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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신만나드립니다 Dec 09. 2024

임상연구로 한의계의 가능성을 넓히다, 하인혁 한의사 1

#자생한방병원 #부천자생한방병원 #자생척추관절연구소 #한의학임상연구

한의계 초음파 관련 연구, 한약과 약침 임상 시험, 한방 치료법 기전 연구, 한국의 보완대체의학 분야 SCI급 저널 만들기, 그리고 병원 경영. 이 일들을 모두 하고 있는 분이 계시다면 믿으실 수 있으신가요? 놀랍게도 이 모든 것을 다 하고 계신 부천자생한방병원의 병원장, 하인혁 한의사님을 지난 여름, 사막여우, 낙타, 꽁치, 뱁새가 만나뵈었습니다. 임상연구를 통해 한의계의 더 큰 가능성을 열어가고 계신 한의사님의 이야기를 대만드가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약력]

경희대학교 한의학 박사

서울대학교 보건학 석사

경희대학교 한의학 학사

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

現 부천자생한방병원 병원장

現 자생의료재단 척추관절연구소 소장

現 자생의료재단 의료질 총괄

現 대한한방병원원협회 정책이사

現 SCI저널 Medicine 편집위원

現 SCI저널 BMC Complementary Medicine and Therapies 편집위원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경항통 연구책임자

척추통증중점연구센터 연구책임자



INTRO


Q.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자생의료재단의 하인혁입니다. 저는 부천자생한방병원의 병원장이며, 자생척추관절연구소(JSR)의 연구소장입니다. 대한한방병원협회의 정책이사와 척추통증한의중점연구센터 국책과제의 PI*를 맡고 있으며, 두 개의 SCI급 국제저널인 “BMC Complementary Medicine and Therapies”와 “Medicine” 저널의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그리고 두 아이의 아빠입니다. 예쁜 아들딸이 저의 원동력이 되어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 (웃음) 


*PI: principal investigator, 연구책임자
** CAM: 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 보완대체의학

 


Q. 요즘 한의사님의 하루 일과, 일주일 일정이 어떻게 되나요?


 부천 자생에 병원장으로 발령받은 지는 3년 조금 넘었어요. 발령 당시부터 자생척추관절연구소 소장과 부천자생 병원장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어서, 연구소가 있는 강남과 병원이 있는 부천을 오가는 일이 많아요. 제가 자생 의료 질 총괄 또한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의료행정 및 의료교육 관련 일에 관여하고 있고,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다양한 지역에 갈 때도 많습니다.

 이렇듯 제 일정은 규칙적이기보다는, 맡게 되는 프로젝트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요약하자면 부천자생에서는 병원 운영, (자생척추관절)연구소에서는 소장의 역할, 그리고 그 외 자생의료재단 소속 자생한방병원 전체의 의료 질 관리 및 행정 관리를 하며 지냅니다. 가장 중요하게는 해당 소속의 장으로서 ‘의사 결정’을 하고 있어요. 팀장들이 제시하는 여러 가지 안건을 결재하는 것이죠.



학부 시절


Q. 학부 때는 어떤 학생이셨나요?


 솔직히 학부 때는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웃음) 재수할 때 많이 놀았는데, 그 연장선상으로 예과 때에 많이 놀았습니다. 본과생이 되어서는 예과 때만큼 많이 놀지는 않았어요. 아주 열심히 사는 학생은 아니었고,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민중가요 동아리 활동을 했는데, 그 기억이 많이 나네요. (웃음)



Q. 학부 시절에는 어떤 한의사가 되고 싶으셨나요?


 확고하게 어떤 한의사가 되고 싶다는 확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고민의 시간을 많이 가졌습니다. 당시에는 형상의학, 일침요법, 금오 김홍경 선생님의 사암침법 등이 유행했는데, 이런 것을 배우러 다녔어요. 캠프에도 참여해 보고, 여러 배움의 기회를 찾아다녔습니다.



부천 자생한방병원 병원장


Q. 병원장으로서의 주된 업무에 대하여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현재 진료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의료진이라기보다는 '의사결정자’에 가까워요. 병원 전체 업무에 있어 크고 작은 결정을 내리는 것이 저의 역할입니다. 한 예로, 최근 부천 자생한방병원은 대규모 리모델링을 진행하였는데, 환자 동선과 진료 효율성을 고려한 공간 설계부터 자생만의 치료 철학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인테리어 컨셉까지 주요 의사결정을 담당했습니다. 평소에는 의료진, 행정, 간호, 시설관리 등 각 전문 부서 간의 업무를 조율하고 문제 사항을 해결하는 등 병원 전반의 운영을 관리합니다.



Q.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이상적인 병원은 어떤 병원인지 궁금합니다. 병원 경영에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계시나요?

 

 임상과 연구를 병행하는 사람으로서, 부천자생이 연구중심병원*에 가까운 병원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현재 대부분의 의료기관은 연구와 진료가 분리되어 운영되는 측면이 있는데, 저는 자생의료재단이 연구와 진료가 시너지를 내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곳이길 바라요.

 국가의 연구중심병원 사업도 위와 같은 목적을 가져요. 신의료기술이나 새로운 의료 고부가가치 산업은 진료실 밖에서 시작될 수 없어요. 보통 현장에 있는 의사들의 고민을 통해 나오는 것이지, 과학자들이 갑자기 의사들에게 먼저 제안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환자 치료와 처치를 시행하는 과정에서의 이런 점을 개선해달라’는 의사들의 구체적인 요청의 결과로 의료 기술이나 의료기기들이 만들어져 적용되는 것이죠. 한의계에도 의학과 과학 간의 원활한 연구 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병원에서 확보한 수많은 임상 데이터를 신의료기술 등 한의학이 발전할 수 있는 연구에 활용해 보고 싶어서 많이 고민하고 있는데, 쉽지는 않아요. 자생이 대학병원은 아니다 보니 연구보다는 진료가 더 중심이어서, 한 번에 바꿀 수는 없을 것 같고 조금씩 바꾸려고 생각하고 있죠.


 또, 저는 수련의 선생님들에게 수련을 할 때에는 힘들어야 한다, 진료뿐만 아니라 연구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잔소리를 많이 합니다. (웃음) 자생 출신 전문의 선생님들이 미래에 전문의로서 진료도 잘해야겠지만, 논문을 통해 지속적으로 새로운 의학 지식과 연구 결과를 습득하고, 또한 자신이 알게 된 유의미한 임상 경험을 적절히 가공하여 논문으로 발표하는, ‘의학 소통’을 활발히 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거든요.


* 연구중심병원: 병원이 보건의료기술혁신(HT Innovation)의 중심 주체가 되어 "R&D-중개·임상연구-사업화-제품개발-진료"에 이르는 선순환 체계를 확립, 궁극적으로 의료서비스 고도화 및 의료 질 향상을 통하여 국민건강 증진을 실현하는 병원
연구중심병원의 역할
연구중심병원 사업 Frame
(출처: KHIDI 한국보건산업진흥원)



Q. 자생의료재단의 의료 질 총괄을 맡고 계시는데, 구체적인 관리 과정이 궁금합니다.


 의료 질 관리의 가장 큰 부분은 교이에요. 부천 자생뿐만 아닌 자생 전체 수련의의 교육을 제가 주로 담당합니다. 구체적으로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에 논문 교육이 있고, 한 달에 한 번 전체 의료진들이 교육을 위해 모이는 ‘일요교육’이 있어요. 이때는 신준식 회장님을 비롯한 원장님들이 임상 강의를 해주시고, 각자 자신의 치료례나 연구 내용을 소개합니다. 또한 보험 개정안과 관련된 행정 사안도 공유 드리죠. 요즘은 병원별 수련의 교육의 질을 평가하는 시스템 구축을 위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자생 수련의 교육


Q. 자생 수련의가 되면 어떤 일을 하고, 어떤 교육을 받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레지던트 병원인 부천 자생 한방병원을 기준으로 얘기하자면, 병원 운영에 관한 여러 업무를 배우는 것이 가장 크다고 생각해요. 한의계는 전문의 취득 비율이 낮다는 점이 항상 아쉬워요. 시대의 흐름, 사회의 발전에 대해서 알고자 한다면, 병원이라는 곳에 소속되는 경험을 하며 거시적인 시야를 가지는 것이 좋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수련의들에게 주인 의식을 가지고 병원을 보며 특정 상황에서 어떤 판단을 해야 하는지, 특정 일을 왜 해야 하는지 등의 경영적인 공부를 하라고 자주 이야기합니다. 수련의의 경우 사실 여러 허드렛일도 많이 맡게 되고 몸도 힘들지만, 을의 마음가짐으로 일을 하는 것과 자신이 언제든지 병원의 오너가 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일하는 것은 정말 큰 차이를 만들거든요. 실제 한방병원이나 한의원의 운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실력이 아닐 때가 많습니다. 직원, 의사를 관리하는 시스템, 교육, 보험, 마케팅 등 의료 외의 부수적인 것들이 훨씬 더 많이 작용해요. 수련 과정을 통해 이러한 부분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어요.


 수련 병원은 학생들에게 돈을 받는 교육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 병원은 공부를 시켜주는 공간은 아니에요. 공부는 의국 자체에서 진행합니다. 선배가 후배를 가르치면서 공부하는 것인데, 이러한 문화가 한의계 내에서 많이 발전했으면 좋겠어요. 

 자생에는 ‘J Course’라는 온라인 학습 코스가 있어요. 진료 외적 파트로는 ‘자생인 마인드 코스’, ‘글로벌 코스’, ‘조직 역량 코스’ 등이 있고, 진료 관련 파트로는 ‘진료 이해’나, ‘임상 수기 실전과 관련된 자생 치료법’, ‘원장님들이 발표한 환자 케이스’ 등이 있어요. 이를 통해서 아주 다양한 질환들의 환자들을 볼 수 있고, 기초 해부, 병리, 영상, 진단에 관한 공부를 할 수 있죠. 연구 파트에는 연구 논문 작성법, 의학 통계, 심화 연구자 양성과 같은 강의가 있습니다. 신경정신과나 내과 질환 등 근골격계 외적인 케이스에 대해서도 외부 교수님들께 요청 드려 추가적인 교육 자료를 탑재해 두었어요. 이 ‘J Course’는 ‘자생 배움터’라는 온라인 학습 플랫폼을 통해 수강할 수 있습니다.

 자생의료재단 내부 소속인 자생 메디컬 아카데미에서는 주로 해외에서 온 의료진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진행하는데, 여기에 수련의가 들을 만한 좋은 강의도 많이 있어요. 특히 여기에는 MRI, CT, X-ray 등에 관한 좋은 강의가 많습니다. 

 이런 다양한 강의 자료를 통해 교육을 진행하고, 추나, 동작침법 등 직접적인 치료 술기와 관련된 부분은 수강 후에 연차별로 시험을 보기도 해요. 또, 연차별로 추천 도서들을 선정해 수련부 시험을 분기별로 진행합니다.


진료 외의 남는 시간에 스스로 강의를 골라 듣는 것인가요?


 네, 맞아요. 저는 부천 자생 수련의들을 공부로 괴롭히려고 노력해요. (웃음) 대신, 한의계의 이상한 수련 문화는 전부 없애려 노력하고 있죠. 군기 잡는 문화는 공부를 안 해서 생긴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부천자생에서는 레지던트 3년 차 선생님이 초음파를 배워서 2년 차 선생님을 가르치고, 2년 차 선생님이 추나를 배워서 1년 차 선생님을 가르치고, 또 1년 차 선생님은 인턴 선생님들에게 동작침법을 가르치고 있어요. 이렇게 서로서로 가르쳐주면 상호 존중하는 문화가 생기거든요. 군기 문화를 최대한 없애고, 수련의 선생님들을 많이 공부시키는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Q. 자생 수련의만 할 수 있는 경험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자생은 다양한 사업을 많이 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자생 메디컬 아카데미는 미국에 있는 의사나 유럽에 있는 침구사들에게 척추관절질환에 대한 보수교육을 진행하는 사업이에요. 수련의 때 이 업무를 맡아볼 수도 있죠. 또한 자생 척추관절연구소에서 1~2년 정도 다른 업무 없이 정말 연구에만 몰입할 기회도 있고, 맡은 업무에 따라 병원의 데이터 및 전산 관리, 마케팅 업무를 하는 등 병원 운영을 경험해볼 수 있는 파트도 있어요. 재단 차원에서 워낙 다양한 사업을 하다 보니, 쉽게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죠.

 


Q. 수련의 교육에 있어 선생님께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점이 무엇인가요?


 교육적인 부분에서 얘기한다면, 저는 학술(學術)의 ‘학(學)’과 ‘술(術)’ 중 ‘학(學)’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요. 술(術)은 사실 크게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한의계가 술(術)에 너무 집착한다는 것이 저는 개인적으로 매우 아쉬워요.

 양방은 특정 질환에 대한 표준적인 치료법이 다 정립되어 있어요. 그러니 의사가 그 치료법을 쓴다면, 설령 치료를 받은 환자가 낫지 않는다 해도 특별히 의사의 잘못은 아닌 것이 되죠. 하지만 한의사들은 어떤 환자를 치료해서 낫지 않는다면, 그 부분에 관한 공부가 부족했다고 생각하죠. 몇몇 한의사들은 전문의 과정을 마친 후에도 공부가 부족하다고 느껴 유명한 한의사를 찾아가 배우는 등 긴 배움의 과정을 계속해요.

 저는 그러한 현상이 ‘술(術)’만 좇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이런 것이죠. 한의원에 걷지 못하는 환자가 왔는데, 스승님이 치료를 하니 그 환자가 2~3주 후에 일어나서 걸었다고 합시다. 다음날에 다른 걷지 못하는 환자가 와서 다리에 점점 힘이 빠진다고 하여 내가 치료했더니 환자가 호전되지 않았어요. 그러면 보통 공부가 부족하다, 변증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첫 번째 환자는 길랑-바레 증후군 환자여서, 하지에 마비가 오더라도 일반적으로 50~60%는 자연적으로 호전이 되는 것이었어요. 내가 치료한 다리 마비 환자는 루게릭병 환자라면 같은 치료법을 쓰더라도 호전되지 않는 것이었죠. 질환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즉 ‘학(學)’이 확실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치료를 찾지 못한 채 ‘술(術)’을 좇게 됩니다. 

 

 학(學)은 특정 질환에 대한 경과와 예후를 정리해 놓은, 어떻게 보면 과학 기술인 것이에요. 치료를 할 때 질환에 대한 이해가 없이 치료로 낫게 하는 부분에 너무 몰두하게 되면, 의사 개인의 부담감이 너무 커져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전문의 과정을 밟는 선생님들에게 술(術)보다는, 질환과 관련된 학(學)을 더 공부하라고 이야기해요. 


 자생에서 주로 사용하는 술(術)에는 동작침법, 추나, 초음파 유도 하의 약침, 이렇게 세 가지가 있어요. 이 세 가지를 잘 활용할 수 있다면 근골격계와 관련해 술(術)적으로 모자람은 없는 것 같아요. 여기서 아쉬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다른 곳에 가서 또 다른 것을 배우는데, 저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학(學)을 완벽하게 해야 치료에 확신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을 등한시하면 평생 술(術)의 유행만 좇다가 끝날 수도 있기 때문에, 수련의 선생님들이 학(學)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끔 교육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자생척추관절연구소


Q. 자생척추관절연구소에 대해서 소개 부탁드립니다.


 자생척추관절연구소를 소개하기에 앞서 자생의료재단부터 소개할게요. 자생의료재단은 보건복지부 산하의 '공익의료재단'이며, 고유 목적은 'R&D와 사회공헌'입니다. 저희 부천 자생도 공익의료재단인 자생의료재단의 병원이에요. 저희를 기업처럼 보는 곳이 많지만, 사실은 아닌 거죠. 

 자생척추관절연구소는 이 재단의 고유 목적 중, 'R&D'를 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R&D가 재단의 고유 목적 사업이기 때문에 문을 닫을 일이 없어요. 기업 부설 연구소에 비해 훨씬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죠. (웃음) 자생은 주로 척추관절 환자를 진료하기 때문에, 연구소에서도 주로 척추관절질환과 관련한 임상 연구, 실험 연구, 빅데이터 분석 등을 하고 있어요.



Q. 현재 가장 중요하게 진행되고 있는 연구는 무엇인가요?


 최근 제가 받은 가장 큰 과제는 '척추통증한의중점연구센터'에서의 연구에요. 보건복지부에서 한의계의 연구 사업을 위해 큰 펀딩을 마련해서 한의약진흥원의 혁신의료기술 사업단에 관리를 맡겼습니다. 이 사업단에서 암, 관절, 인지장애 등 한의계의 주요 질환 12개 정도를 선정해서, 7년 동안 그 질환의 연구를 지원해 주고 있어요. 저희는 그 중 척추 질환에 대해 ‘척추통증한의중점연구센터’에서 연구하고 있죠. 지금 진행 중인 척추 질환 연구에는 5개의 주요 주제 파트가 있어요. 


 첫째는 초음파예요.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이 현재는 대법원에서 합헌 판결을 받았지만, 그전까지는 합법 여부가 법리적으로 애매했어요. 그동안 한의사들은 드러나지 않게 초음파를 써왔고, 그렇다 보니 초음파 사용이 합헌이 되었음에도 합헌 전의 초음파 관련 한의계 자료를 모을 수 없는 거예요. 그래서 우선은 '초음파 관련 한의계 현황 파악'을 목적으로 연구하고 있어요.

 또, 근골격계 질환에 초음파를 활용하는 것에 대한 진료 지침을 만들고 있어요. 한국의 자료는 많지 않지만, 한의사뿐만 아닌 중의사들도 초음파를 사용하고 있으니, 기존에 있는 외국 논문과 진료 지침을 참고하여 초음파 관련 진료 지침을 만들고 있는 거죠. 초음파를 활용한 시술(무릎 관절에 초음파를 활용한 약침 시술 등)에 근거를 마련하는 작업이에요. 나중에 수가를 받는 쪽으로 얘기를 하려면 근거가 필요하니까요.


 두 번째로는, 척추통증한의중점연구센터에서 2년째 척추 질환에 대한 한약과 약침 임상 시험을 하고 있어요. 한국에서는 식약처의 IND* 관련 문제로 인해 약침과 한약으로 임상시험을 하기가 어려워서, 실제로 가장 중요한 치료법인 한약과 약침에 대한 임상시험이 한국 내에서는 생각보다 없습니다. 상당수가 중국의 연구만 있어서, 이런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에요.  

                   

*IND:   임상시험 계획 승인신청- 임상시험을 실시하고자 하는 자가 식약처장의 승인을 신청하는 과정
   해당 내용에 대해 더 궁금하신 분들은 링크된 인터뷰를 참고해 주세요!


 그 외에도 자생 치료법 중 신의료기술과 관련된 연구를 하고 있고, 추나 치료 근거 마련을 위한 연구도 하고 있어요. 추나 치료는 현재 50% 본인 부담금으로 1년에 20회까지 급여 적용이 가능한데, 이를 확대하기 위한 연구입니다.


 마지막으로, 한방 치료법의 치료 기전에 대한 실험 연구를 하고 있어요. 한방과 양방의 의료 기술 개발 과정의 차이 때문에, 한방 치료법의 기전 연구가 부족할 수밖에 없어요. 양방에서 의료 기술이나 의약품이 임상에 도입되기 위해서는 기초에서부터 근거가 있어야 하고, 비임상과 임상까지 모두 거쳐야 해요. 반대로 한방 치료법은 이미 오래전부터 임상에서 실제로 사용되고 있다 보니, 이 과정을 거칠 이유가 없는 거예요. 기운 없을 때 십전대보탕을 이미 잘 먹고 있는데 돈을 들여서 세포와 동물실험 등으로 기전을 연구하는 건, 필요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것이지요. 하지만 사회가 발전하고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아무리 임상에서 써왔더라도 기초, 비임상 연구를 거치지 않으면 근거가 없다고 생각하는 문화가 생겼어요. 그래서 한의계도 치료법의 기전 연구를 해야 해요.



Q. 자생의료재단의 홈페이지에서 2024 PIM 논문 경진대회 관련 글을 본 적이 있는데요, PIM 국제학술지 사업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자생에서 만들고 있는 통합의학 국제 학술지 'PIM'은 Perspective on Integrative Medicine의 약자로, '통합의학적 관점'이라는 뜻이에요. 이 통합의학 저널 PIM을 SCI 저널로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배경부터 말씀드릴게요. 한국 한의계에는 SCI 저널이 딱 하나*밖에 없는 반면, 중국은 대체의학 분야의 SCI 저널을 수십 개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논문을 투고할 때 CAM(보완대체의학) 분야에서 Q1 저널(특정 카테고리의 상위 25% 저널)리스트를 보면 전부 중국 소유라, 저널 이름 자체가 ‘Chinese Medicine’, ‘Traditional Chinese Medication’… 이런 식이에요. 이거 너무 자존심 상하지 않아요? 

 *한국한의학연구원의 [IMR]

 자존심 상하는 건 차치하고서라도, 대체의학 분야에서 한국 소유의 저널이 부족하면 실질적으로 좋지 않은 점이 있어요. 학계에서의 의사결정 과정이나, 한의계의 의료 정보에 대한 논의가 쉽지 않아요. 좋은 논문을 많이 써도 저널이 중국 소유여서 원하는 논의를 진행하기 힘들다는 사실이 허무했고, 이 상태가 계속되면 한의학이 중의학에 밀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단순히 논문을 많이 발표하는 것보다도, 한의계의 의료 정보와 통합의학적 관점을 담아낼 수 있는 좋은 저널을 만들어 SCI로 인정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PIM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 PIM 프로젝트는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고 제가 지금까지 진행하였던 여러 프로젝트 중에서도 가장 힘든 게 사실입니다. 우선 PIM에 좋은 논문이 많이 실리도록 하는 것이 정말 어려워요. 연구자들은 당연히 자신의 논문을 SCI 저널에 등재하고 싶어 하잖아요. 그래야 실적도 쌓고, 기사도 나니까요. 하지만 저희는 연구자들에게 SCI저널도 아니고 KCI저널도 아닌 PIM이라는 저널에 논문을 투고해달라고 부탁해야 해요. 논문을 써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직접 쓴 논문은 정말 소중하잖아요, 시간을 정말 많이 쏟아 만든 나의 창작물이거든요. PIM이 SCI 저널이 되기 전까지는, 자식 같은 논문을 PIM에 투고하도록 부탁하는 것이 너무 어렵죠.

 PIM이 국제 저널로 성장하려면 5개 대륙에서 에디터를 모으고, 해외 연구자들의 논문을 받아야 해요. 5개 대륙에서 에디토리얼 보드는 구성했는데, 해외 연구자들의 논문을 받는 것이 상당히 어렵습니다. 자생 연구 원장님들이 해외 학회에서 친해진 외국의 연구자분들에게 논문을 내 달라고 계속 부탁을 하고 있어요. (웃음) 정말 쉬운 일이 아니죠. 또한 SCI로 인정받으려면 여러 기관의 다양한 논문이 있어야 하는데요, 자생한방병원뿐만 아닌 국내 다른 대학과 연구기관의 논문도 들어와야 해서, 올해부터는 PIM 논문 경진대회를 열어 다양한 곳에서 논문을 받으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SCI 저널로 등재되기까지 보통 10년이 걸리면 정말 잘했다고 말해요. 저는 이 정도의 시간을 들일만한 이유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여 올해까지 3년째 PIM 저널의 SCI 등재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자생한방병원뿐만 아니라 한의계 전체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다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2편에서는 한의임상진료지침 제작, 그리고 임상 연구자로의 진로에 관한 이야기가 계속됩니다!

Interviewer. 사막여우, 낙타, 꽁치, 뱁새

Writer & Editor. 사막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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