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금궤방사용설명서 저자 #한약치료 프로토콜 #한약 추천 차트 개발
어느 겨울날, 앵무새와 펭귄, 참새, 낙타는 안양에 위치한 교감한의원을 찾아가 각종 한의학 명저를 집필하신 노의준 원장님을 만나 뵈었습니다. 한약의 진가를 밝히고 널리 알려 한의계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계신 노의준 원장님의 철학과 진솔한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한국 정방正方(정인적방연구소 학술 커뮤니티) 창립자
미국 TEM(미국 한의사 학술 커뮤니티) 창립자
교감한의원 대표원장
[주요 저서]
상한금궤방 사용설명서 (21년)
약서 (18년)
고방유취 (09년)
Intro
Q. 한의대 재학 시절, 어떤 한의사가 되길 꿈꾸셨고 현재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선택과 집중
선택을 하려면 먼저 포기해야 한다. 하나가 남을 때까지 (one thing)
집중하면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 그걸 grit(끈기)이라고 한다.
저는 선천적으로 몸이 약하고 건강이 좋지 않았어요. 남들처럼 많은 공부를 하고, 많은 진료를 하고 그럴 수가 없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침을 포기하고 한약을 선택했어요. 한약 치료 전문 한의사가 되겠다는 전략을 세웠어요.
선택과 집중이라고 하죠. 무언가를 선택한다는 말은 먼저 다른 것을 포기한다는 거예요. 이때 어디까지 포기해야 하냐, 하나(one thing)가 남을 때까지 포기해야 해요. 저에게는 그 한 가지가 한약이었어요. 침을 포기하고 한약 하나를 선택한 거죠.
하나를 선택해서 집중할 때는 절대 포기하면 안 돼요. 한약 하나를 선택하고 집중했으면 한약의 끝을 볼 때까지 절대로 포기하지 말고 끈기있게 밀어붙여야 한다는 거죠. 그래서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을 재정의하자면 ‘one thing’, 한 가지를 선택하고, ‘grit’, 그 하나만 끈기있게 파고 들어가 끝을 본다는 거예요. 저는 이 말을 철저히 따랐던 것 같아요.
독자적인 한의약 치료
Q. 10년간 상한금궤방만을 임상에 활용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임상 초기 B학회 활동을 했어요. 학회 내부적으로 고방만 써보자, 그렇게 약속했어요. 아까 말했듯이, 고방 하나만(one thing) 파고들어가 끝을 보자(grit), 그렇게 약속한 거죠. 그래서 10년 동안 고방만 썼어요.
고방 한 우물만 파다 보니 나중에는 엄청나게 깊이 파게 되더라고요. 국제학술대회에서 일본, 중국 고방 학파와 학술 교류해 보니까, 한국이 그 수준을 압도할 정도로 깊어 지더라고요. 3만 시간의 법칙이라고 하죠. 10년 동안 한 우물을 파면 3만 시간이 되거든요. 침도, 후세방도, 사상방도 안 쓰고 10년 동안 고방만 쓰니까 고방은 훤히 알겠더라고요. 고방을 쓸 환자분인지 아닌지를 분별할 수 있게 되었죠.
그 시절 제가 제자들한테 ‘고법은 완법이다’ 그랬어요. 하지만 세상에 완법이 어디 있겠어요. 사람이 사람을 치료하는데 어떻게 다 치료할 수 있겠어요. 어떻게 고방만으로 다 되겠어요. 고방만으로 안되는 고방의 사각지대가 있는 거죠.
제가 임상 초기 후세방을 쓰던 시절, 적중률이 그렇게 높지 않았어요. 지금은 고방 쓸 사람에게는 고방을 쓰고, 고방에서 걸리지 않는 사람에게는 후세방을 쓰니까 후세방도 적중률이 엄청나게 올라가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주고보후主古補後, 고방을 위주로 후세방으로 보조하는 용약을 하고 있어요.
Q. 원장님께서 생각하시는 한약의 가장 큰 가치는 무엇인가요?
의학의 가치는 치료에 있잖아요? 한약은 양방에서 치료하지 못하는 수많은 병증을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적 가치가 있어요. 한약 치료는 여러분이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요. 한약의 치료 가치가 대중에게 알려지지 못한 것이 안타깝죠.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한의사들조차도 한약의 치료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것이 안타까워요. 한약은 치료할 수 있는데, 의사가 한약을 알지 못해서 치료해 주지 못한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이에요.
한의학도의 필수 저서 집필
Q. 『상한금궤방 사용설명서 – 전방편』의 경우, 2300페이지에 이르는 분량을 7년에 걸쳐 집필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방대한 분량의 저서를 집필한 원동력이 무엇인가요?
고방만 10년 쓰다 보니까 고방을 훤히 알겠더라고요. 그리고 고방을 쉽고 간명하게 전달할 수 있는 저만의 의론도 만들어지더라고요. 뭐든지 알면 쉽고 간단해진다잖아요. 모르면 어렵고 복잡해지고요.
고방을 누구나 쉽고 간명하게 쓸 수 있는 사용법을 전달하기 위해서 책을 쓰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7년이나 걸릴 줄은 몰랐어요. 7년을 고3처럼 책을 쓴 거죠. 나중에는 너무 힘들어서 제 정신을 못 차리겠더라고요. 혼수상태, 유체 이탈, 해탈 상태가 되더라고요. (웃음) 그때 저한테 와닿았던 어떤 느낌이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일종의 소명(calling) 의식 같은 게 아니었나 싶어요. 상한금궤방 사용설명서 서문에 그 느낌을 이렇게 적었어요.
"스님들은 겨우내 면벽(面壁)수행 하여 깨달음을 구한다. 이를 동안거(冬安居)라 한다. 나 역시 자칭 동안거를 내걸고 3년 동안 깨달음을 구해보겠다고 하였다.
이전의 규범은 이미 무너지고 새로운 규범은 아직 세워지지 않은 혼돈의 상태, 이를 아노미라 한다. 내게 그 시절은 그랬다.
어두운 길을 더듬어 한 걸음 한 걸음 나가는 학문의 여정, 이것을 촉로명행(觸路暝行)이라 한다. 그 시절 나는 그랬다.
그러나 깨달음은 작위 하여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랜 궁구의 임계점을 넘어서야 하고, 어두운 혼돈의 시절을 견뎌내야 하고, 문득 섬광처럼 스쳐 가는 무엇을 만나는 운이 있어야 한다.
나는 청계산 자락에 살고 있었다. 거기 청계사가 있다. 천년의 사찰에는 영험한 와불이 누워 있다. 청계산에 올라 와불상에 엎드려 발원을 드리곤 하였다.
제가 좋은 임상 접근법을 깨달을 수 있게 도와주소서. 세상 의사들에게 널리 알려 그들로 하여금 질병에 고방 받는 세상의 민초들을 치료할 수 있게 하겠나이다."
Q. 인생에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UP) & 가장 힘들었던 순간(DOWN)과 그 극복 방법이 궁금합니다!
책을 쓰던 시절이 가장 힘들었고요, 책을 다 썼을 때가 가장 뿌듯했어요. (웃음) 책을 쓰던 시절은 일종의 고3 생활 같은 거였고요, 문제는 그게 1년이 아니라 7년이라는 거였는데요. ‘누구에게나 에베레스트산은 있다’라는 말이 있어요. 높고 험한 산을 오르는, 힘들지만 꼭 넘어야 하는, 그걸 넘어서야 다음 장이 펼쳐지는, 그러니까 고3 같은 과정. 제게 집필 과정이 그랬는데요. 고3과 집필은 한가지가 다르더라고요. 고3은 열심히 해도 떨어질 수 있잖아요. 하지만 집필은 열심히만 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탈고된다는 거죠. 그래서 힘들어도 끝이 있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썼어요.
Q. 원장님의 의론과 다른 의론의 차이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 책 첫머리에 ‘내가 생각하는 좋은 임상 접근법의 조건’을 적었어요.
★ 내가 생각하는 좋은 임상 접근법의 조건
1. 간명성簡明性 나도 (누구나) 이해가 될 정도로 쉽고 간명하더라.
2. 재현성再現性 나도 (누구나) 말한 대로 해보니까 치료가 되더라.
3. 유용성有用性 이 접근법으로 접근하지 않았다면 적방을 선방할 수 없었을 것이다.
4. 진실성眞實性 진짜로 그렇더라. (실제 임상 현상과 의론이 부합)
5. 득효성得效性 치료가 정말 잘 되더라. (높은 치료율과 뛰어난 치료 효과)
저는 그렇게 간명하고, 재현성 있고, 유용하고, 진실되고, 치료가 잘 되는 접근법을 만들고자 했어요. 변증논치 등의 다른 의론이 그런 조건을 충족했다면, 저만의 의론을 만들려고 궁리하지 않았을 거예요.
위의 조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간명성이 아닌가 싶어요. 이런 말이 있어요. 간단한 것이 언제나 최고는 아니지만 최고는 언제나 간단하다. (The simple is not always best, but the best is always simple.) 뭐든지 알고 나면 쉽고 간단해집니다. 모르면 어렵고 복잡해져요. 모르니까 어렵고 복잡해지는 거죠. 한약도 똑같아요. 제가 그런 5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의론을 만들었는지는, 여러분께서 책을 읽어보시고, 실제 임상에 적용해보신 후 평가해 주시면 되겠어요.
Q. 추천하시는 전반적인 공부 방향성에 대해 더 알고 싶습니다!
저는 한약 공부를 사상방 → 후세방 → 고방 순서로 했어요. 지금 다시 한약 공부를 한다면 고방 → 후세방 → 사상방 순서로 공부하겠어요. 축구에서도 first touch가 중요한 것처럼 한약도 임상도 그래요. 여러분이 첫 공부를 무엇으로 시작했고, 첫 임상을 어떻게 했는지가 많은 것을 결정하거든요.
많은 원장님이 시행착오를 거쳐서 제 공부를 하게 되고, 그러고 나면 대체로 저렇게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제 의론으로 고방을 공부하면
1. 고방을 쉽고 간명하게 알 수 있다.
2. 한약 치료 반타작(득효율 50%)으로 시작할 수 있다.
3. 고방을 알게 되면 나중에 후세방도 저절로 알게 된다.
마침 이번에 제가 2월25일 동국대에서 학생 대상 강연회(Click!)를 해요. 그때 한약 공부 방향에 대해 자세히 얘기해보려 해요.
교감한의원
Q. 정신과 질환에 관심을 가지고 특화 진료를 시작하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저는 2016년에 정신과 프로토콜을 알아냈어요. 프로토콜(protocol)은 어떤 병증에 접근하는 쉽고 간명하면서도 통찰적 요령이에요. 정신과 프로토콜의 접근법은 ‘잠,똥,성,정(性情)’으로 요약될 수 있어요. 잠, 대변, 성향의 음양 그리고 감정인 거죠. 정신과 질환은 신경전달물질 분비에 문제가 생긴 거예요. 신경전달물질이 뇌와 장에서 분비되잖아요. 특히 세로토닌은 장에서 90%가 분비된다고 알려져 있어요. 그래서 잠과 똥이 관건이에요.
원장님: 내일 중요한 일 있으면 잘 자는 편인가요?
앵무새: 아뇨. 입면 장애와 수면유지 장애가 있어요.
원장님: 그러면 안구건조증, 가슴 답답함, 가슴 두근거림, 뒷목과 어깨 통증이 올 확률이 높아요.
앵무새: 네 맞아요.
원장님: 장도 예민하죠?
앵무새: 평소에는 괜찮았는데 최근에는 조금 안 좋아진 것 같아요.
지금 앵무새 학생을 처음 만났지만, 익숙해지면 눈이 떠지고 읽을 수 있게 돼요. 잠이 제일 중요해요. 잠만 잘 자도 정신과 질환의 절반이 치료될 수 있어요. 그리고 똥이 정상화되면, 즉 변비 혹은 설사가 치료되면 나머지 절반이 치료될 수 있어요. 그다음 성향의 음양을 읽어내고 감정을 읽어내서 접근하는 거죠.
몇몇 한약재를 제외하면, 한약은 BBB(혈액뇌장벽)를 통과하지 못해요. 뇌를 직접 터치하지 않고 간접적인 방식으로 정신질환을 치료하는데, 놀랍게도 치료가 매우 잘 돼요. 이건 우리만 알고 있기에 아까울 정도로 대단한 거 같아요. 제대로 연구에 매진하면 먼 후대 한의사들은 노벨의학상을 수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정신과 치료는 양방 정신과 약을 먹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었어요. 한약 치료를 이용한 정신과 프로토콜을 통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있었고요. 그렇게 정신과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의사로서 큰 보람을 느꼈어요.
Q. 기억에 남는 환자의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30대 여성분이었어요. 집안에 우환이 있어 교회에 가서 목사님께 안수기도를 받았어요. 목사님께서 환자분 안에 있는 예수님을 불러내고 사탄을 쫓아내는 기도를 해주신 거죠. 그런데 목사님이 실수로 기도를 잘못해서 예수님을 쫓아내고 사탄을 불러낸 거예요. “이제 예수님이 물러나고 사탄의 모습이 보이시죠?” 이렇게요. 그렇게 기도가 끝나는 순간, 정말로 사탄의 모습이 보이더래요. 동서남북 사방으로 4명의 검은 악마가 보이기 시작한 거죠. 그 4명의 검은 악마가 24시간 나를 노려보고 있는 것 같은 환시가 생긴 거예요. 자다가 눈을 떠도 4명의 검은 악마가 나를 노려보고 있는 거죠.
이 에피소드를 읽고, 이 환자가 느꼈을 감정은 어떤 감정에 가장 가까울까요?
국어 문제를 푼다고 생각하고, 여러분도 맞춰 보세요!
1. 불안 2. 걱정 3. 두려움 4. 우울 5. 긴장
국어문제는 가장 적합도가 높은 선지가 정답이잖아요. 가장 적합도가 높은 선지는 두려움이지 않을까요? 그 환자의 입장에서는 실제로 악마가 쳐다보고 있으니 얼마나 무서웠겠어요. 물론 긴장도 되고 불안하기도 하겠지만 가장 큰 감정은 두려움이죠.
정신과는 ‘잠똥성정’을 체크해야 한다고 했죠. 이 환자는 변비 말고는 별다른 특이 사항이 없었어요. 잠을 못 자고 두려움이 주된 감정이니 용골을 쓰는 거죠, 그리고 똥을 못 싸니까 대황을 써야 해요. 고방에서 용골과 대황이 배오된 처방은 시호가용골모려탕(시용모) 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확실하게 시용모를 쓸 사람인 거죠.
시용모를 보름 먹었을 때, 환시는 여전했어요. 환시 이후 불면증이 생겨서 양약 수면제를 아무리 먹어도 잠을 못 잤대요. 그런데 한약 먹고는 잠이 오더래요. ‘잠똥성정’에서 잠이 움직인 거죠. 그러면 약이 잘 듣는 거니까 그 이후부터는 확신을 가지고 계속 써볼 수 있어요. 시용모를 더 먹으니까 보름에 한 명씩 사탄이 없어지다가 2달 만에 4명의 사탄이 모두 없어졌어요. 그렇게 몇 달 먹고 완치가 되었죠.
무엇보다 한약을 선방할 때 사고에 논리가 있죠? 누군가 용골, 대황을 왜 썼냐고 물어보면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요. 이렇게 쉽고 간명하게 접근해서 어려운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거예요.
정인적방 연구소 – 준차트
Q. 한약 치료 전문차트 ‘준차트’를 개발하게 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한의사들이 누구나 쉽고 간명하게 한약을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제까지 책을 썼고요, 앞으로는 준차트를 만들려고 해요.
미국 한의사 제자 중에 제가 가장 아끼는 분이 있어요. 이분은 KAIST 졸업한 후, SK텔레콤 수석 프로그래머를 거친 후, IT벤쳐회사를 해서 평생 벌 돈을 다 벌었어요. 그리고 하나님의 선교 소명을 받고 미국으로 건너가 한의사가 되었다고 해요. 스토리가 범상치 않죠.
이분이 제 공부를 하고 나서는 하루는 제 의론을 전자 차트로 만들 생각은 없으시냐고 물어보더라고요. 프로그래머의 눈으로 봤을 때 제 의론은 프로그래밍이 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분과 함께 준차트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여기에 2가지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먼저, 제 의론이 프로그래밍이 될 수 있을 정도로 논리적이라는 거죠. 주관적 감각(느낌적 느낌)이 아니라 논리적 思路(사로, 생각의 길)을 따라 접근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렇게 논리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말은 누구나 (나도) 따라 할 수 있다는 말이거든요.
두 번 째로는, 현시대에 걸맞은 한의약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한의학은 인류 문화사에 있어 과학혁명이라는 과정을 건너뛴 것이 아닌가 싶어요. 옛 의론에 갇혀 과학적 한의학을 만들지 못한 거죠. 과학혁명의 결과 현대 양의학이 나와 주류의학이 되었고, 세계의 전통 의학은 대부분 사라졌어요. 오직 한의학만이 명맥을 잇고 있죠. 하지만 과학적 한의학이 만들어지지 못한다면 먼 미래에도 여전히 한의학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싶어요. 그리고 이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했어요. 혁명이라는 단어가 붙는다는 건 세상이 정말로 혁명적으로 변한다는 말 아니겠어요?
그래서 AI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준차트를 만들어서 4차 산업혁명에 탑승하려고 해요. 그렇게 프로그래밍 될 수 있는 의학을 누가 비과학이라고 매도할 수 있겠어요.
준차트는 제 의론을 따라 한약 처방을 추천해 주는 전자 차트에요. 한약을 하나도 모르는 한의사도, 50% 이상 득효할 수 있는 도구인거죠. 준차트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저절로 공부가 되고요. 나중에 AI까지 입히면, 어쩌면 사람보다 치료를 더 잘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웃음)
Q. 준차트는 현재 얼마나 제작되었나요?
현재 베타 버전이 나와서 배포되었어요. 베타 버전은 프로그램을 정식으로 발표하기 전에, 테스트하기 위해 특정 사용자에게 배포하는 시험용 프로그램이에요. 1~2년 후에 정식 출시할 예정이고, 빅데이터를 쌓아서 나중에는 AI까지 입히려고 해요.
Outro
Q. 어떤 모습의 한의사가 될지 고민하거나, 인생의 갈림길에 있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는 소명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일본어로 ‘보람’을 뜻하는 ‘이키가이(Ikigai)’라는 말이 있어요. 삶의 보람이자 존재 이유를 뜻하는 말이죠. 이키가이를 위해서는 네 가지 요소가 충족되어야 해요. 먼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어야 하고, 그것이 잘하는 일이어야 해요. 또 어느 정도 금전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어야 하고, 홍익인간이 되어야 하죠. 이 네 가지 요소가 만나는 곳에 이키가이가 있어요.
이 요소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문제가 생겨요. 예컨대 나머지는 다 충족되어도 자신이 좋아하지 않으면, 그 일에 공허함을 느끼게 돼요. 잘하지 못하면, 그 일에 확신을 갖지 못해요.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일이 아니라면, 그 일이 쓸데없다고 느끼게 돼요. 금전적 보상이 따르지 않으면, 가난해져요.
다만 여러분은 한의사가 될 테니 ‘금전적 보상’은 어느 정도 충족이 될 거예요. 환자를 치료할 테니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일’에도 해당하고요. 여러분 자신이 한의대를 선택했기 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좋아하는 일’이 아닐까 싶어요. 그러면 남은 건 ‘잘하는 일’이에요. 여러분이 치료를 잘하기만 하면 되는 거죠. 대만드 학생 여러분이 저를 찾아오신 것도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길을 찾기 위해서겠지요. 저의 인터뷰가 길을 찾는 학생 여러분께 대답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Q. 대만드가 다음에 만나보면 좋을 것 같은 분이 계실까요?
몸바로한의원 김홍기 원장님을 추천해요. 제가 한약을 쉽고 간명하게 쓸 수 있는 논리적 접근법에 대해 고민했다면, 김홍기 원장님은 침의 논리적 접근법에 대해 고민하신 분이 아닐까 싶어요.
졸업을 앞둔 예비 한의사로서 앞으로 가야 할 길과 공부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게 된 인터뷰였습니다. 또 한약 처방의 접근법에 대한 의문을 해소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독자적인 한약 처방의 사로(思路, 생각의 길)를 정립한 여정을 공유해주신 노의준 원장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
interviewer. 앵무새, 펭귄, 참새, 낙타
writer & editor. 앵무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