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대신만나드립니다 Jul 13. 2019

[진로 인터뷰] 순천 영진한의원 박병준 원장님

로컬 한의원에서 임상과 연구를 동시에!


비오는 토요일, 익산에서 그리고 나주에서 대만드 동물 친구들이 순천으로 기차를 타고 갔습니다. 이유는 바로! 영진한의원에 계신 박병준 원장님 인터뷰 때문이었는데요, 보통 연구를 하시는 분들은 연구소에 계시거나 대학병원에 계시는 분들이 많은데, 로컬 한의원을 운영하시면서 SCI급 논문도 출판하시는 등 연구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이유가 궁금해서 멀리 순천까지 찾아갔습니다. 원장님의 열정을 인터뷰로 확인해보시죠!


[약력]

2009년-현재 대전대학교 한의과대학 외래교수

2008년 대전대학교 한의과대학 병리학박사

1995년 대전대학교 한의학과 졸업


Q. 원장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는 대전대학교 87학번으로 대전대학교에서 석·박사를 따고 현재는 25년째 영진한의원을 운영하며 대전대학교 한의과대학 병리학 외래 교수로 재직 중인 박병준입니다.   

 

Q. 지금 한의원에서는 주로 파킨슨병 환자를 진료하신다고 하셨는데요, 많은 질환 중에서도 파킨슨병을 고르신 이유가 있을까요?

A. 20년 전에는 개업하면 전부 다 차 사고, 집 사고, 한의원 건물 사는 시대였어요. 그런데 우리가 그러려고 공부하는 건 아니잖아요. 흔히 얘기하는 보약이 우리가 공부할 방향인가에 대한 회의감이 많이 들었어요. 그리고 앞으로 점점 더 많은 의료 인력들이 늘어날 텐데, 과연 이렇게 해서 한의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죠.

 그러던 중 20년 전에,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환자분을 치료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는 치료가 목적이 아니라 보약을 목적으로 저에게 오셨어요. 저는 보약 지어드리고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환자분이 한 달 뒤에 다시 찾아오셨어요. 뜻밖에이미 파킨슨병 증상이 많이 좋아졌다고 하시는 거예요. 속으로 ‘파킨슨병이 상당히 어려운 병인데, 이렇게 좋아질 수 있는 건가’하며 놀랐습니다. 사실 제가 학교 다닐 때는 파킨슨병에 대해서 딱 책 12줄만 배우고 끝났어요. 그래서 다시 한번 찾아봤는데,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때부터 파킨슨병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했습니다. 파킨슨병이 서양 의학적으로도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니 한의사들이 치료를 시도해본다면, 치료 영역을 넓힐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게 지금까지 이어져서 연구하게 된 것입니다.  

  

Q. 원장님께서 개발하신 헤파드라는 파킨슨병 치료제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헤파드는 제가 2014년에 발표한 SCI 논문을 바탕으로 특허받은 약물입니다. 우리가 쓰는 7개의 천연 조성물로 이루어진 약물이에요. 2015년 이전에 나온 건 1세대, 연구를 거듭해서 효능을 높이고 간소화해서 현재 5세대까지 나왔어요. 내년에는 7세대 헤파드가 나올 예정입니다. 현재 5세대 약은 미국에 특허 가출원을 해놓은 상태입니다.   


 Q. 보통 도파민 치료에는 레보도파와 B형 단화 아민 산화 효소제(MAO-B)를 많이 사용한다고 하던데, 이와 같은 양방적인 치료와 한의학적 치료를 함께 병행해서 치료하시나요, 한방 단독으로 치료하시나요?

A. 현재 파킨슨병은 양약이나 한약 둘 다 단독 투여로는 완치하기 힘든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한양방 병용 치료를 환자분들에게 권하고 있어요. 그리고 국제적인 저널인 Plos one에 나온 논문이 있는데 15년 정도 2314명의 파킨슨병 환자에 대해서, 양약과 한약을 병행 투여한 환자군과 양약 단독 투여한 환자군에 대해 메타분석이 이뤄졌는데 약과 한약을 병행 투여한 사람이 훨씬 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적다는 것이 이미 결과가 다 나와있어요. 이와 같은 근거에 의거하여 외국에서는 이미 병행 치료를 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일 병행 투여했을 때 만약 환자가 나빠진다면, 그것은 본질적으로 악화되어 병의 진행이 빠르게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어요. 병의 진행이 멈춰진다면 굉장히 좋은 케이스죠. 진행이 멈춰질 뿐만 아니라 증상까지 완화된다면, 약물을 감량할 수도 있는 것이고요.

이 논문이 파킨슨병에 대해  한양방 병용투여가 더 유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말하는 바로 그 논문! @PLOS ONE


Q. 환자분들이 한·양방 병행치료에서 한약 복용에 대해 걱정하시는 경우가 있을 것 같습니다. 불안해하시는 환자 분들을 어떻게 설득하시나요?

A. 요즘은 사실 그런 분들이 별로 없어요. 일단 한약의 간독성, 신독성과 같은 부분들은 사실이 아님이 연구를 통해 많이 밝혀졌고, 환자 분들도 한약 때문에 간독성이 일어난다는 확률보다는, 오히려 바이러스 등에 의해 간독성이 나타날 확률이 훨씬 높다는 것을 많이 알고 있기 계십니다. 요즘은 매체들도 많아서 특히 젊은 세대들은 그런 것을 많이 물어보지 않아요.

 게다가 제가 쓰는 헤파드도 독성을 다 평가하지 않았겠어요? 여기에 오시는 분들에게 독성평가 결과를 그래프로 다 보여드립니다. 그분들은 더 잘 이해해요. 그리고 앞으로 객관적인 데이터를 더 많이 만들어낼 겁니다. 그러면  한약에 대한 부정적인 얘기가 더 줄어들겠죠.    


Q. 한의원 운영도 바쁘시고 임상연구도 하시느라 엄청 바쁘실 거 같은데, 원장님은 1주일을 어떻게 보내시나요?

A. 연구는 혼자서 절대 할 수 없습니다.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서 하는데 사람들이 내 주변으로 모이게 하려면 역설적으로 내가 부족해야 해요. 분자생물학 전공자, 약리학자, 생화학 전공자, 식품공학 전공자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필요합니다. 한의사 중에서도 저는 병리학 전공이지만 타 전공의 한의사들이 있으면 시너지 효과가 납니다. 그래서 항상 좀 빈틈을 좀 많이 열어놔야 해요(웃음).

시간이 없다고요? 혹시 새벽과 퇴근 후의 시간을 활용하지 않으신 것은 아닌가요?ㅎ

 제가 어떻게 하루를 보내는지에 관련해서는, 오그 만디노의 『위대한 상인의 비밀』이라는 책이 있는데, 그 책을 읽어보면 하루를 3회전 해서 살 수 있어요. 새벽 시간과 퇴근 이후 시간이 핵심인데, 이 시간은 다른 사람이 나에게서 뺏을 수 없는 시간이죠. 이 시간을 잘 이용하면 일이 많아도 못하진 않아요. 우리가 안 할 뿐이죠.

 

Q. ‘헤파드 연구진’이라는 다양한 전공의 전문가분들이 모인 팀이 구성된 계기가 궁금해요    

A.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제가 좀 부족하니까 제 주변으로 모였다고 생각합니다(웃음). 제가 병리학 외래 교수로 있으니까 다른 교수님들과 만날 기회가 있잖아요? 그때 궁금해서 이것저것 여쭤보니 제가 모르는 분야를 너무 많이 알고 계신 거예요. 그렇게 물어보고 답하다 보니 친해진 상태에서 제가 “같이 한번 해봅시다.”하며 제안을 해서 시작했습니다.    


Q. 로컬 한의원 운영과 임상연구를 동시에 하시는 입장에서 대학병원급에서 진행되는 연구와 비교했을 때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요?

A. 내가 졸업했을 때는 전문의 제도가 막 시행되기 시작했어요. 제도적으로 정착이 되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다르죠. 후배분들은 임상연구를 하고 싶다면 전문의 과정을 거치길 추천합니다. 

아주 다른 로컬과 대학병원. 어디로 가는 것이 좋을까요?

 로컬과 대학병원은 아주 달라요. 대학병원에서만 가능할 수 있는 게 있고, 로컬에서만 가능한 게 있습니다. 이 차이는 학문의 깊이와 넓이의 차이에서 기인합니다. 너무 깊이만 파다 보면 독선에 빠지기 쉽고, 새로운 문제가 생겼을 때 깊이만 파다 보면 원인을 못 찾아요. 그래서 로컬의 장점은 넓게 팔 수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넓게만 하다 보면 깊이 하기 어려워요. 그래서 저도 대학 연구진들과 함께 공동연구를 하고 있어요. 그래서 깊이와 넓이를 같이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Q.  파킨슨병 진단과 환자 증상 개선 측정에 있어 효능 입증을 위해 어떻게 데이터를 수집하셨나요?

A. 일단 객관화, 과학화는 시대적인 추세예요. 객관적이고 과학적이고 통계적인 데이터로 설명할 수 없다면 그 학문은 죽은 학문이에요. 다행히 이미 데이터를 수집하는 Tool들은 다 나와 있어요. 국제적으로 가장 큰 파킨슨 학회가 2가지 있는데, 그중에 MDS(Movement Disorder Society)라는 학회의 논문들은 Tool을 통해 정제된 데이터를 요구해요. 이번에 제가 낸 Molecules라는 학회도 마찬가지고요. 그러니 연구를 한다면 학회가 요구하는 Tool에 맞춰 실험을 하고 결과를 기대해보는 것이지요. 

   

Q. 원장님께서는 실제로 헤파드를 임상에서 사용하고 계시는가요?

A. 네, 매일 치료에 쓰고 있습니다. 제가 특허권자이기 때문에 저뿐만 아니라 제가 인정한 신경과를 어느 정도 공부한 분들, 제가 요구하는 수준의 신경과학을 공부한 사람들에게는 쓸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서양 의학적인 약물의 기전과 용량, 부작용 등을 모르고, 파킨슨병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이 쓰면 왜 낫는지 왜 안 낫는지 모르겠죠? 또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겼을 때 이해를 못하면 대처를 못 하겠죠? 그래서 한정된 사람에게만 일정한 수준의 공부를 하신 분들에게만 쓰도록 하고 있습니다.    


Q. 다른 기사에서 보니 헤파드의 모티브가 한의학 고서라고만 언급되어 있었는데요, 혹시 어느 고서인지 알 수 있을까요? 

A. 한 가지 서적만 집어서 말씀드릴 수 없는 게, 파킨슨병의 증상을 보면 진전 마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진전 마비에 관한 모든 책이란 책은 다 찾아봤어요. 그리고 거기서 공통으로 나온 약물들을 쭉 모았지요.  그런데 우리는 약전에 등록된 약재만 쓸 수 있잖아요? 그 중 한국 약전에 등록된 약재를 보니 10여 종이 있었어요. 그런 것들을 바탕으로 해서 헤파드 1세대를 만들게 된 것입니다.    


Q. 학부 시절의 원장님은 어떤 학생이셨나요?

A. 지금이랑 비슷했어요(웃음). 제가 학교 다닐 때는 공중보건의 제도가 없어서 먼저 군대부터 다녀오고 나서, 학교에 다녔어요. 그러다 보니 당연히 젊은 사람들하고 학교에 다니는데 제가 머리로는 따라가기 힘들었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남들보다 책을 여러 번 볼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그냥 책 많이 보는 학생, 그 외에 특이한 것은 없었어요.    


Q. 원장님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과 가장 힘들었던 순간, 그리고 그것을 이겨낸 방법이 궁금합니다.

A. 제가 학위 논문 말고, 2010년 즈음에 신경과학회지에 파킨슨병과 관련하여 논문을 낸 적이 있어요. 논문 주제를 파킨슨병의 진행을 멈추게 하고 질환이 많이 호전되었다는 것에 포인트를 맞췄는데, 심사하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전혀 엉뚱한 거잖아요? 안 믿어주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리뷰를 10번도 넘게 받았어요. 심사하시는 분이나 학회의 잘못이 아니라 제 잘못이죠. 학회의 흐름이 있는데 제가 그 흐름을 역행한 거니까요. 리뷰를 한 번만 더 받으면 그만하고 다른 곳에 내야겠다고 했는데 투고가 되었어요. 그때 굉장히 기뻤어요.

  또 하나는 파킨슨병은 완전히 완치가 안 되는 병이라고 알려졌지만, 10년 전에 저한테 최초로 완치 판정을 받으시고 지금도 생존해 계시는 분이 있어요. 10년 전에 양약을 스스로 감량이 되고, 한약도 기존에 먹던 용량보다 1/4~1/6로 줄어들었는데 증상이 다 없어지고, 이후에 양약을 완전히 끊었는데도 증상이 소실됐어요. 6개월~1년 정도 지켜보았을 때 증상이 괜찮아지고 유지가 된다, 이런 것을 우리가 완치라고 하겠죠. 지금 기뻤던 부분들을 생각한다면 그 두 가지가 제일 기쁘네요.    

 그리고 힘들었던 순간이요? 사실 우리 한의사들은 힘들었던 순간 이런 것은 그냥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언제 죽고 언제 살지 모르기 때문에, 더 힘든 일이 많이 생길 수 있어요. 그렇지만 한의학은 치료의학이고, 내가 한 만큼 반드시 결과가 나온다는 신념만 있다면, 다 이겨낼 수 있습니다. 어려운 순간은 없습니다. 즐기면서 살면 되어요.  

   

Q. 원장님의 임상과 연구 활동이 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요?

A. 일단 우리 한의사들분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요? 만약에 우리가 쓰는 약, 침에 대한 부분들이 좀 더 객관화된다면 점점 파킨슨병이나 어려운 병들에 대해서 많은 한의사분들이 같이 참여할 수 있게 되겠죠. 이전에는 극소수였지만 지금은 수많은 분이 하고 계시거든요. 이건 제 꿈인데, 우리가 언젠가는 파킨슨병이 없는 세상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Reader becomes Leader. 공부합시다!

Q. 졸업 후 임상연구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A. 일단 졸업하고 가능하면 전문의 과정 밟고 가능하면 스텝으로 남을 수 있으면 남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또 모든 학문은 다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인문학, 신경과학, 자연과학, 생화학, 분자생물학, 물리학, 자연과학 등등 폭넓게 공부를 해야 해요. 많이 읽은 사람이 장땡입니다. Reader가 Leader입니다. 

 또 임상 연구라 하면 임상도 당연히 해야 하죠? 임상 영역에서는 환자가 스승입니다. 책으로 배울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어요. 환자를 많이 보는 곳으로 가세요. 환자를 많이 볼수록 실력이 늘고 실력이 있는 사람이 환자를 많이 봅니다. 그리고 지금은 세계화 시대이니 우리는 미국에 있는 메이저 클리닉과 경쟁을 한다고 생각하셔야 해요. 그렇기에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합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한의학을 영어로 표현할 줄 알아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임상 10년 차 전까지는 학문의 깊이보다는 넓이에 초점을 맞추셨으면 좋겠습니다.    


Q. 저희 대만드가 다음에 만나서 인터뷰할 분을 추천해주신다면 어떤 분이 계실까요?

A. 여러 분을 말씀드려도 되지요? 일단 대전대학교 병리학 교실에 김동희 교수님과 대전의 박성일 원장님을 추천드립니다. 박성일 원장님은 대전대학교와 동의대학교 교수셨고, 현재 경희대학교 외래교수로 재직하고 계십니다. 심계내과를 전공한 훌륭한 분이시고 대한민국에 이런 한의사 한 분이 있다는 것에 놀랄 거예요. 제가 반딧불이라면 이 두 분은 태양입니다(웃음).  


인터뷰가 끝나고 저희는 순천에서 유명하다는 화월당에서 시그니쳐 메뉴인 볼카스테라를 먹었습니다. 찹쌀떡 같이 생겼는데 부드러운 식감이 순천으로 또 오고 싶은 마음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한편으로는 원장님이 졸업하시던 때와 지금은 많은 것이 달라서 원장님께서 겪어오신 길을 현재의 한의대생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적용해야 하는지 고민이 되어 입과 머리가 따로 노는 복잡한 오후를 보냈습니다. 

Interviewer 쿼카, 랫서팬더, 알파카

Recorder 쿼카, 랫서팬더, 알파카

Editor 랫서팬더 


작가의 이전글 가천대학교 김창업 교수님 인터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