때부터 많이 신경 쓴 만큼, 저희 마켓은 의료기기 쪽 품목이 강합니다.


 클래스에서의 차별점은, 저희 플랫폼에서 론칭을 하면 강의를 하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제일 많은 사람들이 들어준다는 것이고, 강의를 들으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좋은 강의가 많이 올라온다는 것이죠. 또, 이번에 저희 의료기기 센터가 선릉에 만들어졌는데, 그곳에서 의료기기 실습을 할 수 있습니다. 실습할 때 사용 가능한 최신 초음파 기기가 13대 정도 되고, 혈액 검사 기기도 있어요. 추가로 엑스레이도 들어올 예정이고요.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며 오프라인 의료기기 학습장까지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팀이 되고 있죠.


Q. 개인적으로 마케팅에 대해서 따로 공부를 하신 적이 있나요?

 

 마케팅은 블로그를 열심히 했던 게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친한 형이 맛집 후기 블로그 글을 써주고 무료로 식사를 제공받는 것을 보고,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도 블로그를 시작했어요. 사진을 잘 찍는 편이었고, 맛집 찾아다니는 것도 좋아해서 맛집을 많이 찾아다니며 저만의 감성으로 글을 열심히 썼어요. 돈은 안 받는 블로그였어요. 여주 쪽에 제가 좋아하는 맛집이 있어요. 주말에는 사람이 꽤 많은데, 평일에는 비교적 사람이 적은 곳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그 식당에 대한 글을 5개 정도 쓰고 나서, 평일 손님도 차기 시작했어요. 한 8년 정도 지난 일인데, 사장님께서 지금까지도 자주 연락 주시고, 가면 저만의 메뉴도 만들어 주셔요. (웃음) 알고 보니 친구들, 부모님도 저 모르게 제 블로그를 보고 계셨더라고요. (웃음) 이런저런 피드백을 주시기도 했는데, 이렇게 블로그를 재미있게 하다 보니 ‘마케팅’에 대한 감각이 좀 생겼던 것 같아요.

 또, 글쓰기 관련 책들도 읽었어요. 유시민의 글쓰기 관련된 책이나, 기자 출신 작가분들의 글쓰기 책 등을 읽었어요. 마케팅 원론은 알게 모르게 많이 읽었던 것 같아요. 마케팅 공부를 따로 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Q. 언제 개원이 아닌 ‘스타트업’을 택한 게 가장 의미 있게 느껴지나요?
 

 세상에는 재미있는 일들이 많아요. 저는 창업도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인생은 ‘선택’이기 때문에, ‘무엇이 더 낫다는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이 일을 하면서, 책에서 보던, 저에게는 히어로 같은 분들을 만나요. 연예인은 잘 몰라도, 기업가 분들은 저에게 연예인 같은 존재거든요. 사석에서 기업가 분들을 만나면 너무 행복합니다. ‘내가 이 일을 안 했으면 그분들과 개인적인 자리에서 만날 기회가 있었을까’ 생각을 하니, 그런 의미에서 이 일이 좋은 것 같아요. 무한대로 성장할 수 있다는 상상이 생기곤 하거든요.
 

 메디스트림과 한의계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2편에서 계속됩니다!

Interviewer. 사막여우, 앵무새, 낙타, 꽁치 (일일동물 너구리, 백호, 판다)

Writer & Editor. 사막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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