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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무더운 여름, 6기 낙타와 8기 햄스터 그리고 9기 오리너구리는 마포구의 한 따뜻한 책방에서 권해진 한의사와 만났습니다. 권해진 한의사는 경기도 파주에서 한의원을 운영하고 계시면서 한의학과 관련된 책들도 집필하셨는데요, 한의사이시면서 작가로도 활동하시는 권해진 한의사와의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약력」
대구한의대학교 한의학과 졸업
現 래소한의원 원장
<우리 동네 한의사> , <텃밭에서 찾은 보약>, <직업은 어른 취미는 그림책> 저자
INTRO
Q.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는 대구한의대를 졸업해서 17년 정도 한의원을 하고 있고, 아들 하나, 딸 하나 있어요. 『우리 동네 한의사』와 『텃밭에서 찾은 보약』을 출간했고, 그림책을 읽고 이야기 나눈 것을 함께 쓴 세 번째 책 『직업은 어른 취미는 그림책』이 최근에 나왔어요. 유튜브 ‘책 읽는 한의사’에도 출연하고, 도서관과 공공기관 등에서 들어오는 강의도 하면서 바쁘게 살고 있어요. 한국한의약진흥원의 웹진 <건강한>에 ‘밥이보약’ 코너 연재도 하고 있습니다.
Q. 출연하신 유튜브를 찾아보니 스물 몇 개나 되더라고요. 계속 주기적으로 찍으시는 건가요?
A. 네 맞아요. 사실 최근 영상은 이곳(책방)에서 찍었어요. 여기 책방 대표님이 그 채널 대표님이시거든요. 책방도 하시면서 출판사 대표님이시기도 한데, 그 출판사에서 책을 홍보하는 책앤TV라는 코너를 만드셨어요. 그런데 꼭 그 출판사 책이 아니어도 그냥 좋은 책이면 다 추천해도 괜찮다고 하셔서, 저는 그냥 출연만 하는 거예요. 그런데 누군가가 그렇게 편집해 주고 업로드까지 해주니까, 그건 어마어마한 거거든요.
영상을 보고서 주변 분들이 이러이러하게 해 보라고 많이들 말씀해 주시는데, 자연스럽게 하는 게 잘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원래 저는 되게 활발한 캐릭터인데 영상을 촬영할 때는 심각하게 말하게 되거든요. 편하게 하라고 이렇게 촬영 공간까지 내주셨는데 아직 편하게는 잘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책 선정하는 게 쉽지는 않아서요. 또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지만 앞으로도 그냥 계속할 생각이에요.
Q. 요즘 원장님의 일과나 일주일 루틴이 어떻게 되시는지 궁금합니다.
A. 그냥 한의원, 집, 한의원, 집인데 아이들이 이제 고등학생이니 이것저것 해주고 있어요. 또 저희 한의원에서 새벽에 하는 책 모임도 10년쯤 하고 있고, 이 서점에서 한 달에 한 번씩 몇 분이 모여 하는 책모임도 4년째 하고 있어요. 책 모임 하면서 강의가 들어오면 강의도 하고, 유튜브도 찍어야 하면 찍고 글 연재도 하네요.
학창시절
Q. 한의대 재학 시절에 어떤 한의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셨는지, 그리고 그때의 생각이 현재 임상이나 진료 철학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도 궁금합니다.
A. 지금 친구들은 모르겠는데, 저희 때는 학교에서 배우는 것 말고도 나가서 배우는 게 꽤 있었어요. 서당에 가기도 했고 또 유명한 고수 선생님이 여신 수업도 갔었죠. 한번은 『의학입문』을 가르치시는 분 수업을 갔는데, 어떤 한의원을 하고 싶은지 질문하셔서 돌아가며 대답한 적이 있었거든요. 저는 그때 “환자가 웃고 가는 한의원을 했으면 좋겠다.” 하고 대답했는데 지금도 생각이 비슷해요. ‘어떻게 하면 이걸 긍정적으로 풀어줄까’ 고민하는 거죠. 다들 아프고 힘들어서 오니까요. 그래서 왼팔 다친 분이 오면 “오른팔 안 다쳐서 천만다행이다.” 하고, 발 다친 분이 오면 “팔 안 다쳐서 다행이다.” 하는 거죠. 어떻게든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가시게 하는 편이에요. 그렇지 않고 좀 심각한 할아버지들이 오시면 일부러라도 좀 헛소리해서 웃겨드리려고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제 모토는 ‘치료로 안 낫더라도 웃고는 가자, 마음 편하게 가자’예요. 한의원도 분위기가 약간 업되어 있거든요. 아프다는 말을 잘 하지 못하게끔요. “아파 죽겠어” 하더라도 ‘오늘도 아프구나’ 하는 식으로요. 그렇게 분위기를 좋게 하니까 스트레스도 덜 받고 치료에도 도움은 되죠.
그런데 그런 분위기를 싫어하는 분들도 있어요. 원장님이 좀 진중하고 심각하거나 카리스마 있기를 좋아하는 환자들도 있거든요.
한의사 생활
Q. 경기도 파주 지역에서 한의사로 활동하면서 특히 뜻깊었던 순간이 있으셨나요?
A. 아무래도 출판 단지가 가까우니 책이 쉽게 접해졌어요. 한의원에 책을 쌓아놓으면 오는 환자 중 “이거 우리 출판사 책인데.” 하시는 분이 계시거든요. 그러면 그분과 조금 더 쉽게 이야기가 되다 보니 그렇게 친해진 출판사 분도 많았어요. 또 환자들이 “저도 이거 읽고 있는데 원장님이 읽고 있네요.” 하시면서 이야기가 열리기도 하고요. 그래서 책이랑 인연을 조금 더 긴밀하게 맺게 된 것은 파주여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물론 다른 지역에서도 책을 사다 보고 꽂아 두면 가능하긴 했겠지만 그런 책에 관심 있는 환자 비중은 좀 적었겠죠.
책과 관련된 일을 하는 분들이 꽤 많이 오셔요. 그런 분들은 또 컴퓨터 작업을 오래 하시다 보니 목이 많이 안 좋으세요. 거의 항강증(項强證)을 달고 사시다 보니 목 디스크도 다들 있으시고요. 또 마우스를 계속 쓰시니 손목도 많이 나가 있죠. 컴퓨터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이 아파서 오는 통증을 많이 보게 되었죠. 파주여서 출판단지 근처여서 조금 더 그런 환자분들을 많이 치료한 면은 있던 것 같아요.
Q. “환자에게 복잡한 생각을 모두 설명하는 진료 방식”이라는 표현이 인상 깊었는데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A. 환자가 “저 허리 아파서 왔어요” 해도 그걸 단순히 그 말 자체를 믿으면 안 되잖아요. 제가 책에도 썼지만, 그분이 정말 허리가 아픈 건 아닐 수도 있거든요. 대상포진도 초기에는 그냥 허리만 아파요. 또 요로 결석도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요통으로 나타나고요. 자궁근종도 무지근하면서 허리가 아프죠. 단순 근육통도 허리가 아프고요. 그럼 허리 아픈 환자가 왔을 때 이걸 진단하는 과정에서 고민해야 하잖아요. 그때 저는 최대한 다 물어봐요. “생리 때만 아프세요?” 하는 식으로요. 대상포진 가능성도 있는데, 대상포진은 수포가 올라오기 전까지는 잘 모르지만 심상치 않은 통증일 수도 있다고요. 이때 또 예방접종을 안 한 분은 통증이 심하게 올라오는데 예방접종을 한 분은 통증이 약하게 올라와요. 그런 이야기도 해주면 그냥 흘려듣고 가시더라도 만약 그날 밤 집에서 허리 통증이 심해지면 몇 분은 제 이야기를 떠올리시겠죠.
얼마 전에 한 남성 환자분이 오셨는데 말도 안 되게 너무 아프다는 거예요. 요로 결석을 앓은 적이 있으신지 물었더니 그런 적이 없으시대요. 혹시 밤에도 너무 통증이 심해지고 통증이 옆구리 타고 배로 내려오면 응급실 가시거나 병원 가시면 좋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어요. 요로결석이 의심이 되어서 드린 말씀이었어요. 그렇지 않으면 근육통일 테니 그게 더 좋지만 혹시 모르니 기억하고 계시라고 했죠. 그런데 얼마 전 다시 오셔서 제 말이 맞았다고, 그날 밤 응급실에 가셨다고요. 허리는 많이 아팠지만 작은 결석이었다고 하셨어요. 결석이 나올 때는 통증이 없었고, 빨리 발견해서 정말 다행이었다고 이야기하셨어요. 그분이 허리는 엄청 아파하셨는데 의외로 결석은 쉽게 나왔던 거죠.
그러니 환자들 입장에서는 어떻겠어요. 다음에 어떤 병인지 모를 때 제게 물어보지 않겠어요? 동네 한의원을 하려면 가정의학과처럼 다 알고 자신이 컨트롤할 수 있는지 없는지 잘 아는 게 중요해요. 환자들에게도 “제가 치료해 보고 안 되면 병원에 가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하고 숨김없이 이야기해 주는 게 환자 마음을 더 편하게 해주는 거예요.
Q. 한의사로서 진료할 때 스스로 어디까지 컨트롤할 수 있는지, 양방 병원에 보내야 하는지 판단해야 하잖아요. 그런 걸 판단하려면 엄청난 경험이 쌓여야 할 것 같은데, 원장님께서는 따로 공부하시나요?
A. 양방 공부는 되게 많이 해야 해요. 책도 되게 많이 보고요. 저는 양방 의사들이 쓴 책은 거의 다 보거든요. 겉표지만이라도 봐요.
제가 허둥대는 것을 그냥 숨기지 않는 게 더 좋은 것 같아요. 환자로서는 ‘의사가 내 병에 대해 자세히 모르는 것 같아. 그래도 걱정해 주네.’ 하거든요. 저도 어떤 병인지 되게 헷갈리곤 해요. 환자로서는 허둥대더라도 솔직히 말해주고 걱정해 주는 의사가 더 편안하지 않을까요.
그래도 수천 가지 병 중에서 다 제외하고 두세 가지 정도 중에 고민할 거 아니에요. 그게 오히려 더 낫다고 생각해요. 그런 게 자꾸 쌓이다 보면 나중에는 조금 날카로워지죠.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은, 그 이후의 이야기를 꼭 물어보는 거예요. 누가 아프다고 하면 그냥 다 들어줘야 해요. ‘이 사람이 이렇게 했구나.’ 하면서요. 왜냐하면 제가 경험해 볼 수 없는 경험을 이분은 가지고 있는 거잖아요. 다 해결해 주는 사람보다는 방향을 잡고 인도해 주는 역할이 중요한 것 같아요.
Q. 책과 한의학을 함께 활용하시는 ‘책 읽는 한의사’ 유튜브 활동이 매우 흥미로웠는데요. 이 접근 방식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이를 통해 어떤 치료가 이루어졌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A. 한의원에 정말 많은 책이 쌓여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환자분들과 책 이야기로 넘어가기도 해요. 환자분이 한참 읽고 있던 책이 한의원에 쌓여 있으면 먼저 이야기하시기도 하고요.
또 예컨대 환자와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환자분의 어머니가 얼마 전에 돌아가신 걸 알게 되는 상황도 있어요. 그럴 때 엄마를 돌보지 못한 것에 대해 스스로 후회하는 분이 많거든요. 그러면 엄마의 죽음에 대해 딸이 느끼는 감정을 다루는 책을 추천해 줄 수 있죠. 책을 꺼내서 이 책을 읽어 보았는데 정말 감동 받았다, 환자분의 경우는 조금 다르겠지만 시간 나면 한 번 읽어 보셔도 좋을 것 같다, 하고 이야기하는 거죠.
그 책은 되게 눈물 나는 책이었어요. 『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라는 사계절에서 나온 남유하 작가의 책인데, 말기 암인 그분 어머니를 스위스에 모시고 가서 존엄사해 드리는 내용이거든요. 원래는 남유하 씨가 아동 청소년도서 작가여서 독특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하는 분인데, 이렇게 본인 경험을 에세이로 내신 거예요. 저는 그 책이 너무 좋았어요.
이런 식으로 환자가 왔을 때 그 책 생각이 나면 추천해 준 건데, 사실 치유를 목적으로 제가 그 책을 읽은 건 아니죠. 그냥 읽다 보니 쌓이게 되고, 생각나니 얘기해 드린 거고요. 그리고 제가 ‘이 측면에서 이 환자에게 도움이 되겠다.’ 하고 생각해서 권해드려도, 그분은 다른 측면에서 도움받게 될 수도 있어요. 책이라는 게 저자의 의도대로 써도 독자는 의도와 다르게 읽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저자들도 다 쓰고 나면 그다음에는 독자의 몫이라고 얘기하잖아요.
그래서 치료 목적은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측면이 있어요. 환자들이 와서 원장님 이번에는 뭐 얘기해 줄 책 없냐, 요즘 재미있게 읽는 소설책 없냐, 현대사에 관련된 책 추천해달라, 하는 식으로 얘기하면 저도 추천하고 또 환자에게 추천받기도 하고 그러죠.
어떤 목적을 갖고 책 추천을 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Q. 원장님께서 개원의로서 힘들었떤 순간은 언제였고,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학교 공부랑은 별개로, 한의원 오픈하면 이제 운영을 해야 되니까. 돈 걱정. 초반에는 관리비, 전기세, 보건소 신고, 세무신고 영수증 모으는 거. 그런 잡다한 일들이 너무너무 많아요. 그런데 이제 저는 성격상 앉아서 조용히 공부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가지가지 하는 걸 좋아해서, 기본적으로 세무사한테 맡기지만 세무 관련 책도 읽었어요. “이런 원리야?” 이런 거 있잖아요.
그리고 예를 들어서 전기 작업들, 또는 다른 해야 할 일이 생기면 그것도 그냥 열심히 보면서 직접 했어요. 처음에는 정말 제가 하다못해 물난리 났을 때 물도 퍼 날랐거든요. “내가 해야 되나?” 이럴 때도 그냥 제가 다 하면서 “아, 이러니까 이 호스를 매립을 안 하고 밖으로 다 꺼내야 되는구나.” 사실 탕전실 쪽에 물난리가 두 번 났었는데, (배관이) 안쪽에 숨어 있으니까 얘가 어디서 새는지 못 찾는 거예요. 그래서 결국에는 수리공을 불러서 배관을 밖으로 다 보이게 해놨어요. 새면 어디서 새는지 보려고. 보기는 싫지만 이제 그런 거를 해놔야 되니까. 그래서 그런 것들이 좀 힘든 것 같아요.
사실 우리 다 공부밖에 안 했잖아. 그걸 어떻게 알아. 물이 어디서 새는지 어떻게 알아요? 그렇잖아요.
그래서 인테리어 같은 경우도, 아직까지는 저희는 인테리어 안 엎고 그대로 쓰고 있는데, 얘도 청소해야 하고, 벽지도 한 번 해야 될 것 같고, 이런 것에 대해서 생각하는 게 조금 어려워요. 그것 이외에 환자 보는 것은, 저는 크게 어렵지 않은 것 같아요.
Q. 환자와의 신뢰 관계를 만들기 위해 특별히 신경 쓰시는 부분이 있을까요?
A. 어르신들 같은 경우는, 아픈 것에 대해 환자분들이 표현하는 단어를 그대로 다시 써주는 걸 되게 좋아하세요. 예를 들어 ‘지글지글거린다’가 무슨 뜻일 것 같으세요? 이제 그 어머니는 ‘지글지글 어머니’. 다음 진료에서는 “어머니, 지글지글한 게 좀 나았어요?” 이래야 돼요. 근데 그 지글지글함이 어떤 분은 “얼음장을 내가 걷고 있는 것 같다”고 표현해요. 마비감을 그렇게 표현하시는 거죠. 그러니까 “이 어머니는 이런 단어를 많이 썼지” 이런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어투를 계속 리바이벌해 준다는 거죠.
사실 어떤 원장님도 있냐면, “그건 차가운 게 아니라 마비된 겁니다” 이렇게 정확하게 집어주는 원장님들이 있어요. “너는 지금 잘 모르고 있다, 그건 잘못된 표현이다” 이렇게요. 얼마나 재수 없어요~ (웃음)
사실 그래서, “원장님은 뭐 하는 말이 맨날 다르다”고 저한테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예를 들어 침 맞고 누워 있으면, 이쪽 가서는 “어머니, 지글거리는 거 좀 괜찮아졌어요?” 그러더니, 저기서는 “차가운 것 좀 괜찮으세요?” 여기서는 “불타는 것 같은 느낌 괜찮으세요?” 이러니까 그러시는 거죠.
그리고 책에서 나오는 내용 중에, 통증에 대한 느낌에 대해서 우리는 학교에 다닐 때 “1부터 10까지 중에서 어느 정도 아프세요?” 이렇게 배운단 말이에요. 그런데 그건 전혀 의미 없는 것이거든요. 아주 이성적인 젊은 남자 환자가 왔을 땐 이게 통하는데, 반대로 할머니 환자분들이 오시면 예를 들어 어머니는 10으로 느끼는데, 실제로는 아닐 수 있잖아요. 그런 것이 문제인 거예요.
그래서 저는 환자들한테 팔에 직접 자극을 가하면서 “통증이 이런 느낌이에요, 아니면 코코콕 찌르는 느낌이에요?” 이런 식으로 물어봐요. 그러면 ‘이 사람이 이렇게 느끼는구나’를 알 수 있어요. 어떤 장애인 단체에서 낸 책 내용 중, 통증에 대한 느낌을 말로 표현 못하시는 분들을 위해 통증의 양상을 표현을 다 해 놓은 것이 있어요. 동글동글, 찌글찌글, 번개 모양, 이렇게 해서 통증의 느낌이 어느 건지 여기서 선택하라고 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제가 그것을 보는 순간 “아니, 이렇게 해야지. 우리는 왜 이때까지 1부터 10까지 중에 선택하라고 하고 있나?” 특히 양방에서는 많은 것들을 정형화시키잖아요? 그것에 우리가 매립이 좀 되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 다음부터는 아기들이 배 아프다 할 떄도 꼭 이래요. “(통증의 느낌이) ‘꽉’이야? ‘콕콕’이야?” 이런 식으로요. 실제로 배를 꼬집어 보기도 해요. 그러면서 환자들과 더욱 친해질 수도 있겠죠.
Q. 진료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분이나 특별한 치료 경험이 있으셨다면 들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A. 그와 관련한 이야기가 <우리 동네 한의사>에 정말 많아요. 그리고 사실 그 책이 나오고 나서 환자들 중에서 제 책을 읽어본 분들이 있을 거 아니에요? 그런데 우리 환자 한 분께서 “원장님, 내 얘기는 없더라?” 그러시는 거예요. 제가 “네, 없어요.” 그랬더니, 그 환자분께서 “아니, 내가 되게 ‘인상적으로’ 아팠는데, 나처럼 그렇게 버라이어티하게 아픈 사람 이야기를 어떻게 안 쓸 수가 있냐”, 그래서 제가 “더 버라이어티한 사람이 많았어요.” 이런 적이 있어요. 그 환자분은 아직도 저희 한의원에 오시거든요. 그 분은 “언젠가는 한 번은 써주겠지” 그러고 계셔요. 그런 재밌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책 안에 사례들에서는 환자 이름을 안 썼어요. 그냥 ‘어느 날 온 환자’로 다 되어 있는데, 사실 그러면 직접적인 환자 동의를 구할 필요가 없거든요. 특정인을 지칭하는 것들도 아니고, 대부분의 환자들은 매우 일반적인 증상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는 않아요.
그런데 책에 쓴 사례 중 한 환자에 관한 이야기가 있는데, 오토바이 사고로 인해 병원생활을 오래하고 지금도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고 있는 환자였어요. 그 환자 같은 경우는 그 환자 본인에게도 동의를 구했고, 그 환자 부모님에게도 동의를 구했어요. 왜냐하면 그 환자 같은 경우는 아직도 이 근처 동네에 살기도 하고, 계속 내원해서 누가 봐도 그 환자의 이야기인지 알 수 있는데 환자와 부모님 입장에서는 그게 상처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 글을 써서 연재하기 전에, 그리고 그 글이 책으로 나오기 전에도 동의를 얻었어요. 그런데 그 어머니께서, 처음에는 제 요청을 듣고 불쾌하셨대요. ‘원장님이 글 욕심이 있구나.’ 이렇게 생각하신 거죠. 그래서 다음 내원에 가서는 쓰지 말라고 말씀드려야 되겠다고 생각을 하셨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그날 밤에 그분께서 자기 전에 이런 생각을 하셨대요. 아들분께서 그 사고로 종합병원 중환자실에 누워 있을 때, 병원 게시판에 다른 환자분들이 의료진에게 전하는 수기 같은 것들을 보았는데, 그걸 보면서 ‘우리 아들도 저 환자처럼 깨어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신 적이 있으셨대요. 그런 생각을 하시다 보니, 그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니 마음이 바뀌셨던 거에요. 그래서 다음 내원에 오셔서 저한테 이 이야기를 하셨어요. “처음에는 사실 매우 불쾌했어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원장님 의도는 우리 애를 놀림감으로 생각한 것도 아니고, 혹시나 이걸 힘겹게 병원생활을 하는 다른 환자가 읽음으로써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이제 허락을 해 주셨거든요. 그 분의 케이스가 제일 인상 깊어요.
그 환자분 동생께서 결혼해서 아이가 태어났을 때, 환자분께서 조카 사진을 저에게 많이 보여주셨어요. 본인에게는 엄청난 기쁨이잖아요. 그리고 그런 모습을 저에게 보여주는 것도 환자분께서 저희에게 마음을 많이 열었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그 조카 아이 돌 때 옷을 하나 사서 환자분 편에 보내드리기도 했어요. 어머니께서는 정말 고맙다고 해주시더라고요.
무슨 이야기하다 이 얘기가 나왔을까? ‘특별한 치료 경험’! 맞아요. 그래서 저는 제가 침을 잘 놓아서, 약을 잘 써서, 이런 것보다는. 어차피 한약 먹어서 잘 낫는 것은 제가 잘나서 그런 게 아니라 한약이 좋아서 그런 거잖아요. ‘내가 이 사람을 고쳤다!’ 이런 것은 별로 저에게 큰 인상이 남지는 않는 것 같아요. 잘 치료하는 것은 제가 당연히 해야 될 일에 불과하니까요.
Q. 임상 현장에서 ‘한의학이라서 할 수 있었다’라고 느낀 순간이 있으셨나요?
A. 확실히 기능성 소화 불량이나 신경성 소화 불량 같은 경우는 중완에 침 하나면 거의 끝나는 것 같아요. 복식 호흡 몇 번 하시게 하고, 중완에 자침해서 보사를 조금 하기만 해도 계속 누워서 트림하시는 환자도 있어요. 그런 종류의 사람들은 많은 경우 신경증 환자이기 때문에, 대부분 약을 이미 엄청 먹고 오거든요. 양약으로 안 되는 부분이 해결되거든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한의학이 매우 우수한 것 같아요.
오타이산 알아요? 일본 소화제거든요. 그런데 오타이산 약재 구성 보면, 직접적으로 소화를 돕는 약재는 하나도 없는 거 알아요? 그 약에는 계피, 회향, 이런 거 들어 있어요. 대부분 몸을 데우는 약이에요. 오타이산 먹고 소화 잘 된다는 환자들을 보면 대체로 몸이 찬 여성분들이시거든요. 소화의 핵심을 소화액, 위산 분비 등으로만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죠. 오타이산은 그저 몸을 따뜻하게 해주니까 소화가 잘 되는 원리를 이용해서 명약이 된 것이거든요. 그런 식으로, 다양한 시각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한의학이 뛰어난 것 같아요.
그리고 다른 예시를 들자면, 소화제를 아무리 먹어도 소화 안 되는 사람 대부분은 진짜 화병이거든요? 그럴 때는 화병을 타겟으로 치료한다던지. 그런 식으로 기(氣)를 순환시키는 치료만 해도 좋아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그런 부분은 한의학이 좀 더 우수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어요.
Q. 환자분들께 생활 습관이나 마음가짐을 조언하실 때 원장님만의 독특한 접근 방법이 있으신가요?
A. 자기가 되게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팔도 아프고 무릎도 아프고 여러 부분이 아픈데, 게으른 사람은 잘 안 아프잖아요.
예를 들어 오른팔이 자꾸 아프다고 오신 어르신 환자분인데 평소에 열심히 사시는 분들의 경우에는, 이제 몸 좀 그냥 놔주라고 해요. 본인이 너무 일을 다 하려고 들어서 몸이 너무 힘드니까, 이제 몸 좀 쉬게 해주라고 얘기를 많이 해요. 마음가짐을 바꿔줘야 확실히 좋아지는 거니까요.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있어요. 우리가 허리가 아프면 어떻게 자야 돼요? 허리 안 아픈 자세로 자야 되잖아요. 그런데 어떤 환자분들의 경우에는 곧잘 허리가 아파도 끝까지 옆으로 자고, 다리 올리고, 다리 꼬고 자고 하거든요. 그런데 그것 때문이라고 절대 생각을 하지 않으세요. 내가 아픈 거는 의사가 치료할 몫이고, 내 생활 습관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분들이죠. 그런 자세로 소파 같은 곳에 평소 오랜 시간 않아 있으면, 오히려 허리가 괜찮으면 이상한 거 아닐까요? 그래서 결국 환자의 마음가짐이나 생활 습관을 바꿔주지 못하면 의사가 아무리 노력해도 아무 의미가 없는 거에요.
그리고 요즘 방학 때 되면 중고생들 목 돌아가서 많이 오거든요. 목이랑 허리 왜 그렇게 되었겠어요? 미친 듯이 게임해서 그렇죠. 그럼 만약 그러한 증상에 목을 교정해주는 치료만 하고 보내면 될까요? 안 되겠죠. 그런 환자들에게는 몇 시간 게임했냐고 물어봐요.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뇌 구조가 변했을 것이라고까지 말을 해줘요. 제가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까 중고생들이 왔을 때 이 얘기를 안 하고 보내면 제가 죄 짓는 것 같은 거죠. 그렇게 해서 게임 좀 적게 해라, 게임 할 바에 나가서 운동해라, 이런 티칭까지 하고 보내면 보호자도 만족하고, 아이도 자신의 삶에 대해 돌아볼 수 있게 되거든요. 부모님이 말씀하시는 거랑 한의원에 가서 듣는 건 다르니까, 결국 생활 습관이나 마음가짐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됩니다.
여자분들 같은 경우는 허리 아파서 오는 케이스가 대부분 무엇 때문인지 아세요? 다리 올리고 앉는 자세 때문이에요. 다리가 자꾸 부으니까 그렇게 앉는 거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앉으면 또 발목이 많이 아파지게 되어요. 그래서 허리, 발목이 아파서 많이 오시거든요. 그럴 때는 다리 꼬는 것도, 다리 올리고 앉고 깔고 앉는 것도 하지 말라고 습관 위주 티칭을 많이 하게 됩니다.
Q. 요즘 진료실에서 환자분들이 가장 많이 고민하는 질환이나 주제는 무엇인가요?
A. 옛날에는 화병 걸린 중년 여자들이 많았고, 요즘은 불안도가 높은 사람들이 매우 많아요. 많은 사람들이 한 번도 실패를 해 본 경험이 잘 없다 보니까, 어떤 일을 시작을 할 때든 계속 불안한 거죠. 또 다른 사람들은 다 가진 것 같은데 나만 못 가진 것 같다는 비교에 의한 생각들, 즉 ‘자기가 부족하다.’라는 생각들 때문에 병이 들어서 많이 오는 것 같아요.
SNS로 대표되는 휴대폰 사용도 관련이 있어요. 조너선 하이트의 <불안 세대>라는 책에도 나오죠. 남하고 비교 대상이 예전에는 동네 사람이었다면, 이제는 SNS를 통해 전 세계 사람들하고 비교를 하게 되다 보니 기본적 불안도가 높이질 수밖에 없는 거에요. 요즘 사람들은 불안이 그저 기본값이 된 것 같네요. 또 그 불안감을 나만 가진 것 같다고 많이 느끼기도 해요.
또 <피로사회>의 저자인 한병철 작가의 또 다른 책인 <고통 없는 사회>에서 주로 다루는 내용인데, 사람들이 큰 경험을 할 때 그에 수반되는 고통을 너무나 원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무언가 두려우면 그냥 피해 간다는 거죠. 전에는 무언갈 거침없이 도전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모든 것들을 미리미리 조사해 보고, 따져 보고 하게 되었거든요. 질병에 있어도 마찬가지예요. 어디가 아프다 하면 온갖 정보를 분별없이 수집해서,
예를 들어 단순 티눈인데도 불구하고 여기에 암덩어리가 있는 것처럼 확신을 하고 와요. 또 이에 더해진 통증이 빨리 없어지지 않으면 이게 진짜 암으로 굳어질 것 같다고 생각을 굳히게 되거든요. 참고로 만약 저는 그런 환자분이 온다면, 그냥 “손가락 자르면 되네요.” 라고 말해요. 나중에 한 마디 없다고 장애를 받지 않는다고, 가볍게 이야기해 주는 거에요. 그럼 환자분들도 웃으면서 보다 쉽게 넘어갈 수 있는 거거든요. 그러면서 이제 티눈 같으니 불안해하지 말고 그냥 떼라고 결론지어 이야기해 줍니다. 정리를 하자면, 요즘은 증상에 비해서 큰 병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을 가지고 오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또 반대로, 너무 바빠서 아픈 거에 신경을 못 써서 이미 병이 다 진행돼서 오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어떤 환자분의 경우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발목이 안 들어져서 내원했어요. 병력을 살펴보면 두 달 전에 허리가 이미 무지 아팠는데 그냥 복대 차고 일해 왔던 거에요. 디스크 터져서 다 흘러내린 거죠. 빨리 가서 수술하셔야 하는 경우거든요. 결국 수술하셨고, 4개월이 지나서야 발목이 들리기 시작했어요. 지금도 완벽하게 회복되지 않으셨습니다. 그런 경우는 정말 바빠서 병원에 못 간 사람이에요.
하여튼 그런 케이스도 있습니다. 슬프죠.
OUTRO
Q. 지금 다시 본과생 시절로 돌아가신다면 어떤 공부나 경험을 더 하고 싶으신가요?
A. 저희 때는 초음파와 같은 기기를 사용한다는 것을 상상도 못했어요. 레이저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우리 때는 판독만 공부했어요. MRI 찍은 거 환자가 갖고 왔을 때 읽을 수 있는 거, X-ray도 마찬가지로 그 정도만 공부했거든요. 그리고 그때 당시 그것을 공부할 때도 ‘이걸 우리한테까지 들고 오겠어’ 이렇게 생각했단 말이에요.
그런데 요즘은 영상 전송기술이 너무 발달해서 환자들이 CD로 가져오잖아요. 저한테도 좀 봐달라고 하면서 오는 환자가 많아요. 그래서 오히려 졸업하고 나서 영상 판독에 대해 더 공부했거든요.
여러분들은 이제 더 많은 공부를 해야할 거예요. 기기 사용 권한을 하나씩 주기 시작했잖아요. 최근엔 초음파 같은 경우도 핫한 이슈죠. 그래서 여러분들은 할 몫이 더 많죠. 저는 한의학 공부는 당연하고, 양방 공부는 더 해서 나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 때만 해도 선배들이 양방 공부하지 마라 그랬어요. 양방 공부는 자료가 많은데 한의학적인 거는 졸업하고 스터디 할 데가 없다고 하면서요. 그래서 저는 학교 다닐 때 원전 공부도 학교 밖에서 되게 많이 했어요.
소문, 영추 이런 거는 당연히 조금 보고 나오는 게 좋을 거고요. 학교 졸업하고 나면 진짜 동의보감도 안 펼쳐보거든요. 제가 책 쓸 때도 고전 의서를 많이 들춰봤었어요. 예를 들어 혈자리 이름도 그저 ‘이 증상에 이 혈자리가 좋습니다’ 하는 것보다는 의료인으로서 조금 더 깊게 설명하는 게 좋겠죠. 두부에 ‘뇌공’이라는 혈자리가 있죠. 어원을 보면 말 그대로 ‘뇌가 비는’ 것과 관련이 있거든요. 이게 곧 효능과도 연관됩니다.
정리하자면, 나오면 진짜 한방 관련 책 볼 일이 별로 없는 것 같아서 한의학 공부도 꾸준히 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Q. 후배 한의대생들에게 “꼭 해보고 왔으면 좋겠다.” 싶은 경험이나 조언을 해 주실 수 있으까요?
A. 저는 예전에는 소개팅 많이 해보라고 얘기했었어요. 소개팅 많이 하라고 한 이유가, 환자랑 소개팅 한다고 생각하는 게 제일 편하거든요. 이 사람에 대해서 궁금해해야 되고, 내가 아는 것도 알려줘야 되잖아요.
다른 서비스직종을 경험해보라고도 합니다. 우리가 미용실 가서 돈을 왜 쓸까 생각을 해보면 이 미용사가 내 머리 스타일을 내 마음에 들게 해주기 때문이잖아요. 나를 편안하게 해주고 내 마음에 들게 해줘야 되는거죠. 저는 미용실도 그렇고 서비스를 받으러 가면 되게 유심히 봐요. 그리고 잘하는 데도 가보고 못하는 데도 가봐요. ‘여기는 어쩔 수 없이 망할 수밖에 없구나.’ 이런걸 느낄 때도 있죠.
우리한테 오는 환자들도 똑같이 느껴요.
‘이 한의원 안 될 것 같아. 의사도 지저분하고 간호사도 불친절해.’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는거죠. 그래서 많이 경험해 보는 게 필요하죠. 여러 한의원을 많이 다녀보기를 추천합니다. 많은 약을 먹어보라고도 조언합니다. 우리 한의원에서 실습하러 학생 여러 명 왔었거든요. 저희 한의원에는 탕전실이 있어서 제가 그 날 쌍화탕을 달이게 했어요.
쌍화탕을 달이는데 어떤 학생이 쌍화탕을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는거예요. 제가 그 때 너무 놀랐어요. 내 체질에 맞게 진단해서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이것저것 다 먹어봐야 된다고 생각해요.
육미지황탕 먹어봤어요? 되게 새콤하거든요. 산수유 때문에 새콤한건데, 어떤 환자들은 약이 상했다고 갖고 오는 사람도 있어요. 그럼 제가 환자분들게 말씀드리죠. “이 약은 산수유가 들어가서 새콤할 수밖에 없다.”고요. 그리고 이제 육미지황탕에 오미자랑 맥문동 섞어서 많이 처방하잖아요. 땀 많이 흘리는 환자분들께 그렇게 섞어서 드린단 말이에요. 근데 그럴 때 꼭 말씀드려야해요. 오미자도 새콤한 맛이 장난 아니거든요. 내가 이것도 먹어보고 저것도 먹어봐야 티칭이 가능하잖아요.
Q. 작가와 한의사를 병행하고 싶은 후배가 있다면 어떤 조언을 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A. 생각을 해보면 본캐가 한의사잖아요. 본캐 비율이 한 80% 되는 것 같고 부캐에서 작가 비율은 10%가 안 되는 것 같아요. 사실은 제가 글 쓰는 걸 되게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그래서 작가와 한의사를 병행한다는 말은 좀 과장된 거구요. 그냥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려는 하늬사 후배에게는 할 이야기가 있겠네요. 많이 읽고, 틈틈이 쓰라고 그것으로 인해 한의원 생활이 싫증나지않기를 바랍니다.
사실 저는 글쓰기보다 강의가 훨씬 더 좋아요. 책은 읽다 보니 쓰게된 거예요. 첫 번째 책도 연재를 통해서 나왔고, 그것도 편집자분들이 옆에서 도와주셔서 나온거예요. 두 번째 책도 마찬가지고 세번째 책도 같이 하시는 분들과 너무 호흡이 좋아서 운이 좋게 된 거예요.
오히려 저는 강의로부터 훨씬 더 에너지를 많이 얻거든요. 강의하러 가면 사람들하고 얘기하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강의는 항상 있을 수 없으니까 아쉽죠. 어쨌든 한의사랑 작가를 병행한다라기보다는 부캐를 잘 형성했다는거죠. 부캐를 재미있게 해서 본캐가 지루하지 않게끔 하는 생활이 행복입니다. 글쓰기든 강의든 심취하는 게 아니라 즐거워서 하는거죠. 이런 식으로 본캐와 부캐를 잘 조절한다면 좋을 것 같아요.
Q. 원장님께서 한의학을 통해 꼭 이루고 싶은 궁극적인 꿈은 무엇인가요?
A. 부담 없이 오는 한의원이 목표인데 예전에는 발목 삐면 당연히 한의원 가는 거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한의학에 대한 수요가 떨어지는 것 같아요.
근데 강의를 가보면 니즈가 굉장히 많아요. 예를 들어서 본인이 집에서 물을 끓여 먹고 싶은데 뭐 먹으면 좋은지 묻는단 말이에요. “환자분께는 구기자가 맞아요.” 이렇게 티칭 해 주면 언젠가는 다시 그 질문하러 어느한의원이든 가지 않을까요.
편안한 한의학. 저는 이게 목표예요. 요즘은 한의사들도 음양오행 공부 잘 안 하잖아요. 근데 강의 가면 꼭 얘기해야해요. 왜냐하면 한의학의 기원은 음양 오행이었기 때문이죠. 물론 음양오행으로 다 안 맞아 떨어지는 건 당연하죠. 지금 원자 분자 개념이 다 있는데, 그쵸? 하지만 굉장히 잘 맞아떨어지는 것도 있잖아요. 그래서 그냥 강의 들으러 온 사람들한테 다 이야기를 해요. 우리 한의대생들이 바보가 아니다. 우리가 동의보감 봤을 때, 말도 안 되는 거 있으면 그건 제거하고, 잘 맞는 건 또 쓴다. 예를 들어 탕약의 경우도, 실제로 효과가 있는 것들을 더 쓰고, 설득력이 떨어지는 탕약을 무조건적으로 신뢰하지는 않는다고요. 저는 이렇게 우리가 구시대의 학문이 아니라는 얘기를 되게 많이 해요. ‘그 경험의학에 쌓인 것 중에 지금 우리는 그 중에 필요한 것과 쓸 수 있는 걸 구분하는 세대다.’,‘지금 친구들은 논문도 많이 읽는다.’ 이런 얘기들을 해요. 실제로 그렇잖아요? 환자분들의 일상적인 삶 속에 한의학이 스며들 수 있게 하는게 궁극적인 꿈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