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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신만나드립니다 Feb 10. 2019

뉴욕에서 말하는 통합의학과 세계화-박지혁 한의사 인터뷰

뉴욕에서 가장 기다리던 ‘센트럴파크 인터뷰’를 하러 한 손에는 마그놀리아(Magnolia) 컵케이크, 다른 손에는 레몬에이드를 들고 센트럴파크로 향했습니다. 드넓은 잔디, 따스운 빛 아래에서 요가하는 사람들, 캐치볼을 하는 아이들. 그리고 박지혁 원장님을 만나 뉴욕에서 첫 인터뷰를 시작했습니다.



약력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한의학과 졸업

경희대학교 동서의학대학원 한의학 석사졸업 (동서의학 전공, 경희대학교 암예방소재개발연구센터)

前 차의과학대학교 통합의학대학원 외래전임강사

前 자생한방병원 미국 뉴저지분원장 (Director, Jaseng Center for Integrative Medicine)

現 뉴욕 맨하탄 Dr. Jihyuk Park Clinic 원장 

現 Virginia University of Integrative Medicine 교수

Society for Integrative Oncology (SIO) 정회원 

<한의통합종양학> 공저



미국 진출을 하기까지


Q. 선생님의 그동안의 진로 선택 과정 (career path)  알고 싶습니다진로 선택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한의대를 졸업하자마자 지방의 작은 마을에서 한의진료를 주로 하는 공중보건의사 생활을 시작하였고지금까지 대부분 로컬 의료기관의 임상의로서 환자를 봤어요환자를 보면서 사람들과 직접 교감하고 그들의 다양한 건강문제를 해결하며 돕는 것을 제가 많이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스스로의 취향을 얼마나 아는지 여부가 진로 선택에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저는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는 과정을 통하여최신 연구지식을 바탕으로 하면서 임상 진료에  매진하는 길을 추구하게 되었어요저는 여기 미국에서도 학회 컨퍼런스에 가면 최신 연구동향을 파악하고 돌아와서는 바로 임상에서 활용하는걸 매우 좋아해요.


여러분들은 한의대생들의 진로를 탐색하는 팀이니까 어찌보면 개인의 취향 선배들을 통하여 전문적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이네요. (웃음

 

Q. 하지만 저흰 고민만 한다는 문제점이…! 

미국의 학회 컨퍼런스는 어떠셨나요

A. 제가 제일 좋아하는 학회는 SIO (Society for Integrative Oncology, 통합종양학회 국제 컨퍼런스예요거기서 통합의학통합의료 관련 지식의 습득과 다양한 미국 의료인들과의 교류 면에서  도움을 받았어요올해 2018 애리조나에서 열리는 SIO 컨퍼런스에서는, 중의학에서 영향을 받아 통합의학의 개념을 설정하고 미국 의대에서 통합의학 교육과정을 최초로 시작한  앤드류 웨일 선생님께서  강연을 맡으셨어요미국에서 드디어   강연을 직접 보게 된다니 정말 기대가 커요


SIO 컨퍼런스의 경우휴스턴에서는 엠디 앤더슨 암센터보스턴에서는 하버드 다나-파버 암센터가 주관했는데일정  암센터 투어 포함되어 있었어요말로만 듣던 유명 암센터에서 통합의학센터의 의사들이나 스탭들이 직접 이곳 저곳 인솔하며 설명도 잘 해주어 견문을 넓힐 수 있었죠. 

 

Q. 원래는 암환자 진료보다 턱관절 치료에 관심이 많으셨다면서요?

A. 2007 공보의 2년차 시작할 무렵에 턱관절 치료로 유명한 한의사인 이영준 원장님 턱관절을 이용한 전신치료의학 소개강의를 먼저 들었는데 흥미가 많이 생겨서 바로 한학기 동안 진행되는 정규 교육과정을 수료했어요이영준 원장님은 한의계에서 턱관절 진료 케이스가 제일 많고다양한 임상적 시도를 통해 치료기술이 가장 앞서 있는 분이에요저도 치료기술을  연마하기 위해 턱관절균형의학회에 가입하였고나중엔 학회 교육위원장이 되어 강의 시스템을 실습위주로 개선하여 운영했어요 매주 토요일에 이영준한의원으로 참관실습을 갔으니  2년간 거의 매주 주말을 턱관절 공부에 올인한 셈이죠


한의사뿐 아니라 의사치과의사  학회원인 다른 원장님들교수님들과 격의없이 토론하고 서로 실습하며 한의원 참관을 통해 이영준 원장님으로부터  깊이 배워보니 치료법은 턱관절 증후군과 같은 구강내과적 문제뿐만 아니라 신경과 질환  척추질환까지 다룰  있는 아주 훌륭한 전인의학적구조의학적 접근이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공보의 3년차 끝나기 직전에는 진로 탐색차 여러 한의사 선생님들을 만나뵙곤 했는데우연히 암전문 한의원에서 참관할 기회를 통하여 암환자를 진료하는 것에도 관심이 생겼고 입사를 권유받아 근무하게 되었어요대단히 좋은 경험이었죠.

 

Q. 그때부터 종양학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지셨겠네요.

A. 처음엔 하루에 평균 70 정도의 암환자들을 한의원에서 보는  자체가 충격적이었어요그땐 점심시간에도 환자들이 가져온 MRI 영상이나 Lab test 결과를 확인하면서 커피 한잔 하는 것이 취미라고  정도로 암환자 진료에 빠져들었죠


종양학을  열심히 배우고자 검색을  보니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암예방소재개발연구센터장인 김성훈 교수님께서 한의 종양학 분야에서 명망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되어 대학원에 진학했어요항암효과가 있는 천연물을 연구하는 실험들과 종양생물학을 김성훈 지도교수님 하에서  배울  있었어요또한 강의시간에는 제가 직접 치료하던 암환자들 케이스에 대한 궁금한 사항을 경희의료원의 의사한의사 교수님들께 바로 질문할  있었던 점도 매우 좋았지요

 

사실 이런 과정이 마치 제가 턱관절 치료의 경력과 멀어진  같지만구강암 환자의 개구장애에 턱관절균형장치를 이용하여 증상을 개선시키기도 하였고자생한방병원 뉴저지분원장으로 근무하면서부터는 척추 관절 분야를 전문적으로 진료하다보니 턱관절 치료기술을 자주 활용했어요 생각엔 특히 젊을  여러가지 임상적 경험이나 연구 경력이 전혀 다른 분야로 넘어가도 단절이 아닌 확장의 의미 있는  같아요왜냐하면 지금  진료실에서는 내과적인 암환자들의 증상치료와 구조적인 척추  턱관절 치료 등의 한의 진료 기술들을 활용하여 아우르는미국에서도 상당히 특징있는 로컬 1 진료를 하고 있거든요.   

 

대학원 이후에 미국진출을 꿈꾸게 되신 건가요


A. 사실 저는 유학이나 미국 생활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전혀 없었어요. 다만 근무하는 한의원에서 암환자를 많이 보다보니 대학원에서 종양학을  깊이있게 공부하게 되었고미국에서는 통합종양학 (Integrative Oncology)  의학계에서 점점 자리잡아 가고 있다는 것을 상당히 일찍 알게 되었죠기존의 전통 요법들을 보완대체의학 (CAM) 이름으로 한데 모아 고립시킨 것과는 달리미국에서 시작된 통합의학이란 한의학과 관련이 깊은 여러 치료기술들을 근거기반으로 연구하여 정식으로 의학의  분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었어요


2010년에 제가 대학원생일때 제천에서 열린 국제한방바이오엑스포의 통합종양학술대회에 참석하여 마침 뉴욕 메모리얼 슬론-케터링 암센터 (MSKCC) 의사인 개리  선생님 초청강연을 들었는데미국에서의 통합의학적인 암환자 진료에 대한 소개가 아주 감명깊었어요암환자라는 중한 환자에 대하여과학적인 연구를 기반으로 하여그것도 미국의 유명 암센터들에서 침치료나 기공체조천연물약품  한의사들에게 익숙한 치료법들을 활용한다는 사실이 한국의 종합병원에서는 정말 상상하기 힘든 광경이었죠. ‘미국에선 암센터의 의사들이 암환자에게 침을 놓고 있구나!’ 하며 놀라워했어요그때 미국에 직접 가봐야 겠다는 생각 비로소 생겼어요미국에서의 이같은 변화가 한양방 대립이 극심한 한국 의료계에도 알려진다면 좋은 영향을   있을  같았구요

 

Q. 미국 진출은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A. 미국에 가볼 생각을 하게 되면서  개월 간을 영어학원에서 영어공부에만 몰입했던 기간 있었어요진료에서 잠시 벗어나는 것도 나쁘지 않았고 열심히 공부해  동기도 충분했어요영어공부를 하면서 ‘내가 생각보다 영어를  하는  아니구나하며 근거없는 자신감도 버리고 수능 영어실력 이후에 발전이 없었던  모습도 발견하면서시험용 영어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실제 소통 능력 키워야  필요성을 느꼈죠매일 하루에 6시간 정도 영어 말하기 듣기 쓰기에 매진하니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잡다한 생각이 영어로 떠오르는 경험도 하게 되더라고요


영어공부를 하다 드디어 뉴욕에   기회를 만들었고 미국에서 머무르며 의료견학 미국관광 현지 생활을 알아볼 겸하여 뉴욕과 뉴저지를 중심으로 미동부 지역을 돌아다녔어요돌이켜보면 뉴욕 JFK 공항에 도착하던 순간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던  같네요미국에서  지내보니 적응도  되는  같고한인 커뮤니티도 생각보다 크고 해서 이정도면 여기서 어떻게든   있을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또한 여러 로컬 의료기관과 병원들을 둘러보며 미국인한인 의료인들과도 흥미롭게 대화를 나누었죠예전에 제천에서 인사나눴던 개리  선생님을 다시 메모리얼 슬론-케터링 통합의학센터에서 만나 센터를 견학할 기회를 얻기도 하였어요


이렇게 미국에서의 통합의학통합의료를   알고자 하는 확실한 진출의 동기를 얻고 나서는한국으로 돌아와 진료와 대학원 일정 틈틈이 미국 acupuncturist 면허 시험 공부를 했어요 면허 신청 전에  거쳐야 하는 NCCAOM  과목 시험은 한국에서도 응시가 가능하여최종적으로는 1년이 안걸려서 NCCAOM Diplomate of Oriental Medicine 자격증을 취득했어요미국 진출은 이렇게 어느정도 준비된 셈이었죠

 


뉴욕에서 비지니스와 협업은 어떻게?

사업(Business) 관심을 가진 계기는 무엇인가요?

A. 미국에 오기 전쯤 함소아 한의원에서 진료원장으로 근무하는  시작되었던  같네요 한의원 네트워크에서 의료진 인력이나 제약회사가 운영되는 것을 조금이나마 듣고 보면서 사업에 관심을 가질  있었어요그러다가 새로 개원하는 자생한방병원 뉴저지분원에 분원장 자리를 제안받아 자생의 척추 관절 진료참관  치료기술 교육을 거친  디렉터로 근무하면서 개원의처럼 열심히 밤낮 없이 일했어요특히 한국 의료기관의 미국 진출 관련하여 사업적인 측면을 배워 나갈 것이  많이 있었어요


그리고 비로소 미국에서 개원을 준비하면서 창작의 고통을 여러  겪었어요미국에서는 개원이 바로 ‘ 회사 만드는 이거든요요즘은 의료인으로서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이외에도 관심을 확장시켜의료인간 소통과 협업을 촉진한다거나 건강관리  질병예방에 도움이 되는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전반에 흥미를 느끼고 있어요

 

Q. 미국 자생에서는 어떻게 진료하셨나요?


A. 제가 자생한방병원 뉴저지분원 통합의학센터를 운영하며 배운 점은직종이 다른 의료인들과 함께 환자를 위한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구현하는 협업의 구조를 만드는 이었어요사실은 자생 미주본부인 캘리포니아의 분원에서부터 한의사와 카이로프랙터(DC)  협업이 시작된 근본적인 이유가 있어요자생은 한국에서 추나를 전문으로 하여 유명한 한방병원이잖아요그런데 한의사가 추나를    있는 충분한 실력이 있다고 하더라도미국에서 acupuncturist 면허로 일하는 입장에서 척추교정을 전문으로하는 카이로프락틱 요법처럼 추나를 너무 적극적으로하면 법적으로 문제가   있어요그래서 미국의 자생에서는 기본적으로 카이로프랙터들과 협업을 하게 되었죠.

 

저도 자생 뉴저지분원을 운영할  최선의 협업을 위해 같은 분원에서 근무하는 다른 분야의 의료인들과 미팅을 정말 많이 했어요디렉터로서 제가 맡은 진료는 척추관절센터였는데척추질환 관련해서는 카이로프랙터(DC) 선생님과 주로 협업 하고 관절질환은 물리치료사(DPT) 선생님과 함께 진료했어요카이로프랙터는 전문적인 척추교정  아니라척추  부위 X-ray 찍을 권한이 있어 센터  X-ray 기계를 직접 사용하였죠그래서 각종 척추질환과 측만증 등에 있어 협업하기가 좋았어요


물리치료센터에는 운동치료를   있는 운동기구를 갖추어 물리치료사가 운동을 지도해 주고, manual therapy(수기요법 직접 하거나 마사지사들을 통하여 마사지치료를 했어요. 물리치료사들은 원래 의사(MD) 물리치료처방에 의해 환자를 보는 경우가 많아서덕분에 저도 좋은 재활의학과 의사 선생님과 자연스럽게 협업  있었어요의사는 환자에게 급한 증상이 있을 때에 양약이나 주사 처방을 해주었고필요시 근전도  신경전도검사(EMG/NCV) 직접 해주었죠초음파로 근골격계 진단도 가능했어요또한 교통사고비만 클리닉 진료를 맡은 Licensed Acupuncturist들과도 함께 있었고요저는  모든 협업이 자생 뉴저지분원 공간 안에서 유기적으로 작동하도록 디렉터로서 조율했어요.

 

Q. 다른 의료인들과의 협업을 예상하고 미국에 가셨나요?


A. 자생 뉴저지분원을 처음 개원할 때에도 제가 Integrative Medicine Center  명명할 것을 건의하여 미국의 자생 분원들  최초로 통합의학센터를 표방하였고실제로 가장 다양한 의료직역들이 근무했어요미래 한국 의료계에서 한의사가 주도적인 역할을  수도 있는 이런 통합의료 모델을 미국에서 먼저 구현해 보는 것이야 말로 제가 해보고 싶은 이었죠자생 뉴저지분원은 한국엔 없었던 척추관절진료 중심의 로컬 통합의학센터 모델이었고 능력껏 해볼  있었던 시도와 노력은 아쉬움 없이  해본  같아요 사업적 성과를 거두기도 하였구요.

 

의료인간 협업에서 한의사는 어떤 역할을   있나요통합의료 시스템에서요.


A. 통합의학을 실천하기 위한 의료인간 협업의 모델이 통합의료 시스템이라고   있는데한국의 한의사들은 여러 의료직역들의 통합의학적 치료법에 대해 배웠거나 이미 적극적으로 임상에 응용하고 있어요 한의사는 전통적인 한의학에서부터 비롯된 통합의학의 전인의학적환자중심적 개념을 중시하면서도 과학적인 생의학 (Biomedicine) 과목 역시 한의대에서  비중으로 배웠으니세계 의학계에서 진정한 통합의학의 전문가로 포지셔닝   있는 최적임자라고   있어요


한의대의 과목들과 교과서 내용만 봐도 현대의 한의학은 통합의학과 다를 바가 없어요한의진료는 환자의 전체적인 상태를 고려하는 전인적인 접근을 하기 때문에 일차의료의 종합진료 (general practice) 에도 장점이 있지요따라서 환자 내원시 최초의 단계에서 한의사가 진단과 치료를 시행하고필요에 따라 다른 전문의료인들에게 진료의뢰를 보내어  환자를 위한 최선의 치료계획를 구성  있어요이런 장점들을 종합해 보면한의사는 통합의료 시스템에서 다학제 의료인들의 오케스트라 지휘자 (conductor) 역할이나 환자 맞춤의료 코디네이터 역할에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생한방병원 뉴저지분원 통합의학센터를 운영하며 새로이 알게  점이 있다면요?


A. 통합의료 시스템을 고안한다면 우선  의료인들이 가진 특출한 능력이 분명해야 된다는  중요하고 특징을 조합하여 환자 개인에게 최적의 서비스가 원활하게 구현되어야 합니다보통 ‘통합의학센터 하면 어떤 건물의  공간에 한의사의사물리치료사  여러 의료직역들이 다함께 근무하고 있는  공간을 상상해요실제로 자생 뉴저지분원도 그렇게 운영을 하긴 했는데그런 모델은 수익구조나 의료직역간 관계 면에서 말하자면 병원급에서의 통합의료 모델에  합당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로컬 의료기관 단위에서는 굳이 하나의 공간에 여러 의료인들이 묶여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그래서 새로  오피스를 맨하탄에 개원할 때에는 최소한의 노력으로 운영이 가능한 단위로 클리닉을 세팅하였고주변의  의료인들과 다양하게 진료 모듈을 구성하여 협력하는 로컬 방식의 통합의료 모델 구현해 보았어요

 

개원하신 이후 최근에는 다른 의료인들과 어떻게 협업하시나요?

A. 근처의 의료인들과 미팅을 최대한 많이 해요.  클리닉이 위치한 맨하탄의 Upper East Side 에는 옛날부터 병의원들이 특히 많아서 다른 의료인들을 만나기가 쉬워요 클리닉 바로 옆에는 물리치료사(DPT) 오피스가 있는데 물리치료사와 우선 근골격계질환이나 통증 분야에 협업하는 관계로 시작했어요 운동치료나 수기치료는 물리치료사가 잘하니 그분한테 맡기고 저는 침치료에 주력하죠또한 저와 물리치료사와 알고 지내는 근처  종합병원의 재활의학과 의사는 침치료의 효과에 대해서도  알아서 저에게 환자를 보내주고 있어요 환자도 그분한테 가서 영상진단이나 약물처방을 이용하도록 제가 보내기도 해요이렇게  근골격계 통증환자에 대해 한의사물리치료사의사 세명이 치료계획과 경과를 공유하며 협업하는 것이지요이외에도 턱관절 진료두통  안면통증골반통  부인과질환종양  내과질환 등에도 여러 의료인들과 협업 모듈을 개발했어요.

 

Q. 다른 의료인들과 협업을 하려면 차트가 공유되어야   같은데환자에 대한 소통은 어떻게 하시나요


A. 차트가 공유되면 좋겠지만 세팅이 다양할  밖에 없는 로컬 클리닉에서 서로 같은 차트를 쓰긴 어려워요법적인 문제도 크고요저는 주로 이메일로 다른 의료인들과 환자에 대해 논의하는 이에요 내용은 의료인 모두가 알아들을  있는 의학용어와 생리/병리학적 설명으로 소통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죠한의사만 이해하는 한의학 용어를 굳이 섞어 쓰지 않아도 다른 의료인들과 충분히 대화가 가능해요질병에 대한 의견뿐 아니라 한의치료도 과학적으로 설명될  있으니까요.

 


맨하탄에서 본 한의학 세계화

Q.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의사로서 한의학 세계화 사업들의 문제점이 보인다면 무엇일까요?


A. 한국의 한의학을 세계에 널리 알려야 한다는 것에 주안점을 두어서 그런지현지사정과 현지 의료계  환자들의 needs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 많은  같아요예를 들어 최근에 한의학 세계화 사업의 일환으로 발간된 한국 침구학에 대한 소책자를 보았어요내용을 보니까 역시 예상대로 사암침태극침이 대표적인 한국의 침치료로 집중 조명되어 있더라고요이렇게 한국 고유의 치료체계만을 내세울 경우한의학은 동의보감사상체질의학사암침 이외엔  이상 다룰 것이 없는 것처럼 축소됩니다또한 미국 acupuncturist 면허권으로는  쓰지 못하는 봉침이나 매선 등의 치료기술이 미국에 소개가 되는 것도  의미가 없을 가능성이 크지요 생각엔지금 한국 한방의료기관의 진료에서 KCD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진단에 따라 어떤 경혈 자침이 통계적으로 어떤 효과를 나타내었는지를 다룰  있다면 한의학 침치료의 성과를 알리기에 좋지 않을까 해요


한의학 세계화에 대해서도 한의학의 보편성에 초점을 두는  보편화 (Universalization 지금 한의계가  일이라고 생각해요그래야 한의약으로 여러 나라의 보건의료발전에도 기여가 가능하고 현지 의료인들 대상 교육이나 협력관계도 구상할  있을 거구요

 

Q. ‘한의학의 보편화 (Universalization)’  자세히 어떤 의미인가요?

A. 한의학의 특징을 보편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전인적 관점의 의학 (holistic), 환자중심적 치유 의학 (patient-centered and personalized) 자연친화적 예방과 섭생의 의학 (preventive), 천연물 의약 (natural)  4가지 주로 설명할  있어요  4가지로만 정리되는건 아니겠지만제가 아는  한의학의 보편성을 표현해  거예요자세한 설명은 ‘한의통합종양학’ 이라는 책에서 제가 저술한  있어요이런 보편성을 바탕으로 한의학을 설명하려고 노력한다면 세계인들에게도 한의진료가  납득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사실 그동안 한의학의 보편성에 대한 논의가 너무 부족했어요특히 90년대에 한약분쟁  투쟁의 시대를 거치며 한의학의 존재가치를 양방에 상대되는 특수한 이론과 치료법들에서 찾으려는 경향이 있었다고 생각해요한의학이 전통적으로 가져왔던 보편적인 가치들에서   장점을 발견하고 그것에 과학의 성과를 통합하여  그대로 한국의 통합의학 ‘현대 한의학으로 거듭나면 좋겠어요. 그런 것은 진정한 한의학이 아니다 식으로 변화를 기피한다면 한의학은 역사박물관에 박제되는 처지가 되겠지만요. 


하나  이야기하자면한의사들은   (cool)해져야 해요. 여기서 ‘쿨하다 의미는  가지인데과학적인 사고로 지금 현시대에 멋지게 어울리는 현대 한의학을 추구하면 좋겠고요또하나는 쿨하게 집착을 버리고 과거지향의 전통의학민족의학의 수호자 포지셔닝을 떠나자 얘기를 하고 싶어요.

 

Q. 한의대의 WDMS (세계의학교육기관목록재등재 이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한의학의 특수성만을 강조하던 이전 한의대 교육에서 보편적인 세계 의학교육의 표준을 포괄하려는 방향으로 한의계의 인식이 적극적으로 변화한 것이 아주 중요한 발전이라고 생각합니다요즘 한국에서 한의대 교육개선에 대하여 여러 토론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WDMS 다시 올라가기 위한 노력은 한의학의 보편화 측면에도 의미가 크다고 봐요.

 


UPs & DOWNs

Q. 2012 부터 뉴욕에 있으시면서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A. 사람이 가장 힘들 때는 비전이 보이지 않을 재미가 없을 때가 아닐까 해요자생한방병원의 분원장으로 뉴저지에 와서 의미있는 경험을 많이 하였지만 이상의 성장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판단이 들었을 때가 그랬어요당시 미국에서 무언가  해내고 싶은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그래서 2015년에는 맨하탄에 개원을 결심했어요개원하려면 영주권이 필요해서 영주권도 신청하게 되었구요.

 

Q. (수달힘들엇지만 극뽁하신 거네요그렇다면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셨나요영주권 받으셨을 때였나요?


A. 그렇죠. (웃음회사 스폰서 필요없이 신청 가능한 1순위 영주권이라 빨리  나왔어요

개원  뿌듯했던 순간들을 떠올려 보면 주변 의료인들과 미팅  협력관계 하나씩 이루어질 그리고 환자중심의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통하여 환자들이 도움이 되었다고 고마워할 때에요

 


원장님의 꿈, 그리고 학생들에게 전하는 말

Q. 선생님께서 새로 구상하고 있는 클리닉 모델이 있으신가요? 


A. 지금 실현해 보고 싶은 아이디어는물리적 공간의 한계를 완전히 극복할  있는 Virtual Integrative Medicine Center (가상 통합의학센터에요지금  세팅에서 IT  적극 이용하여 발전시켜  형태인데미국에서 가능한 원격의료를 결합시킬 수도 있겠죠우선은 협력하는 의료인들과 홈페이지를 같이 만드는 것을 시작으로 아이디어를 구체화해보고 있어요.

 

Q. 원장님의 Next Step 궁금합니다.


A. 방시혁이 방탄소년단을 제작했듯한의사의 미국진출 프로듀서 같은 역할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미국에는 전문과목 한의진료가 흔치 않은데개성과 특기가 있는 한의사들이 미국에서 특수한 전문 진료를 펼칠  있도록 agency 역할을 해주며 동료들과 상호 발전하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Q. 임상의로서 미국진출하고 싶은 학생에게  마디 해주신다면?

A. 취향이 역시 중요해요. ‘미국에서 뭐라도  보겠다!’  막연히 생각하기 전에 미국생활이 나에게 맞을지미국의 어느 주에 사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이 우선 필요해요유학이나 연구직이 아닌 임상의로서 해외진출은 지역이 너무나 많은 것을 결정하거든요주마다 의료법과 면허권도 다르고요그래서 미국 여행을 많이 다녀보고 진출을 가늠해 보라고 말하고 싶어요듣고   있어야 어떻게 살지 감이라도 잡을  있어요


결국 자신의 취향을 먼저 알아야 해요저는 모든  ‘개취(개인의 취향)’ 라고 생각해요하긴 뉴욕 날씨는  취향은 아니에요일년의 절반이 추워서요하지만 문화적 다양성과 사회의 역동성이 넘치는 뉴욕은 예술학문비즈니스  많은 측면에서 정말 매력적인 도시라서 제가 좋아합니다.

 

Q. 학부  다양한 경험이 도움이 되었나요마지막으로 한의대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A. 그러고보니 제가 학생때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하긴 했었지만한의대를 벗어난 활동은 별로 없었던  같아요 생각에 재미있는건저는 학생때에는 임상에 오히려  관심이 없었다 거예요한의원 운영이나 실제 진료 현장보다 한의학 연구에  관심 가졌어요원전연구회 회장도 했고요저는 원래는 진로를 다양하게 생각해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기본적으로는 로컬 임상의의 길을 계속 가고 있어요


당시 제가 가진 한의학 기초학문에 대한 관심은 지금 임상가에서 유행하는 치료기술을 합리적으로 취사선택하고 활용하는 데에 도움 되고 있습니다다만 저처럼 학생때의 기대와 졸업후 행보가 나중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한의대생들이 미리 알면 좋을  같네요사실 한의대 교육을 따라가 보자면 결국은 로컬 임상에서 진료하는  위주로 되어 있어서한의사로서 개원 이외에 색다른 길을 가자면 너무나 험난해 보이기도 합니다.

 

Q. 마지막으로 다음 인터뷰 대상으로 대만드에게 추천해주실 분이 있나요?


A. 가천대 한의과대학 생리학교실에 있는 김창업 교수님이요김창업 교수는 동국대학교  학번 후배라서 학생때 부터 많은 토론을 나누며 함께 생각을 키워간 절친한 한의사 동료에요아마도 미래의 한의학에 대해서 가장  얘기해줄  있는 이라고 생각해요


 

 누구보다 자신을 알아야 한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인터뷰를 끝난 후에도 계속해서 여운이 남았습니다. 선생님과 마지막 사진을 찍고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누며 센트럴파크를 벗어났습니다. 버스를 타니 그제서야 배에 허기가 느껴졌고 한국에서부터 기대해오던 뉴욕 스테이크를 먹으러 갔습니다. 해가 지는 버스 안에서 선생님의 열정 가득했던 눈빛과 말씀을 기억하며 뉴욕에서 성공적이었던 첫 번째 인터뷰를 마쳤습니다.






Interview. 북극곰 남극곰 수달

Editor. 북극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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