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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신만나드립니다 Mar 13. 2024

강남 자생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수련의, 김지원 한의사

수련의의 삶을 말하다, 그 다섯 번째 이야기

한의대생 진로고민 해결소 '대신 만나 드립니다'에서 [수련의 특집]의 다섯 번째 인터뷰이로 모신 분은 바로 강남 자생 한방병원의 한방재활의학과 레지던트이신 김지원 한의사십니다. 전문 수련병원에서의 삶과 그리고 김지원 한의사만의 비전을 지금, 대신 전해드립니다!     

[약력]
경희대학교 한의학과 졸업
강남 자생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레지던트 3년 차     


intro


Q. 안녕하세요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
 
저는 강남 자생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3년 차 레지던트 김지원입니다. 학부는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했고, 현재 경희대학교 대학원에서 한방재활의학과로 석사과정 밟고 있어요. 
 
 Q. 석사를 많이 병행하시는 편이신가요?
 
저희 병원의 경우는 한 기수가 대략 10명인데, 그중 2명 정도가 하는 것 같아요. 스케줄 상 레지던트 1년 차까지는 병행하기 어렵고 2년 차부터 가능해요.
 
 Q. 요즘 선생님의 일과일주일 일정이 어떻게 되시나요?
 
연차별로 수련의의 업무와 일정은 달라지는데, 저의 경우는 현재 외래 진료를 보고 있어요. 근무 시간은 보통 9시부터 18시고 야간 진료하는 날은 11시에서 20시까지 일하고 있어요.
 


학부 시절


Q. 학부 시절에 어떤 학생이셨는지 궁금해요한의대를 다니는 동안 관심사가 무엇이었나요?
 
저는 학교 공부를 하되 학점 관리를 치열하게 하는 사람은 아니었고, 무엇보다 학부생 때 경험을 최대한 많이 해보는 데에 집중했어요. 예를 들어, 방학 때 성조숙증 특화한의원에서 아르바이트했었어요. 그 한의원의 경우에는 근처에 있는 신경외과와 연계되어 있어서, 성장판 사진을 같이 보면서 하는 진료를 참관할 수 있었죠. 성장판이 일찍 닫히려는 경우뿐 아니라, 조기 월경을 비롯한 다양한 증상으로 내원하는 소아 환자들이 내원해서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학교생활 중 가장 비중 있게 활동한 것은 교내 의료봉사 활동이에요. 주로 학교 주변의 노숙인 쉼터나 재활센터에서 생활하시는 분들을 대상으로 의료봉사를 했는데 정말 치료가 필요하신 분들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어요. 그래서 시험 기간을 제외한 매주 주말마다 방문해서 봉사했고, 매주 가다 보니 치료 경과를 확인하기에도 좋았죠. 대부분 육체노동 하시는 분들이셔서 근골격계 질환을 많이 봤고, 연세 있으신 분들은 협착증이나 통풍 등 다양한 질환을 앓고 계셔서 예비 의료인으로서의 경험치도 자연스레 쌓였던 것 같아요.

  그 외에 교내 동의보감 스터디도 참여했었어요. 또 학교에 오래 앉아있을 때 허리가 불편해서 필라테스 수업을 받으러 다녔는데 효과가 좋아서 필라테스 강사 자격증까지 땄고요. 당시에는 제 일에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으로 딴 것이 아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인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것 같아요. 제가 한방재활의학과가 전공이다 보니 환자분들 재활 운동 티칭해드릴 때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고요. 

 제가 생각하는 학부 생활의 가장 큰 장점은 운동이나 봉사 등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다는 거예요. 방학 때도 여행뿐 아니라 평소 관심 있던 것을 배워볼 수도 있잖아요. 아쉬운 것은 외국어를 따로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던 거예요. 영어 외에 중국어 등 간단한 회화가 가능한 제2외국어를 배우면 좋았겠다고 자주 생각해요. 그래서 후배분들께 운동이랑 외국어 공부는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수련 생활


 Q. 수련을 결심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는지 궁금해요!
 
저는 91년생인데 다른 학교에 다니다가 한의대에 입학해서 나이가 6수 나이랑 같아요. 다시 치른 대입에서 의대랑 한의대에 동시에 합격했는데, 그때 한의대를 선택하면서 수련을 안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그런데 막상 본과 4학년 때 졸업이 다가오면서 바로 로컬에 나가려니 스스로 공부하는 과정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학교에서 병원 실습을 돌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당장 진료를 보라고 하면 막막하고, 경험과 숙련도가 떨어지는 부분이 있잖아요. 특히 경험이 더욱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왕 평생 한의사 할 거 입원 환자도 볼 수 있는 수련을 선택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Q. 수련병원을 선택한 기준과 현재 수련 중인 병원을 선택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저는 수련이라는 경험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환자가 많은 것을 1순위로 생각했어요. 진료 과목으로는 한의원 하면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근골격계에 관심이 많았고요. 위치상으로는 서울을 선호했고, 6년간 다닌 자교가 아닌 다른 병원을 경험해 보고 싶었어요. 

  강남 자생한방병원에 관심이 있었던 또 다른 이유로, 자생한방병원 본원이 압구정에 있던 시절에 아는 동생이 허리를 다쳤는데 그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은 후 너무 만족했었어요. 동생이 입원했을 당시 제가 면회하러 가서 봤을 때도 병원에 대한 인상이 좋았고, 치료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아서 관심이 갔어요. 그래서 앞의 이유를 함께 고려했을 때, 최종적으로 강남 자생한방병원만을 고려했던 것 같아요.
 
 Q. 현재 수련 중인 병원의 장단점을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장점으로는 저희 병원이 척추관절 전문병원이다 보니 근골격계 환자분들이 많이 오신다는 거예요. 교통사고 환자분들을 포함해서 디스크, 협착증 환자분들이 많이 계시다 보니 저처럼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잘 맞아요. 단, 반대로 소화기나 피부 질환 등 다양한 진료 과목에 대한 경험을 쌓고 싶으신 분들께는 이러한 점이 단점일 것 같아요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다 오시거나, 수술 후에도 심한 통증이 남아 있으셔서 오시는 분들도 많으신데, 이분들께 다양한 검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에요. MRI도 찍으면 당일에 나오니까 치료할 때 그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방향을 설정하거든요. 이학적 검사도 중요하지만 스크리닝하는 느낌이고, 영상으로 검사해야 진단이 확실해지는 경우도 있거든요. 예를 들어 급성 디스크 탈출증 환자분들 중 우리가 알던 증상이랑 다른 양상이 나타나는 분들도 계시기 때문에 검사 결과를 보고 정확하게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아요. 이외에도 환자분들이 입원하실 때 기본적인 lab 검사 등을 원내에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염증 수치 등 중요한 지표를 주시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또 현실적으로 저희가 모든 환자를 치료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응급 상황에 해당하는 레드 플래그 증상(red flag sign)을 알아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안면마비 증상이 있으신 환자분인데 중추성으로 의심된다거나, 두부 충돌 후 말이 어눌해지거나 뇌 손상이 의심되는 신경학적 징후가 생긴 경우에는 바로 응급실로 전원시킬 수 있어야 하거든요. 저는 수련을 하면서 응급 상황 여부를 구분하는 눈이 생긴다고 느꼈고, 이 점이 아주 중요한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Q. 연차별로 (인턴, R1, R2, R3) 담당하게 되는 업무에 차이가 있나요?
 
연차별 업무는 자생 지점마다 다르다고 알고 있는데, 저희 병원을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인턴과 R1이 함께 입원 병동 환자분들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인턴은 배정된 과에 해당하는 환자분들의 병동 라운딩을 아침에 전체적으로 돌고, 환자분들의 상태랑 그날의 특이 사항을 R1 선생님에게 보고해요. 예를 들어, 환자분이 어디를 외출 가야 한다든지, 환자분 검사 결과가 어떻게 나왔고 증상은 어떤지를 등을 보고하는 거죠. 환자분이 불편한 곳이 있으셔서 콜을 하실 때도 인턴이 체크하고 처치한 후 똑같이 R1 선생님께 보고드려야 해요. 

  R1의 경우 전공이 정해졌기 때문에 병동 주치의로서 각자 담당하게 되는 환자분들이 생기고, 인턴 선생님이 보고하는 것을 체크해서 해당 환자의 담당 원장님들께 보고 드리는 일을 해요. 그 외에도 저희 병원은 입원 환자분들께 하루에 두 번 치료를 해드리고 있는데, 한번은 담당 원장님께서 치료를 하시고, 한번은 병동 주치의신 R1 선생님이 치료하고 있어요. 

  R2는 특이하게 업무 성격이 달라요. 컨트롤 타워에서 시스템을 관리하기도 하고, 회장님 관련된 업무를 보는 부서가 있고, 이외에 예진도 보고, 기계를 이용한 견인 치료나 동작침 등의 요법 처방도 R2가 해요. JSR 이라는 자생연구소에서 연구 활동에 참여하거나, 메디컬아카데미라는 부서에서는 외국인 학생들에게 자생을 소개해 준다거나 교육 자료 등을 만들어보기도 한답니다. 

  R3는 대진도 보면서 실제로 외래 진료를 경험할 수 있게 하는데, 환자분들을 자율적으로 치료하면서 필요한 약도 처방할 수 있어요. 저희 병원의 큰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저의 경우는 R2에서 R3로 넘어가는 단계라서 아직 외래를 보고 있고, 입원한 환자분들 치료까지 직접하고 있어요. 
 
 Q. 수련 생활 중에 인상 깊었던 순간가장 뿌듯했던 순간힘들었던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언제였나요?
 
인상 깊었던 순간으로는 저희 병원에서 작년 9월에 전국의 자생한방병원 수련의 대상으로 추나 대회를 열었는데 거기서 3등으로 입상했던 때예요. 병원에서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는데 그중 하나였고, 힘들기도 했지만 그보다도 재미있었어요. 제가 그때 당시에 한창 추나를 많이 배우고 연습했었거든요. 원장님들께서 많이 가르쳐주시고 후배 선생님들이 도와주신 덕분에 수상할 수 있어서 뿌듯하고 감사했어요. 

  또 뿌듯할 때로는 제가 치료해 드린 환자분이 호전되실 때만한 순간이 없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입원 환자분들을 관리하던 시절에 담당하는 원장님의 휴무일인데 급성 디스크 환자분이 새로 입원하셨었어요. 그래서 제가 환자분 MRI 결과를 기반으로 병변 부위를 타겟팅해서 약침 치료를 했는데 당일 저녁부터 빠르게 호전이 되셔서 3일 만에 퇴원하셨거든요. 이렇게 빠르게 호전되거나 치료 효과가 좋을 때 뿌듯한 것 같아요. 

  힘들었던 때로는 인턴 때가 힘들었어요. 시간이 한정돼 있는데 일이 많이 몰리다 보니 잠이 부족했어요. 그날 주어진 일은 다 하고 자야 하니까요. 전날 일이 많아서 늦게 잤는데 다음 날도 똑같이 일찍 일어나서 환자분들 상태를 체크하고, 일 다 하고 누웠는데 환자분이 콜을 눌러서 다시 일어나는 날도 많았죠. 한번은 통증이 극심한 환자분이 입원하셨는데 1시간마다 콜을 누르셔서 그때마다 가서 봐 드린 적이 있어요. 
 

Q. 인턴 기간 중 평균 수면 시간은 어느 정도였나요?     


잘하면 평균 5~6시간 정도 잘 수 있는 것 같아요. (웃음) 다만 연속적으로 자는 게 아니라, 쪽잠으로 나눠서 자야 할 수도 있어요. 밤에 아무 일도 없으면 평안하게 자는 거죠.  

   

Q. 수면 시간이 부족하거나 스트레스가 심할 때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극단적인 경우이긴 하지만 제가 제일 못 잤을 때는 15분 잤던 날이 있어요. 일이 많아서 밤늦게까지 일하고 있었는데, 한 입원 환자분이 갑자기 어지럼증을 호소하셔서 vital 체크를 하는데 산소포화도가 떨어지며 말이 어눌해지시는 거예요. 뇌경색 과거력도 있으신 분이라 불안한 마음에 환자분을 데리고 급히 응급실에 갔던 적이 있어요. 다행히 별 이상 없이 호전되셨지만, 새벽에 그런 일이 있으면 보고서도 작성해야 해서 그날은 거의 못 잤던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입원 환자가 있으면 낙상과 같은 여러 가지 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요. 사고, 응급 상황 같은 예기치 못한 이벤트가 있을 때가 힘든 것 같아요. 

 인턴 생활을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이 시기가 지나면 주치의가 된다’는 기대감이었던 것 같아요. 인턴 선생님들이 대부분 1차 업무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주치의가 되면 담당 환자들을 보고, 일도 적응되어서 편해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버텼던 것 같아요. 

 인턴이 힘든 건 환자분들도 아시기 때문에 많이 지지해 주셨고요. 위로도 많이 해주시고 선물로 먹을 것도 많이 챙겨주셨어요. 환자분들이 써주신 칭찬 글을 볼 때도 뿌듯했고, 이렇게 격려해 주시면 버틸 힘이 나더라고요.     


Q. 수련(생활)의 장단점이 궁금해요!     


저는 수련 자체가 큰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한번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 내지 호기심으로 수련을 결정하면 많이 힘들 것 같아요. 4년이라는 긴 기간을 단순히 ‘해볼까’라는 생각으로는 버틸 수 없거든요. 수련 중에는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반드시 찾아오는데, 그 순간을 이겨내려면 본인이 수련하는 것에 대한 모티브가 강해야 해요. ‘내가 수련을 왜 하고 싶고 수련하는 동안 무엇을 얻어갈지, 수련 이후에 어떤 사람이 되어야겠다’라는 생각이 있어야 해요. 

  저는 병원에서 얻어가고 싶은 부분이 분명했어요. 힘든 수련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각오도 되어있었고요. 다른 사람들과 같이 방을 써야 하는 당직실 생활을 힘들어하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기숙사 생활을 해서 그런 부분은 크게 힘들지 않았어요. 제가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체력이었어요. 필라테스를 하긴 했지만, 당시에는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았거든요. 학부 때는 몸이 힘들면 적당히 쉬기도 했고요. 하지만 병원에서는 제게 주어진 일들이 해야 하는 ‘의무’잖아요. 병원은 직장이기 때문에 일을 배우면서도 제 몫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존재해요. 그런 힘든 과정을 이겨내려면 본인의 의지가 강해야 하죠.

  수련 생활의 단점은 4년이라는 시간을 온전히 바치는 것이라 생각해요. 남자 선생님들 같은 경우는 군대 문제도 있고, 수련을 마치고 나면 나이가 많아지잖아요. 또, 수련 생활 중에는 워라밸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주어진 시간에 비해 업무량도 많고 문제 발생에 대한 스트레스도 큰 편이에요. ‘나는 그렇게까지 힘든 환경에 처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수련에 대한 고민을 해보셔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힘든 시간을 감수하더라도 꼭 수련 경험을 거친 한의사가 되고 싶다, 입원 환자를 보고 싶다’는 분들께는 수련을 추천해요. 또, 현실적으로 수련의는 일하는 시간에 비해 페이가 낮다는 점을 감수해야 하죠. 하지만 전문의 타이틀과 수련 경험을 중요시하는 분들께는 수련을 적극 추천하고 싶어요.     


Q. 선생님께서 수련을 통해 얻어가고자 하신 것은 입원 환자를 보는 경험과 환자를 감별하는 능력수련 경험에서 쌓이는 내공이었나요?     


네, 그리고 저는 검사 결과를 치료에 이용하는 과정이 궁금했어요. 수련을 하면서 영상 검사 결과를 자주 보고, 그것을 치료에 접목할 수 있었어요. 그러면서 검사 결과를 판단하고 치료에 응용할 수 있는 눈이 생긴 것 같아요. 

 시각적인 검사 결과가 있으면 환자분들께 설명할 때의 전달력이 달라져요. 눈에 보이는 자료를 통해 환자의 증상과 그 원인에 대한 설명, 치료 티칭을 하면 환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거든요. 이런 식의 티칭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병원 수련의 큰 장점 같아요. 얼마 전에도 어깨가 안 좋은 환자분의 MRI를 찍어보니 극상근 건이 파열되어 있어서 해당 부위를 타겟팅해서 치료했고, 그 결과 빠르게 좋아지고 계세요. 

  병원의 장점은 임상에 필요한 술기와 지식을 압축해서 배울 수 있다는 거예요. 로컬에서 부원장을 하면서 배울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병원은 배우는 과정이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병원의 수련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시험도 치고 교육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것들이 많은 것 같아요. 추가로 제가 자율적으로 익힐 수 있는 것들도 많고요. 수련은 배우는 과정이다 보니 병원에서 배려해 주는 부분이 있고, 실력 있는 원장님들 진료 참관도 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아요. 저는 수련의 생활을 ‘잘 차려져 있지만 떠먹여 주지는 않는 밥상’에 비유하고 싶어요. (웃음) 그래서 자기가 뭘 얻어가고 싶은지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그만큼 더 배울 수 있으니까요.     


Q. 기대했던(예상했던수련의 생활과 실제 수련의 생활은 어땠고무엇이 달랐나요?     


처음에는 정말 바빴어요. 빨래할 시간도 없다고 양말이랑 속옷을 50개씩 가져오라고 하더라고요. (웃음) 다만 계속 바쁜 건 아니에요. 바쁠 때는 정말 바쁘지만, 일이 없거나 내가 해야 할 일을 마치면 마음 편하게 잘 수 있어요. 항상 힘든 것만은 아니에요. (웃음)

 그리고 생각했던 것보다 멘탈이 강해진 것 같아요. 몸이 안 좋고 힘들 수도 있지만, 수련의는 병원의 일부잖아요. 누가 나를 챙겨줄 수 없기 때문에 스스로를 챙기고 컨트롤해야 해야 하죠. 그러면서 몸과 마음 모두가 강해진 것 같아요.      


Q. 병원 수련 여부를 고민하는 학부생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4년이라는 시간은 긴 시간이고 누군가에게는 가성비가 떨어지는 시간일 수 있어요. 워라밸을 지키면서 페이를 더 받고 싶은 분께는 수련 생활이 더 힘들 수 있고요. 하지만 저처럼 배우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수련을 긍정적으로 고려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만, 수련하는 동기와 목적이 확실해야 해요. 

  가장 강조하고 싶은 말인데, 수련을 결정할 때는 어느 병원을 갈지보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해요. 이것은 학부생 때 반드시 해야 하는 고민이고요. 다른 사람들도 만나보고, 자신을 돌아보면서 내가 무엇을 잘하는 사람이고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 치열하게 생각해 보아야 해요. 수련이 내가 하고 싶은 길로 가는 과정에 있는 것이라면 힘든 시간이지만 이겨낼 수 있게 되는 거죠.      


Q. 수련하고 싶은 학생이 미리 준비하면 좋은 것들에는 무엇이 있나요     


본인이 원하는 병원이 있다면, 그 병원에서 중시하는 기준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학점의 경우, 학점이 좋아서 나쁠 건 없지만 저는 학점을 높이는 것보다 다른 활동에 시간을 더 투자했던 것 같아요. 꼭 학점이 아니더라도 학부생 때 주어진 시간을 자기만의 무언가로 채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자신이 경험했던 것을 지원 동기와 관련지을 수 있으면 좋고요. 모든 경험은 결국 미래의 선택에 영향을 주거든요. 저의 경우엔 필라테스를 했던 것이 결과적으로 한방재활의학과라는 전공을 선택하는 것과 연결되었죠. 추천하고 싶은 활동으로는 독서 모임, 논문 읽기 및 작성, 각종 연구프로그램, 외국어 공부, 한의원 참관 등이 있고, 그중에서도 특별히 외국어 공부를 추천하고 싶어요. 저희 병원에 외국인 환자분들도 많이 내원하시는데, 능숙하게 할 수 있는 언어가 있으면 도움이 되었겠다는 아쉬움이 있거든요.      


Q. 강남 자생한방병원은 학점을 많이 보는 편인가요?     


학점이 좋으면 물론 좋겠지만, 저희 병원은 학점이 다는 아닌 것 같아요. 학점 외에도 병원 생활에 도움이 될 만한 다양한 경험이 있다거나 다른 특기 같은 것이 있으면 그런 적극성을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저희 병원에 관심 있는 분들께는 본인만의 장점으로 내세울 수 있는 활동을 준비하는 것을 추천해 드려요.      


Q. 나이가 많은 경우병원에 지원할 때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까요?


본인의 마인드 문제인 것 같아요. 병원에 들어가면 나이가 어려도 선배님이면 깍듯한 태도로 대해야 하고 업무 지시도 잘 따라야 해요. 선배님들이 맞존대를 하실뿐더러, 일을 배우는 입장에서 선배를 존중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저는 그런 부분은 전혀 힘들지 않았어요. 그런데 그런 관계를 불편하게 느끼는 사람이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어요. 즉 많은 나이 자체가 걸림돌이 된다기보다는, 나이 때문에 본인이 선배들을 불편해하는 마음이 있으면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나이 때문에 안 뽑아주지 않을까’ 보다는 ‘수련 과정에 내 시간을 투자했을 때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해요. 나이에 상관없이 배우는 태도를 지니고 있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오히려 플러스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수련 후 어떤 한의사가 되고 싶나요?     


우선 지금 있는 병원에 남고 싶고, 환자에게 설명을 잘해주는 한의사가 되고 싶어요. 아무래도 의사라는 권위가 있기 때문에, 환자들이 어려워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치료만 빠르게 하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저는 ‘당신은 이런 원인으로 아프고, 나는 어떠한 치료를 할 예정이다, 그리고 치료 경과는 이렇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라는 내용을 환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잘 설명해 주고 싶어요. 그러한 과정에서 병원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검사가 좋은 도구가 될 것이라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가진 장점인 필라테스 등의 운동 경험을 활용해서, 환자분들 개개인 몸 상태에 맞게 재발 방지를 위한 재활 치료를 잘해드리고 싶어요.     


Q. 자생에 남고 싶으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저는 저희 병원의 시스템을 굉장히 좋아해요. 병원 규모가 크기도 하고, 업무가 분담되어 있어서 진료 외적인 문제에 흔들리지 않고 환자에게 집중할 수 있죠. 예를 들어, 자동차보험 개편안과 같은 이슈가 있을 때 개원 한의사면 제가 모든 걸 혼자서 고려해야 할 부분들이 많잖아요. 병원에서는 그런 부분들을 병원이라는 조직에서 다 같이 고려하니까 제가 진료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Q. 조심스러운 질문이지만여자 한의사로서 추나를 하는 데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저도 처음엔 ‘내가 상대적으로 남자보다 힘이 약해서 환자분들에게 추나를 하기에 어려움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실제로 경험해 보니, 추나 베드를 활용해서 체중을 잘 실으면 골격이 크지 않은 여자도 추나를 충분히 잘할 수 있어요. 그리고 앞으로 추나를 더 잘하고 싶어서 근력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어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얼마 전에 전국의 자생한방병원 수련의 대상으로 주최한 ‘천하제일 추나 경진대회’에서 3등을 했어요. 1, 2등은 저보다 한 기수 위 선배들이셨고, 제가 힘이 부족해서 3등을 한 건 아니에요. (웃음) 이렇게 여자도 추나를 충분히 잘할 수 있으니 여자 한의대생분들이 겁먹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Q. 앞으로 선생님의 단기 그리고 장기 목표가 궁금해요.
 
 현재 수련이 1년 남은 상황인데, 단기적으로는 지금 있는 병원에 남는 것이 목표예요. 기본적으로 병원에 남기가 아주 어렵고, 지금까지 전부 남자 원장님들이 계신 상황이기 때문에 일단 저희 병원에 남기 위해 노력하려 해요.

  그리고 제 환자분들을 위한 운동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만들어보고 싶어요. 일괄적으로 같은 수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분들의 상태에 따라 무엇을 조심해야 하고 어떤 운동을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지 함께 알려드리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요.

  아직 막연해서 조심스럽지만, 장기적으로는 건강/뷰티와 관련된 제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요. 이름만 들어도 건강해지는 것 같고 믿을 수 있는 브랜드가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자신만의 뚜렷한 꿈과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김지원 한의사의 에너지가 느껴진 인터뷰였습니다. 많은 한의대생이 관심을 갖는 강남자생한방병원에서 수련 중인 전공의의 삶을 여쭤봤는데, 해당 병원을 지망하는 학생분들께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질문에 솔직담백한 답변을 해주신 김지원 한의사께 감사드립니다 :)     

Interviewer. 앵무새, 용, 페럿

Writer & Editor. 앵무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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