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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신만나드립니다 Oct 07. 2017

[진로 인터뷰] 국제보건분야 김재균 한의사 1편

국제보건을 향한 열정과 업(業)을 찾아가는 과정


날이 적당한 날, 전라도 광주에서 소년 같은 인상의 김재균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걸어서 3분 거리의, 가정집을 개조한 흰색 벽과 울타리 속의 레스토랑으로 들어갔습니다. 어색함도 잠시, 한의대 최고의 난관이라는 본과 3학년 이야기를 하면서 공감대가 형성되어 마치 원래 알던 사이처럼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알고 보니 김재균 선생님은 국시와 GRE를 같이 준비하신 능력자였고3이 바쁘더라도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응원해 주셨습니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김재균 선생님은 먼저 드시라고 상냥한 표정으로 말씀해주셨습니다. 망설임 없이 해물 파스타를 돌돌 말아 입에 넣으며 페이스북으로 받았던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했습니다. 



국제보건을 선택한 계기


대 : 원래부터 의료 쪽에 관심이 있으셨나요?
김 : 어렸을 때부터 꿈이 한의사였어요. 제가 02학번인데 하필 그때는 경희대 한의대가 제일 높았었어요. 서울대 의대를 버리고 경희대 한의대를 가는 경우도 있는 시대였어요. 당시 아쉽게도 바로 한의대에 진학하지 못하고 학부를 다른 곳에서 졸업하고 부산대 한의전에 입학했어요.


대 : 진로 선택 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무엇인가요?
김 : 직업이라는 단어에서 직이랑 업이 있잖아요직 같은 경우에는 위치교수가 되겠다한의원 원장이 되겠다업은 하는 일인데업을 찾아가는 삶이 더 행복한 삶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저 같은 경우에는 국제보건을 업으로 생각하고 진로를 선택을 할 때 굉장히 고민이 많았어요. 업을 찾아가는 것그게 중요하지 않을까요나중에 긴 인생을 생각했을 때. 
대 : 좋은 말씀이네요. 


국제보건의 길, 어언 10년 째... 

김 : 국제보건분야 중에서도 전통의학분야에 학생 때부터 관심이 많았었는데요. 사실 이 쪽을 찾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 것 같아요. 2007년에 처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해서부터 10년이 지났네요. 그전까지는  비전염성 질병이나 모자보건, 보건의료체계 등 다른 분야에서 계속 일했거든요. 


대 : 학부 졸업하시고 다른 분야에서 일하신 건가요?
김 : 아니요, 본 4 때 GRE 공부를 같이 해서 보건대학원은 바로 입학했어요. 미국은 입학이 7월이라서 임상에서 2월부터 7월까지 일을 하다가 바로 입학했어요. 보건대학원 졸업하고 바로 WHO에서 일하게 됐어요. 

 

대 : 그러면 국시(한의사 국가고시)랑 같이 준비하셨겠네요
김 : 국시부장한테 엄청 혼났었어요.(웃음) 이러다 너 국시 떨어진다고, 면허 없으면 다 헛것이라고. 국시 공부할 때 혼자서 GRE를 공부했는데 둘 다 붙어서 다행이죠.              

 

대 : 보건학에는 어떻게 관심을 가지게 되셨나요?

김 : 어렸을 때 남아공에 살았어요넬슨 만델라 이전이라 인종차별이 엄청 심했거든요. 어렸을 때는 그게 인상에 깊게 박혀 있었어요제가 다니는 학교는 흑인들이 못 다니던 곳이었고흑인들은 주로 길거리에 있다가 제가 바나나를 주면 감사히 받아먹었죠그런 기억이 강하게 남아 있다가 대학생 때 베트남과 캄보디아에 의료봉사를 갔다가 실제로 다른 세상을 보게 된 거죠세계의 건강 불평등을 해소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한의전 재학시절 국제보건분야 활동


대 : 한의전에 입학하고 활동하신 KOSAG은 어떤 단체인가요?

김 : 한국국제보건학생연합회초반에는 의료계열 학생들이 주로 활동했었는데 지금은 외연이 많이 넓어졌어요. 원래 부산대에는 없었는데 저와 관심 있던 후배 둘이 동아리로 만들었고 지금은 간호대 친구들이 이어받아서 하고 있어요방학 때 캠프를 여는데 국제 보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두 분도 개인회원으로 가입하셔도 좋을 것 같고, 학교 내에 동아리를 만들면 더 좋을 것 같네요.(웃음)


대 : 그 후로도 계속 국제보건에 관련된 활동을 하셨더라고요.

김 : 한의대에 다니면서 KIOM 글로벌 원정대로 국제보건에서 한의학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으러 갔어요. 아무것도 모르고 맨땅에 헤딩한 셈이죠그때 많이 보고 배웠던 것 같아요


저희가 2010년 사진을 찾는 그 어려운 걸 또 해냈네요 허허

대 : 어느 기관에 가셨나요?
김 : 하버드존스홉킨스와 같은 대학들, USAID(미국국제개발처우리나라의 KOICA와 같은 곳)을 포함한 국가기관과 국경없는의사회 등을 방문했어요적십자는 전화 인터뷰만 했고요. 탐방을 하면서 (한의학이 국제보건에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봤던 것 같아요. 그런데 나중에 공부하면서 보니까 굉장히 잘못된 접근이란 걸 깨달았어요국제보건을 할 때 수혜국의 필요에 맞추는 것이 중요하고, 그래서 가장 먼저 그 나라 상황을 파악하고 필요한 것이 무언지 알고 해줘야 하는데, 한의학의 역할을 찾으려고 했던 접근이 잘못된 거예요


스펠링도 어려운 바로 그 stakeholder analysis


프로젝트를 할 때 stakeholder analysis를 하는데 이해관계 당사자들을 분류하는 작업이에요아군과 적군을 나눌 때 해당 국가의 전통의학 종사자는 항상 적이에요. 전통의학 의료인들은  커뮤니티 내에서 사회적 지위가 높은 편인데, 그 사람들이 보기에는 우리가 가져간 보건프로그램이 아닌 거예요. 그 사람들이 하는 방식이 옳다고 생각하고 주민들의 참여를 방해하기도 하죠. 문화적으로 봤을 때 그 사람들을 사업에 포함시키는 게 성공확률을 높이는데, 그쪽 연구가 많이 안 되어 있어요.  가장 중요한 보건 문제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필요한 부분이죠. 그런데 반대로 수요에 맞춰서 한의학의 역할을 고민하면 할 수 있는 게 많지가 않기 때문에, 한의학의 역할을 계속 찾아나가는 과정이 필요해요. 


대 : 국제보건에서 한의학을 쓸 수 있나요?(무지랭이 대만드...)
김 : 그럼요제가 지금 외부 연구원으로 있는 한의약 ODA 사업이 있어요각 나라의 전통의학이 있고전통의학이 1차 보건의료로 사용되는 비율이 높은 나라들이 있어요중국과 인도가 대표적이고 에티오피아의 경우 1차 보건의료의 80%를 전통의학이 담당하고 있어요서양의학을 쓸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아서인데전통의학에 대한 연구도 부족하고 안전성을 비롯한 여러 문제들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어요그래서 우리나라의 제도적인 부분전통의학의 역량강화 부분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거죠


대 : 한의학 자체가 아닌 시스템이나 의료체계를 말하는 거군요?
김 : 그렇죠한의학 자체를 사용할 수 있는 나라, 한의학이라기보다는 중의학 기반의 전통의학 국가에는 대표적으로 베트남이 있어요이침을 이용한 금연사업과 전통의학 역량강화 사업을 하고 있죠.



2편(하버드보건대학원 유학생활)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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