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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신만나드립니다 May 27. 2019

동서 한방병원 박상동 이사장님 인터뷰

한방 신경정신분야와 한・양방 협진의 첫 발걸음

지난 3월에 있었던 신준식 회장님 인터뷰를 기억하시나요? 당시 회장님께서 다음 인터뷰어로 박상동 이사장님을 추천해주셨는데요. 드디어 5월 6일, 서대문구에 위치한 동서 한방병원 본원에 대만드가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박상동 이사장님께서는 한방 신경정신분야에서부터 한・양방 협진에 이르기까지 한 편의 영화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지금부터 여러분들을 그 인터뷰 속으로 모시겠습니다!

[박상동 이사장님 약력]    

△ 1940년 경북 의성 출생

△ 1971년 연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경영학 석사

△ 1975년 경희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과정 수료

△ 1981년 (전) 경희대학교 총 동문회장 

△ 1984년 (현) 동서 한방병원 원장 및 제민 의료재단 이사장

△ 1988년 (전) 국제라이온스협회 354A지구 총재 겸 354 복합지구의장 

△ 1996년 (전) 대한한방병원협회 회장 (한의사 전문의 제도 도입)

△ 1996년 국민훈장(목련장 제10457호) 수상 - 제24회 보건의 날 

△ 1999년 경희대학교 대학원 한의학 박사 




Q. 대만드 구독자들에게 간단한 소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동서 한방병원·동서병원·파주 동서 한방병원 의료원장이자 제민 의료재단 이사장 박상동입니다. 한방 신경정신과 1세대 전문의이자, 약 50년간 환자들을 진료해왔습니다.    

      

Q. 이사장님께서 한의학이라는 학문에 관심을 갖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특히, 의대 예과 과정 중에 다시 한의대에 입학하셨다고 알고 있는데, 그렇게 하신 이유가 있으실까요?

A. 나는 경북 의성에서 태어났는데, 당시 내가 자랄 때에는 시골에 제대로 된 의료시설이 없었어요. 다치면 상처에 된장을 발라서 낫게 하는 민간요법을 쓰는 시대에서 나는 성장했죠. 이후 공익 진료소가 들어서서 진료를 할 때에도, 지극히 대증요법 위주의 치료만 진행했었어요. 감기나 몸살 같은 질병 위주였죠. 반면 한약방에서는 –당시에는 한약방에서도 침 치료를 했었거든요- 난치성 질환을 위주로 많은 환자를 치료했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급성 질환 및 수술은 양방 의학이 장점을 갖고 있지만 만성 질환 및 난치성 질환은 한방 의학이 장점을 갖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당시에 앞으로는 한방이 중흥을 이룰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의대에 진학했지만, 다시 경희대 한의대에 입학하게 되었죠. 제 윗세대까지 4년제였고, 내가 첫 번째 6년제 졸업생입니다. 



한의학과 신경정신분야

Q. 한의대를 졸업하신 후, 임상의로서 신경정신분야를 선택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실까요?    

A. 대부분의 질병이 스트레스, 즉 화병(火病)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졸업하고 진료를 시작할 당시에도 화병 환자의 비율이 60%~70%였어요. 그래서 8개 분야 중에서도, 대부분의 질병과 밀접한 화병에 장점이 있는 신경정신분야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양방 의학에서는 치료에 자율신경계 안정제를 위주로 사용하는데, 이런 치료는 대증 요법에 그칠 가능성이 있죠. 반면, 한방 의학에서는 귀비탕이나 온담탕 등을 이용하여 치료하는데, 근본적인 치료를 할 수 있습니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당시 내가 졸업할 때에는 전문의 제도가 없었어요. 전문의 제도를 내가 도입했으니까. 치매·중풍·파킨슨병 등에 관심을 갖고 진료를 하다가, 1세대 한방 신경정신분야 전문의가 된 것이죠.  

       

Q. 신경정신분야에서 한의학만이 갖고 있는 특장점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A. 칠정(七情), 즉 희(喜)·노(怒)·우(憂)·사(思)·비(悲)·공(恐)·경(驚)이라는 개념은 한방 의학에만 있죠. 앞서 말했듯, 양방 의학에서 치료는 자율신경계통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한방 의학의 칠정을 중심으로 병리학을 접목시켰을 때, 보다 쉽게 치료가 가능한 질환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부분이 한의학의 장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Q. 미래에 한방 신경정신과 전문의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A. 질문들이 연관되어 답변들이 중복되는 것 같은데, 가장 먼저 말해주고 싶은 것은 ‘모든 병이 화병과 관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나「동의보감」,「의학 입문」등 각종 고전에서 화병에 대해 찾아보면 –근골격게 질환을 제외하고- 어떤 병을 치료하던지 화(火)를 같이 다스렸을 때에 빨리 회복이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전문의가 되어 난치성 질환을 치료하는 데에 있어서 광범위하게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분야가 신경정신분야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서, 이 분야는 무제한적으로 연구하며 공부할 수 있는 아주 광범위한 학문이라는 것이죠. 

  사회가 점차 고령화가 되고, 난치성 혹은 만성 질환들이 증가하면서, 시류에 맞는 제도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치매의 경우에 이제 국가책임제로 관리를 하는데, 이때 일반 한의사에게는 주어지지 않는 자격들이 있습니다. MMSE 검사나 K-DRS 검사 등은 한방 정신신경과 전문의만이 할 수 있는 진료입니다. 

  나는 이 전공 분야를 선택한 것을 정말 잘했다고 계속해서 느끼고 있어요. 여러분이 관심을 갖고 있다면, 꼭 열심히 공부해서 이 분야의 전문의가 되길 바랍니다.



한・양방 협진의 도입

Q. 동서 한방병원이 서울에서 최초로 한・양방 협진을 시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우여곡절이 많으셨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A. 처음에는 양방의 협회에서 방해를 하는 등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시도를 한 것이 처음부터 한·양방을 합치는 것이 아니라, 한의학을 이해하고 긍정하는 양방 전문의를 병원장으로 모셔서 ‘동서 의원’을 만들었습니다. 즉, 한방의원과 양방의원을 따로 두고 협진을 시작한 것이죠.

  하다 보니 어느 순간 협진이 명실공히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점차 양방 의사들이 ‘싸인(sign) 닥터’가 되어있더군요. 한방 진료의 필요성에 의해 혈압, 당뇨 등에 맞는 약을 처방해달라고 요청을 하는 등의 형평에 어긋난 상황들이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생각한 것이 ‘두 의원을 하나의 병원으로 만들자’였어요. 의원급을 병원급으로 격상시켜서, 내과·가정의학과·영상의학과·재활의학과 등을 나누어 각각 전문의를 두었습니다. 

  현재는 회진을 돌 때에도, 반드시 한의사와 양의사가 함께 합니다. 각자의 분야에서 어떻게 처방을 했고, 어떻게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사소통이 되어야 하니까요. 조금 전에 장염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내원을 했었어요.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탈수 증상도 있었습니다. 이 환자의 경우에는 한방 진료실에서 뜸 치료와 침 치료를 받으면서 내과에서 수액 주사를 병행해서 맞았습니다. 진료가 끝난 후에 환자의 만족도는 100% 이상이었습니다. 만약 환자가 침이나 뜸 치료만 받고 갔다면, 혹은 탈수 증상만 회복시킬 수 있는 수액 처치만 받고 갔다면 지금과 같이 만족할 수 있을까요? 

  최초로 협진을 시도했다 보니 처음에는 조금 힘들었지만, 지금은 이처럼 아주 원활하게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Q. 현재 많은 병원들이 협진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데,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학생들이 갖추어야 할 자세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방 의료진과 양방 의료진이 서로를 이해하고, 또 서로의 분야를 긍정하는 것에 있습니다. 우리는 의사라는 직업 이전에 같은 ‘사람’이잖아요. 두 분야 모두 사람의 병을 고치는 사명을 가진 의사들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요즘은 서로 노력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자면 우리 병원의 경우에는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과 협력병원으로 지내고 있고, 나 또한 세브란스 병원 협력 의사로 지내고 있습니다. 길림성 대학과 MOU를 맺었을 때에, 중서 의학 결합을 주제로 한·양방 협진의 필요성에 대해 세브란스 병원에서 특강을 진행하기도 했었죠. 더 나아가 현재는 복수면허를 가진 의사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어요. 이러한 노력들을 바탕으로 서로 발전해나가는 방향이 되길 바랍니다.    



UPs&DOWNs

Q. 한의대에 입학한 이후 가장 어려운 순간과 기뻤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A. 1960대에 의료법이 개정되는 과정에서 다시 한의사 제도가 없어졌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순간을 꼽자면 이때가 아닐까 하는데요. 당시에는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이 없었고, 동양 의약대학(나중에 동양 의과대학으로 개칭)이 있었습니다. 한의사 제도 부활에는 여러 복잡한 과정들이 있지만 마지막 단계만 보자면, 의료법 제14조 2항에 명시된 ‘국공립대학교 의과대학 재학 중 최종 2년간 한방의학과에서 한의학을 전공하고 한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한 자에 한하여 한의사 면허를 부여한다’라는 규정이 문제가 되었었죠. 

  그래서 내가 동양 의과대학 총학생회장 일 때 의료법 제14조 2항을 ‘의과대학 한의학과에서 한방 의학을 전공한 자로서 한의학사의 학위를 받고 한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한 자’로 개정시키는 데에 참여하였습니다. 함께 단식투쟁까지 했었어요, 이렇게 해서 한의사제도가 다시 부활할 수 있었습니다. 

  그 후에 한의대 수업연한도 4년제에서 예과 2년, 본과 4년의 6년제로 승격시키고, 동양 의과대학을 경희대에 병합하여 경희대 한의과대학을 만드는 데에도 앞장섰습니다. 나중에는 한의사 전문의 제도를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한의학이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제도적 기틀을 다지는 노력들이 성과를 얻을 때가 가장 기뻤던 순간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봉사하는 삶

Q.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봉사를 해오셨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이사장님의 삶에서 봉사란 어떤 것인가요?

A. 1971년, 음으로 한의원을 개원했을 때부터 계속 무료진료를 해왔습니다. 당시에 통행금지가 있을 때였는데, 서울시에서 내게 야간 통행증을 발급해주더군요. 그때는 제가 유일하게 앰뷸런스를 가진 한의사였기 때문에 통행증을 이용해 시간과 때를 가리지 않고 무료 봉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1984년도에 이 병원을 새로 개원한 후에도 동서 노인 무료진료소를 만들어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모든 과에서 순수한 봉사 정신으로 무료 진료를 진행했었는데, 이를 두고 유객 행위라는 의혹을 제기하는 등 오해가 발생했었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나머지 과에서는 노인 무료 진료를 멈추고, 지금은 내가 속해있는 과에서만 무료 진료를 하고 있어요.

  진료 외적으로도 진행하고 있는 봉사로는 새터민을 위한 카페 운영이 있습니다. 1층 입구에 있는 커피숍의 직원들은 모두 새터민이에요. 임대료를 따로 받지 않고, 병원에서 장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수익금 또한 새터민을 돕는 데 사용됩니다. 



앞으로의 계획

Q. 원장님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도 들려주세요. 또, 그 발걸음들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요?    

A. 요약하자면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한·양방 협진의 정착이고 다른 하나는 고령화 사회에서 요양 시설을 한방적으로 운영하는 것입니다. 요양 시설의 경우 내가 20년 전부터 준비하던 계획이자 사업이에요. 현재 파주에 3600평 정도의 부지를 확보하여 힐링센터, 병원, 문화시설 등을 겸하여 요양 센터를 운영할 계획입니다. 어떻게 보면 내 사업의 마지막 터전이 될 곳이죠. 

   1980년도에 한의학이 중흥을 이루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실손보험이 취소되고, 첩약보험이 무산되며, 경기까지 안 좋아지자 한의학이 점차 정체기, 하락기에 빠지게 되었죠. 최근에 실시된 추나 보험과 더불어 첩약보험도 실시된다면, 또 한·양방 협진이 더욱 자리를 잡는다면 다시 한의학의 중흥기가 올 것라고 생각합니다.    

     

Q. 현재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한의대생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    

A. 한의사는 의료인서의 희소가치가 있고, 정책적 전망도 밝습니다. 실손보험의 재추진과 첩약보험 추진 등을 위해 나를 비롯한 많은 한의계 선배들이 노력하고 있어요. 그러니, 꿈과 희망을 가지고 임상실력을 기르는 데에 집중하길 바랍니다. 또한, 졸업하고 바로 임상의로 진료를 볼 수 있지만, 가능한 전문의가 되어 자신만의 분야를 갖고 임상 능력을 기르길 바랍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었던 인터뷰였습니다. 이사장님의 말씀을 듣다 보니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라는 시가 떠올랐습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묵묵히 걸어오신 이사장님의 모습을 본받아 자신만의 분야를 개척해나가는 한의대생, 나아가 한의사가 되길 소망해봅니다.

인터뷰를 위해 소중한 시간을 내어주신 박상동 이사장님과 동서 한방병원 비서실 선생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Interviewer : 래서팬더, 거북이, 토끼

Writer & Editor : 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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