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의료원 #한방신경정신과 #CPG
2025년 8월의 어느 날, 연구와 진료의 경계에 서 있는 분을 만나기 위해 대만드는 경희의료원을 찾았습니다. ADHD 임상가이드라인(CPG)과 근거중심의학(EBM) 연구로 한의 정신의학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가고 있는 김윤나 교수님인데요. 연구자이자 교육자, 그리고 임상의로서 현장을 오가며 한의학의 가능성을 확장해 온 김윤나 교수님과의 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약력]
학력
2016 ~ 2020 경희대대학원 한의학과 박사
2014 ~ 2016 경희대대학원 한의학과 석사
2008 ~ 2014 경희대학교 한의학과 학사
경력 및 연수
2021 ~ 현재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신경정신과 임상조교수
2018 ~ 2021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신경정신과 전임의
2015 ~ 2018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신경정신과 전문수련의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학생상담센터 부실장
- 임상 사이코드라마 디렉터
-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
학회 및 학술활동
2023 ~ 현재 대한여한의사회 학술이사
2025 ~ 현재 한국임상예술학회 특임이사
2022 ~ 현재 대한스트레스학회 학술위원
2014 ~ 현재 대한한의학회 정회원
2021 ~ 2024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 보험이사
2021 ~ 2024 한국임상예술학회 학술간사
2025 ~ 현재 Editorial board member, Integrative Medical Research
2024 ~ 2025 Guest editor, BMC 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
2019 ~ 2024 한의약융합연구정보센터 Information Provider
2016 ~ 2020 대한스트레스학회 학술지 Manuscript editor
- 2018 ACPM (the 18 th Congress of the Asian College of Psychosomatic Medicine) 국제 학술대회 조직위원
Intro
Q. 안녕하세요,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경희의료원 한방신경정신과에서 임상조교수로 근무하고 있는 김윤나입니다.
Q. 요즘 교수님의 일과, 그리고 일주일 일정이 궁금합니다.
A. 하루 일과가 반은 진료, 반은 연구로 나뉘어요. 진료는 월·수·금은 오후에, 화·목은 오전에 보고요. 그래서 오전 진료가 있는 날은 오전 8시에 병동 회진을 돌고 오전 진료를 본 다음 오후에는 연구를 해요. 오후 진료가 있는 날은 그 반대로 일과가 진행되고요. 오늘은 오전 진료가 있는 날이라 오전에 진료를 보고 오후에는 지금 진행 중인 국가 과제 세 가지 관련해서 연구 회의를 하거나 실험 내용을 검토하면서 보냈어요.
학창시절
Q. 교수님께서 한의대에 진학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저는 원래 메디컬 계열에 관심이 있어서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한의대에도 흥미가 생겨서 지원했고, 운이 좋게 합격해서 입학하게 됐어요. 한의학이란 게,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이 참 재미있다고 느꼈거든요. 그래서 그런 부분이 매력적으로 다가와서 진학을 결정했던 것 같아요.
Q. 학부 시절 어떤 학생이셨지 궁금합니다. 한의대를 다니는 동안 관심사는 무엇이었나요?
A. 사실 제 입으로 말하기 좀 그렇지만, 학교 다닐 때 나름 ‘열심히 한다’는 말을 좀 들었어요.(웃음) 활동도 많이 했고, 청년 허준상이라는 경희대 전체에서 한 명에게 주는 인재상도 받았거든요. 물론 공부를 더 잘하는 분들도 많았지만, 저도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 학생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학생 때부터 연구에 관심이 많았어요. 제가 대덕 연구단지 출신이거든요.(웃음) 부모님도 연구를 하시고, 동네에 한국 한의학 연구원도 있어서 고등학생 때 가보기도 했어요. 그래서 학부생 때부터 학생연구원으로 연구에 참여하고 논문도 발표했어요. 당시에 감사하게도 경희대 첫 번째 URP(Undergraduate Research Program, 학부 연구 프로그램)에 뽑혀서 예과 2학년 때부터 연구도 해보고 EBM(Evidence-based Medicine, 근거 중심 의학) 동아리도 만들어 활동했었어요.
그리고 지금은 없어졌지만, 페이스북 시절에 ‘나는 한의대생이다’라는 커뮤니티를 만들었어요. 지인분들과 한의계 이슈를 이야기하다가 공론화할 공간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와서 충동적으로 만들었는데, 준비 없이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2~3일 만에 커뮤니티가 급성장했어요. 물론 준비 없이 갑자기 시작하다 보니 여러 이슈도 있었지만, 얼굴도 모르는 온라인 분들이 초대해 주고 응원해 주면서 활발해졌죠. 거기서 특강도 진행하며 한의사분들과 소통하는 기회도 가졌어요. 졸업 후 바빠지면서 그 활동을 접긴 했지만, 그 커뮤니티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반가웠어요.
이렇게 돌이켜보니 저는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 방법으로 제 적성에 가장 맞는 일이라 생각되는 연구를 하게 되었고요. 그 과정에서 좋은 기회들이 많이 닿아서 감사하다고 생각해요.
Q. 현재 경희의료원 신경정신과 교수님으로 재직 중이신데요, 어떻게 하여 신경정신과라는 전공, 그리고 교수의 길을 선택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제가 학부생 때 연구를 했다고 했는데, 한방신경정신과 조성훈 교수님 밑에서 연구를 처음 접했어요. 처음에는 신경정신과에 매력을 느끼면서도 과 특성상 매니악(maniac)한 면이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했었어요. 하지만 배우고 발전하는 과정에서 이 분야가 정말 재미있다고 느꼈어요.
교수의 길을 선택한 이유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사회에 기여하는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그러면서 연구를 하는 것과 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것 둘 다를 좋아해서, 둘 다 할 수 있는 길을 고민하다 병원에 들어오게 됐습니다.
한의 정신 의학에 관심 있는 후배들에게
Q. 학부 시절 어떤 공부 혹은 경험을 하면 도움이 될까요?
A. 임상과 관련해 도움이 되는 점에 대해 질문해 주신 것 같은데, 일단 학창 시절에 초점을 맞춰 말씀드리면, 그때 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잘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학부 시절에는 그때만 할 수 있는 경험들이 분명히 있어서,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면 할 수 있는 게 제한적일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학교 안팎의 여러 프로그램이나 활동에 많이 참여해 보는 게 좋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관심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제가 드리는 조언이 모두에게 맞진 않겠지만, 그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내가 가고 싶은 길이 좀 더 명확해지는 것 같아요.
저도 여러 가지를 부딪혀가면서 해보다 보니, ‘이게 나한테 맞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아니었던 경우도 있었고, 또 예상치 못한 경험이 오히려 인생에 큰 도움이 된 적도 있었어요. 그래서 본인이 끌리거나 해보고 싶은 일이 있으면 일단 부딪혀 보는 걸 추천합니다.
Q. 최근 들어 신경정신과에 관심을 가지는 한의대 학생들이 많습니다. 신경정신과 수련을 고려하는 학생들도 많아졌는데요. 어떤 학생들에게 신경정신과 진로를 추천하시나요? 또 수련 과정을 추천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A. 저희 때도 팬층이 확실히 있었지만 특히 요즘 신경정신과에 관심을 가지는 학생들이 많아졌다는 걸 저도 느껴요.(웃음) 수련이나 인턴 과정을 거치면서 관심사가 달라질 수는 있지만, 학생 때는 분명히 매력적인 분야인 것 같아요. 최근에는 정신과나 심리학 관련 콘텐츠도 많아서 재미를 느끼기 좋은 분야이기도 하고요.
신경정신과는 ‘인간에 대한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런 관심이 있는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환자가 특정 상황에서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거든요. 당시 상황 때문에 그런 행동을 했겠지만, 현재 상황에 맞는 치료 방향으로 환자를 이끌어야 하죠. 그 과정이 의지만으로는 어렵고 신체 상태에 제한도 있으니 약이나 침 같은 치료를 병행하는 게 중요합니다. 저는 치료의 60%는 이런 약물과 침 치료가, 30~40%는 행동치료가 차지한다고 봐요. 이런 과정을 잘 이끌기 위해서는 환자 개개인에 대한 깊은 관심이 필수입니다. 그래야 환자도, 치료자도 지치지 않고 도움이 될 수 있죠.
수련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현실적인 부분을 말하게 되는 것 같아요. 상담이나 검사 등 한방신경정신과만이 할 수 있는 진료 행위들이 있잖아요. 그래서 한의계에서 한방신경정신과가 수가 부분에서 메리트가 있다는 것은 사실이에요.
또 수련을 하는 데에 병원만 한 환경이 별로 없다 보니 ‘꼭 신경정신과가 아니더라도 수련을 해야 좋을까’라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사실 수련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더 많아야 하는데, 충분하지 않아서 이런 고민을 하게 되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하지만 수련은 기본적인 진료 포맷을 연습하면서 배우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서 개인적으로 추천합니다. 물론 부원장으로 바로 가서 믿을 수 있는 원장님 밑에서 배울 수도 있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라면 병원에서 수련을 받는 것이 믿을 수 있고 안전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Q. 한의 정신 질환 진료 혹은 연구와 관련하여 학부생들이 보면 좋은 책이 있다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A. 최근에 정신과 분야에서는 신체와 정신이 연결되어 있다는 개념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어요. 이에 따라 신체를 통해 정신에 접근하는 다양한 치료법들이 개발되고 있는데, 한의학의 강점이 이러한 현대 정신과의 접근과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해요.
이런 내용을 무난하게 접할 수 있는 책으로 엘리자베스 스탠리의 『최악을 극복하는 힘』을 추천합니다. 이 책은 트라우마와 스트레스 등 정신과 관련 내용을 많이 담고 있고, 정신과 신체의 연결성에 대해서도 다뤄요. 또 한의학에서 침이나 약으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알려진 부분들을 과학적인 시각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콘텐츠이기도 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스트레스 상황에서 나타나는 신체 증상의 원인과 회복 방법을 다루는데, 이 내용이 한의학이 강조하는 ‘부정거사(扶正祛邪)’ 등의 개념과도 자연스럽게 연결 지을 수 있다고 봐요. 그래서 이 책을 통해 학부생이나 초심자가 신체와 정신의 연결성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한의학적 치료와의 연계성을 구상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추천합니다.
ADHD와 우울증의 CPG 개발 과정과 임상적 의미
Q. 교수님께서는 ADHD 한의 표준 임상진료지침(CPG) 연구책임자로 선정되시는 등, 신경정신질환에 대한 CPG 개발을 주도해 오셨습니다. 개발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설정하신 목표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CPG 개발을 시작한 이유는 제도적 부분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에요. 요즘 한의계에서 여러 도구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려 노력 중인데, 이런 노력들이 자리 잡으려면 교육과 제도가 잘 뒷받침되어야 해요.
그래서 한의사가 할 수 있는 진단과 치료 영역을 최대한 CPG에 포함시켜서 제도적으로 인정받고 실질적으로 활용될 수 있게 하는 걸 목표로 삼았습니다. 한의사가 할 수 있는 의료 행위들이 많이 있지만, 임상에서 잘 쓰이지 않다 보니 한의학의 치료 범위가 너무 좁게 인식되는 점을 보완하고자 했죠.
특히 CPG를 개발할 때 소아뿐 아니라 성인 ADHD까지도 다루려고 했어요. 왜냐하면 성인 ADHD는 사실 비교적 최근에 주목받게 된 개념이에요. ADHD의 진단 기준은 DSM-5((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5)의 진단 기준에 따라 분류가 되는데, 2013년도에 이 진단 기준이 바뀌었어요. 예전에는 만 8세 이전에 증상이 나타나야 진단이 가능했는데, 2013년부터는 만 12세 이후에도 진단할 수 있게 기준이 완화됐어요.
이로 인해 성인기에도 ‘왜 이렇게 잘 안될까?’ 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어렸을 때부터 증상이 있었다면 ADHD로 진단받는 경우가 많아졌죠. 예전에는 진단받지 못했던 사람들이 이제 진단되면서 성인 ADHD 개념이 크게 확산된 것이에요. 그래서 여러 나라에서 성인 ADHD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시작한 지가 얼마 안 됐어요. 미국도 올해 성인 ADHD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고요.
그래서 저는 한의학과 중의학에서도 이런 영역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빠르게 찾아서 준비하고 근거를 만들어 둘 필요가 있다고 봤어요. 그래서 CPG 개발 당시 범위를 소아뿐 아니라 성인까지 확대했고, 치료와 진단 모두 한의사가 할 수 있다고 주장할 만한 도구들도 최대한 포함하려고 했어요. 실제로도 한의사가 할 수 있는 것들이 꽤 있거든요.
CPG 검토 과정에서도 ‘한의사가 이걸 할 수 있느냐’, 심지어 상담마저 ‘한의사가 할 수 있느냐’ 하는 질문들도 나오더라고요. 한의사의 상담이 이미 급여가 된 상황임에도 이런 질문이 나오는 것은 한의사의 치료 범위에 대한 인식이 너무 좁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한의사가 할 수 있는 치료가 최소한 한 줄이라도 명시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아젠다를 잡았습니다.
Q. 개발하신 CPG(특히 ADHD 관련)가 실제 임상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CP 적용 전후로 환자 치료 과정이나 의료진의 진료 방식과 만족도 측면에서 어떤 변화가 관찰되었나요? 사례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A. CPG 개발이 아직 진행 중이라 임상 활용 결과가 확실히 나왔다고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좋은 방향으로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임상 현장에서 CPG에 대해 한의사 진료가 너무 제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봐요. 우리나라는 영국처럼 모든 진료를 엄격하게 가이드라인에 맞춰야 하는 나라는 아니기 때문에, CPG가 진료를 과도하게 제한하진 않아요.
CPG는 전문가만 쓰라고 만든 게 아니라 최소한의 기준, 즉 1차 의료진이 지켜야 할 기본 지침을 제시하는 거예요. 모든 질환, 모든 상황을 다 다룰 수 없기 때문에 ‘이 정도는 꼭 해 주세요’ 하는 하한선을 설정하는 역할이라고 볼 수 있죠. 따라서 임상에서 어떤 환자가 어느 한의원을 가더라도 기본적인 진료 퀄리티를 받을 수 있게 도움을 줍니다.
또 의사의 입장에서는 질환을 잘 모르는 사람도 ‘내가 이 진료를 제대로 하고 있나?’, ‘어디까지 치료를 해야 하지?’, ‘더 나은 방법은 없을까?’ 할 때 점검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연구 논문을 직접 찾아보는 것도 가능하지만, CPG는 훨씬 쉽게 참고할 수 있도록 만든 가이드라고 생각해요. 저도 신경정신과 환자를 보면서 다양한 질환을 함께 다루는데, 예를 들어 아기가 식욕 부진이 있거나 갱년기 증상 같은 경우에 CPG를 참고해서 진료하는 경우가 많아요.
결국 CPG는 모든 의료진이 똑같은 치료를 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일정 수준 이상의 안전과 치료 질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 기준입니다. 상한선을 제한하는 게 아니라, 환자 안전과 기본 진료 역량을 위한 하한선을 보장하는 것이죠.
Q. 한의학에서는 표준화와 진료지침 개발이 쉽지 않다고 알고 있습니다. 한의학적 CPG 개발 시 서양의학 기반 CPG와 어떤 점에서 차별성을 두고 설계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사실 말씀드릴 게 많은데요, 그래서인지 한 번에 답변드리기가 어렵네요.
핵심부터 말씀드리자면 EBM이라는 건 결국 ‘연구’가 있어야 합니다. RCT(Randomized Controlled Trial, 무작위 대조 시험)가 가장 높은 수준의 근거이기 때문에 RCT가 반드시 필요하고, 관찰연구도 있으면 ‘best practice’로 참고할 수 있습니다.
CPG를 만들 때는 등급을 매기는데, ‘이건 꼭 하세요(강한 권고)’, ‘하면 좋습니다’,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 마세요’ 같은 식으로 구분하죠. 관찰연구는 보통 낮은 등급이라 ‘하지 마세요’에 가깝고, 퀄리티가 높아야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정도를 줄 수 있습니다. 반면 RCT가 있고 품질이 좋다면 ‘해보세요(권고)’나 ‘해야 합니다(강한 권고)’까지도 나올 수 있죠.
여기에서 문제는 좀 현실적인 부분인데요. 서양의학은 막대한 자본이 투입돼 연구가 워낙 많다 보니 전 세계에서 이미 만들어진 근거를 끌어다 쓸 수 있죠. 그래서 CPG에 담길 연구 근거가 아주 풍부합니다. 그런데 한약의 경우, 그 정도 자본을 투입할 수 있는 나라는 사실상 중국뿐이에요. 그래서 실제로 논문을 찾아보면 대부분 중국 논문입니다. 그런데 중국 논문은 그 나라에서 많이 쓰이는 약 위주로 연구가 집중되어 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교과서에서 여러 변증과 처방을 배우지만, 그것이 EBM의 틀에서 다 검증된 것은 아직 아닙니다. 다시 말해, 전문가 의견은 있지만 RCT로 검증된 것은 많지 않다는 뜻이에요.
게다가 중국도 새로운 약을 폭넓게 연구하기보다 같은 종류의 약을 반복적으로 연구하는 경향이 있어 특정 약물에 연구가 몰리곤 합니다. ADHD 외에 요통, 중풍 같은 중국이나 한국에서 연구가 활발한 분야는 그나마 한의학적 치료법에 대한 RCT가 비교적 다양하게 나와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ADHD 연구를 하면서, ‘다른 분야도 비슷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에 치매를 연구할 때도 같은 느낌이었어요. 예컨대 ADHD를 보면, ‘신(腎)음허’로 보고 육미지황탕 계열 약물 위주로만 연구가 돼 있다 보니, 결과적으로 그 약들만 권고되는 구조가 됩니다. 하지만 교과서적으로는 변증이 여러 가지잖아요. 환자 분포에서 신허가 많고 다른 변증은 몇 퍼센트 안 될 수는 있지만, CPG라는 구조상 근거가 있는 것만 권고할 수 있고, 나머지는 ‘교과서에 이런 변증과 처방도 있으니 참고하세요’ 정도로 언급하는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어쩔 수 없는 한계입니다.
그렇다고 ‘서양의학이라서 EBM이 가능하고 한의학이라서 EBM 적용이 어렵다’라고 보진 않습니다.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EBM 자체가 한의학에 특별히 맞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만 우리가 배운 내용이 EBM의 기준 아래 ‘모두’ 검증되기는 어렵고, 현재로선 일부만 반영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연구를 하면서 많이 느꼈습니다.
Q. 그러면 ‘한의학에서 표준화나 진료지침 개발이, 서양의학과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고 어렵다’기보다는, ‘자본이나 규모의 문제 때문에 서양의학처럼 모든 걸 반영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런 말씀으로 이해하면 될까요?
A. 네, 한의학은 아직 연구가 충분히 폭넓게 쌓여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부만 반영될 수밖에 없고, 반영된다 해도 대부분 관찰연구나 증례보고 수준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변증에는 무엇을 하세요’라는 내용을 RCT 수준의 근거로 촘촘히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죠.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자본이 충분히 투입되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Q. 한의 정신 의학에서 CPG의 도입이 경제적, 제도적 측면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궁금합니다.
A. 제도적으로 보면, 한의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건복지부 등에서 몇몇 질환에만 한정해서 생각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아요. 우리가 먼저 ‘한의학에서 이런 것도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지 않으면 아예 모르는 경우도 있죠. 실제로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우리도 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해주세요’ 하고 어필하는 상황이 종종 있는데, 그분들 머릿속에는 애초에 한의사가 들어가 있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의사 쪽은 적극적으로 어필하지 않아도 각 학회나 협회를 통해 자연스럽게 존재와 역할이 전달되거든요. 그래서 한의계도 계속 ‘우리도 할 수 있습니다’를 적극적으로 어필해야 합니다.
이처럼 정책이나 제도 영역은 기울어진 운동장인 게 사실입니다. 한의학은 정책과 제도를 고려할 때 논외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비집고 들어가려면 항상 ‘근거를 들고 와라’라는 요구를 받게 되어 있어요. 즉, 우리에게는 반드시 근거와 논문으로 입증해야 할 부담이 있습니다. 양방은 제도적으로 먼저 기회를 제공받는 편이라면 한의계는 ‘이런 것도 할 수 있다’는 근거와 자료로 증명해야 대화가 가능해집니다. 그래서 제도적인 측면에서 CPG와 같은 근거 기반 지침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경제적인 면으로 보면, 당장 큰 변화가 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노인 주치의 사업 등 각종 사업에 한의사가 포함된다면 결국 의료권 확장으로 이어져요. 우리나라는 건강보험 체계 안에서 모든 게 운영되기 때문에, 보험 적용이 점점 넓어지는 상황에서 ‘한의사도 이걸 할 수 있다’는 걸 꾸준히 강조해야 합니다. 그래야 한의원이 다양한 사업에 참여할 수 있고, 그 결과 한의학 분야의 의료권 확장이 실현됩니다. 그래서 제도와 의료권은 장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봅니다. 정신과뿐 아니라 다른 분야도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Q. 향후 한의학 분야에서 CPG가 더 확산되기 위해 필요한 연구나 정책적 지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사람마다 ‘이 방법이 좋다’는 의견이 워낙 다양해서 조금 어려운 질문이네요(웃음).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CPG가 널리 확산되려면, 수가를 더 지급하는 등 ‘강력한 동기 부여’가 가장 직관적인 방법입니다만, 최선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또 CPG 개발은 많은 연구진이 참여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반드시 ‘국가사업’으로 운영되어야 지속 가능합니다. 지금처럼 여러 국가 과제가 이어지고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진 후에는 개정과 업데이트가 장기적으로 계속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뒷받침할 안정적인 토대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한의학적 치료 기전의 분자생물학적 규명과 과학적 입증
Q. 교수님께서는 뇌전증, 불면증, ADHD 등 다양한 신경정신과 질환에서 한약재의 작용 기전을 분자생물학적으로 규명하는 연구를 활발히 진행해오셨습니다. 이러한 연구에서 분자, 세포 수준의 과학적 입증에 주력하시는 이유와 그 필요성에 대해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우리가 임상에서 사용하는 한약은 보통 ‘탕’ 형태인데, 꼭 옛날 방식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의사학적으로도 시대에 맞게 처방이 변해왔고, 의사에 따라 달라지기도 했으니까요. 그렇다면 지금 시대에 맞는 새로운 탕약이 나와도 되는 게 아닐까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56종 처방’처럼 원전에 나온 것 위주로 쓰도록 제한된 상황이에요.
그래서 새로운 한약을 만들려면 현재 기준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저는 그 근거를 쌓는 한 방법으로 실험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실험 과정에서도 한의학적 접근을 녹여낼 수 있고, 연구 방법도 다양하죠. 저는 특히 ‘리포칼린2(lipocalin-2)’처럼 신경 염증 분야에 관심이 많아요. 한의학에서 말하는 전인적 관점, 즉 몸이 함께 반응하고 움직이는 이유를 찾을 때, 염증이 중요한 축이라고 보고 실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답변 주신 것처럼, 경희의료원 병원보 ‘프로포즈’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가장 마음이 가는 연구가 ‘리포칼린2(lipocalin-2)’라는 물질을 중심으로 우울증과 알츠하이머병의 연관성을 연구한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이 연구로 경희대학교 임상한의학과 졸업생 중 최초로 의학계열 최우수 학위논문상도 받으셨는데요, 연구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이 연구는 한의학적 관점에서 출발했어요. 우울증은 변증이 여러 가지지만, 크게 보면 간기울결로 설명하고, 치매도 간신음허와 연결해서 이야기하잖아요. 우울증이 치매에 영향을 주든, 간기울결이 오래 지속되어 모손해져 간신허로 이어지든 두 질환이 서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면 그 매개가 무엇일까 궁금했어요. 신경정신과에서 우울증과 치매 연구를 모두 하고 있지만, 두 질환을 동시에 엮은 연구는 없었거든요. ‘우울증이 치매에 영향을 줄 것이다’라는 막연한 생각은 있었지만, 둘을 어떻게 연결할지 고민했고, 생물학적 접근에서는 연구가 거의 없었어요.
역학연구로, ‘우울증 환자를 추적 관찰한 결과 치매로 진행할 확률이 높다’라는 연구 결과는 있었지만, 생물학적 매개를 밝히는 연구는 드물었어요. 당시 리포칼린2 관련 논문은 지금처럼 많지 않았는데, 노인성 우울증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는 논문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었고, 치매 환자(동물과 사람 모두)의 뇌에서 리포칼린2가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었어요. 하지만 어떤 연구는 오히려 감소하는 결과도 있어서 논란이 컸어요.
그래서 이 빈틈을 메워보고자, 리포칼린2를 매개로 두 질환을 연결하는 아이디어로 연구를 진행했어요. 그 결과 우울증이 알츠하이머병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라는 방향성을 확인했어요. 또 란셋치매위원회(Lancet Commission on dementia)가 정리한 치매 영향 요인 리스트를 보면, 약 60~65%는 유전적인 요인이라서 우리가 바꿀 수 없고, 나머지 30~40%는 생활습관이나 환경 같은 후천적 요인이기 때문에 개입이 가능하다고 했어요. 전체 13가지 정도를 정리해서 제시했고, 우울증도 그 리스트에 포함돼 있었어요. 이 내용은 2017년, 2020년, 2023년 계속 업데이트됐는데, 제가 연구를 기획하던 시점이 2018년이라 마침 이런 흐름과도 맞아떨어졌습니다.
현재 저는 소아·청소년을 위주로 진료하고 있는데, 이 연구를 하면서 ‘뇌 건강이 우울증 같은 삶의 사건들에 영향을 받는다면, 더 이른 시기에 개입하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아이들의 뇌 건강, 즉 어릴 때 겪는 문제들을 어떻게 더 잘 관리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Q. 이렇듯 한약재의 신경정신과 질환 치료 효과가 과학적으로 한층 더 입증된 가운데, 교수님께서는 임상에서 침 치료, 한약 치료, 사이코드라마 기법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중 특히 선호하시는 치료법이 있으시다면 그 이유와 함께 각 치료법이 지닌 장단점이 궁금합니다.
A. 개인적으로는 정신과 질환을 보고 있다 보니 상담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침, 약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이 두 치료는 환자가 지금 가지고 있는 틀 안에서 좀 더 건강한 방식으로 지내게끔 해주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환자가 직접 경험하지 않은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건 상담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상담을 개인적으로 선호합니다. 또 상담 안에서 사용하는 기법은 환자마다 달라집니다. 같은 환자라도 상황에 따라 접근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여러 기법을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우리는 몸에서 견딜 수 있는 폭이라는 게 있거든요. 이때 ‘인내의 창(Window of Tolerance)’이라는 개념을 많이 이야기하는데, 자율신경계가 몸의 위험을 감지할 때 안전하다고 인식할 수 있는 폭이 이 노란색 영역이에요. 건강할 때는 견딜 수 있는 폭(노란색 영역)이 넓어지지만 스트레스나 트라우마로 인해 건강하지 못하면 이 영역이 좁아질 수 있어요.
그래서 치료도 이 좁아진 노란 영역 안에서만 회복하는 것으로는 치유가 어렵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증상을 없애는 게 목표가 아닌 거죠. 예를 들어, 환자가 약을 먹고도 아무 반응이 없으면 오히려 좋은 신호가 아닐 수 있어요. 환자를 적절히 자극해서 몸이 확 놀라지 않을 정도면서도 약간은 자극을 받은, 어느 정도 견딜 만한 상태라고 느끼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 경계는 줄어든 노란색 영역에서 약 5% 정도 확장된 정도라고 봐요. 그렇게 적당한 자극을 받은 상태에서 명상이나 호흡법을 통해 지금 상황이 위험하지 않다는 걸 인지시키면, 비슷한 증상이 다시 와도 약간 확장된 범위까지는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치료의 핵심은 이 노란색 영역 즉, 몸이 견딜 수 있는 범위를 다시 건강하던 때만큼 넓히는 것입니다.
이때 침은 이 경계에 노출되도록 미묘하게 자극하는 역할을 하고 한약은 빠른 회복을 돕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환자가 침을 맞고 ‘힘들다’고 할 때, 강한 자극은 문제일 수 있지만 약한 자극은 오히려 치료 기회가 됩니다. 환자들이 두려워하지 않게 설명을 잘 해서, 몸을 이 5% 경계의 자극에 맡겨볼 수 있도록 돕는 게 목표입니다.
침으로 자극을 하는 것이 효과가 있는 이유는 스트레스 반응이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사자를 만나든, 일 문제든, 스트레스를 받을 때 가슴이 뛰고 털이 쭈뼛 서며 근육이 긴장하잖아요. 그래서 치료할 때 환자가 가족 스트레스로 힘들다고 하면, 가족 문제에만 노출시키지 않고 다양한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시켜 후에 가족과의 스트레스 상황도 잘 넘기도록 훈련시키는 것입니다.
또 인지적으로도 접근하려고 해요. 환자의 행동 방식을 새롭게 해야 하는데, 환자 입장에서는 과거의 행동들밖에 안 해봤기 때문에 새로운 행동을 스스로 하기 어렵고, 알면서도 못 하는 경우가 많죠. 이런 부분은 침이나 약으로는 알릴 수 없어서 상담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목요일 오전은 상담에만 집중하는 편이고 환자 분들과 길게 상담을 하는 편입니다.
또한 현대 심리학에서 말하는 CBT(Cognitive & Behavioral Therapies)나 마음챙김(Mindfulness)을 쓰는데, 한의학의 오지상승위치료법(五志相勝爲治療法)과 경자평지요법(驚者平之療法) 등도 이러한 현대 심리학의 방법과 연관성이 높기 때문에 종종 씁니다. 그 외에 트라우마를 가진 환자분들에 대해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EFT(Emotional Freedom Techniques)나 사이코드라마 형태를 적용하기도 해요. 그리고 제가 요즘 M&L(Mindfulness & Loving beingness based on Psychotherapy)을 배우고 있어서 여기서 쓰는 기법들도 많이 써요. 저는 환자마다 기법을 다양하게 쓰는 편이에요.
다양한 연구 및 임상 활동(노하우나 원동력 등)
Q. 2024년에 4분기 우수논문상과 다수논문상을 받으셨습니다. 교수님께서 지금까지 임상 활동과 더불어 활발히 연구를 지속해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A. 일단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약간 하나에 몰입하거나 꽂히면, 확 하는 스타일이에요. 안 꽂힐 때는 막 스트레스 받으면서 하지만요.(웃음) 연구도 그렇고 무언가를 배울 때도 그렇고 딱 희열이 느껴지는 순간이 있거든요. 특히 벅차오르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이런 즐거움이 가장 큰 것 같아요.
Q. 새로운 연구 아이디어나 주제를 선정할 때 주로 고려하시는 점, 혹은 연구 방향을 잡는 교수님만의 기준이 있으신가요?
A. 국가 과제 외의 연구들은, 진료를 할 때 필요하다고 느낀 점이나 다른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툭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이 자원이 돼요. 그래서 평소에 그렇게 떠오른 아이디어들을 적어두고, 한 번씩 추려서 리뷰를 해보다가 주제를 잡게 되는 것 같아요.
또 연구 방향을 잡을 때는 제도적으로 필요하거나 도움이 되겠다고 느끼는 것이나, 연관성이 보이는 것을 한의학적 관점으로 보고 현대 과학적으로 풀어내는 것을 고려하는 것 같아요.
Q. 임상과 연구를 병행하면서 쌓으신 본인만의 노하우나 팁이 있을까요? 임상 및 연구에 대한 노하우와 별개로, 평소 바쁜 일정 속에서 시간과 건강을 어떻게 관리하고 계신지도 궁금합니다.
A. 저는 운동을 싫든 좋든 계속하려고 노력해요. 그런데 의지를 돈으로 사는 편이어서 PT를 받아요.(웃음) 운동을 안 하면 확실히 체력이 떨어지더라고요. 제가 타고난 체력이 좋은 편인데도 장기적으로 유지하려면 운동이 필수구나 싶어서, 요즘은 러닝을 열심히 해요. 또 달리다 보면 생각이 정리가 되거든요. 연구 아이디어들이나, 평상시에 진료할 때 했던 생각들이 정리되어서 시간을 내서라도 몸을 움직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하고 있어요. 마인드 컨트롤에는 앞서 말한 러닝과 운동, 그리고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선택하고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할 일은 무조건 메모장에 적어요. 옛날에는 머릿속에 당연히 저장이 되는 건 줄 알았는데 한 서른 살 넘어서는 절대 안 되더라고요.(웃음) 그래서 무조건 적습니다. 여기 달력에도 계속 적고 휴대폰 메모장에도 계속 적어요.
Outro
Q. 마지막으로 대만드의 공통 질문들입니다. 인생에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UP) & 가장 힘들었던 순간(DOWN)과 그 극복 방법이 궁금합니다!
A. 다른 분들은 뭐 얘기하세요..?(웃음) 저는 그냥 그때그때 집중하려고 하는 스타일이어서, 뚜렷하게 ‘이때가 정말 좋았지’하는 느낌이 없는 편이에요. 그래도 한번 생각해 보자면, 환자들이 나아지는 것을 발견할 때 가장 뿌듯한 것 같아요. 환자들이 좋아졌다고 할 때 ‘내가 한 노력들이 보람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노력했던 일의 결과물이 나올 때도 기분이 좋습니다.
힘들었던 일은 빨리 잊어버리려고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당장 해야 할 일을 열심히 찾아서 하는 것이 확실한 극복 방법이에요.
Q. 앞으로의 단기 및 장기 목표가 궁금합니다.
A. 단기 목표는 현재 진행 중인 연구들이에요. 올해 마무리되는 연구가 몇 개 있는데, ADHD CPG도 올해 끝나는 연구 중 하나고, 리포칼린2를 기반으로 AI 기술을 활용해 스크리닝 하는 실험 연구도 진행 중입니다. 이 연구들이 올해 잘 마무리되길 바랍니다.
장기 목표는 의학 분야에서 일하면서 국민들에게 조금이나마 기여하는 것입니다. 지금 하고 있는 방법일 수도 있고, 앞으로 시대에 맞는 새로운 방법을 채택할 수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이 제 장기적인 목표예요.
Q. 앞으로 교수님께서 하시는 일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요?
A. 제가 쓴 논문들이 다른 연구자나 진료 현장에 계시는 분들께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환자분들을 직접 진료하면서 나아지는 모습을 보면, 한 사람의 인생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니까 이런 부분들이 쌓이고 쌓여서 세상을 바꿀 수 있기를 바라요.
Q. 대만드가 다음에 만나보면 좋을 것 같은 분이 있을까요?
A. 경희대학교 경혈학 교실의 이인선 교수님께서 창의적인 연구들을 많이 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우리가 생각하는 한의학적인 방식뿐만 아니라, 최신 치료 도구와 연구 방법론을 적극 활용해 새로운 가능성을 잘 찾아내시는 것 같아요.
또 서울대학교병원 이현훈 교수님도 AI 쪽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고 계셔서 인터뷰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김윤나 교수님의 연구와 진료의 성과를 개인에 머무르지 않고 한의계 전체로 확장하고자 하는 마음이 인상 깊었던 인터뷰였습니다. 한의 정신의학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바라보는 시선에서 깊은 고민과 책임감이 느껴졌습니다. 바쁘신 일정 속에서도 뜻깊은 이야기를 나눠주신 김윤나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희 또한 후배로서 한의학의 발전과 사회적 확장을 향한 여정에 함께하겠습니다!
Interviewer. 고등어, 벨루가, 사자
Writer & Editor. 고등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