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논문 제대로 이해하기~!
1월 10일 오전 9시, 강추위를 뚫고 경희대학교 침구경락융합연구센터(AMSRC)에 16명의 한의대생이 모였습니다. 학년도, 학교도 다른 한의대생들이 한 곳에 모인 이유는 “제3회 AMSRC 1-day 연구체험”에 참가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행사의 첫 시작은 AMSRC의 고문을 맡고 계시고 전 한국한의학연구원장을 역임하셨던 이혜정 교수님께서 환영인사를 해주셨습니다. 교수님은 기억 못 하시겠지만 쿼카는 개인적으로 본과 1학년 시절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진행되었던 제2회 리서치 캠프 시상식 때도 뵀는데 오랜만에 다른 장소에서 보니 내심 반가웠습니다.
이혜정 교수님에 이어 박히준 교수님, 이향숙 교수님, 함대현 교수님, 염미정 교수님, 이봄비 교수님, 채윤병 교수님 그리고 학생들도 차례로 간단히 자기소개를 하면서 행사의 인트로를 끝냈습니다.
오전 프로그램은 이향숙 교수님께서 EBM이 무엇인지, 연구 설계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 그리고 논문 검색은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서 강의해주셨습니다. 주제 하나하나가 정말 중요한 부분이라 두 시간으로는 턱없이 부족할 것 같았지만 다행히 교수님께서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 위주로 쏙쏙 집어주셨습니다^^
강의 내용 중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EBM에 대한 정확한 개념이었습니다. 쿼카를 포함해서 흔히 EBM이라고 하면 글자 그대로 연구 근거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EBM을 창시한 David Sackett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근거중심의학의 실행은 최상의 연구근거, 임상 전문기술과 환자의 독특한 가치와 상황의 통합을 의미한다."
즉, 연구근거만으로는 근거중심의학이 성립될 수 없다는 뜻이죠. (개념도 모르고 단어를 사용했던 쿼카는 반성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ㅠㅠ)
연구 설계에 관해서는 대조군을 설정하는 방법과 임상 설계의 종류에 대해서 배웠습니다. 대조군이라 하면 실험군과 상대되는 개념으로 아무런 처치를 하지 않은 대조군(무처치 대조군)만 생각했었는데 그 외에 플라시보 대조군, 용량 반응 대조군, 활성 대조군, 외부(과거 포함) 대조군 등 다양한 형태의 대조군을 설정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연구 설계에 관해서는 무작위 배정 임상연구(RCT)를 위주로 말씀하셨는데요, 평행 설계뿐만 아니라 실험군 대조군을 바꿔서 실험하는 교차 설계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논문 검색 방법은 pubmed를 기준으로 의학용어의 표준어 격인 MeSH term을 어떻게 찾는지, 원하는 검색 조건을 더하고 빼면서 구체화시키며 검색하는 방법 등을 배웠는데요, pubmed에 이런 tutorial 과정이 있다는 것 다들 알고 계셨나요? 모르셨다면 여기를 눌러보세요!
(당일 처음 알았던 쿼카는 pubmed의 친절함에 감탄했습니다..!)
강의가 끝난 후에는 약대 앞에 있는 푸른솔 교직원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는데요, 교직원 식당과 경희중고 급식실이 붙어있습니다. 쿼카가 경희중학교 출신이라 밥 먹으면서 옛날에 점심 종 치면 급식실로 뛰어갔던 추억이 샘솟았다고 합니다 ㅎㅎ 점심 먹으면서 스태프 분들과 다른 학교 학생분들과도 학교 얘기, 진로 얘기 등등 많은 얘기를 나누다 보니 한 시간이 어느새 지나가버렸습니다.
오후 수업에는 조별로 모여서 기초 연구 논문 1편과 임상 연구 논문 1편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희 조는 기초 연구 토론에 염미정 교수님, 임상 연구 토론에는 박히준 교수님께서 자문을 해주셨습니다. 처음에는 서로 너무 어색해서 한 마디 꺼내기가 어려웠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자 어느새 각자의 관점에서 서로의 의견을 보충하기도 하고 반박하기도 하는 활발한 토론의 장이 열렸습니다^^
마지막 순서는 토론한 내용을 바탕으로 교수님과 다른 조 앞에서 발표해야 하는 '조별 발표' 시간이었습니다. 주어진 시간은 단 1시간. 발표 시간은 조별로 20분이었습니다. 즉, 각 논문에 대한 소개와 비평에 해당하는 시간은 10분인 것이죠. 일정표는 사전에 공지받아서 발표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토론을 거치고 나니 '이 내용을 어떻게 10분 안에 정리하지..?'라는 고민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1시간이라는 시간은 저희에게 고민할 여유를 주지 않았죠.. 저희 조는 6명이라 임상 연구 발표 팀 3명, 기초 연구 발표 팀 3명 나뉘어서 발표를 준비했습니다. 쿼카는 임상 연구에 관심이 있어서 임상 연구팀에 지원했어요!
그렇게 임상 연구 논문을 들고 3명이 옹기종기 모여 앉았습니다. 학교 조별과제였다면 어색한 정적이 흘렀겠지만, 저희에겐 그럴 여유가 없었습니다. 앉자마자 여기저기서 빠른 어조로 의견이 튀어나왔습니다.
"10분 이내로 발표 무조건 끊어야 하니까 최대 ppt는 20장으로 해야겠죠?"
"그럼 논문 요약을 최대한 줄이고 저희의 평가를 많이 넣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럼 요약을 절반 이하로 하고, 나머지를 평가에 씁시다."
"제가 요약할 테니, 다른 두 분이 논문의 장단점, 임상적 의의, 연구 기획을 새로 한다면 어떻게 할지 정리해주세요."
한의대 6년 차이지만 이런 급박한 발표 준비는 처음이었습니다. 가위바위보에서 져서 저희가 첫 발표를 맡게 되었습니다. 굉장히 떨렸지만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고 발표가 끝나니 후련하더군요. 다른 조의 발표도 다 듣고 나니까 시간이 어느새 저녁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총 3개의 조가 발표를 했고 교수님들께서 직접 보시고 제일 발표를 잘한 조에게 우수상을 표창하겠다고 하셨습니다.
두구두구두구두구....!
"우수상을 수상할 조는... 1조입니다!"
놀랍게도 저희 조가 1등 했답니다!! 짧은 시간에 급하게 만들었는데 상까지 받으니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모든 일정이 끝나고 뒤풀이는 교촌치킨에서 진행됐습니다.
조 담당이 아니었던 교수님들과도 인사를 나누고, 발표 준비 때 너무 바빠서 사적인 얘기를 나눌 수 없었던 조원들과도 회포를 풀었습니다. (다른 조원분들과도 말씀을 나누고 싶었는데 우리 테이블이 너무 재밌어서 떠날 수가 없었어요.. 다른 자리에서 꼭 다시 뵙기를 바라요!!)
행사 전반적으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많았는데요, 연구에 관심이 많은 학생분들이 이렇게 많았는지 몰랐습니다. 관심이 있는 것뿐만 아니라 토론할 때나 발표할 때도 다들 박학다식한 면모들을 보여주셔서 학년은 저보다 다 낮으신데도 후배님들께 많이 배웠습니다. 또 이번 행사의 스태프로 활동하신 분들은 모두 침구경락과학센터 연구 조교분들이셨는데요, 모두 예과 1학년이었답니다! 대부분 예과 1학년 겨울방학은 놀기 바쁜데 연구 조교를 자진해서 하고 있다는 점이 놀랐습니다. 스태프 중 한 분께 지원한 이유를 여쭤보니 '수업 시간에 12 경락을 외웠는데 경락이 뭔지 알고 싶어서 지원했다.'라고 대답하셔서 예과 때 놀기만 했던 쿼카는 깊은 반성을 했답니다...
정말 하루가 쏜살같이 지나간 날이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교수님들께, 그리고 동료 학생분들께 많이 배울 수 있었던 하루였습니다. 이번 프로그램을 계기로 전에는 논문을 쓰인 대로 수동적으로 받아들였다면, 지금은 연구 설계와 통계에 대한 분석을 하면서 논문을 비판적으로 읽게 되었습니다. 논문을 보는 새로운 시각이 생긴 느낌이에요!! 그러니까 만약 제4회 침구경락융합센터 연구체험 프로그램이 공지가 나온다면, 후배님들은 망설이지 말고 지원하시길 바랍니다! 제발~
Writer: 쿼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