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대신만나드립니다 Oct 07. 2017

[진로 인터뷰] 국제보건분야 김재균 한의사 2편

하버드 보건대학원 유학과 마닐라 WHO 인턴 경험담

하버드 보건대학원 유학생활


대 : 유학 생활은 어떠셨나요? 

이곳이 바로 런던스쿨(London School of Hygiene and Tropical Medicine)입니다.

김 : 포기해야 할 것도 많고, 공부해야 할 것도 많았죠. 그런데 재밌어요. 전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랑 같이 공부하고 지내고 하니까. 개인적으로는 홉킨스보다는 런던 스쿨을 더 추천해요. 국내 인지도는 아무래도 미국이라 그런지 홉킨스가 더 높은데, 전 세계적으로 보면 런던 스쿨 인지도가 훨씬 높아요. WHO에서 일하다 보면 런던 스쿨 졸업생들이 압도적으로 많아요. 스텝 중에서 존스홉킨스 출신은 저를 포함해 대여섯 명 정도밖에 없었는데, 런던 스쿨 출신은 몇십 명 있었어요. 런던 스쿨 나왔다고 하면 ‘아, 제대로 공부를 하고 왔구나’ 하는 분위기인데 홉킨스나 하버드 나왔다고 하면 ‘미국에서 보건학을 한다고?’ 하는 분위기랄까요. 


대 : 두 대학의 커리큘럼이 다르지 않나요?

FullBright 장학금 : 빛이 충만해서(...) full bright이 아니었다. 그냥 미국 상원의원 이름이었을 뿐.

김 : 비슷한 것도 있지만 런던 스쿨 커리큘럼이 정말 다양해요. 장학금 받기도 조금 더 쉬운 것 같아요. 도시 자체도 볼티모어보다는 런던이 살기가 좋고. 유럽 여행도 다닐 수 있고요. 보스턴(하버드)도 좋죠. 그런데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이 있어서..




대 : 영어로 공부하기는 힘들지 않으셨나요?


김 : 어렸을 때 남아공에 살아서 그런지 영어에 대한 부담은 좀 덜했어요. 
대 : (헉... 영어공부는 알아서 하는 걸로..)




마닐라 WHO(WPRO) 근무 경험


대 : 마닐라 WHO에서 일하시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요?

한인간의 원한관계에 따른 살인이 많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필리핀이 위험한 것은 사실.


김 : 필리핀은 치안이 문제였어요제가 굉장히 가까웠던 분도 강도살인으로 돌아가셨고요. 저는 마닐라 중심, 대법원 바로 옆에 살았는데도 집 근처에서 누군가가 아내 머리채를 확 잡아당겨서 죽어라 도망간 적도 있어요. 눈이 풀려있는 걸로 봐서 마약을 한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택시 한 번 타기도 무섭고, 주거지역도 지저분하고. 밥 먹는 중에 이야기는 못하겠지만 바퀴벌레, 쥐도 많이 봤어요. 


일은 재미있었는데, 저는 정치감각이 없어서 좀 힘들었어요. 국제기구는 정치감각이 있어야 살아남는 것 같아요. country office와 regional office(지역사무소) 두 곳에서 모두 일해봤는데, country office에 있을 때 사람들에게 implementation도 하고 훨씬 즐겁게 일했던 것 같아요.


대 : WHO에서 일하시다가 바로 광주로 오신 거예요?

김 : 저도 제가 이렇게 광주에서 임상을 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와이프도 한의사인데 필리핀에 있을 때 대학에서 보건학 석사를 하고 같이 국제보건 일도 하고 그랬어요. 필리핀에 있을 때 유산을 했어요. 저희 생각에는 담당 의사의 잘못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다음에 임신하면 바로 한국으로 오자고 했죠. 재작년 12월에 한국 출장을 와있는데 임신인 걸 알게 되고, 바로 정리해서 무작정 한국으로 왔죠. 


그때까지만 해도 순진했어요. 괜찮을 줄 알았는데, 안 괜찮더라고요.(씁쓸).  한국에서는 경제적인 이유로 보건 분야에서 일을 하지 못하고 임상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저만 그런 건 아니고, 보건 쪽에서 일하시는 선생님들은 상황이 비슷하세요. 사실 한의사라는 직업이 너무 좋아서 그런 거 같기도 해요. 다른 걸 선택하면 어쨌든 경제적인 면이 떨어지니까. 

현실적인 문제도 진로고민에서 중요한 부분이죠!


대 : 그래도 요새 경기가 좋지 않아서 그런지 임상 외의 다른 길을 고민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김 : 한의사는 너무 임상만 해서 다양성이 떨어지죠. 99%가 로컬에 간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그 집단 안에 있으면 그게 주류처럼 보여요. 그걸 박차고 나오기가 어렵죠. 초기에는 사람들이 저를 이상하게 많이 봤어요. 그렇지만 지금으로서는 하고 싶은 일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나중에 현실적인 장벽이 생기면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어려우니까요. 

일단 결혼 전 까지는 큰 장벽이 없어요. 결혼 하면 1차 장벽이 생기고, 아기를 낳으면 더 큰 장벽이 생기죠. 이번에도 동티모르에 자리가 나서 지원해 볼까 고민을 했었는데, 찾아보니까 그곳에는 의료 시설이 취약하더라고요. 저 혼자라면 어딜 가든 상관이 없는데 아이가 있으니까 나이가 어릴 때는 중저소득 국가로 가기가 힘들더라고요. 





3편(국제보건을 꿈꾸는 학생들에게)에서 계속...

작가의 이전글 [진로 인터뷰] 국제보건분야 김재균 한의사 1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